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81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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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 가설 :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이유

이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듯, 자기 중심적 사고로 일관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관계에 서툴렀다. 학교에서도 소년을 좋아하는 반 아이들은 없었다. 소년 역시 반 아이들 모두를 싫어했다. 외로움에 대한 반동은, 남들보다 뛰어났던 학습능력 안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실상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었고, 너무도 외로워서 공부밖에 할 수 없었던 순환. 어느 날, 교문을 나서는 소년에게 한 노신사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금을 이렇게 허비해선 안 된단다. 겸손할 줄도 알고, 남들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리고….”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건넨 뜬금없는 훈계에 소년은 어이없어하며 노신사의 말을 가로막는다. “이 할아버지 미친 거 아냐?” 소년의 성질머리에 기가 찬 노신사는 더 이상의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소년에게 다가가 대뜸 하고 싶은 말만 해댄 노신사 자신도 뭐 그렇게 예의가 있는 편은 아니다. 쓸쓸히 멀어져 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쓸쓸히 돌아선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시간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다.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타임머신을 발명하게 되었지만, 원래부터도 고지식했던 성격은 거듭된 실패 속에서 괴팍해지기까지 했다. 이젠 피붙이도 다 멀어져 버린 그에게 남은 것은 타임머신뿐이었다. 그에겐 타임머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단 하나의 이유가 되어 버렸다. 첫 실험...

202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