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얼마 전 고민에 빠져 연락해왔다. 회사에서 퇴직연금 상품을 선택하라는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DB형이니 DC형이니, 도대체 이게 뭐야? 그냥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면 되는 거 아냐?”라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도 처음 퇴직연금을 접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친구에게 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퇴직연금과 그 선택지, 그리고 왜 요즘 증권사로 몰리는지 쉽게 풀어보겠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이 아니다!
먼저, 친구가 가장 궁금했던 점부터 풀었다. “퇴직금처럼 그냥 한꺼번에 받는 거 아니야?” 아니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맡겨 퇴직 후 연금 형태로 나눠 받는 제도다. 이는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려는 목적에서 설계되었다.
퇴직연금은 크게 DB형(확정급여형), DC형(확정기여형), 그리고 IRP(개인형퇴직연금)으로 나뉜다.
DB형, DC형, IRP? 헷갈린다면 이렇게 이해해봐!
친구에게 간단히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DB형: "받을 연금이 정해져 있는 편안한 패키지 여행."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책임지므로 퇴직 후 얼마를 받을지 미리 확정된다. 투자 걱정은 없지만, 큰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DC형: "내가 일정 예산을 들고 직접 짜는 자유여행." 적립금을 가입자가 직접 투자 상품에 운용해 결과에 따라 연금이 달라진다. 수익이 크면 퇴직금도 늘어나지만, 반대로 손실이 나면 줄어들 수도 있다.
IRP: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용 카드." DB형과 DC형 가입자도 추가로 납입할 수 있고, 세액공제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친구는 “그럼 난 투자 같은 건 못하니까 DB형이 낫겠네?”라고 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왜 요즘 증권사로 몰릴까?
친구에게 통계를 하나 보여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증권사로 이전된 퇴직연금 금액이 1조 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에서는 IRP와 DC형 상품에서만 1,800억 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 “왜 다들 증권사로 갈까?”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의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만 취급해 평균 수익률이 낮다. 반면 증권사는 다양한 펀드, ETF, 글로벌 주식까지 투자 기회를 넓히면서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사례가 많다.
친구의 고민: “그럼 나도 증권사로 옮길까?”
친구는 그 자리에서 퇴직연금을 증권사로 옮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더 짚어줬다. “퇴직연금은 오래 묶여 있는 자금이라 단순히 수익률만 보면 안 돼. 네가 직접 운용을 잘할 자신이 있다면 증권사가 유리하고, 아니면 은행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도 방법이야.”
친구는 “그럼 IRP처럼 세제 혜택도 많은 걸 먼저 알아봐야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IRP 계좌는 연간 최대 1,800만 원까지 추가 납입이 가능하고, 세액공제를 통해 최대 148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연봉 5500 이하 기준, 초과인 경우 115만원)
퇴직연금은 ‘어디서 운용하느냐’에 따라 노후 자금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증권사로 옮기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하지만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은행의 고금리 상품도 여전히 좋은 대안이다.
마치며
퇴직연금 상품을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투자 성향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살펴본 DB형, DC형, IRP의 차이와 증권사와 은행 간의 경쟁 구도를 이해하면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글이 퇴직연금 선택을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투자에 대한 모든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