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등교 거부 학교 적응기 7.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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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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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등교거부 & 등교 적응기 7.

(내향, 예민, 민감하고 섬세한 아이)

ep.1.

초등학교 1학년의 쉬는 시간 에피소드

이 이야기는 지난주 화요일 정도의 얘기인데

주제가 나름대로 심오하다 보니

써야지 하던 것을 잊어버리고 쓰지 못해

여기에 에피소드로 추가해 보았다. :)

탱이는 하교를 하고 엄마와 만났을 때

제비꽃을 발견했다.

길 가다 제비꽃을 본 탱이는

"엄마, 오늘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이 꽃이 예뻐서 친구들이랑 따서 선생님 드리려고

따다 보니까 쉬는 시간이 끝나서

4분이 늦은 거야.

그래서 내일 벌 청소하러 아침 일찍 가야 해.

나는 애들이 끌고 가서 같이 늦은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고 웃겼다.

탱이는 고작 4분 늦었는데

약간 억울한듯한 내색을 했지만

"시간을 잘 지키기 위한 연습을 하는 거지,

벌 청소라고 해서 엄청나게 힘든 청소는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기쁘게 가보렴! :)"

하고 말해줬다.

다음 날 아침에도 벌 청소를 하기 싫어서

학교에 들어가기 싫어했지만

별거 아닐 거라 달래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

학교만 아니면 혼자 하기 미션은

잘도 수행한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다.

다음에는 단지 내 미용실에 다녀오라고 해야겠다.

앞머리 자르러 다녀오기 미션을 줘야지.


23. 3.22.

선생님을 만나서 같이 들어간 날

전날은 친구를 만나서 신이 나서

뛰다시피 하며 학교에 들어갔고,

어제는 친구를 만나지 못해 좀 실망은 했지만

교문 앞에서 담임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선생님과 함께 손잡고 교실까지 갈 수 있었다.

선생님과 마주친 덕분에

순조롭게 등교할 수 있었다.

우리 탱이 따스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ep.2.

약속 장소에 늦게 갔는데 친구가 없어서 실망한 사건

여기서부터는 오늘 이야기다.

요즘 매일 무서운 꿈을 꾼다며

탱이는 새벽마다 엄마 방에 와서 힝구힝구 하다가

엄마와 함께 아침잠을 자곤 했다.

스트레스가 심하구나. 싶어 다독여주었다.

오늘은 무서운 꿈을 안 꿨다면서

6시 50분에 깨서는 엄마 방으로 왔다.

엄빠 7시에 일어나는데 더 빨리 일어난 날!

근데 7시 35분까지 아무 준비도 안 해놔서

엄마 허파 뒤집어질 뻔 ^^^^

그래도 잔소리하고 보채면

더 말 안 들어서

타이머 맞춰주고

준비 시작 안 하면 친구 못 만난다고 얘기해 줌.

친구는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앞에서

8시 10분에 만나자고 얘기했었음.

뭉개다가 8시 13분에 집에서 나감.

8시 15분에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는데

친구는 없었음.

미리 준비 안 해서 늦을 수도 있으니,

늦어서 친구가 먼저 갔으면 실망하지 말랬는데

그래도 도착했는데 막상 친구가 없으니

실망이란다.

그니까 제발 준비할 시간에 놀지마..

실망해서는 학교 가는 길에도

조금 힘이 없었다.

가방도 메고 우산도 들어야 해서

더 힘들어하던 탱이.

장화도 마침 좀 커서 걸을 때 더 힘들었나 보다.

"엄마도 어릴 때

우산 들고 다니면 무거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하고 공감하며 말해줬는데

이눔시끼가

"엄마는 지금 안 힘들잖아!!!!" 하고

쏘아붙이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는 없었지만

쪼그만 놈의 의도는 '힘들다'는데 있기 때문에

화내지 않고 탱이 우산을 접고

탱이 잠바 모자를 씌운 후

내 우산을 같이 씌워주고 걸어갔다.

팔 좀 풀어라며 엄마가 우산이 되어주기로 했다.

ep.3.

선생님이 나를 못 보고 들어가시다니!

원래 집-> 학교 교문까지는 잘 도착하곤 했다.

이건 20일 등교 역사상 변하지 않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오늘은 교문에 도착하기 전

횡단보도에서부터

들어가지 않고 버티기 시전을 했다.

^^

사람들이 임산부인 나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이고 엄마 배불러서 힘들겠다."

내 마음을 알아주신 건 참 감사하지만

지금은 아이 마음이 더 중요한 시간이라

아이에게 한마디해 주셨으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나 보다.

"학교 가는 게 힘들구나. 막상 가보면 재밌을 거야."

라고는 아무도 해주시지 않아서

내가 했다!

탱이 양 팔을 내 어깨에 딱 끼고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말투는 밝고 명랑하게 했다.

강제적이지 않은 것처럼!

"우와 탱아 벌써 두 걸음 들어왔어?

잘 하고 있어!!!! 이렇게 해보는 거야."

사실은 내가 끌고 갔지만 끌려는 갔으니 뭐.)

"오늘도 선생님 만날 수도 있잖아!

지금 교문에 가면 선생님 만날 수 있을 거야!

가보자, 내려가보자!"

(늘어진 채 싫어 싫어 버티기 계속 진행 중)

"우와! 재밌겠다! 비도 오는데

안에 들어가면 훨씬 편안할 거야!

꼬수랑 담쓰 와있나 보자!"

"오!! 탱아 선생님 선생님!!!!

저기 하늘색에 꽃무늬 있는 우산 선생님 같아!"

(선생님도 비 와서 우산 때문에 탱이 못 보고

지나치심)

보셨으면 당연히 같이 가주셨을 텐데

못 보셨고

내가 탱이에게

"선생님!!!!" 하고 외치라 했는데

개미같이 '슨쉥님~' 해서

빗소리도 있고 우산도 시선을 가리니

선생님은 못 보시고 들어가셨다.

이미 들어가셨으니

빨리 탱이를 보내는 수밖에 없는데

이눔것은 선생님이 자신을 보지 못하셨다는 사실에

또 실망을 해서

더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 하하 ^^ 하하하... ^^

진짜 무겁고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포기하면 안 되니

끝까지 밝게 가보기로 했다.

질질 끌고 가면서

"우와 벌써 두 걸음 들어왔네!"

"우와 벌써 발 매트까지 왔네! 잘하고 있어!!"

(혹시 나에게 하는 응원인가? ㅋㅋㅋㅋㅋ)

힘차게 10cm 10cm 10cm 끌고 갔다.

등교 난항을 겪었던 날 뵈었던 선생님을 뵈었다.

엄마 배도 불렀는데 그냥 들어가자고 하셨다.

'오오 그 말씀은 말아주세용 선생님 ㅠㅠ

아이는 지금 지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탱이도 사실 배려할 줄 아는 아이랍니다.

등교는 힘들어서 그래요. ㅠㅠ '

마음속으로만 했다.

왜냐고?

애 끌고 가기에도 내 힘은 모자랄지 모르니까!

"친구들이 애기 같다고 한다

아무도 이렇게 하는 친구 없어." 하셨다.

이 말씀이 독약이 될까봐 못들은 척 하고

탱이를 계속 긍정의 언어를 해주며

끌고 가던 차였다.

탱이 반 친구들이 우유 바구니를 들고

반으로 가고 있다가 탱이와 마주쳤다!

그 선생님께서도

(학년 주임 선생님이신가? 연륜도 있으시고

1학년 아이들의 등교 상태를 거의 다 아셨다!))

친구 손 잡고 가라며

같은 반인지 아시고는 같이 가도록 도와주셨다.

탱이 반 담임 선생님은 이미 교실로 들어가셨기에

일부러 탱이만을 위해 나오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

탱이 스스로 해봐야 해!

그러면 조금 더 자기가 해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밝게 '내가' 인사하며

탱이를 건네주었다.

탱이는 계속 축 늘어진 채였지만

친구의 손을 잡긴 잡았다!!!

절친은 아니지만

웃기고 밝은 친구라 나도 기억하고 있는 친구였다.

탱이 친구들은 탱이가 웃겼나 보다.

"탱아 왜 그래?" 하며 웃었다. ㅋㅋㅋㅋㅋㅋ

나도 탱이에게

"탱이인지 우유 바구니인지 모르겠네.

이렇게 들려 가야 되네." 했더니

안 듣는 척하던 탱이가 웃겼는지

낄낄 웃었다.

진짜 겨우겨우 밀어 넣었다.

가긴 가더라.

다행이다.

탱이의 등교 거부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웃기고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겨주는

탱이의 순수한 친구들이 있어

엄마로서 참 감사했다.

저거다, 싶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도 오늘 잘했다.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탱이 마음도 헤아리면서

밝게 넘기려 했던 것 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후 연륜 있으시던 그 선생님과

몇 마디 나누게 되었는데

1학년 학생 중에 이런 친구가 없다고 하셨다.

1반에 비슷한 친구가 있긴 한데

엄마가 보내면 또 돌아와서 엄마에게 가고

보내면 또 엄마에게 가고

이런 친구가 한 명 있다고 하셨다.

비슷했다. ㅠㅠ

그 친구도 감정이 예민하고

엄마와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서

불안 때문에 엄마와 떨어지기 힘든 친구구나.

공감도 됐다.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둘째가 생겨서 그런 거냐고 물으셨지만

탱이는 이제 둘째에 대해 마음이 많이 열렸고

자기가 키울 거라며 좋아하게 되었기에

등교거부의 원인이 동생은 아니라고 본다.

어린이집 때부터 유치원까지 쭉 그랬다고.

정서가 좀 민감하다고.

아빠가 군인이라 어릴 때부터 거의 제가 혼자서만

키운 날이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해 주셨다.

잘 들어가고

막상 가면 잘 지내고 문제도 전혀 없으니

걱정 말고 몸조리 잘하시라면서

몇 번 인사해 주셨다. ㅠㅠ

감사합니다.

탱이는 비가 와서 짜증 나고

우산도 무겁고 등굣길에 친구도 못 만나고

선생님마저 자신을 못 봐서

오늘 아침에 많이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잘 해냈다.

잘했다고 해줘야겠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ep.4.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ㅋㅋㅋㅋㅋㅋ

유명한 말 한번 인용해 본다.

우리 아이는 정서가 매우 예민하므로

엄마의 심리상태와 기분을 잘 간파한다.

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감정이 예민하니

서로서로 서로가 그렇다는 것을 눈치채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나는 어른이다.

우리 탱이 예민한 건 기질일 뿐 잘못이 아니다.

단지 예민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힘드니

이겨내고 이 사회 속에서

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야 한다.

긍정적인 말들 많이 들려주고

잘 하고 있다고

좋아지고 있다고

많이 말해주고 안아주고

위로도 되어주자.

언젠가 더 컸을 때

학교 가기 싫은 날이 또 올 텐데

(매일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심어준 기억으로

학교에 힘내서 갈 수 있도록

자양분을 만들어 줘야지.

미술 안가는 날 돌봄교실 째고 벚꽃놀이 가자고 했던 것이 기대됐는지 벚꽃놀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탱이는 아직 모든 것에 적응 중이다.

이번 주부터 미술 학원에 다니는데

3시 반에 가기로 했는데

첫날은 2시 반에 갔다.

세시 반에 몰래 숨어서 탱이가 학원 가는 모습을

지켜보려 했는데

학원비 첫 결제하러 갔더니

세상에 학원 안에 탱이가 있는 거다......

2시 반에 왔다고 해서 그냥 학원비 결제와

조금의 상담 후 집으로 데려왔다.

그래서 2시 반으로 시간을 맞춰줬더니

어제는 2시 50분에 학원에 갔단다.

3시 반에 데리러 갔는데

나 원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왕 데리러 갔으니 그냥 데려왔다.

두시 반에 미술 학원으로 가라고

다시 말해줬다.

1학년 아이에게 핸드폰이 있다면

더 쉽게 소통했을 수 있겠지만

아직 우리 부부는 탱이에게

핸드폰을 사줄 생각이 없다.

적응하겠지.

두시 반 되면 미술학원 가야지 하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조금 덜 배우더라도

연습하고 익숙해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

기다려줘야지.

요즘 혼자 나가기 미션에 재미를 붙인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어제도 하교 후 편의점에 젤리 사러 가겠다며

하도 애원하길래

탱이 이제 그거 사면 용돈 다 써서

쫄쫄 굶어야 된다고 했더니

알겠단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저렇게 킥보드 끌고 나갔다.

내가 주차장에서 쌩쌩 달리지 말라고 했더니

주차장 아닌 곳으로 가겠다고

나름 FM이라 흙길 화단으로 가는 거 보고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바퀴가 굴러는 가니?

그리고 오늘의 등굣길.

좋아하는 어피치 우산이지만

학교 가는 길은 10분 넘게 걸리기에

우산을 든 팔이 너무 아팠던 모양.

그리고 친구들아 고마워.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집에 오는데

탱이가 좋아하던

벚나무 줄기에 핀 벚꽃을 보았다.

탱이는 줄기에 핀 벚꽃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탱이 같았다.

탱아, 다른 많은 꽃들이 가지에 피어있고

옹기종기 모여있지만

줄기에 핀 벚꽃도 벚꽃이고

오히려 특별해.

잔가지에 핀 것이 아니라서

더 견고하게 나무에 매달려있을 수 있지.

탱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줄기에 핀 벚꽃이야.

흔하지 않고 특별하지.

그래도 살펴보면 너만 그런 건 아니란다.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외롭진 않을 거야.

남들과 같지 않아도

너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그렇게 너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거야.

사랑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