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방촌의 독립서점 '고요서사'에서 『소년이 온다』릴레이 낭독회가 있었다. 낭독회의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저녁 한강 작가님께서 찾아오셨다. 예기치 못한 방문에 자리한 사람들은 꿈을 꾸는 듯했다. 돌아가며 읽던 중 작가님 차례가 되었는데 몇 소절 읽지 못하셨다. 읽던 중 목이 멘 까닭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낭독회 내내 자주 목이 메곤 했었다. 작가님은 이 소설을 쓰면서도 몇 문장 못 쓰고 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소설 전문을 낭독했던 일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중간중간 낭독을 중단해야 할 만큼 울컥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창비 직원들도 울었다 한다. 그렇게 5월이 가고 짙어진 녹음만큼이나 눈부신 6월이 왔을 때, 나는 어쩐 일인지 너무 오래된 꿈을 꾼 기분이 들었다. 나의 2016년 6월 블로그 포스트 내용 중 오래전인 2016년 5월, 나는 해방촌의 작은 문학서점에서 한강 작가님을 뵌 적이 있다. 예기치 않게 <소년이 온다> 낭독회에 찾아오신 작가님 덕에 그 작은 모임이 더없이 소중해졌던 기억. 그해 늦가을이었나, 나는 갑자기 당시 한강 작가님이 재직 중이시던 서울예대 문창과 수시 입시를 치르게 되었는데, 즉흥적으로 주어지는 키워드를 가지고 짧은 소설을 써서 내야 하는 실기 시험에 때마침 ‘동네서점’(독립서점이었는지도) 이라는 키워드가 나와 나는 작가님을 만났던 그 기억을 되살려 쓴 소설을 제출...
9채식주의자 저자 한강 출판 창비 발매 2007.10.30. 오늘 추천해 드릴 단편소설은 2016년에, 영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한강 작가님의 소설입니다. 당시 이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로 상을 수상하였었고, 국내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어 이 소설집을 읽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였죠. 사실 이 소설집은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지도 않았던, 그러니깐 아이폰이 막 출시된 해인 2007년에 출간된 아주 오래된 작품이에요.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화자가 '수첩과 지갑을 챙기는' (17쪽) 모습을 보며, '요즘 소설이었다면 휴대폰과 지갑을 챙겼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렇게 출간된 지 15년이나 된 소설임에도, 이 소설에 담겨있는 주제의식은 전혀 낡지 않은 채 여전히 새롭게 독자들의 의식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문학의 힘이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이 소설은 단순히 단편소설 세 편을 묶어놓은 소설집이 아닌, 서로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는 세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는 몇 해 전에 다 읽었었지만 기억이 가물 가물해서 오늘 다시금 첫 번째 단편인 「채식주의자」를 읽어보았는데, 오랜만에 읽어도 여전히 여러 면에서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묘사들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은 화자인 남편의 목소리로 주로 전개되지만, 중간중간 '채식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