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 한겨레출판사 죽음을 앞둔 철학자의 마지막 일기를 읽었다. 유난스럽지도 않고 신파도 아닌 뭔가 고요한 죽음으로 가는 길 같았다. 저자는 임종 3일 전까도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글들을 썼다고 한다. 무엇이 그를 끝까지 쓰게 했을까. 무엇을 글로 남기고 싶었을까. 죽음 바로 앞에 서있는 철학자의 사유가 궁굼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주 잊는다. 14. 내일 죽어도 지금 당장 살아있기만 한다면 삶을 살아야한다는 말일까. 이 사람은 죽을 병에 걸려도 삶의 성실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고통과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삶과 성실을 논할 수 있을까... 돌보지 않았던 몸이 깊은 병을 얻은 지금, 평생을 돌아보면 만들고 쌓아온 것들이 모두 정신적인 것들뿐이다. 그것들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그것들이 무너지는 나의 육신을 지켜내고 병 앞에서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제 나의 정신적인 것은 스스로를 증명해야한다. 자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19.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부분이 죽어가는 육신의 고통 앞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혹여나 그렇게 될까봐 우려하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중첩되어 저자도 이것들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하는것 같았다. 사그라드는 생명과 고통의 두려움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신의 가치를 그는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