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 종종 가는 카페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떡하니 놓여 있어
깜짝 놀랐다. 그날은 반팔만 입어도 되는
날씨였기 때문이다.
성큼 다가온 겨울이란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날씨의 연속이라 올해는
크리스마스 연출을 시작한 카페와
광고들의 외침이 낯설게 느껴졌다.
몇 해 전만 해도 늘 새삼스러운
크리스마스였는데, 이젠 춥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여름과 동일한
실내 환경을 마주하면 심심하고 마음이 휑하고
그렇더라.
그래서 조명이라도 하나 키고, 부족하니
알 전구 조명을 늘어뜨리고,
기대 가득한 아이들을 위해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거나
오너먼트를 준비하는 등 흐름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혹은 키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는 작은 집에 매년
보관하며 꺼내 쓰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택배 상자를
오려 트리 흉내를 내거나 트리 diy를 구입해
한 해 쓰고 비우는 식으로 우리만의
성탄절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도 이쁘고 큰 거 좋아하고,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라도 마련하고 싶다. 나는 미니멀라이프 하려고 물건을 최소화하는 것보다
물건마다 소장하거나 하지 않아도 좋을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편에 가까운데 트리는 늘 미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좁은 수납장도 물론이고,관리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 생일 파티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념일에는 그때그때마다 작은 소품 하나씩
구입해 분위기를 냈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빨간색 눈꽃은
커튼레일에 365일 걸려 있어도 위화감
없는 겨울 크리스마스 소품이다.
예쁜 거 좋아하지만, 많은 돈 들이기는 싫고
크리스마스트리 필요하지만, 작은집 환경 상
부담스럽기에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꾸미기는 올해도 주섬주섬 집안 소품 끌어모아
꾸몄다.
크리스마스트리 없이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 줄 조명 하나만 있어도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잘 자라주고 있는 몬스테라에
작은 종을 달고 막내는 나무 집 주변으로
하얀색 목도리를 둘러 주었다.
알전구 조명은 빙빙 둘러 반짝반짝-
풍성한 맛은 없지만, 11월은 잠시
크리스마스 초읽기를 변명으로 이렇게나마
분위기를 내본다.
양말 소품은 작년에 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소품이다. 산타 할아버지,
올해도 자알 부탁합니다😎
작년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에서 구입한
크리스마스 소품은 일 년간 수납장에
잘 보관한 후 꺼내 왔다.
그리고 얼마 전 아이 생일에 준비한
보라색 초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고려하여
구입했고, 리시안서스를 주문하면서 서비스로
받은 붉은 국화꽃은 이렇게 성탄절 장식에
맞춤 꽃이 될지 몰랐다.
크리스마스트리 없이 집 꾸미기가 가능한
거실 한 공간. 시들어버린 보라꽃을 걷어 내고
생생한 붉은 빛깔만 남았다.
크리스마스의 상징적인 색깔로 억지
끼워 맞춤인 성탄절 분위기일지라도-
소소하게 마련한 이 작은 한 공간의
따스함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