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머 광장에 바로 이웃한 파울 교회(Paulskirche)도 다시 들어가 봅니다. 독일 민주주의에 있어 중요한 기념관이며, 무료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파울 교회는 1848년 독일의 국민대표가 모여 입헌군주제 통일국가 수립을 위해 논의한 장소입니다. 교회지만, 실제 역할은 의회 의사당과 같습니다. 이 사건을 소위 프랑크푸르트 국민의회라고 부르는데, 당시에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해산한 "실패한 혁명"이지만, 결국 여기서 뿌린 씨앗으로 독일은 1871년에 입헌군주제 통일국가인 독일제국을 수립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된 국가를 수립하게 됩니다.
프랑크푸르트 국민의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네이버포스트에 정리해둔 글을 참조해주세요.
파울 교회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장하면 일종의 로비가 나오는데, 홀처럼 텅 빈 공간입니다. 그리고 중앙에 큰 원통형 기둥(벽)이 있고, 빙 둘러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은 <국민대표의 행렬>인데, 프랑크푸르트 국민회의를 코믹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공간이 비어있었는데, 방문 당시에는 이처럼 전시가벽을 설치하여 독일 민주주의에 대한 학술적 자료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한 층 올라가면, 교회의 예배당이었던 곳이며 국민회의가 열린 의사당이었던 곳이 나옵니다. 매우 엄숙한 분위기의 기념홀입니다. 실제 이 자리에서 500명 이상의 국민대표가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상하며 법을 만들었습니다. 기념홀의 벽을 따라 독일 연방공화국을 구성하는 16개 행정구역의 깃발이 있습니다. 이 장소가 통일된 독일 국가의 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지하에도 전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하는 닫아두었더군요. 로비의 벽화와 약간의 전시물, 그리고 위층의 기념홀, 이렇게 구경하고 나오면 적당하겠습니다.
파울 교회 입구 앞에는 큰 기념비가 있습니다. 구글맵에는 "독일 혁명 기념비"라고 표시되는데,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안내하는 공식 명칭은 통일 기념비(Einheitsdenkmal)입니다. 프랑크푸르트 국민의회가 통일된 독일 국가 수립에 기여한 것을 기념해 1900년대 초에 세웠습니다. 붉은 교회와 하얀 기념비가 대비되어 사진 찍기 좋은 풍경을 만듭니다.
그런데 통일 기념비는 원래 하단에 모서리마다 동상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위 사진에 보면 모서리 부분에 네모난 받침대처럼 툭 튀어나온 부분이 보이죠. 여기에 동상이 하나씩 서 있었는데, 2차 대전이 시작된 후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한 "금속 모으기" 명분으로 사라져버린 안타까운 역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