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라고 말하며 시몽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박스 밖으로 나오면서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 있었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 그 자세한 내용은 가물가물한데, 저자 분의 원고를 살피다가, 저자 분이 인용한 페이지에서 문득... 나는 블로그에 어떻게 적었었는지를 살피며 다시 정리. 폴은 다소 현실적인 여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랑에 관한 큰 상처도 지니고 있는 터라... 오래된 연인 로제의 ‘사랑해’라는 말에는 안정감을 느낄지언정, 그 어떤 설레임은 되지 못하는, 그저 익숙함이다. 그 익숙함을 떠날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정작 로제는 다른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다니는데... 어느 날 다가온 새로운 사랑. 아니 시몽의 일방적인 순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폴은 마음을 다 열어주지 못하지만, 그의 ‘사랑해’라는 말에 흔들리는 마음을 표정이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그 실상이 ‘기만’과 ‘거짓’일망정, ‘안정’과 ‘익숙’의 바깥으로 탈주할 용기가 없다. 더 사랑해서가 아닌, 감당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반동으로 회귀하는 합리화 기제가, 오래된 연인 로제이기도 하다. 로제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으로, 자신도 그를 사랑한다고 믿어버리는,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성격은 그녀가 하는 사랑과 닮아 있다. <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