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베스트셀러
허송세월 김훈
별점 : 4.25 / 5.0
김훈 수필 추천 나남
2024.6.20 18000원 336쪽
김훈 작가의 글쓰기
그 강렬한 매력에 빠지다
김훈 작가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한국적이면서도 힘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이지리스닝 '뉴진스'보다는
쇠맛의 '에스파'에 가깝다고나 할까
독자를 배려하는 글을 전혀 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히진 않는다
곱씹어 봐야 한다. 여러 번 읽어봐야 한다.
문장과 단어의 정확성과 그 의미를
꼽꼽 씹어 삼키듯 열심히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다 보면 이윽고 느껴지는
한국어 문자가 갖는 참다운 맛
그렇지. 이게 '에세이'가 아닌
진정한 '수필'이지!
늘 김훈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 지점에서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김훈 작가가 말하는 삶과 죽음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하여
이번 김훈 작가의 <허송세월>은
제목부터 뭔가 세월이 느껴진다
나도 나이를 먹듯 작가도 나이를 먹었다
이제 김훈 작가는 밀려오는 그 한 가지 예감,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도 않고
어색하지도 않는 죽음이라는 단어.
그 단어가 이윽고 언젠가 찾아오리라는
그 믿음과 상상을 견지한 채 말이다
생.로. 병. 사가 본래 각각 독립된 범주가 아니라 한 덩어리로 뒤엉켜 동시에 굴러가면서 삶의 기본 풍경을 이루는 것이라고 나는 늘 느끼고 있었다.. 나이를 먹으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져서 시간에 백내장이 낀 것처럼 사는 것도 뿌옇고 죽는 것도 뿌옇다. 37쪽
김훈 작가님은 부쩍 아프신 것 같다
병원에도 자주 방문하고 입원도 한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주변에서는
즐거운 일이 아닌 슬픈 일에 대한 연락.
즉 누가 죽었다는 '부고'연락만 오기 시작한다
요즘엔 문상 가는 일이 잦아졌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죽으면 순서대로 가는구나 싶고,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이 죽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나와 동갑내기가 죽었다고 하면 올 것은 기어이 오는구나 싶다. 59쪽
이제 소설가의 풍경은 어느샌가
늙음과 죽음이 꽉 채운다
하지만 작가는 불안해하거나
허탈해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그저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담대하게 그 시간들을 향해 손짓한다
사실 죽음이라는 소재가 쉽지 많은 않지만,
김훈 작가가 다뤄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두렵기보다는 그럴 수 있겠다. 올 수 있겠다.
하는 가벼운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특히 나이가 어느새 저만치 들어버린
분들에게 더더욱 권해드리고 싶은 수필 추천이다
언어의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글쓰기
단어들도 멀어져 간다. 믿고 쓰던 단어에서 실체가 빠져나가서 단어들은 쭉정이가 되어 바람에 불려 간다. 단어들의 껍데기들이 눈보라처럼 바람에 쓸려 가는 풍경은 뿌옇다. 부릴 수 있는 단어는 점점 적어져서 이제는 한 줌뿐인데, 나는 이 가난을 슬퍼하지 않는다. 가난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39쪽
작가는 단어의 가난함을 고민한다
쓰고 있는 단어를 의심하고
인간 언어가 사물을 온전히 쥐지 못함을
그래서 불완전함을 이내 한탄한다
이리저리 주무르다가 버리게 되는
말들을 망설이며 다듬으면서
이렇게 써도 좋을까 안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애를 쓰며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어나간다
사물이나 현상은 수식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와 사소한 관련도 없다. 겨울은 춥지 않고, 여름은 덥지 않다. 꽃은 아름답지 않고, 똥은 더럽지 않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은 인간의 언어일 뿐이다. 144쪽
나이 든 작가의 글에서는
단어에 대한 깨달음이 느껴진다
평생 함께 살아와 의심하지 않고 쓰는
그 단어의 올바른 쓰임새를 묻는다
그 누구보다 간결하게 쓰는 작가인데도
자신의 글이 수다스럽다 말한다
오랫동안 한길만 파고든
고수의 벼락같은 깨달음이랄까
역시 세상 모든 진리는 단순하다는 걸
그것은 언어와 글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려주는
글쓰기 맛이 살아있는 수필 추천이다
김훈 작가의
언어를 만나는 시간
에세이 베스트셀러 <허송세월>
에는 이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세월호로 죽은 아이들부터
가난해서 태어나자마자 아이를 죽인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간 네 아이의 어머니
작가의 최근작 <하얼빈>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두봉 주교님의 웃음소리까지
꼭 허송한 세월을 담은
글만 있는 게 아니니 누가 읽어도
읽는 재미가 있을 수필 추천 <허송세월>
책을 덮으며 나의 리뷰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은 책에 대해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 건 아닌지
너무 많은 부사와 형용사를
남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허송한 리뷰가 되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나는 말에서 태어난 말을 버리고 사람과 사물에게서 얻은 말을 따라가기에 힘썼다.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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