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의 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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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3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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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일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점은 내 기억을 외부 저장소에 보관해둘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록한 것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얼마전 저녁식사에 초대되어서 갔는데 내가 아이들을 '아가' 라고 부르는 것을 듣더니(중학생인 아이들) "이제는 아가가 아니지 않나요"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신다. 그래서 내가 쓰는 '아가'라는 말은 그냥 '애야'라고 부르는 호칭에 가깝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에 아이들에게 "아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던 기억을 내가 적었던 게 기억이 났다. 아이들이 그때 뭐라고 답을 했는지 생각이 안나 그 날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매일 글쓰기를 한지 1500일이 넘으니 좋은 점은 내가 기록해둔 글을 언제든지 찾아와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가' 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1년전에 썼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날 적었던 내용을 읽어드리니 재미있어하신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제 다 컸는데 '아가'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아이들은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사용해도 괜찮다고 답을 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다보니 기록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 사람의 역사와도 같은 기록은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저자가 기록하고 있는 여러 내용들 중 자신이 들었던 좋은 말을 기록해두는 것이 참 좋아보였다. 나는 아이들로부터 들었던 기발한 말들은 거의 기록해두었는데 내가 들었던 좋은 말은 별로 기록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좋은 말들을 잘 기록해두었다가 힘들 때 읽어보면 기운이 날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만 좋은 순간을 기록하는 1일 1줍이나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계절 사진을 모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나는 특히 가본 곳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을 안하는 편인데 공간에 대한 기록도 가끔 해야겠다. 이 책에 나와있는 기록 중에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읽은 책 기록, 문장 기록, 하루에 일어난 일 등이다.

중고등학교때부터 기록하는 걸 좋아했고 여전히 기록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기록을 보니 아직 그 정도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에세이나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을 모아두는 인스타 부계정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 본계정도 열심히 못하는 편인지라 부계정은 활용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말이다.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다. 기록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그런 점에서 매일 글쓰기는 소중하다. ​

오랫동안 한자리에 쌓여온 시간에 감탄하는 것. 그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남겨둔 한 사람의 성실함에 감탄하는 것. 일기의 대단한 점은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하루치는 시시하지만 1년이 되면 귀해지는 것. p.22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p.46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기록의 시작은 ‘적을 것’과 ‘적을 곳’을 분명히 하는 데 있거든요. p.80

그 뒤로 제가 들은 좋은 말들을 기록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은 생각보다 쉽게 잊히니까요. 나중에 들춰보면 내가 그때 이런 말을 들었구나, 누군가 건넨 이 말을 징검다리처럼 딛고서 한 시절을 건넜구나, 알 수 있는 기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힘든 날 열어보는 것만으로 차츰차츰 기운이 차오르게 하는 비밀 노트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p.107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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