유치원거부 하는 내 아이 왜 안가고 싶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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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0.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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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아리엘

리 첫째 아이는 2016년생으로 올해 6세가 되었어요. 그리고 올 해 첫 기관을 다니게 되었죠.

다양한 이유(기관이없음, 대기가 길었음, 아이의 거부, 아이의 가와사키로 인한 약섭취 등)으로 5세까지 데리고 있다가 5세 가을쯤, 아이가 친구들과 만나서 유치원을 다니고 싶다는 의견을 받아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어요.

물론 처음엔 떨어졌지만 1월에 다행히 좋은 유치원에 가게 되었고,

유치원의 선택이 없이 받아주는데라면 가야되는 곳이었는데 알아봤을 때 평판도 좋았고 담임선생님도 굉장히 알아주는 좋은 선생님이셨어요.

그렇게 3월부터 다니게 된 우리 아이의 첫 기관.

첫 기관인데 너무 늦게 시작해서 단점만 생각하던것과는 다르게 아이는 너무나 잘 적응 해 주었고

너무나 잘 다녀주었고 그렇게 즐겁게 유치원을 다니고 저도 둘째도 가정보육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숨통이 조금은 트이게 되었던 시간이었죠.

7월 중순, 코ㄹㄴ가 극에 달하고 이른 방학과 +긴 방학으로 8월까지 한달여를 방학으로 잘 보내게 됩니다.

9월까진 유치원도 곧잘 가다가 추석과 연이은 대체휴무가 낀 10월부터 갑자기 유치원 거부가 시작되었어요.

유치원 거부, 왜?

외부적 요인이 있을테고 내부적 요인이 있을텐데

주로 아이들은 내부적 요인이 많겠죠?

아이가 유치원거부한다고 했을 때 많은 엄마들이 걱정 해 주셨던 건 '유치원에 대한 불신'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보내는 아이의 기질을 잘 알고 아이의 행동을 봤을 땐 유치원 자체의 문제는 아니더라구요.

담임선생님과 점심시간에 힘들 때 1:1로 옆에서 앉아서 식사하며 온갖 tmi남발하고

집에서도 친구보다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아이예요.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것도 아니구요.

버스에서 만나는 다른반친구, 특강에서 만나는 다른반친구 인사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 나누고

서로 엄마 없이 자기네끼리 약속잡고 만나러간다고 하고.ㅎㅎ 반에서도 꾸준히 노는 친구도 있구요

싸우거나 트러블 있는 아이도 없다고 해요.

저희 아이같은 경우는 내부적 요인이 가장 컸는데 아주 복합적으로 온 것 같아요.

기관은 늦게 보냈지만 돌 때 부터 엄마의 사회생활?에는 꼬박꼬박 다녔어요.

주2회 문화센터, 주1회 아기학교, 엄마의 친구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만나러 다녔구요.

그러면서 또래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했지만 기본적인 내향적 기질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저희 아이는 기본적으로 내향적 기질에 예민하고 수동적인 아이예요.

그리고 체력은 약하죠. 기본 에너지가 약한 아이예요.

평소에도 집에서 일어나서 집에서만 놀고 싶어하고 그러다가 점심 지나면 에너지가 차고 심심하기도 하니

외출을 하고자 해요. 눈 뜨자마자 놀러가자! 가 안되는 아이랄까요.


사실 방학 때 아이 방을 만들어주고 따로 한달반~두달을 잤어요.

스스로 잠드려고 하니까 기대도 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잠도 잘 안들어서 매일 늦게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된거죠.

유치원 거부가 시작되었을 쯔음 그렇네요. 기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유치원을 다녀와서도 아무 활동을 하기 힘들어하고 힘들어해서 울기도 하는 상황이 벌어져

기력을 보충해 줄 수 있을까 해서 한약 한재를 받아 먹이고 있는 중이예요.

한약을 먹는것이 답은 아니지만 다행히 저희 아이는 잘 맞았네요.

보름정도 먹고, 아이도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어해서 같이 자면서 아이의 생활패턴도 잡아주기 시작하니

기력은 많이 돌아왔어요.

더욱이 9월에 늦게자고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면서 매일 빨리빨리!!! 뛰어!! 하면서 버스를 태워 보냈더니

거기서도 심리적으로+체력적으로 힘들었나봐요.

기력이 떨어지면서 예민한 아이의 기질이 한껏 극에 달았어요.

유치원에서 잃어버린 삔과 잃어버린 머리끈 때문에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아이에게 무서움은 감정의 힘듬이거든요.

잃어버리게 된 자신과(스스로 챙기지 못했다의 강박) 잃어버리게 되서 못찾게 된 슬픔이 함께 온 것 같아요.

이것도 역시 평소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일인데 기력이 떨어지니 아주 별것이 다 예민하게 오더라구요.

그렇게 매일매일 눈 뜨면 울고 놀다가 울고 자기전에도 30~1시간씩 유치원 가는것에 대해서

가기싫어, 무서워 하면서 2주간을 유치원을 가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네요.

2주를 쉬게 되면서 더이상 길어지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겠다 싶은 생각에 강압적으로 유치원을 보내게 되었어요.

저희 아이는 갈 때만 울고 가서 잘 노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눈 뜨고 울고 가면서도 울고 가서도 울고 집에 도착해서도 울고 자기 전에도 울었어요.

매일매일을 울면서 1주일을 가고 주말을 보내고 다시 울면서 3일을 가서 한번 쉬어주고

다시 조금 울면서 가고 주말을 보내고 다시 울먹거리면서 유치원을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다시 가게 된 2주+2일 지난 수요일!

갑자기 지난 번 보다 훨씬! 갑자기 잘 가더라구요.

약간의 찡얼거림은 있었지만 무서움도 많이 없어졌다고 하고

갈 때 우는 것도 없어지고 가서 우는건 세번 운다고 하고 하원해서는 그래도 기분이 좋아보이구요.

그간 선생님의 도움도 있었고(점심마다 옆에 끼고 식사 해 주시고 응원과 적절한 채찍...도 주시고.)

저 역시 자기 전에 즐겁게 재우고 일찍 재우고 급히 준비하지 않게 하고 가서 울어도 된다고

나도 울었고 아빠도 울었고 우는게 잘못된게 아니고 연습하는 시간이라고 토닥이고

유치원은 가야되는 곳이라고 약간의 강압도 넣어주고요.

그리고 한달 쯤 뒤에 하는 말이 '아침에 엄마랑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라고 하더라구요.

좀 더 일찍 일어나서 급히 준비하지 않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침에 좀 놀다 갈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더니

예전에 잘 다니던것의 80%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유치원가서 엄마가 더 생각나고 힘든 마음이 생기면 이 아기재키 파우치를 넣어둘테니 재키보고 안심하라구요.

플라잉재키라고 애착인형이 있어, 키링을 사려했지만 없어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파우치를 사서

안에 유치원 장갑을 넣어주었어요.

사실 아직은 완전히 안심하고 보낼만한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주말을 보낼쯔음엔 가기 싫어하는 표현을 슬슬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난 10월 초, 2주간 가지 않으면서 눈물바람,

2주간 가면서도 내내 울어서 유치원을 그만두게 해야하나 했던 그 상황들이 좀 정리가 되니 저도 안심이 되네요.

이렇게 억지로 유치원 보내는게 어떤 아이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유치원을 아예 그만두게 해야하나 많이 고민 했어요.

하지만 저는 둘째도 케어해야했고, 무엇보다 이 기질의 아이가 지금 이 때 이겨내지 않으면

똑같이 초등학교 가서 이겨내야하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게 이겨내야할 것만 같더라구요.

특히 남편이 딸 아이의 기질과 거의 비슷한데, 남편도 유치원 거부가 심했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기억에는 엄마나 유치원 원망도 없었고 자기 스스로 이겨내는게 필요했던 시기라고.

길게 세달, 방학까지 보면서 그래도 안되면 그 때 결정하자고 했었는데 그나마 좀 가고 있는게 다행이네요.

각자의 환경과 아이의 기질과 상황이 다 달라서 유치원 거부가 왜 오는지는 다 다르겠죠.

그리고 대처 방법 또한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엄마되는게 쉬운게 아닌걸 매년 느끼지만 정말 쉬운게 아니네요.

내 아이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고민이겠죠. :)

다들 아이들의 힘든시기 엄마들도 힘든시기가 될텐데 서로 잘 이겨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저는 잘 보내기를 4일 고작하고 감기로 다시 가정보육중이랍니다.. 또르르르르..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