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니카 이(ANICKA YI, b.1971)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을 소개합니다.
미술작품 전시라기보다는 작가의 실험실을 방문한 듯한 느낌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인공의 진화, 불변성, 영속성 등을 탐구하며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AI와의 협업 등 실험적인 작품들은 관객들의 여러 감각들을 자극하며 놀랍기도 신비롭기도 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시 소개
리움미술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을 포함한 최근작에 방점을 두고 이와 연결된 구작을 함께 전시한다.
지난 10년간 제작된 30여 점의 작품은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와 최근 경향을 폭넓게 보여준다.
전시 기간 : 2024년 9월 5일 - 12월 29일
관람 기간 : 화 - 일 (10:00-18:00)
관람료 : 12,000원 (모든 전시 통합권 18,000)
* 문화가 있는 수요일 50% 할인
주차 가능
문의 : 02-2014-6900
작가 소개 : 아니카 이
리움미술관
1971년 서울 출생, 뉴욕 거주 및 활동
2016년 지난 10년 동안 제작한 실험적 작품의 힘과 독특성을 인정받아 휴고 보스 상을 수상했습니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2020년 테이트 터빈 홀 현대 커미션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은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레바논의 잘 엘 디브 아이쉬티 재단, 덴버의 디케우 컬렉션, 클리블랜드 미술관,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재단, 뒤셀도르프의 줄리아 스토스체크 컬렉션,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미술관, 루벨 패밀리 컬렉션, 휘트니 미술관 등 여러 공공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ANICKA YI 인스타그램
ANICKA YI Studio

Informed by scientific research, biology, and perfumers, Anicka Yi has produced a unique body of work over the past decade at the intersection of politics and macrobiotics. Her practice questions the increasingly hazy taxonomic distinctions between what is human, animal, plant and machine, and is th...
www.anickayistudio.biz
작품 소개
꽃을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서 레진을 씌워 박제하고 플렉시 글라스에 붙여 제작했다.
유리판 안에는 금속제 아령을 배치하여 자연물의 가변성과 인공물의 불변성을 대비시킨다.
아니카 이는 2000년대부터 튀긴 꽃을 사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생물오손 조각> 연작은 튀긴 꽃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입니다. 튀겨진 꽃의 기름진 외형과 시큼한 부패의 냄새는 일반적으로 꽃이 상징하는 아름다움과 충돌합니다. 유기물로 이루어진 작품의 불안정한 상태는 작가가 이 작품의 유일한 창작자가 아님을 드러냅니다.
"생물오손"은 물에 잠긴 표면에 미생물이 붙어 자라면서 형성되는 생물막이 기계 장치에 손상이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인체나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침투해 균열을 일으키는 자연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곳곳에 자리한 유리 용기와 수족관 튜브는 내장기관을 연상시키며 작품에 이질적인 느낌을 더합니다.
리움미술관
빵 반죽을 이용해 인간의 소화기관을 은유한 작품으로 미생물에 의한 신진대사를 탐구한다.
전시장 천정에 매달린 커다란 노란빛 물체는 언뜻 곤충의 알이나 고치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체의 내장기관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해초로 만들어진 유기체의 형상을 닮은 이 물체 안에서는 로봇 곤충이 날아다니며 눈을 어지럽히는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주변 어디에선 가는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소리도 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치 살아 있는 기계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리움미술관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공중에 매달려 있는 조명기구처럼 빛을 발하기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촉수를 오므렸다 펴길 반복하는 방산충 연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포개어진 허파>는 5억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Cambria)' 첫 번째 시기에서 등장한 화석과 해양성 플랑크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섬세한 광섬유 표면의 빛이 파동을 일으키면서 내부 기계장치를 작동시킨다.
전시장의 회화 6점은 <양자 포말 회화> 연작으로, 알고리즘이 생성한 그림입니다.
아니카 이는 본인의 초기 작품 이미지와 조류, 박테리아, 세포 조직, 자연의 풍경 등을 알고리즘에 제공해 예측 불가능한 결과 값이 산출되도록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훈련된 알고리즘은 혈구, 조류 덩어리, 심해의 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추상적이 면서도 구상적인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작품의 제목 또한 기계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작가는 과거 작품의 제목과 해양 생물학, 시, 양자 물리학 을 결합한 텍스트 기반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으로 영어 제목을 완성한 후, 이를 암호화해 외계어처럼 제시합니다.
리움미술관
2층 전시실
박테리아를 사용한 신작 <또 다른 너>(2024)는 인간과 비 인간 생명체의 관계를 탐구한다.
끝없는 환영을 만들어내는 인피니티 미러 형태의 작품 속에는 해양 유래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박테리아가 자라면서 연하게 색을 발한다.
평범한 세균이 합성생물학을 통해 해파리나 산호와 같은 해양생물의 유전질을 계승하게 되는 과정은 고대의 바다와 현재의 우리 사이의 연결지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리움미술관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는 죽음 이후를 탐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公)>에 속하는 첫 번째 작 품으로, 작가의 사후에도 작업이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지난 10년간 아니카 이 스튜디오가 생산한 작업물을 데이터 삼아 훈련된 알고리즘은 스튜디오의 '디지털 쌍둥이'로 기능하며, 공동의 연구와 협업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아니카 이 스튜디오의 유기적인 작업 방식을 반영한다.
"예술작품에 대한 방향성을 탐지하긴 어렵지만 미지의 영역을 강화해 긍정적인 측면을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말한 작가의 '예술 진화론'이 보이는 작품이다.
*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 이진아 큐레이터와 UCCA 현대미술센터 피터 일리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서울 전시 종료 후 내년 3월에 베이징 UCCA에서 이어서 개최된다.
전시장에 방문하셔서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실험적인 작품들을 직접 보고, 듣고 그리고 향기로 느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