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_이스탄불 마지막날 (보스포루스해협투어, 어촌마을, 생선구이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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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21.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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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의 마지막 날이다. 여러 밤을 같이 보낸 어미 비둘기와도 작별하는 날이다. 이 방과의 작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짐을 싸고 방 키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체크아웃 메시지를 남겼다. "잘 쉬다 갑니다. 바이 바이." 그리고, 에어비앤비 숙소 평가는 딱 한마디로 요약해서 올렸다. "그녀는 좋은 사람입니다." "끝"ㅎ

아시아지구에서 벗어나 유럽지구 쪽으로 페리를 타고 이동해 본다. 날씨가 꽤나 좋아졌다. 하늘과 바다가 모두 청명한 푸른 색깔이다.

마지막 날인 데다 어디를 딱히 힘들게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여행책자를 펴보니 바닷가에 위치한 궁전, 성과 요새들이 있다고 한다. 찾아가는 방법은 구시가지 에미뇌뉘(Eminonu)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던지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오늘은 걷고 싶지 않다. 일단 페리를 타기로 결정하고 대합실 직원분께 페리 운행시간에 대해 물어보니 여기 대합실이 아니란다. 갈라타다리를 기준으로 반대편에 있는 대합실로 가보란다. 가는 길에 작은 부스에서 보스포루스해협 투어 티켓을 팔고 있다. 티켓 가격이 1시간 반 투어 상품으로 65리라(약 4800원)로 저렴하다. 계획을 바꿔볼까? 살짝 흔들린다. 그래도 돌마바흐체궁전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해 많이 궁금하다. 페리를 타고 Besitas 선착장으로 가는 원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반대편 대합실에 도착하니 전광판에 BESITAS 문구가 적혀있다. 잘 찾아왔다. 옆에 페리 시간표와 선착장이 표시되어 있다. 첫배 출발시간이 11시다.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페리 일정표를 자세히 보니 우리 배가 꽤나 많이 간다. 마지막 선착장이 RUMELIKAVAGI 인데 구글 지도를 보니 보스포루스해협 거의 끝이다. 뭐지. 이 배를 한번 타면 해협 끝까지 간단 말인가? 그렇다. 요술카드인 카르트카드를 승선 시 한 번만 찍으면 보스포루스해협 투어가 가능하다. 가격은 6.13리라(약 500원)다. 비록 완행으로 투어를 하는 것이지만 어떤 여행자에게는 보스포루스해협 투어 상품보다 더 좋은 조건이다. 우리에게 딱 그랬다.

Besitas행 선착장과 패리 일정표

10시 50분이 되니 승선 시작한다. 테라스 측에 자리 잡고 보니 이 같은 정보를 알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재주들은 참 좋아. 배가 출발하니 잠시 후 돌마바흐체 궁전이 보이고 곧이어 최종 우리의 목적지였던 Besitas 선착장에 페리가 도착한다. 내가 빈말로 한번 물어봤다. "내릴까?" 아내에게서 돌아오는 답도 예상했던 답변이다.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이 무미건조하게 "아니". 우리는 다시 관광모드로 자세를 본격적으로 고쳐잡는다. Besitas 선착장을 출발한 페리는 파도를 가르며 전진한다.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에메랄드 빛깔이다. 배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아름답다. 성벽도 보이고 보스포루스대교가 보이고 요트들과 이쁜 집들이 바닷가에 줄지어 서있다. 부자들이 어디 있나 궁금했는데 여기에 모여있다. 미국 LA 외각에 있는 부촌 말리부를 보는 듯하다. 멋있다. 페리에 앉아 있자니 편안하니 잠이 솔솔 온다. 잠결에 우리는 서로에게 들릴 듯 말 듯 이야기한다. "우리 페리에서 안 내리길 정말 잘했다."

#루멜리히사르 #보스포루스대교

요트 정박장과 이쁜 집들

#보스포루스해협

한 시간을 달렸나. 슬슬 배 타는 것도 재미 없어지고 출발지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 같다. 다음 선착장에서 내려야 할 것 같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이다. 내려서 선착장 간판을 보니 Buyukdere Iskelesi 라는 곳이다. 시골 어촌마을같이 생겼다.

일단 페리에서 내리고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이스탄불에 와서 이상하게도 생선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바닷가 마을에는 생선을 팔 것 같아 구글님께 잠시 물어보니 500m 근처에 생선구이집이 있다고 한다. 오늘의 점심은 그곳에서 먹기로 결정하고 천천히 걸어 도착하니 어촌 시골마을인 줄 알았는데 레스토랑이 멋있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찬찬히 보니 사진 속 풍경들이 50년 전은 더 되어 보인다. 여기 마을 옛 모습인 듯한데 바닷가에 집이 몇 채뿐이다. 이 집도 역사가 오래된 것 같다.

생선구이 전문점 (By Balikci)

메뉴판을 보니 종류가 많다. 추천 메뉴를 물어보니 전갱이 구이와 멸치구이를 추천해 주신다. 그때 갈라타다리에서 낚시를 하던 낚시꾼의 고기통에도 이 물고기가 있었다. 이곳 특산물인 것 같다. 그러면 고기가 신선할 것이다. 사장님을 믿고 주문을 하였다. 역시 사장님의 추천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생선구이가 너무 맛있다. 케밥으로 잠시나마 물려 있던 입맛이 살아났다. 담백하고 고소한게 먹어도 먹어도 계속 당긴다. 와인이나 맥주가 생각날 듯 말 듯 하는 찰나 벌써 요리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 이 집을 방문하려면 현금 준비가 필요하다. 터키 시골에서는 종종 카드 승인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 가게의 카드리더기도 나의 소중한 마스트 카드를 뱉어냈고 다행히 비상금 유로 화폐로 어렵게 계산을 하고 나왔다.

#전갱이구이 #멸치구이

보스포루스해협 페리투어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보스포루스해협 완행 페리투어의 장점은 어디에서든지 내가 원할 때 어떤 곳에서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는 여행자도 이 여행상품 선택은 가능하다.

우리는 오감이 만족된 최상의 컨디션으로 식당 바로 앞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마지막 행선지인 탁심광장으로 출발하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카르트카드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