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전시
얼마전 한남동 리움미술관 전시로 피에르 위그 리미널을 소개해드렸었는데요.
오늘은 이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 전시회 후기를 전해드릴게요.
이번 리움미술관 소장품전에서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등 미공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평소에 보기 힘든 작품들이라 서울 가볼만한 전시로 추천드려요.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
🏰 장소
리움미술관 M2
🗓 날짜
2025.02.27 ~ 미정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 휴관)
🎫 입장료
현대미술 소장품전 12,000원 /
피에르 위그 리미널 + 리움 소장품전 20,000원
그간 리움미술관 정원을 지키던 필립 파레노의 막이 철거되었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이 들긴하지만 이를 대신할 멋진 조각상이 다시 들어서겠지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빌정도는 아니였어요.
피에르 위그 전시를 보러 방문한건데 의외로 리움미술관 소장품전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더라고요.
이유가 있겠지요?
(피에르 위그 리움미술관 전시는 난해한 부분이 있어 호불호가 나뉘는편이예요. 관람하시는데 참고해주세요.)
언제나처럼 오디오도슨트를 대여한 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를 사서 먼저 도슨트를 들어며 전시내용을 훑어본 후 입장했어요.
리움미술관 전시
최초 공개되는 소장품 27점 포함
총 44점이 전시되어 있음.
리움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전 관람전부터 만나보기를 고대했던건 바로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조각품 때문이였어요.
19세기 말에 청동으로 제작된 <칼레의 시민>에서는 위대한 영웅이라는 이상화된 기존 조각과는 달리, 인간의 본질과 내면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보이고 있어요.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칼레 시민들 중 6명이 도시를 구하기 위해 자원하여 목숨을 내놓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 영웅적인 희생을 로댕은 인간으로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두려움, 슬픔, 체념, 결의 등의 감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조각상에 드러난 6명의 표정에서는 영웅스러운 당당함 보다는 인간이 지닌 고뇌와 두려움 등의 복잡한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 년도가 신고전주의 전통의 영향을 받고 있던 19세기 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커다란 도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고뇌하는 로댕의 작품 앞에 큐레이션되어 있는 마크 로스코와 장욱진의 작품입니다.
둘다 1960년 작품이라는 것이 흥미롭네요.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추상작품을 좋아하지만, 반면 해석되지 않는 부분때문에 어렵다고 느끼기도 하는데요.
'색면 추상'의 대표화가인 로스코의 네모난 캔버스는 나만의 네모난 세상을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이라 온전한 해답은 없는것 같아요.
전시회 관람후 다른 분들의 평도 살펴보는 편인데 어느 평론가분이 이런 표현을 하셨더라고요.
로스코의 그림을 스러지는 빛, 또는 저무는 낮.
장욱진의 그림을 끝자락의 숨소리, 짙은 밤.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작품과 함께 보고 있자니 죽음을 마주한 그들의 두려움과 결의, 그리고 체념과 희망이 동시에 전해지는듯 합니다.
이번 한남동 전시는 작품 간의 연결이 인상적이였는데요. 큐레이션 또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멋진 큐레이션 때문이라도 리움미술관 방문을 권하고 싶네요.
얀보. 우리 국민은.
뜻을 모르고 보면 그냥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을 <우리 국민은>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복제해 250개로 조각내 세계 곳곳에 소장되고 있다고하네요.
리움미술관 전시에서 선보이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 옷 주름 부분입니다.
온 카와라. 1981년 7월 8일
직접보지 않고는 조각이 주는 깊이를 알수 없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입니다.
조각상을 보며 초현실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였을까 궁금해지더군요.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치며 효율과 실리만을 좇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는 육체는 결국 껍데기일뿐이며 의식속에 자리한 정신만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이라 말하고 있는듯합니다.
마치 미라처럼 보이는 여성의 얼굴에서는 깊은 고뇌가 전해지네요.
조엘 샤피로의 무제.
마치 춤을 추는 듯한 형태의 조각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서있어요.
나무결과 못 자국 등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이렇게 여러 상처와 흔적을 남기며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롭지만 꿋꿋히 춤추듯 서있는 모습이 삶의 무게를 견디며 균형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인상적이였던 작품입니다.
존 체임벌린. 도시의 빛.
리크리트 티라바닛. 무제.
94개의 전구가 만들어낸 물음표는 슬로바키아의 율리우스 콜러의 작업에 사용되는 물음표 기호에서 가져온것입니다.
리움미술관 10주년때도 참여했던 작가로 전통 예술을 거부한 작품활동으로 유명하다고...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재미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인것 같아요.
리처드 디콘. 아홉.
한남동 리움미술관 2층에서는 양혜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던 그녀인데요. 일상재료로 표현해낸 6점의 작품은 그녀가 한국에서 느낀 서울 시민의 초상이자 도시 서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작품 제목이 <서울 멋쟁이>, <씻고 닦고>, <약장수>, <얼굴 없는 미녀>인데 서울을 묘사한 방식이 웃기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이라 감탄스러웠어요.
한네 다보벤. 한국 달력
크리스찬 마클레이. 전화.
마클레이는 소리의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전화>작품은 130여개의 장면을 편집해만든 7분 가량의 영상으로 '전화를 받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다이얼 소리가 울리며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영상은 시각과 청각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감각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탐구하게 합니다.
재미난 영상이니 리움미술관 전시에서 꼭 보고 오시기바라요.
이 외에도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선보이고 있었던 리움미술관 소장품전이였어요.
접점이 없어보이기도하지만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등 소장품전에 놓여있는 작품들을 자세히 보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더라고요.
오디오도슨트가 있어 해설을 들으며 관람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울 한남동 전시이니 꼭 방문해보시면 좋겠어요.
서울 가볼만한 전시를 찾으신다면 한남동 리움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전,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