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빈선수가 일년만에 만들어낸 반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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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19. 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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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년 전에 썼던 글. 작년 에버 콜라겐 대회에서 한 선수와 대화를 나눈 뒤 적었던 글이다. 주니어 시절 받았던 기대와 다르게 정규투어 데뷔가 늦어졌고, 드림투어에서도 성적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또 기적적으로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작년에 데뷔를 했다.

그런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작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대회에서 컷 통과에 실패한 뒤, 대회장 연습 그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내게 울음까지 보였던 선수였다. 그게 정확히 1년 전이다.

그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완전히 새롭게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반성을 하게 됐다. '내가 이렇게 선수를 모르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때의 깨달음은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그 선수는 결국 다시 시드순위전으로 내려갔다. 영화와 같은 기적은 하반기에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드순위전에서는 결과를 만들었다. 마지막 라운드 카트에서 나를 보고 미소 짓던 그 얼굴이 기억에 생생하다.

시즌이 개막하고 첫 두 대회에서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다음 대회부터 조금씩 조금씩 준비했던 모습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상반기를 마친 지금, 그때와 완벽하게 다른 선수로 성장했다. 딱 1년 만의 일이다.

어제 이 선수와 저녁을 먹었다. 약 2시간 반 정도를 같이 있었는데 시간이 짧았다. 당연히 1년 전 이야기가 나왔다. 선수 본인은 별로 생각 안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기억하고 있더라. 고맙다고 했다. 거기서 배운 것이 있으니깐. 그리고 이렇게 성장해 줘서 또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그 선수를 힘들게 했던 골프가 이제는 재미가 있고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골프를 하면서 올해 상반기가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감사했다. 그리고 대견했다. 남은 하반기가 너무나 기대가 됐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그 선수는 바로 손예빈이다. 손예빈은 지난주 에버콜라겐 더시에나 퀸즈크라운 최종 라운드에서 커리어 베스트 스코어인 8언더파를 기록했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를 아주 기분좋게 끝냈다. 상금순위는 22위. 하반기 목표는 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