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집을 설계하고 지어 풍성한 공간에서 살다가, 남편의 학업 연장으로 인해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지방에서 집 지을 돈으로 서울에는 전세집 마련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했죠. 전세가 귀한 시절, 정말로 집 한군데를 보고 바로 계약을 했었죠. 살고 싶은 동네는 정해져 있었고, 그 동네는 다름아닌 성수동이었습니다. 이 동네에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금액대로 찾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성수동은 아시다시피 신축 아파트는 거의 전무하구요. 아 물론 대단히 비싼 아름다운 아파트는 많이 있죠. 우리가 본 아주 오래된 구축의 아파트는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없는 컨디션의 집이었지만, 딱 하나, 시원~~~하게 청담동과 한강을 내다 볼 수 있는 12층의 한강변 아파트라는 사실에, 그래 언제 또 이런 한강을 내다보며 살 수 있겠어 하는 생각에 큰 고민없이 계약을 합니다. 당시에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을 함께 하고 있었기에, 제가 조금만 신경쓰면 공사비를 많이 절감할 수 있었기에, 정말 고쳐야 할 부분만 고쳐서 살자, 그리고 오래 살자.. 그렇게 다짐하고 전셋집 인테리어를 해버립니다... (이거슨 일이 아니므로, 대충 하였음을 감안해주시길) 처음 집을 보러 갔던날, 하필 깜깜한 밤이었고, 누렇게 색이 바랜 커튼보다 그 너머의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이 마음에 콕 박혀 버렸죠. 낮에 봤더라면 달랐을까요? 글쎼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