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초속 5cm> 교직으로 발을 딛은 초창기에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이 잇달아 데뷔를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어른들이 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이해 못 했었는지, 그 심정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잘 들리지 않고 있던 ‘요즘 음악’. 때문에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혀 보겠노라, 노래를 일부러 찾아 들어 보고, 멤버들 이름을 외우는 노력을 잇댔던 나름의 자기 계발. 이젠 빅뱅의 멤버들 모두가 그 시절의 내 나이를 넘어선 시절. 또한 그 시절의 학생들이 어느 노래방에선가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있을 나이. 몇 달 전의 신보가 금방 구제가 되어 버리는 시대에, 누군가는 이젠 세월의 극간을 채우는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빅뱅의 히트곡을 찾아 듣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겠다. 내게도 빅뱅은 ‘거기서 멈춘’ 학교에 관한 한 자락의 추억이다. 신카이 마코토, <초속 5cm> 다른 직장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해야 했던 교직 시절 내내, 억지스레 단잠을 깨치며 꿈속으로 찾아들던 알람. 항상 꿈결 너머에서 들려오는 빅뱅의 「붉은 노을」은, 나를 현실로 소환하는 몽환적 주문 같은 느낌이었다. 늘 진동모드로 되어 있는 내 핸드폰이 유일하게 소리로 울리는 아침 기상 시간. 나는 항상 방 안 가득 울리는 「붉은 노을」로 창가에 터오는 푸른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