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니즘'에 심취해, 한동안 블랙 레이븐 사용기 정리에 소홀했네요. 그러는 사이에 겨울과 봄이 지나가고 어느덧 여름이 되었습니다. 지난 반 년 사이에 차와 함께 겪었던 일들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겨울에는 굵건 가늘건 눈이 옵니다. 뒷바퀴굴림 차로 처음 겪어보는 겨울인데, 애초에 눈이 오면 차를 가급적 쓰지 않는 편이지만 늘 그럴 순 없죠. 어쩔 수 없을 땐 조심조심 살살 모는 것 외에는 달리 해법이 없습니다. 만들어진 지 5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트레드 깊이가 충분한 타이어를 끼우고 있으니 더 그렇고요. 수명이 긴 타이어들은 대개 악천후 때 접지력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생산된 지 오래 되면 경화도 심해지고요. 특히 눈 예보가 있을 땐 가급적 차를 두고 나가지만, 이미 차를 몰고 나왔는데 눈이 내리면 어쩔 수 없이 몰고 귀가해야죠. 2월 초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기온이 높고 큰길에는 제설제가 미리 뿌려진 덕분에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체어맨에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의 일종인 ASR이 달려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안전이 먼저입니다. 최대한 계기판의 ASR 경고등이 깜빡이지 않도록 운전해야죠. ABS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눈이 내리면 객기를 부리고 싶은 철부지기는 마찬가지여서, 나름 눈이 좀 많이 내린다는 강원도 쪽을 향해 차를 몰고 가보기도 했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광덕...
새해 들어 처음 일하러 나가면서도 블랙 레이븐과 함께 했습니다.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는 예고가 있어서 날이 궂으면 차를 두고 나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정상 날씨에 관계없이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았네요. 다행히 눈이 오는 날마다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운전 부담은 덜했습니다. 물론 타이어는 겨울용이 아닌 사계절용이고, 마모가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2019년 중반에 생산되어 만만찮게 경화된 상태인 만큼 운전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늘져서 살얼음이 낀 곳을 지날 때 액셀러레이터를 조금 깊이 밟으면 여지없이 계기판 ASR 경고등이 깜빡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1월에는 블랙 레이븐의 5단 자동변속기에 있는 윈터 모드를 처음 써봤습니다. 사실 특별한 기능은 아니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기본으로 물리는 기어를 2단으로 설정하는 기능입니다. 기어비가 작아서 1단으로 출발할 때보다 바퀴가 느리게 돌고 토크도 약하게 쓸 수 있게 해 주는 거죠. 기어 포지션 표시 옆에 있는 스위치의 'W'자 표시 부분을 눌러주면 되고요. 살살 모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 놓은 기능이니 차가 더디게 나가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안전이 중요하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줍니다. 참고로 'W' 아래 'S' 표시된 부분은 기본 모드로, 평소에 눌린 상태로 두고 몰면 됩니다. 'S'가 스포츠(Sport) 모드의...
12월에는 시승이다 행사다 해서 블랙 레이븐를 세워 놓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곳저곳 오갈 일들이 생겨, 좀 더 활동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하는 일들도 늘어났고요. 아래 사진은 일정 중 시간이 좀 애매하게 비어, 한적한 주차장에 블랙 레이븐을 세워놓고 잠깐 쉬면서 찍은 겁니다. 차가 기니까(‘크니까’라기엔 요즘 기준으로는 너비가 좀 아쉽죠) 동반석 등받이를 한껏 눕히니 상석에서 다리를 쭉 뻗고 쉴 수도 있네요. 단차가 좀 있긴 한데 많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요. 물론 90년대를 풍미한 현대 뉴 그랜저 같은 차들에는 동반석 등받이 일부가 뒤로 젖혀져 종아리 받침 역할을 하는 이른바 ‘레그 스루(leg-through)’ 기능도 있기는 했지요. 쌍용 체어맨은 앞좌석 사이드 에어백 때문에라도 그런 기능 넣기는 좀 어려웠을 겁니다. 주로 직접 운전을 하면서 쓰다 보니 뒷좌석에 앉을 일이 별로 없긴 한데, 이런 식으로라도 20여 년 전 ’싸장님‘들 럭셔리 카 라이프를 한 조각씩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뒤 유리와 양쪽 뒤 도어 유리를 가리는 롤러 블라인드도 있으니 분위기도 차분하고요. 다만… 다리 뻗고 쉬자니 뒷좌석 등받이 각도가 좀 애매해서, 쿠션이라도 하나 갖다놔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보다는 아이들이 탈 일이 더 많으니 그도 좋겠다 싶습니다. 한편으로 20세기가 낳은 울트라 럭셔리 초...
2023년 10월 24일에 2003년식 쌍용 체어맨 CM600S, 별명 '블랙 레이븐'을 인수해서 열심히(?) 잘 타고 있습니다. 이제 수시로 블랙 레이븐의 근황을 공유해볼까 하는데요. 우선 한 달 남짓 쓰면서 있었던 주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앞서 차 이야기와 함께 적었던 것처럼, 블랙 레이븐은 역대 제가 샀던 차들 가운데 처음으로 공인연비가 10km/L를 밑도는 먹성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특히 주유에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이전에 경험했던 차들과는 유지비 부담이 확실히 다를 테니까요. 첫 주유는 11월 9일에 했습니다.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면 주유하는 습관이 있어서 퇴근(?)길에 동네에서 주유했는데요. 처음 열어본 주유구 뚜껑은 차 만큼이나 튼실하게 만들었더군요. 크고 묵직한 것이 차와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다만 주유구 주변 아래쪽이 기울어 있어 물이 고이는데, 한쪽에 배수구가 있는데도 물이 완전히 빠지지는 않네요. 수시로 닦아줘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고 난 뒤에 몇 km 더 달린 뒤에 주유를 하니 60L에 조금 못 미치는 58.859L가 들어갑니다. 일차로 탱크가 차서 노즐이 자동으로 잠긴 뒤에 1,000원 단위 세팅하고 넣었으니 꽉꽉 채우면 좀 더 들어가긴 하겠습니다만, 평소에도 일부러 그렇게는 잘 안 하는 편이고요. L당 1,665원이어서 주변보다 단가가 조금 낮은 편이라 다행히 1...
[ 풀 버전은 제이슨류닷넷 웹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최근 입양한 2003년형 쌍용 체어맨 CM600S 이야기 최근에 좀 별난(?) 차를 입양한 김에 몇 자 적어봅니다. 이 차가 제 명의로 산 여덟번 째 차로, 제 스타일로 표현하면 ‘메탈헤드 스페셜 오퍼레이션 비히클 넘버 에잇(MSOV – Metalhead Special Operation Vehicle – No. 8)’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들인 차는 어찌 보면 특별… jasonryu.net 최근에 좀 별난(?) 차를 입양한 김에 몇 자 적어봅니다. 이번에 들인 차는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하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2003년형 쌍용 체어맨 600S입니다. 외환위기로 쌍용이 대우에 넘어갔다가 다시 독자 경영체제로 복귀하고 2003년 하반기에 페이스리프트한 뉴 체어맨이 나오기 직전에 출고된 1세대 체어맨 마지막 버전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는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께서 작년에 사서 한동안 쓰던 찬데요. 이동희 칼럼니스트가 인수한 직후에 유튜브 한상기 오토프레스 채널에 출연하기도 했던 바로 그 차기도 합니다. 차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쌍용 체어맨은 당대 국산차 가운데 많은 영역에서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차였죠. 태생이 메르세데스-벤츠기도 했지만 중형급이던 W124를 대형급으로 키우고 로컬라이징을 통해 뒷좌석 중심 고급차를 만들었으니까요. 차 자체도 그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