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구석 어느 마을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존재했다. 장미 철이 되면 드문드문 SNS에 올라와 그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주로 올림픽공원을 찾거나 중랑구 쪽 장미 축제를 만끽하곤 했었다. 하지만 어느 사진작가 분 께서 담아 주신 그곳의 존재는 마치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한 인상을 가져다줬고, 그 의식의 흐름은 결국 내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하게 만들어 줬다.
올림픽공원 장미광장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갈 때, 지하철을 타고 천호역에 도착했다. 서울의 동쪽에 살지 않는 한, 8호선을 이용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하지만 그 드문 기회가 항상 가슴 설레게 만드는 곳으로 날 데려다 주니 이상하게 8호선을 이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 좋은 기분 한가득 머금은 채,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마법과 같은 공간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가는방법
네이버 지도 어플에서 바로 찾을 수는 없었지만 카카오 지도 어플에 '천호동 장미마을'이라고 검색하면 해당 목적지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지하철 8호선 1번 출구로 나와 바로 걷다 보면, '한흥 냉동설비'라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눈앞에 천호동 장미마을로 통하는 길이 보인다. 도보로 약 5분 정도 걸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있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다른 곳으로 빠질 수 있는 길도 있었으나, 장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 뿐이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듯 해 평일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에 편하게 즐길 수 있었고, 천호동 장미마을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처럼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한창 걷고 있었다.
"개화상황
양화 한강공원 장미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었다면, 천호동 장미마을의 생장 상태는 매우 좋았다. 골목을 걷는 내내 시들한 장미의 상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을빛을 머금은 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더욱 찬란하게 뽐내고 있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올림픽공원 장미광장도 자리했지만, 조금 후미진 곳에서 여유롭게 장미를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이곳을 찾는 곳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의 그 조화는 다양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그 구성이 단조로웠기에 각각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처음에는 이곳에 들어왔을 때 단조로워 보이던 그 구성에 어떻게 사진을 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머물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곳에 녹아들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을 바로바로 뽑아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골목길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주변을 정말 많이 왔다갔다 한 것 같다. 하나하나 밟아 갈 때, 골목길에 적힌 어린왕자의 그 감성이 생각나는 문구와 장미가 어우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기에 건물 틈 사이로 들어오는 노을 빛은 짙은 갈색의 벽에 맺혀 이유모를 편안함을 선사했다. 간간히 지나다니는 거주민들의 발걸음과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의 따르릉 거리는 소리가 참으로 평화로웠다.
동화 속 같은 골목이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덕분에 장미와 노을빛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머물던 자리에 잠시 멈춰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기도 했다. 더불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만화가 강풀의 캐릭터들로 꾸며져 있는 '강풀 만화거리'도 자리해 있기에 천호동 장미마을과 함께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찾는다면 노을빛이 맴돌기 시작할 때, 찾는 것을 추천한다. 화려한 장미 그 위에 살포시 얹혀진 그 빛이 가뜩이나 동화 같았던 주변의 분위기를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 줬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현실로 묵묵히 돌아왔다. 봄의 그 끄자락에 짧고 굵었던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아 생각이 날 때 마다 꺼내 봐야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주말 부터 한창 꽃망울을 터뜨린 녀석들의 향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