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129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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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2부, 끝내 찾지 못한 여의주

★★★ 나는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를 보고 여의주 없는 이무기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혹시나는 역시나였을까. 어렵사리 개봉한 <외계+인 2부>도 결국 여의주는 찾지 못한 것 같다. 1부 개봉 이후 재촬영에 편집본만 50개 넘게 만들어봤다고는 하지만 이미 만들어 둔 하나의 영화를 두 번에 나눠서 개봉한 터라 전편의 단점들이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인물의 깊이가 떨어지고 등장하는 수가 많다 보니 이야기가 화면에 잘 붙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캐릭터들이 꽤 익숙해졌음에도 여전히 오글거리는 대사와 부족한 개연성이 두 번째다. 더불어 최동훈 감독이 인터뷰에서 직접 '1부를 안 본 관객도 이해할 수 있는 독립적인 2부를 만들려고 했다'라고 말했지만 목표는 달성되지 못한 것 같다. 1부를 봤던 관객이라도 이야기를 충분히 따라가려면 눈과 뇌를 열심히 굴려야 한다. 단점 다만 1부를 봤다는 가정하에 큼직한 떡밥들이 충실히 회수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외계+인> 시리즈가 그다지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퍼즐 조각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1부와 2부가 딱 들어맞는 퍼즐로 기획되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한다. 1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영화에서는 꽤나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 양질의 액션 시퀀스가 존재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몇몇 장면들은 디테일이 떨어지고 부자연스럽지만 분명히 고민한 흔적들이 보였다. 장점 결론적으로 <외계+인 2부>는 끝내 여의주...

2024.01.10
4
노량: 죽음의 바다, 장군님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 좋은 주제일수록 낭비하면 안 된다.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관람을 고민하는 주제라면 응당 그에 맞는 완성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한 번쯤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주제로 만든 영화라면 그 어떤 영화보다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시리즈물로서의 미덕도, 단독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전작들이 보여주었던 장점들은 발전한 부분 없이 유지되는데 급급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역대 최대 해상전이라고 자찬하고 있는 액션 장면들의 CG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퀄리티가 엉성한 부분이 존재하는가 하면 전작의 장면을 거의 재활용하는 수준의 장면까지 보인다. 그나마 몇몇 마음에 드는 구간을 제외하면 이렇게 게으른가 싶을 만큼 액션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시리즈 전체 이순신 들을 상대 비교해 본다면 이번 작의 이순신이 가장 1차원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 문제는 극의 중심인 이순신이 평면적일뿐더러 그 주변의 인물과 적들 또한 이렇다 할 캐릭터성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엄금진하게 대사를 내뱉을 뿐 다채로운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게 물론 해상전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전작들의 해상전에 비해 스케일과 길이도 소폭 커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더 크고 오래 보여주면 더 재미있는 ...

2023.12.21
5
나폴레옹, 사랑과 전쟁

★★★★ Intro 나는 리들리 스콧이 정색하고 시대물을 만들 때만 나오는 영화의 쇠 맛 같은 것이 마음에 든다. <나폴레옹>은 오랜만에 그런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사랑 <나폴레옹>은 아무리 봐도 전기물의 탈을 쓰고, 전쟁물의 옷을 입은 로맨스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의 문법부터가 로맨스다. 영화 전체의 기승전결을 이끄는 주제는 나폴레옹이 참전했던 전투나 그의 야망이 아니다. 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중 한 명인 나폴레옹조차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는 사실이 서사의 핵심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영화는 나폴레옹이 전쟁과 프랑스를 어떻게, 어디까지 사랑했는지에 집중한다. 서사의 핵심과 주변부가 모조리 사랑 얘기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사랑타령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는 시작점과 끝점에는 항상 사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영화의 설득이 꽤 그럴듯했다. 사랑 과 사랑하는 것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는 호아킨 피닉스의 존재감은 단단하다. 실제 나폴레옹을 눈앞에서 봤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는 혼자 있을 때도, 수많은 배우 사이에 있을 때도, 눈부시게 매혹적인 바네사 커비와 함께일 때도 관객들의 모든 눈길을 빨아들인다. 매력이라고 하기엔 건조하고, 카리스마라 하기엔 투박한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그를 맴돈다. 158분이나 되는 영화의 러닝타임 중간중간...

2023.12.07
5
괴물, 밀도 높은 영화

★★★★☆ Intro 밀도란 단위 부피당 질량의 값을 의미한다. 똑같이 120분짜리 영화를 보더라도 밀도가 높은 영화를 봤을 때의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영화와 비교할 수 없다. <괴물>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밀도가 높은 영화였다. 밀도 높은 서사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부피가 큰 이야기보다 작은 이야기를 할 때 특유의 장점이 발휘된다. <괴물>역시 겉으로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같은 질량이면 부피가 작을수록 밀도는 높아진다. 배경과 인물의 부피를 충실히 줄인 영화의 서사는 놀라울 만큼 높은 밀도를 선보인다. 시각을 달리하며 흐르는 서사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긴장감을 한순간도 내줄 생각이 없다.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가 한 방울 섞인 스릴러에 가까울 만큼 많은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바라봐야 한다. 일본 장인이 조립한 기계마냥 시간의 흐름에 맞춰 착착 맞아 들어가며 물음표를 던지고 회수하는 각본의 힘을 느끼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등장인물 옆에 내가 함께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크고 화려한 각본이 주는 설렘도 있겠지만 작아도 밀도 높은 각본이 주는 울림은 깊이 파고든다. 서사 밀도 높은 연출 아무리 이야기가 좋아도 표현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한정된 공간을 분해하고 조각해서 매번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카메라는 끝없이 새로운 앵글을 ...

2023.11.30
5
서울의 봄,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 Intro 가수 권진아의 노래 중에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에 대한 가사를 담은 노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 노래의 제목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아서. 연기 바보, 황정민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항상 양날의 검과 같다. 따라 할 대상에 있기에 수월하면서도, 그 사람이 아닌 내가 그 사람이라고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기에 어렵다. 이성민, 김성균, 정우성 등 중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서울의 봄>이 선보이는 인물들의 설득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황정민의 전두광이 관객들을 확실하게 설득하지 못했다면 나머지 인물들이 충분히 힘을 받았을지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만큼 황정민의 연기는 진심이다. 황정민이 전두광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그의 연기에 만족스럽게 설득되었다. 그가 누구를 닮았고 안 닮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그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다. 황정민 연출 바보, 김성수 김성수 감독의 연출은 자비가 없다. 영화가 두 시간이 넘어가면 구구절절한 부분도 생길법한데 김성수 감독은 쳐내야 할 부분은 과감히 쳐내고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비추는 장소와 사람은 많지만 서사가 토막 난다는 느낌은 없다. 마치 예리한 칼날로 관객들의 눈...

2023.11.23
4
더 마블스, 고양이는 위대하다.

★★ 2020년에만 해도 '마블이 마블 했다'라는 말을 부정적인 용도로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관객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겨우 3년이 지난 2023년 11월, 우리는 정확하게 그 용도로 그 문장을 내뱉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적어도 우리의 마음을 훔쳤던 마블의 영웅들은 처음부터 영웅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부서지고 배우며 끊임없이 성장했고 고뇌하며 영웅이 되었다. 그런데 <더 마블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영웅 중 이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는 영웅은 없는 것 같다. 잠깐, 그럴 수 있다. 아직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빌런과 서사 또한 그에 걸맞아야 할 텐데 <더 마블스>에 등장하는 빌런의 서사는 마블 역대 최악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고 빌런이 사용하는 능력이나 빌런이 된 과정은 방구석에 처박힌 양말 한쪽마냥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그나마 셋 중에 쌓인 서사가 제일 두터운 캡틴 마블의 이야기를 기둥으로 삼으려 하지만 이리 굴렀다 저리 구르느라 바쁘기만 할 뿐 든든한 기둥의 역할을 해내진 못한다. 중심이 되어야 할 캡틴 마블이 이 모양이다 보니 쌓인 것이 부족한 두 캐릭터는 쌓인 것을 쓰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서사를 쌓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에 머문다. 뉘신지 서사까진 그렇다 쳐도 제일 실망스러운 건 역시 액션이다. 앤트맨의 투닥거림보다 아슬아슬하게 나았다면 이걸 칭찬이라고 해야 할까? 명색이 자기들 프랜...

2023.11.09
4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일기는 일기장에

★★☆ 거장은 이미 이룬 것들로 인해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작품에 대한 평가까지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크게 실망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업적과 명성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은퇴를 번복하고 만든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당연했다. 첫 화면이 펼쳐질 때부터 기대의 일부는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익숙하고 따뜻한 그림체를 보는 순간 거장이 복귀했다는 일종의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귀여운 생명체들이 가득한 판타지 세상은 여러 번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여기까지다. 그러니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 정도가 내가 찾아낸 이 작품의 미덕이다. 미덕 내가 생각할 때 이 영화에 없는 것은 네 가지다. 재미도, 감동도, 메시지도, 설득력도 없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0에 수렴하는 설득력을 선보이며 어떤 관객도 설득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인물, 대사, 세상, 건축물, 생명체까지 어느 것 하나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개연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관객을 생각하는 구석이 없다는 말이다. 영화 속 판타지 세계는 ...

2023.10.31
4
플라워 킬링 문, 서부에서 듣는 훈화 말씀

★★★ 초등학생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운동장에 전교생이 줄을 맞춰 서 있고 교장선생님이 근엄한 얼굴로 강단에 올라와 훈화 말씀을 하시곤 했다. 훈화 말씀의 첫 번째 특징은 그 내용이 훌륭하고 새겨들을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특징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가 함께 영화를 만들면 그 영화의 품격이 떨어지긴 어렵다. 한 명은 연출에, 두 명은 연기에 도가 틀 대로 튼 사람들이니 아이폰 카메라를 세워두고 잡담만 떨어도 영화 한 편은 뚝딱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그 사람들이 모여서 본인들이 잘 하는 걸 잘 하는 영화다. 무려 206분이나 되는 러닝타임 동안 화면이 불편한 순간은 없다. 주연은 물론 조연들의 연기도 준수하며 90년대 서부마을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미술팀의 작업도 놀랍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영화 중 가장 큰 제작비가 들어간 <플라워 킬링 문>은 2,700억 원을 사용하여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한 시대 전체를 화면에 끌고 온 기분이다. 배우들 시각적 완성도와 연기의 수준이 뛰어난 것과 별개로 영화가 이 기나긴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과 다르지 않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도 알겠고 그 얘기가 좋은 얘기라는 것도 너무나 알겠다. 하지만 영화는 살인극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도 기승전결의 리듬감도 없이 그저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갈...

2023.10.20
4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뼈대는 튼튼

★★★ 튼튼한 건물이 되려면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인테리어를 리모델링 하더라도 뼈대가 굳건하다면 건물은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오랫동안 사랑받을 만한 뼈대를 가진 오락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충무로에서 시리즈를 이어가며 살아남은 오락영화 IP가 드물기에 이런 영화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퇴마'라는 소재는 한국영화에서 이미 수차례 사용되었던 소재이지만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요소는 가볍게 활용하고 러닝타임 내내 적절한 도구와 설정을 사용해 진부함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9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시리즈의 첫 편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배경을 설명하는 동시에 완결된 서사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좋은점 이처럼 뼈대는 훌륭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감독의 장편 데뷔작답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첫 번째로 아쉬운 점은 코미디가 묻은 판타지 오락영화인 것치고는 주연들의 캐릭터성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소소한 몇 번의 웃음포인트를 제외하면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관객도 영화도 얻는 것이 별로 없는 기분이다. 특히 강동원이 연기하는 천박사는 서사의 특성상 여러 모로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많은 캐릭터가 되어야 할 텐데 영화의 러닝타임이 모두 지나도록 영화 속...

2023.09.28
4
오펜하이머, 고뇌하는 전기영화

★★★☆ 포스터 뒤에는 불타는 원자폭탄이 있고 마케팅팀은 이 영화에서 선보이는 핵폭발 장면이 CG가 아니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어느 모로 봐도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오히려 지독한 드라마 영화다. 정확히 3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 영화를 보면서도 자세를 몇 번이나 고쳐 앉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전체를, 관객들 한 명 한 명을 오펜하이머로 만들어 버릴 결심을 한 것 같다. 영화가 작게나마 생기를 띄는 초반부를 넘어가면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고뇌로 끝없이 침전한다. 재미를 떠나서 놀란의 집요한 작업은 어쨌든 성공이다. 화면에서 오펜하이머가 겪는 일은 곧 내가 겪는 일인 것만 같고 오펜하이머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러닝타임 내내 소용돌이치니 말이다. 다만 놀란의 성취가 이 영화에 대한 평가와 직결되진 않는다. 누군가 '<오펜하이머> 어때?'라고 묻는다면 나는 '지독하고 힘들었어.'라고 말할 것 같다. 지독한 영화 자체에 대한 호불호를 조금 벗어난다면 기술적으로 이 영화는 놀란 영화답다고 할 수 있다. 날 것 그대로 촬영된 많은 장면들은 생생하게 전달되고 미술팀의 작업도 훌륭하다. 연출기법이나 편집은 새롭다고 할만한 것은 없으나 클래식하고 깔끔하다.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은 캐릭터버스터라고 불러도 손...

2023.08.16
4
콘크리트 유토피아, 질문하는 재난영화

★★★☆ 큰 제작비가 투입된 재난영화라 하면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액션과 스릴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명석한 과학자거나 육체적인 강인함을 지닌 인물들이 차지하곤 한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재난이 있을 뿐 액션은 없다. 재난은 재난일 뿐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야기에는 위험한 지역을 뚫고 도착해야 할 목적지도,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영웅적 주인공도 부재하다. 영화를 채우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법한 아파트 주민들이다. 등장인물들의 유일한 목적은 그저 '살아남는'것이다. 공간이 한정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에 몰입되는 것은 꽤나 자연스럽다. 재난이 일어나는 과정을 굳이 디테일하게 담아내지 않은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병헌의 존재감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찢어버릴 만큼 압도적이다. 이야기의 목적지가 없어 서사의 힘이 부칠 때 이병헌의 눈빛과 대사는 영화를 들쳐 업는다. 앞으로 걷는다. 내가 감독이라면 촬영장에 어떤 재난이 와도 이병헌이 있어서 어떻게든 되겠다는 마음이 들 것 같다. 존재감 아마도 엄태화 감독은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그 모든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맴돈다. 그리고 감독이 내놓은 영화의 결말을...

2023.08.09
4
밀수,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

★★★☆ 스펙은 중요하다. 자동차를 살 때도. 면접을 볼 때도. 심지어 소개팅을 나가기 전에도 우리는 스펙을 확인한다. 하지만 숫자와 팩트가 전부는 아니다. 어떤 경우든 직접 만나봤을 때 느껴지는 '매력'은 스펙을 완전히 엎어버리기도 한다. <밀수>의 스펙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여름 시즌 대작 영화를 의미하는 '텐트폴' 전문 감독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으로 이어지는 주연진. 175억에 달하는 제작비도 든든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완성도도 출중하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물답게 미술팀의 작업을 보는 재미. 화려한 배우진이 어우러지며 느껴지는 나름의 긴장감도 있다. 스토리는 막힘없이 술술 흐르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액션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답게 깔끔하고 멋지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K엔딩까지. 이거야말로 K블록버스터. 여름 텐트폴 영화 그 자체가 아닌가? 텐트폴 그런데 이 영화. 문제가 하나 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딱히 빠지는 구석은 없는데. 어딘지 끌리는 구석도 없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눈이 높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냐고 말이다. 맞다. <밀수>는 분명히 오락영화로서 '훌륭'하다. 그런데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볼 일이 있었다. 공정한 채용을 위해 점...

2023.07.28
4
더 문, 때깔 하나는 곱다.

★★★☆ 우리는 영화를 '본다'고 말한다. 듣는 것도 중요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영역의 중요성은 압도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문>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280억을 쏟아부은 <더 문>은 적어도 때깔에 있어서 돈값을 한다. 충무로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그나마 개봉한 영화들도 헐리웃에 비하면 아쉬운 CG를 선보인 경우가 많았기에 <더 문>에 대한 기대 역시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주 공간의 표현과 다양한 상황의 연출력은 수준급이었다. <미스터 고>부터 <신과함께>시리즈를 거치며 쌓은 김용화 감독의 컴퓨터 그래픽 경험치는 장면마다 눅진히 녹아있다. 이런 영화를 평가할 때 클리셰처럼 나오는 '한국영화 치고'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더 문>의 화면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129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화면의 디테일이 떨어지지 않고, 큰 허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때깔 사실 이야기도 이 정도면 낙제까지는 아니다. 심지어 후반부에 섞인 신파마저도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는 변화구도 아닌 너무 솔직한 직구로 들어와서 담백한 느낌마저 들었다. 다만 <더 문>서사의 가장 큰 맹점은 '변수'와 '우연'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남발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떤 영화가 이 두 가지 없이 돌아가겠느냐...

2023.07.27
4
비밀의 언덕, 응원하고 싶은 떡잎

★★★☆ 떡잎은 씨앗에서 갓 태어난 싹이다. 그렇기에 누가 보더라도 완벽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완벽하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이지은 감독의 데뷔작인 <비밀의 언덕>도 '완벽'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아쉬운 영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가능성을 응원하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시선을 따라가는 <비밀의 언덕>은 122분 동안 주인공 명은의 고민과 결정, 기쁨과 고통을 알차게 담아낸다. 영화가 매우 개인적인 서사에 집중할 뿐 아니라 기승전결이 완만한 구조여서 주연인 문승아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은 특히 더 빛난다. 글쓰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을 끌고 가는 방식은 다소 투박하긴 해도 나름 신선하고 스릴 있다. 다양성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도 96년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 치고는 화면에 이렇다 할 허점을 남기지 않은 미술팀의 실력도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강렬한 클라이막스 없이 삼삼한 결말로 전하는 이지은 감독의 메시지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평양냉면처럼 스며드는 맛이 있어 계속 생각난다. 문승아 배우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집중하는 인물이 명확한 것에 비해 등장하는 인물이 많다 보니 명은의 주변 인물들은 명은의 이야기를 위해 사용되기만 할 뿐 개성 있는 캐릭터로 승화되지 못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서사의 강줄기가 너무 격하게 바뀌는 지...

2023.07.19
5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땀 냄새가 난다.

★★★★ Intro 컴퓨터 그래픽이 스크린을 채운 다음부터 땀 냄새나는 영화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배우들은 화면에서 뛰고 싸우지만 진짜처럼 보이기만 할 뿐 진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톰 형의 영화에서는 진짜 땀 냄새가 난다. 땀 냄새나는 액션 많은 액션 영화들은 단순히 화면이 '화려'하면 관객들이 만족할 거란 착각을 한다. 물론 화려한 액션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액션 시퀀스는 본질적으로 '긴장감'을 동반할 때 유의미하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선하고 고민이 녹아있는 액션이 필요하다. 톰 크루즈는 CG와 그린스크린으로 점철된 최근의 액션 영화들을 비웃듯 '고민'이 녹아있는 액션들을 선보인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바이크 점프신뿐 아니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선보이는 모든 액션들은 이 장면에서 어떤 동선으로 배우들을 움직일지, 어떻게 촬영할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 고민을 배우가 온몸으로 표현해 낼 때 비로소 화면에서는 땀 냄새가 풍긴다. 액션 땀 냄새나는 이야기 1996년부터 7편을 이어온 시리즈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매번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스케일을 키워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따라온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도 이 숙명을 완벽하게 피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전작의 등장인물들을 열심히 버무리...

2023.07.13
5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놀이동산

★★★★☆ Intro 놀이동산에 가면 다양한 탈것과 볼거리가 즐비하다. 롤러코스터부터 범퍼카, 사파리 등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즐겁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영화로 놀이동산을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영화다.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 롤러코스터는 출발하자마자 천천히 탑승자를 높은 곳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일단 내려가기 시작하면 도착할 때까지 정신없이 달린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액션은 이런 롤러코스터를 139분 동안 무한 반복으로 타는 느낌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하다 싶을 만큼 천천히 관객들을 끌어올리고 일단 액션이 시작되면 한동안은 강하게 몰아붙인다. 액션의 유형이나 강도도 매번 조금씩 달라서 액션씬이 이어지는 동안은 딱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처음 화면에 등장한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게나 신선하고 다채로운 액션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액션 범퍼카 같은 관계 범퍼카는 여러 대의 자동차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재미를 준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등장인물들 역시 끊임없이 엮이고 설키며 다양한 관계의 마찰을 만들어낸다. 로맨스적인 부딪힘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의 부딪힘, 친구와의 부딪힘이 있다. 범퍼카가 1:1로 부딪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나를 들이 받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여...

2023.06.23
5
플래시, 돌아온 탕자

★★★★☆ Intro 신약성경에 보면 아버지의 재산을 받아 먼 곳에서 탕진하고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탕자는 아버지의 집에서 노예살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는 이미 멀리에서 탕자가 보일 때 뛰어가서 안아준다. 제대로 된 DC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이 이 아버지와 같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 그 탕자가 돌아왔다. 돌아온 액션 옆집 마블과 달리 아득히 인간을 뛰어넘은 캐릭터들의 강함 때문인지, 혹은 단순히 감독들의 연출력 부족인지는 모르겠으나 앞선 DC유니버스의 액션은 어딘지 모르게 유치하고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물론 플래시의 빠르게 달리는 능력을 보여주는 연출 또한 완전히 새롭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같은 능력이라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퀄리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플래시>는 '빠르다'는 사실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재미를 창출해 낸다. '능력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할 때 히어로 액션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여기에 다채롭게 등장하는 조연들과의 합동 액션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액션의 틀을 적당히 비틀어 화면 안에 숨구멍을 뚫어준다. 액션 돌아온 서사 엄마 이름이 같음으로써 전진하는 DC유니버스의 서사는 그 자체로 레전드가 되었다. DC유니버스가 펼치는 이야기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옆집에 비하기는커녕 한 편의 팝콘무비로서도 끔찍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

2023.06.15
4
범죄도시3, 아는 맛의 위험성

★★★☆ 2편의 기록적인 성공 후 단 1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3>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먹어보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맛이다. 덕분에 영화의 장단점이 칼로 자른 듯 명확하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데 맛이 없는걸 알았다면 그 음식을 다시 먹을 일은 없다. 하지만 그 음식이 맛있었다면 다시 찾게 된다. 아는 맛의 첫 번째 위험성은 여기 있다. 이미 맛을 알았기에 계속 찾게 된다는 점. 치킨이 항상 새로운 맛이라서 전 국민의 스테디셀러가 된 것은 아니다. 마동석의 주먹도 마찬가지다. 이미 두 번이나 먹어봤지만 그 호쾌하고 깔끔한 맛은 세 번째에도 꽤 그럴싸하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치킨도 세월에 따라 소스가 바뀌듯 새롭게 가미한 캐릭터들과 다른 결의 악역, 여기에 전편들의 유산을 발판 삼아 다소 과감하게 끼얹은 코미디 요소는 관객들로 하여금 <범죄도시3>을 알고도 물어 뜯게 만든다. 아는 맛! 식사의 선택지가 2, 3개뿐이라면 모르겠지만 관객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적지 않다. 치킨이 맛있는 건 당연히 알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널려있다 못해 계속해서 새롭게 생긴다. 아는 맛의 두 번째 위험성은 여기 있다. 템플릿 안에 들어간 서사와 익숙한 자극을 빠른 시간 안에 여러 번 우려먹으면 어떤 푸드파이터라도 물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분명히 <범죄도시3>은 1, 2편의 장점을 전혀 잃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첫 번째와 두 번째...

2023.06.01
4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22년치 족보 액션

★★★☆ 시리즈물이 2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다는 건, 그것도 꽤 팔팔하게 이어간다는 건 인정받을 만한 일이다. 자동차를 활용한 액션에 있어 이제는 독보적인 블록버스터 브랜드로 자리 잡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10편에서도 질주를 이어간다. 한동안 스케일 키우기에 집중하고 총기 액션의 비중이 너무 늘어나며 시리즈 본연의 맛을 잃었던 '분노의 질주'시리즈는 이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서 초심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다. 141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차량 액션은 적당히 규모 있는 스케일에 개연성을 크게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신선함을 부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있다. 시리즈의 특성상 넘치도록 많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한 움큼씩이라도 액션에 첨가한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의 연출 실력과 분주하고 산만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그러쥐고 중심을 잡는 제이슨 모모아의 연기는 자칫 B급으로 갈 수 있는 영화를 A급으로 잡아주는 마지노선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속도감 있고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는 액션 장면들은 '어때, 이 스케일 좀 쩔지?'하고 묻는 것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액션 시리즈가 22년간 쌓아온 족보는 강력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분노의 질주'시리즈 전편을 관람했음에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이야기를 100%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본적으로 등장인물이 너무 ...

2023.05.18
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우리가 알던 맛

★★★★☆ Intro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식당, 새로운 맛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 한 번쯤 익숙한 맛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그 맛이 정말 맛있었다면 말이 필요 없다. 케미의 맛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간을 더할수록 진한 맛을 풍겼던 이유는 영화가 쌓일수록 캐릭터들 간의 케미가 빛났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른 영웅들에 비해 태생이 '팀'이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게 케미의 중요성은 수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항목이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은 정확히 이 맛을 구현하는데 성공한다. 스타로드, 로켓, 드랙스, 그루트, 네뷸라, 맨티스, 가모라에 크래글린과 코스모까지 무려 9명의 캐릭터가 정신없이 투닥거리고 심지어 빌런과 기타 조연까지 합치면 등장인물이 과할 정도로 많은데도 시종일관 터지는 케미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오랫동안 잃었던 맛을 찾은 것 마냥 반갑기까지 하다. 케미 서사의 맛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멤버가 많은 만큼 서사적으로 선택지가 많은 시리즈다. 그렇기에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제임스 건은 시리즈의 창조자답게 훌륭한 돌파구를 찾았고, 기존의 서사를 존중하면서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적어도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화력과 개그 담당에 그쳤던 로켓의 과거를 서사의 기둥으로 사용하면서 모든 등장인...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