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이 책은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진 부류에 속하는 한 남자가 사회로부터 단절된 자발적 격리 생활을 기꺼이 이어간 2년 2개월의 시간을 기록한 글이다. 1847년 9월 6일 소로우 작가가 월든을 떠날 때까지 배우고 익히고 깨달은 것들은 다양했다. 추운 겨울 도착한 월든 호숫가에 자리를 잡은 후 땅을 개간하고, 밭을 일궈 콩을 수확하고,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낚시를 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했다. 그는 때로는 건축가가 되기도, 경제학자가 되기도, 농부나 어부가 되기도 했다. 또 어떨 때는 생물학자나 지질학자 그리고 우주학자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역할을 맡아가며 세밀하게 자신을 둘러싼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관찰하면서 그는 결국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이 글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철학서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읽다 보니 지난달 《월든》을 읽으신 꼬야님께서 왜 그렇게 극찬하시며 여러 문장을 카드 뉴스로 만드셨는지 알 만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에둘러 말하지도 않았다. 번역이 그의 어투를 훼손하지 않았다면, 그는 다분히 직설적이고 조금 냉소적인 사람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그의 문장이 좋았다. 읽는 내내 내 안에 어딘가를 아주 시원하게 긁어주는 기분이었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운다거나 하는 ...
#1일1행 #내꿈챌린지 #내챌 #독서일기 #내꿈소생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은행나무 #1일10쪽읽기 《월든》 152~169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159 저자는 심심풀이 땅콩 삼아 설렁설렁하는 독서는 오히려 우리의 지적기능을 잠재우는 독서라고 독설을 쏟아낸다. 압정처럼 뾰족뾰족한 저자의 말에 읽으면서 어찌나 찔리던지... 읽는 태도뿐만 아니라 읽는 책의 종류와 수준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이렇게까지 엄준한 잣대를 들이민다면 책을 읽는 이의 비중이 더 줄어들 것 같다. 그가 주장하는 참다운 독서의 기준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는 우리가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첫걸음조차 떼지 못하게 막아버린다면 이는 극약처방이 아니라 그냥 싹조차 틔우지 못하게 할 독일지도 모른다.
#1일1행 #내꿈챌린지 #내챌 #독서일기 #내꿈소생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은행나무 #1일10쪽읽기 《월든》 119~151 어둠은 그 열매를 맺고 빛에 못지않게 소중한 것임을 입증하게 된다. -중략- 하루하루가 그가 이때까지 더럽힌 시간보다 더 이르고 더 성스러운 새벽의 시간을 담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 이미 절망한 사람이며 어두워져가는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이다. 137 소로우는 새벽이라고 다 같은 새벽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 내면의 천재성과 열망에 의해 깨워질 때에야 비로소 전날보다 더 고귀한 삶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읽으면서 요즘 나의 빵점짜리 새벽 기상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알람이 울려야 겨우 눈을 뜨고, 그마저도 한 번, 두 번 현실과 타협하여 가장 마지막 알람을 듣고 일어날 때도 더러 있다. 저절로 눈이 떠지고, 생기가 온몸을 돌아 나를 깨우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새벽 기상은 전날 밤 잠들기 전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잠들기 전 늦게까지 전자파에 휩싸이는 내가 성스러운 새벽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스타 피드를 파도 타며 감각적인 것을 탐닉하는 생활을 중단하고 내 몸과 영혼에게 휴식을 주어야겠다.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사소한 부분까지도 숭고하고 소중한 시간에 음미해볼 가치가 있도록 만들 의무가 있...
#1일1행 #내꿈챌린지 #내챌 #독서일기 #내꿈소생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은행나무 #1일10쪽읽기 《월든》 79~118 인간은 얼마나 자주 궁지에 빠지는가? -중략- 자신은 옹이구멍이나 출입문을 빠져나갔지만 썰매에 실은 자신의 가구와 짐은 문턱에 걸려 나오지 못할 때 나는 그가 궁지에 빠졌다고 말한다. 104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 뒤로 그가 소유하는 모든 것, 자신의 것이 아닌 척하는 물건들, 계속 모아두면서 태워버리지 못하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볼 수 있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만약 이렇게 예민한 관찰력의 소유자가 나를 본다면 내 뒤로 무엇이 보일까?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화려한 옷, 끝내 처분하지 못한 명품 구두와 가방, 가로로 세로로 퍼즐 맞추듯 쌓아놓은 책, 이런 것들이 보일것 같다. 오늘 낮에 내꿈소생 카페의 비움 리더이신 말복이님이 1주일 동안의 깜짝 1일1비움 이벤트를 기획하셨다. 퇴근 후 《월든》을 읽다 소유와 비움에 대한 글을 만났다. 이번 달 1일1비움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1주일 동안만이라도 작은 비움을 실천해 보라는 뜻으로 느껴진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시나브로 비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실천에 내 몫의 숟가락을 살포시 얹어보아야 겠다. ☆ 말복이님이 기획하신 1일1비움 이벤트 ☆ 1일1비움 5월 셋째주 깜짝 이벤트! 집안대청소, 가정집청소 날잡아 하지말고 매일 비움하세요♥ 비움 깜짝...
#블챌 #오늘일기 #1일1행 #내챌 #독서일기 #내꿈소생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은행나무 #1일10쪽읽기 《월든》 50~78p 만약 사람이 자기 손으로 집을 짓고 소박하고 정직한 방법으로 자신과 가족을 벌어 먹인다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시적 재능이 피어나지 않겠는가? 마치 새들이 그런 일을 할 때 항상 노래하듯이 말이다. 75 자신의 생존을 위한 육체노동을 타인에게 이관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직접 하면 시적 재능이 발현할까? 시인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에 주인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비단 집 짓는 즐거움뿐이겠나? 수확의 즐거움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감상적인 건축 개혁가인 그는 건물의 토대에서 시작하지 않고 처마돌림띠에서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사탕 과자 안에 아몬드나 캐러웨이의 열매를 낳듯이, 장식 안에 진리의 핵심을 집어넣으려는 것과 같다. 76 이 글을 읽고 주객전도라는 말이 떠올랐다. 실제 이런 일은 꽤 많다. 업무상 필요한 보고자료를 만들 때도 자료의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데 화려한 도표와 그럴싸한 구호성 멘트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특히 그래픽 작업에만 치중하며 정작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허접할 때가 많았다. 진리의 핵심을 파고들 자신이 없으니 어떻게든 분칠이라도 열심히 해 그럴싸한 외관을 만들었던 것이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습을 쉽게...
#블챌 #오늘일기 #1일1행 #내챌 #독서일기 #내꿈소생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은행나무 #1일10쪽읽기 《월든》35~49p 우리는 '미의 세 여신'이나 '운명의 세 여신'을 숭배하지 않고 유행의 여신을 숭배하고 있다. 48 당시는 나만의 독특한 패션을 추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나 역시 '유행의 여신'의 신봉자였다. 특히 패션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이효리의 패션 아이템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타고나길 까무잡잡한 그녀는 역시 까만 콩, 깜씨, 연탄 등으로 불리던 내게 귀한 패션 뮤즈였다. 그녀가 앙고라 헌팅캡을 쓰면 나도 썼고, 그녀가 카고 바지에 아디다스 집업을 입으면 나도 입었다. 지금도 나만의 독창적인 패션 세계를 구축할 만큼 선도적인 미적 감각을 가지진 못했지만, 적어도 무분별하게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내게 어울릴법한, 소화할 수 있을법한 것도 구분해낼 수 있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을 나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 몸에도 해당한다. 이효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내 몸을 잘 이해하게 되어서인지, 저자의 우스꽝스러운 은유처럼 파리에 있는 원숭이 두목이 쓴 모자라고 무조건 따라 쓰는 원숭이에서 이제는 좀 벗어났다. 그 시절 내게 패션 영감을 주었던 이효리 사람의 몸에서 일단 벗겨진 옷은 보잘것없고 우스꽝스럽다. 다만 옷을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고 성스럽게까지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옷을 입...
#블챌 #오늘일기 #1일1행 #내챌 #독서일기 #내꿈소생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은행나무 #1일10쪽읽기 《월든》 19~34p 1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에 와닿는 짧은 문장들이 꽤 많았다.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의 노예 감독일 때이다 22 정신의 세계에서 노예 생황을 하고 있는 우리들을 해방시킬 그와 같은 인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23 옛사람들에게는 옛 행위가 있고 새 사람들에게는 새 행위가 있다. 24 생각해 보면 모든 변화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기적은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다. 28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대부분은 신체적 냉기 이상으로 사회적 냉기에 기인한다. 31 지난달 《월든》을 읽으신 꼬야님께서 왜 그렇게 극찬하시며 여러 문장을 카드 뉴스로 만드셨는지 알 만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 에둘러 말하지도 않는다. 번역이 그의 어투를 훼손하지 않았다면, 그는 다분히 직설적이고 조금 냉소적이기까지 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런 그의 문장이 좋다. 내 안에 어딘가를 아주 시원하게 긁어주는 기분이다. ㅎㅎ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33 여기서도 저자는 지성인이라 불리지만,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