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 문학동네 책을 덮고 제목을 다시 봤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잊지 않는다"로 읽혔다. <소년이 온다>도 그렇고 한강 작가는 잊지 말아야 할 사실들을 작품에 녹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작가 같다.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어깨에 어렵고 무거운 짐보따리를 가득 얹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며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풀어 쓰는 것 같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묻히고 사라져왔다고 말하는 듯 했다. <소년이 온다>도 그렇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읽으며 무력감을 넘는 일종의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주인공 경하는 소설가다. 처음 장면이 경하가 꾼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눈이 내리는 숲에 수천 그루가 넘는 검은 나무가 경하를 적요하게 둘러싸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발 밑으로 점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모두 잠길거라는 생각에 초조함을 느끼며 잠에서 깬다. 나는 이 장면이 과거의 슬픈 역사인 제주 4.3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외면하고 불편하고 싶은 진실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검은 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보이듯이 그대로 남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경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수를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꿈에서 보았던 것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각자의 닥친 문제에 시간이 흐르고 계획은 점점 희미해진다. 친구 인선은 특별한 미인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