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약속 장소에 늦게 갔는데 친구가 없어서 실망한 사건
여기서부터는 오늘 이야기다.
요즘 매일 무서운 꿈을 꾼다며
탱이는 새벽마다 엄마 방에 와서 힝구힝구 하다가
엄마와 함께 아침잠을 자곤 했다.
스트레스가 심하구나. 싶어 다독여주었다.
오늘은 무서운 꿈을 안 꿨다면서
6시 50분에 깨서는 엄마 방으로 왔다.
엄빠 7시에 일어나는데 더 빨리 일어난 날!
근데 7시 35분까지 아무 준비도 안 해놔서
엄마 허파 뒤집어질 뻔 ^^^^
그래도 잔소리하고 보채면
더 말 안 들어서
타이머 맞춰주고
준비 시작 안 하면 친구 못 만난다고 얘기해 줌.
친구는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앞에서
8시 10분에 만나자고 얘기했었음.
뭉개다가 8시 13분에 집에서 나감.
8시 15분에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는데
친구는 없었음.
미리 준비 안 해서 늦을 수도 있으니,
늦어서 친구가 먼저 갔으면 실망하지 말랬는데
그래도 도착했는데 막상 친구가 없으니
실망이란다.
그니까 제발 준비할 시간에 놀지마..
실망해서는 학교 가는 길에도
조금 힘이 없었다.
가방도 메고 우산도 들어야 해서
더 힘들어하던 탱이.
장화도 마침 좀 커서 걸을 때 더 힘들었나 보다.
"엄마도 어릴 때
우산 들고 다니면 무거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하고 공감하며 말해줬는데
이눔시끼가
"엄마는 지금 안 힘들잖아!!!!" 하고
쏘아붙이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는 없었지만
쪼그만 놈의 의도는 '힘들다'는데 있기 때문에
화내지 않고 탱이 우산을 접고
탱이 잠바 모자를 씌운 후
내 우산을 같이 씌워주고 걸어갔다.
팔 좀 풀어라며 엄마가 우산이 되어주기로 했다.
ep.3.
선생님이 나를 못 보고 들어가시다니!
원래 집-> 학교 교문까지는 잘 도착하곤 했다.
이건 20일 등교 역사상 변하지 않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오늘은 교문에 도착하기 전
횡단보도에서부터
들어가지 않고 버티기 시전을 했다.
^^
사람들이 임산부인 나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이고 엄마 배불러서 힘들겠다."
내 마음을 알아주신 건 참 감사하지만
지금은 아이 마음이 더 중요한 시간이라
아이에게 한마디해 주셨으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나 보다.
"학교 가는 게 힘들구나. 막상 가보면 재밌을 거야."
라고는 아무도 해주시지 않아서
내가 했다!
탱이 양 팔을 내 어깨에 딱 끼고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말투는 밝고 명랑하게 했다.
강제적이지 않은 것처럼!
"우와 탱아 벌써 두 걸음 들어왔어?
잘 하고 있어!!!! 이렇게 해보는 거야."
사실은 내가 끌고 갔지만 끌려는 갔으니 뭐.)
"오늘도 선생님 만날 수도 있잖아!
지금 교문에 가면 선생님 만날 수 있을 거야!
가보자, 내려가보자!"
(늘어진 채 싫어 싫어 버티기 계속 진행 중)
"우와! 재밌겠다! 비도 오는데
안에 들어가면 훨씬 편안할 거야!
꼬수랑 담쓰 와있나 보자!"
"오!! 탱아 선생님 선생님!!!!
저기 하늘색에 꽃무늬 있는 우산 선생님 같아!"
(선생님도 비 와서 우산 때문에 탱이 못 보고
지나치심)
보셨으면 당연히 같이 가주셨을 텐데
못 보셨고
내가 탱이에게
"선생님!!!!" 하고 외치라 했는데
개미같이 '슨쉥님~' 해서
빗소리도 있고 우산도 시선을 가리니
선생님은 못 보시고 들어가셨다.
이미 들어가셨으니
빨리 탱이를 보내는 수밖에 없는데
이눔것은 선생님이 자신을 보지 못하셨다는 사실에
또 실망을 해서
더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 하하 ^^ 하하하... ^^
진짜 무겁고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포기하면 안 되니
끝까지 밝게 가보기로 했다.
질질 끌고 가면서
"우와 벌써 두 걸음 들어왔네!"
"우와 벌써 발 매트까지 왔네! 잘하고 있어!!"
(혹시 나에게 하는 응원인가? ㅋㅋㅋㅋㅋ)
힘차게 10cm 10cm 10cm 끌고 갔다.
등교 난항을 겪었던 날 뵈었던 선생님을 뵈었다.
엄마 배도 불렀는데 그냥 들어가자고 하셨다.
'오오 그 말씀은 말아주세용 선생님 ㅠㅠ
아이는 지금 지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탱이도 사실 배려할 줄 아는 아이랍니다.
등교는 힘들어서 그래요. ㅠㅠ '
마음속으로만 했다.
왜냐고?
애 끌고 가기에도 내 힘은 모자랄지 모르니까!
"친구들이 애기 같다고 한다
아무도 이렇게 하는 친구 없어." 하셨다.
이 말씀이 독약이 될까봐 못들은 척 하고
탱이를 계속 긍정의 언어를 해주며
끌고 가던 차였다.
탱이 반 친구들이 우유 바구니를 들고
반으로 가고 있다가 탱이와 마주쳤다!
그 선생님께서도
(학년 주임 선생님이신가? 연륜도 있으시고
1학년 아이들의 등교 상태를 거의 다 아셨다!))
친구 손 잡고 가라며
같은 반인지 아시고는 같이 가도록 도와주셨다.
탱이 반 담임 선생님은 이미 교실로 들어가셨기에
일부러 탱이만을 위해 나오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
탱이 스스로 해봐야 해!
그러면 조금 더 자기가 해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밝게 '내가' 인사하며
탱이를 건네주었다.
탱이는 계속 축 늘어진 채였지만
친구의 손을 잡긴 잡았다!!!
절친은 아니지만
웃기고 밝은 친구라 나도 기억하고 있는 친구였다.
탱이 친구들은 탱이가 웃겼나 보다.
"탱아 왜 그래?" 하며 웃었다. ㅋㅋㅋㅋㅋㅋ
나도 탱이에게
"탱이인지 우유 바구니인지 모르겠네.
이렇게 들려 가야 되네." 했더니
안 듣는 척하던 탱이가 웃겼는지
낄낄 웃었다.
진짜 겨우겨우 밀어 넣었다.
가긴 가더라.
다행이다.
탱이의 등교 거부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웃기고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겨주는
탱이의 순수한 친구들이 있어
엄마로서 참 감사했다.
저거다, 싶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도 오늘 잘했다.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탱이 마음도 헤아리면서
밝게 넘기려 했던 것 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후 연륜 있으시던 그 선생님과
몇 마디 나누게 되었는데
1학년 학생 중에 이런 친구가 없다고 하셨다.
1반에 비슷한 친구가 있긴 한데
엄마가 보내면 또 돌아와서 엄마에게 가고
보내면 또 엄마에게 가고
이런 친구가 한 명 있다고 하셨다.
비슷했다. ㅠㅠ
그 친구도 감정이 예민하고
엄마와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서
불안 때문에 엄마와 떨어지기 힘든 친구구나.
공감도 됐다.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둘째가 생겨서 그런 거냐고 물으셨지만
탱이는 이제 둘째에 대해 마음이 많이 열렸고
자기가 키울 거라며 좋아하게 되었기에
등교거부의 원인이 동생은 아니라고 본다.
어린이집 때부터 유치원까지 쭉 그랬다고.
정서가 좀 민감하다고.
아빠가 군인이라 어릴 때부터 거의 제가 혼자서만
키운 날이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해 주셨다.
잘 들어가고
막상 가면 잘 지내고 문제도 전혀 없으니
걱정 말고 몸조리 잘하시라면서
몇 번 인사해 주셨다. ㅠㅠ
감사합니다.
탱이는 비가 와서 짜증 나고
우산도 무겁고 등굣길에 친구도 못 만나고
선생님마저 자신을 못 봐서
오늘 아침에 많이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잘 해냈다.
잘했다고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