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기차를 타고가는 출장이 있어 급행 지하철 시간에 맞춰 나갔다. 지하철을 내려 기차에 올라타기까지 나름 넉넉히(?) 15분을 잡고 나섰건만, 이놈의 급행 지하철이 무려 10분이나 연착해버렸다. 서둘러 다음 열차를 알아보는데 매진된 두 대 보내고 30분 뒤 차밖에 없다. 일단 표는 끊고 뛰어보기로 한다. 연착이 부담됐는지 지하철은 고속주행구간에서 평소보다 빨리 달렸고 기차 발차 7분을 남기고 수원역에서 도착했다. 수인분당선을 내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려면 지하4층에서 지상 2층까지 무려 5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야말로 계단 지옥이다. 게다가 대부분 계단참이 있을 정도로 높다. 두 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기다렸다 탈 여유도 없다. 사람들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7분이면 충분하다 되뇌이면서.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세번째 계단을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허벅지가 불타오르는 느낌이 아니라 불타오르기까지 못가는 느낌이 왔다는 걸. 정신없는 때였음에도 당시가 또렷이 기억난다. 나이 든다는 것이 다행이라 싶은 때도 적지않을만큼 나이듦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자연스러웠던 나이듦의 다른 징후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가장 낭패감을 느꼈달까. 사실 당연한 결과임에도 그리 느꼈다는 건 개인적으로 하체에 대해 갖고 있던 자부심때문이리라. 그런데 그게 언제적 하체 상태라 말인가. 게다가 매일 고층...
첫째가 이우고에 진학하면서 아내와 내게는 우리 학교가 두 곳이 되었다. 이우학교와 첫째가 졸업하고 둘째가 재학중인 수지꿈학교. 이우학교 부모교육(이하 새로나눔터)에 참가하면서 수지꿈학교에 입학해 부모교육에 참가했을 때와 다른 점들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우학교 새로나눔터 참가 후기와 버무려 정리해보려고 한다. 새로나눔터를 마친 소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면, '낯설지 않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는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9년 동안 구른(?) 입장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함께 구른 이들중에도 달리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우고는 대안형 특성화고등학교로 제도권 속 대안학교라 할 수 있고 수지꿈학교는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로 제도권 밖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새로나눔터에서 경험한 바로는 공통점이 많고 지향하는 바도 유사하다. 기존 공교육과는 다른 실험과 시도들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공동체 생활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기존 공교육과 다른 교육적 실험과 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각오'하고 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가 겪는 것이지 부모가 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런 듯도 하다. '공동체 생활과 더불어 사는 삶 중시'라는 대목은 달랐다. 부모들의 참여가 많은 비인가 대안학교를 경험하지 않는 경우, 많은 부모들이 놀라고 부담을 느끼며 강요받는다고 느끼는 듯 했다. 수지꿈학교에 입학...
수지꿈학교 중등과정이 주로 사용하는 별관을 구하고 부모들이 직접 인테리어 공사했던 이야기를 전한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고기동 초입에 있던 구 별관 계약이 끝나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해야 했고 몇몇 부모들이 마음과 시간을 내주면서 신속하게 미금역 인근(이라기엔...)에 적당한 물건을 얻을 수 있었어요. 구 별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망이 좋아졌으니 학교 바깥과 이어지는 수업들을 전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 별관에 비하면 거의 2배에 달하는 면적이어서 가벽 세우는 일과 전기 작업은 업자에게 맡겼지만 나머지 인테리어 작업은 역시나 부모들이 오가며 손수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벽 세우기도 부모들이 직접 했으면 했는데(대안학교 10년 차쯤 되니까 이런 지경이...), 결정은 제가 하는 게 아니니까요. 먼저 옆 상가쪽 벽에 흡음재를 꼼꼼히 시공합니다. 구 별관에서도 양쪽으로 차음재 붙이고 석고보드 덮었죠. 콘크리트 벽이 아닌 가벽인데다 천장 텍스 위로는 연결되어 있어서 두드러진 차음 효과를 보긴 어려운 조건입니다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야지요. 휑했던 넓은 공간에 벽이 올라가고 전기작업이 끝난 상태입니다. 아빠 2명이 건축자재 쓰레기 치우는데만 꼬박 하루 걸리더라고요. 먼지와 톱밥은 또 얼마나 날리던지. 쓰레기 치우고 나니까 매끈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교실 2개와 교실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용 ...
처마 끝단에 조로록 매달린 고드름은 겨울을 나타내는 표시기도 하지만 집에는 경고 표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붕에 아이스 댐(ice dam)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거든요. 고드름이 크지 않더라도 아이스 댐은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스 댐은 폭설 후 날이 풀어질 때 가장 흔히 발생합니다. 지붕 면에 맞닿은 눈이 녹으면서 흐르다 차가운 부위(주로 지붕 끝단)를 지나며 얼어붙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터워지다 댐을 만들게 되죠. 댐이 만들어지면서 지붕재 사이를 벌릴 수도 있고 지붕재를 고정한 못이 뽑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마 끝으로 흘러 홈통을 따라 배수되어야 할 눈 녹은 물이 얼음 댐에 갇히면서 고이고 뽑힌 못 구멍이나 지붕재 사이로 침투한 뒤 실내까지 스며듭니다. 집안으로 누수가 되는거죠. 아이스 댐 현상은 지붕재 종류에 관계없이 그리고 거의 모든 유형의 지붕에 생길 수 있습니다만 몇몇 유형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지붕은 경사를 잘못 잡는 경우 눈 녹은 물이 고여 큰 얼음판이 될 수 있고 외쪽 지붕(skillion roof)은 눈과 얼음이 지붕의 한쪽으로만 집중되면서 무거운 아이스 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스팔트 슁글뿐 아니라 징크 지붕재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금속 표면이 미끄러워 눈과 얼음이 잘 미끄러지지만 일부가 이음매에서 얼어붙기를 반복하면서 눈 녹은 물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금속 지붕의 경우...
연말연시를 온 가족이 앓으면서 보냈는데, 설연휴 즈음 들어 아버지가 편찮으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게 아닌 듯 한데 당신에겐 장난이 아니란다. 연세가 많지만, 동네 의원 주치의로부터 내원하는 비슷한 연령대 어르신들중 가장 건강하다는 말을 듣던지라 별 것 아닌 듯한 질환에도 오래 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뭐, 그보다는 건강염려증이 아닐까 싶을만큼 자신의 몸상태에 예민해 그럴테지만. 아버지는 유독 엄살이 심하다. 매우 그렇고 오래 됐다. 아픈 데 그럼 어떡하냐 멋쩍어하면서 본인도 일부 인정한다. 몸상태에 예민해진 이유중 하나일거다. 몸이 아플 때면 평소와 180도까지는 아니어도 150도 가량 다르다. 아버지가 몸이 아플 때 나오는 입버릇은 '(아파서) 죽을 지경이다' 감기도 독감도 체해도 다른 불편함에도 '죽을 지경이었거나 죽을 지경이다' 죽을 지경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안되려고 열심히 몸관리하는 중에 생기는 부작용이라 생각하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을 지경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해 표정이 굳는 걸 느낀다. 연세를 감안해보면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고 머리로는 그리 생각하고 있건만, 나 또한 아버지가 노쇠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그런가보다. 점점 잦아지는 아버지의 '죽을 지경이야'라는 표현을 어떻게 받고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는 많이 다르다. 앓는 중에는 자식들이 걱정...
서울과 수도권, 전북 동부 등 많은 지역에 최대 30cm의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초기에는 100년만의 폭설이 내린 지역이 있는데다 습설이어서 많은 피해를 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의 국지성 호우에 이어 겨울에는 폭설, 그것도 습설이 폭발적으로 내리는 양상이 보입니다. 지역도 가리지 않고 말이지요. 기상청이 2022년 일부 지역에 도입한 '눈 무게 예보' 지역을 확대할 정도입니다. 단독주택의 경우 지붕에 엄청나게 눈이 쌓일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건물 지붕 위에 쌓인 눈만으로도 눈사태가 날 수 있습니다. Roof Avalanche 라고 하는데, 사람이 깔려 죽는 사고가 뉴스로 보도되곤 합니다. 더구나 저 많은 눈이 습설이라면 끔찍합니다. 이번 겨울 폭설에 굵은 가지도 속절없이 부러져버린 나무 보신 분들 많을 거에요. 30평 지붕에 습설 30cm 쌓이면 무려 3.6톤 내부에 수증기를 머금은 습설의 무게는 건설의 2~3배에 달하고, 습설은 습기가 많아 잘 뭉쳐지는 탓에 쌓일수록 밀도 커지고 훨씬 더 무거워집니다. 쌓인 두께가 얼마 안 돼 보여도 굉장히 무겁다는 것이지요. 왼쪽 사진의 작은 원형테이블 위로 10cm 두께로 쌓인 습설의 무게만 자그마치 11.4kg 였습니다. 100㎡(30평 가량)에 눈이 5cm 쌓일 경우 건설은 200, 300kg에 불과하지만 습설은 약600kg에 달합니다. 오늘 대설특보에서 예보...
밤에도 낮처럼 밝은 지역에서는 빛공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암막커텐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면에도 TV 볼 때도 도움이 되지만 겨울에는 약간의 방한효과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겨울에 창문에 결로가 생기는 집에는 암막 커텐을 닫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에 결로가 맺히는 이유가 될 수 있거든요. 특히 원룸처럼 작은 집인 경우 더욱 그렇다 할 수 있겠습니다. 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실내에서 창은 외벽에 있습니다. 그리고 실내의 열이 창문 안쪽의 온도를 높여주는데, 여기에는 복사열과 대류로 인한 열이 작동합니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그 공기가 차가와지면 방 바닥쪽으로 내려옵니다. 겨울에는 외벽쪽이 차가우므로 외벽쪽에서, 외벽에 창이 있는 경우는 특히 그 부위에서 공기가 식으며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실내 공기가 순환됩니다. 이 때, 창문에 두꺼운 암막 커텐을 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복사열이 즉각 차단됩니다. 그만큼 창문 온도는 낮아집니다. 대류로 인한 열공급도 원활하지 않게 되고 창문 온도는 더 떨어집니다. 공기의 흐름은 막히지만, 공기 속 습기는 암막 커텐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실내 습도는 같은데 창문 표면 온도가 떨어지면서 이슬점에 이르게 되면, 결로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겨울철 창문에 결로가 생기는 집이라면 겨울동안만이라도 암막 커텐을 걷어두는 것이 나을텐데, 암막 ...
국내에서 쓰는 세라믹사이딩은 대부분 일본 제품입니다. 일본에서 1960년대 개발되었다고 하니 상당히 오래 됐지요. 일본 단독주택 외장재의 80% 가량을 점유할만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패턴과 색상이 다양하고 시공도 쉽고 무엇보다 값이 싸서요. 음? 세라믹 사이딩의 장점이 비싸지 않다? 국내에서는 비싼 외장재인데? 세라믹 사이딩은 일본에서 요업(窯業)계 사이딩이라 부르는데, 아래처럼 장단점 비교표로 떡 하니 제시하고 있습니다. 왼쪽의 장점에 '초기비용이 높지 않다' 명시하고 있죠. 단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라면 '유지관리 빈도가 높다', '소재 자체에 방수기능이 없다'인데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세라믹 사이딩은 시멘트 사이딩의 한 종류, 물 흡수해 세라믹 사이딩은 수분 흡수로 인한 하자가 생깁니다. 이상하죠? 세라믹이면 도자기같은 건데, 수분을 흡수한다니 말입니다. 시멘트 사이딩 표면에 세라믹처럼 보이는 코팅을 한 자재이기 때문입니다. 세라믹 사이딩의 단면을 확대해보면 표면 코팅층이 명확히 구분되지요. 그러니 일본에서는 그다지 비싼 자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시멘트 사이딩중 하나라는 것은 물을 흡수하는 자재라는 것이고 흡수된 수분으로 인해 터지는 등의 변형이 생기는 겁니다. 건축업 종사자 중에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 있다면 '세라믹사이딩은 영구적'이라는 말을 할 수 없을테니까요. 자외선에 열화되면 코팅면이 가루가...
EBS에서 세번째 시즌을 맞을만큼 인기 있는 프로그램 「건축탐구 집」을 보다가 흥미로운 주택을 본 김에 처마의 위력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 집의 경우 레인스크린을 적용하고 외장재로 쓴 탄화목을 오픈조인트 방식으로 시공하는 등 처마 외에도 다룰 것들이 더 있는데, 나중에 기회를 보도록 하고요. 오늘은 드라마틱한 처마의 위력에 집중하겠습니다. 처마는 벽체를 비와 햇볕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처마를 없애려면 벽체만으로도 비와 햇볕에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 몇 년간 지은 대부분의 주택은 처마가 무척 짧거나 아예 없습니다. 지붕선이 벽체와 맞닿아 이어져 딱 떨어지죠, 예쁩니다. 자재와 건축기술이 발전해서 문제없을 것 같지만 처마 역할까지 해내는 벽체 만들기는 지금도 어렵습니다. 처마가 없는 집의 경우 비가 내리면 벽체가 몽땅 젖습니다. 건물에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물 그리고 습기와 관련있는데, 건물이 많이 그리고 오래 젖어있을수록 하자는 늘어납니다. 처마가 짧거나 없는 주택은 우리나라처럼 여름철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는 지역에 적합하달 수 없습니다. 국지성 호우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처마없는 집은 하자문제를 일으키는 시한폭탄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그럼에도 목조주택의 경우 처마로 낼 수 있는 길이는 고작 60cm인데 효과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싶지요. 외장을 모두...
배 타고 들어가는 유일한 휴양림, 인천 옹진군 덕적도자연휴양림 올 6월 개장 예정 인천 옹진군 덕적도 휴양림이 올 6월에 문을 엽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1시간가량 가야 하죠. 예전에는 강화 석모도 휴양림이 배 타고 들어가야 했는데 지금은 연육교가 이어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휴양림은 덕적도가 유일합니다. 규모는 작습니다. 객실이 5개에 불과해요. 하지만 그만큼 한적하겠지요. 숲속의 집 4~5인실 2개와 4~5인 장애인실 1개, 6~8인실 2개입니다. 야영장은 데크 6개가 설치되고요. 올해부터 시행하는 ‘아이 바다패스’로 1500원이면 배편을 이용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앞으로 자월도에도 휴양림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2. 수락산자연휴양림, '수락 휴'라 이름짓고 4월부터 시범운영 개시 수락산자연휴양림 이름을 '수락 휴'로 확정했네요.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자연휴양림이라고 마케팅하던데, 울산 입화산휴양림이 먼저입니다. 화성 무봉산도 도심형에 가깝고요. 서울 최초의 도심형 정도의 수식어가 맞지요. 수락산 동막골에 위치한 ‘수락 휴’는 18개 동 25객실, 방문자센터, 레스토랑, 카페, 불멍 존, 무장애숲길을 갖추고, 지상 14m 높이 트리하우스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동두천 자연휴양림과 비교가 될 것 같네요. 오는 4월 시범운영을 거쳐 5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갑니다. 3. 충남 금산군 국립 금산자연휴양...
Britz BA-MK27 20년 8월에 사서 22년 10월에 택배로 AS를 맡기면서 경험한 내용을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전원케이블을 연결해도 켜지지도 충전도 안되는 증상때문이었는데요. 24년 여름 즈음부터 유사한 증상이 재발했습니다. 전원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작동하는데, 충전이 안되더라구요. 전원케이블을 꽂으면 충전중임을 알리는 빨간 램프가 들어왔다가 10분도 지나지 않아 꺼지는데, 완충된 줄 알고 케이블 빼서 작동해보면 금새 배터리가 없다며 꺼져버렸습니다. 또 충전쪽 문제여서 짜증이 조금 났습니다마는 지난 22년 AS가 워낙 깔끔하게 처리됐던 데다 비용도 들지 않았던 기억에 다시 한 번 보내보기로 했어요. 여전히 새 것이나 다름없는 외관이었고 언제부턴가 고쳐쓸 수 있으면 고쳐서 써본다 마음먹었던 터라 새 제품을 사고 싶은 욕구와 귀찮음을 눌렀습니다. 포장해 보내면서 못고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새 제품을 살 수 밖에... 라는 기대도 품고. 보낸지 일주일만에 AS기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해당 증상을 수리하려면 메인기판을 갈아야 하는데, BA-MK27 모델이 단종되었다면서, 수리비용을 지불하면 동급 제품(새 것)으로 교환해주는데 그리 하겠느냐 묻지 않겠어요?! 동급 제품으로는 아래 두 개 모델이 있다면서 말이지요. Britz BA-MK5 | Britz BA-MK250 억... 인터넷 최저가는 5만 원에 육박하고 BA-MK...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거의 매년 이용객을 대상으로 뭔가를 한다. 「OOO 아이디어 공모」인 걸로 기억한다. 이용객의 소리를 듣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이용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걸 뭐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서비스의 관점이 너무 이용객이 내는 소리에만 쏠려있는 점을 짚고 싶다. 이용객들은 '산림휴양'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른다. 이용객들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이 '산림휴양'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용객들이 경험한 것에 대해서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설이다. 이용객들은 다양한 펜션, 호텔, 리조트 등을 경험해봤다. 덕분에 국립자연휴양림의 객실과 부대시설 측면에서는 눈부신 변화가 있었다. 눈부시다 못해 휴양림의 객실로는 너무 과한 정도까지 가버렸다. 숲을 누리러 오라면서 쌔끈한 외관에 럭셔리한 인테리어,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라니 이게 뭔가. 숲으로 나가라는 건가 객실 안에 있으라는 건가. 국립자연휴양림이 그러면 안된다. 공립과 사립 휴양림들의 모델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고급화 경쟁에 휘말리게 될뿐 아니라 증가하는 조성 및 유지비용만큼 적자운영에 시달리게 될 공산이 크다. 지금 수준도 과하다, 더 나가면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되레 더욱 소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립은 말할 것도 없고 공립까지는 민간의 때가 뭍을 수 있다 해도...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십 년째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블로그 통계의 유입분석을 종종 살펴보는데, 최근 유독 눈에 띄는 검색어가 있더군요. 작년까지는 대안학교, 대안교육과 같은 검색어뿐이었는데 금년에 갑자기 등장했어요. '대안학교란' 짚이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안학교, 대안교육 들어는 봤는데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도무지 정리를 못하겠는거죠. 경쟁교육을 반대한다면서 대학진학성과를 내걸며 홍보하는 대안학교가 있질 않나, 일반학교 다니면서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을 한참 웃돌 정도의 학비를 내야 한다는 대안학교가 있질 않나, 찾아가봤더니 다 쓰러져가는 건물이 대안학교라는 곳이 있질 않나. 그러니 대안학교가 대체 뭔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대안학교란'이라는 검색어로 찾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이를 비인가 대안학교이자 대안교육기관에 보내고 있는 저희 부부도 그럴만한 환경이 돼버렸다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정리를 좀 해보려고요, 제가 알고 경험하며 알게 된 선에서. 대안학교란 일단 분류부터 해야죠. 인가 대안학교와 비인가 대안학교로 크게 구분합니다. 인가 대안학교의 법적 명칭은 '특성화학교로 지정된 대안학교'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제도권 학교 지위를 인정받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교육과정에 대한 일부 자율 허용을 제외하면 일반 학교와 같아요. 졸업하면 학력인정되고. 전국에 분산되어 있고 80여 곳 ...
장작이 타서 흔들리는 모습은 분명 형용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습니다. 장작에 불 붙이는 일이 능숙해지기까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함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벽난로나 장작난로 설치를 고려하는 걸 보면 그 매력의 강렬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만 하지요. 「우리가 모르는 에코하우스의 진실」을 쓴 도쿄대학대학원 공학기계연구과 건축학전공 교수인 마에 마사유키는 '장작난로(wood stove)는 하이테크'라고 말합니다. 단순해보이지만 장작난로의 선정과 굴뚝을 포함한 시공을 제대로 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테크닉이 필요하며, 원시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제대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거지요. 장작난로에 대해서는 최근 짓는 기밀성 좋은 집에 장작난로나 벽난로를 놓을 때 유의할 사항을 포함하여 다음 번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연료가 되는 장작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난로야 돈 주면 와서 다 설치해주지만, 장작 마련과 관리는 오롯이 집주인의 몫이자 매년 반복되는 현실이니까요.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봐야 하니까요. 난방용 장작은 얼마나 필요할까 장작 1kg당 열량은 20MJ 정도이고 등유는 40MJ입니다. 겨울철 난방에 필요한 열량이 통상 하루 200MJ이므로 10kg의 장작이 필요한데, 난방을 해야 하는 겨울을 100일 정도로 잡아도 10kg x 100일 = 1000kg, 약 1톤의 장작이 필요한 거지요. 당장 올겨울에 쓸 장작의 양만...
에구, A형 독감으로 나왔어요. 오래 앓으셨으니까 주사제를 처방해드릴께요. 타미플루는 닷새 먹어야 하거든요. 주사 맞으면 내일부터 말짱해질 겁니다. 주사제가 약 10만 원이다! 실손보험 적용 안됐으면... 어우 엉덩이 주사가 아니라 정맥 주사였다. 진짜(?) 환자된 기분. 의사의 말처럼 다음날 아침 단박에 호전됐다. 와우! 먹는 약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먹으며 5일을 버티느니 정맥주사 맞는 게 낫겠더라. 열이 안나길래 견뎌봤던 것인데, 무려 닷새를 앓고서도 나아질 기미가 없길래 병원을 찾았다가 겪은 상황이다. 하필이면 아내와 딸내미가 제주도를 간 사이 그랬다. 온몸이 쑤셨다가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났다가 목이 쓰라리면서 기침이 났다가 오한이 나기를 번갈았다. 하루에 거의 스무 시간을 자면서 보냈고 정신이 몽롱한 채로 성탄절도 지났다. 거기서 끝났으면 새해 시작은 멀쩡하게 맞았을텐데, 내게서 끝나지 않았다. 독감이 진정된 다음날, 일본에 사는 지인 가족이 입국해 며칠간 우리 집에 머물다 가면서 아들과 딸에게 독감같은 감기가 찾아왔고 결국 아내까지 옮아버렸다. 병원에서 검사를 했지만 독감은 아니었고 꼬박 처방약을 먹었으나 쉬 낫지 않았다. 처방약 외 일반 감기약도 수만 원 어치 사다 먹었음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밤은 날 제외한 셋이 고열에 시달려 돌아가며 이마와 목에 물수건을 올리느라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겨울에 돌고 있는 독감...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이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돌아이가 직무정지된 날과 시간이다. 불과 50여 분만에 투표와 개표를 마치고 탄핵이 가결되었지만, 탄핵소추의결서가 전달되어 실제 직무정지가 될 때까지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던 건 나뿐이었을까. 돌아이의 처분에 대해서는 길게 할 말이 필요치 않다. 요즘 같은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내란을 획책한 이들이 어떤 댓가를 치르는지 본을 세워야 한다. 혹독한 댓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끝내 내란에 동조키로 한 국민의 힘은 해산시켜야 한다 돌아이에만 눈길을 돌려서는 안된다. 내란에 적극 동조한, 국민의 힘을 내버려 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가결은 됐다지만 탄핵 표결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예상을 했음에도 그렇다. 찬성 불과 204표. 지난 첫번째 의결에서 표결에 참석조차 하지 않으면서 내란 동조세력임을 자처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국민의 힘에서 고작 12표의 찬성이 나왔을 뿐이다. 가결 직후 거리에서 울리던 사회자의 멘트가 또렷이 기억난다. "여러분 행복하지 않느냐고" 결과는 행복했지만, 내용은 불행했다. 매우 불행했다. 차라리 내란에 동조하겠다는 자가 96명(85+3+8)이나 된다. 국민의 의중을 대변하는 자들이 아니라 본인의 잇속을, 본인의 의중을 표시한 자들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부터는 우리도 함께 내란을 막았고 탄핵을 가결시켰다고 떠들 자들이다. 그러면 또 표를 줄 것이라 믿는 자들...
방문횟수 47만인데 상위 10%, 블로그가 얼마나 많으면! 네이버가 내 블로그 주제를 '미정'으로 정의했다. 죄 섞이고 있는 걸까? 전환하고 있는 중인 걸까? 나도 아직 모르겠다. 2024 마이 블로그 리포트 블로그 마을로 초대합니다: 지금 내 블로그 마을을 확인해 보세요! event.blog.naver.com
오늘 경주 토함산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반려견 동반 객실 시범운영을 올 연말에서 계속으로 연장했네요. 이번은 토함산자연휴양림 탐방기 네번째 이야기입니다. 해발 500미터에 자리한 야영장과 체육시설 그리고 잘 정비된 네 개 코스의 숲길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조류사 부근 갈림길(오른쪽 화살표)로부터 해발 100미터 위에 있는 야영장까지 1.5km 올라가야 하고 교행이 불가한 군데군데 기다리는 구간 마련되어 있으므로 조심히 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영장 초입인데요. 왼쪽에 샤워장, 맞은 편은 주차장입니다. 샤워장에 온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빼곡이 주차하면 20대 가량 댈 수 있을 법한 규모입니다. 샤워장과 주차장 바로 위에서 길이 좌우로 크게 갈라지고요. 왼쪽은 취사장을 지나 상단 주차장으로 이어집니다. 상단 주차장 옆에는 숲속 작은 도서관과 숲해설가가 근무하는 숲체험장 건물이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가면 화장실을 지나 체육시설이 있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차량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 한 번 돌아볼께요. 야영장 화장실을 지나쳐 계속 올라가면 체육시설로 이어지는데요. 탐방기 말미에서 전망대 → 체육시설 → 야영장 화장실로 내려오면서 다시 만나보겠습니다. 야영장이 자리한 곳은 해발 430미터 부근이고요. 데크는 6개 규격에 총 40개입니다.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 데크 크기를 색으로 구분할 수 있고, 1~21데...
8년 전, 2016년 광화문을 함께 한 촛불 램프다. 서랍 속에서 기념으로만 남아있길 바랬다. 다시 꺼내 불이 들어오는지 살펴보는 내내 착잡했다. 대통령 탄핵을 외치러 갈 일만큼은 없길 바랐다. 12월 7일 오전 10시, 돌아이는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역시 야당과의 협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박쥐 한동훈은 또 입장을 바꿨다. 12월 7일 오후 4시 경 신논현역 9호선 환승구간은 이랬다. 줄 서 있는 몇 분 안되는 동안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선 우리 학교 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한숨이 나왔다. 날도 추운 토요일에 이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제쳐두고 대통령 탄핵을 외치러 가야 한다니. 상황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다니. 버스를 내린 샛강역에서 걸어들어갔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는지, 여의도 공원 앞에서 더는 갈 수 없었다. 20대, 30대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 놀랐고 끊임없이 이어 외치는 시민들의 구호에 혀가 내둘러졌다. 그 정도로 절박했기 때문이리라. 많은 이들이 여당의 표결 불참을 예상했기에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나 또한 같은 이유로 나갔으니까. 예상대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을 제외한 국민의 힘 대다수는 본회의장을 떠나며 표결에 불참했다. 헌정 질서를 유린...
11월27일 목요일. 경기 남부에 첫눈이자 177년만의 폭설이 내렸다. 퇴근했더니 아들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단다. 작년 10월에야 무려 할머니가 직접 사주신 귀한 물건이거늘, 아무래도 눈밭에 떨어뜨린 것 같다고 했다. 하교 픽업을 갔건만 눈이 내려 학교로 올라갈 수 없자, 아내는 아래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오라고 했다. 차까지는 대략 200미터 비탈길. 얘가 얌전히 걸어내려갈 리가 없다. 지난 몇몇 글에서 썼듯 아들은 지.금.도. 눈이 많이 내린 날이면 몸을 던지고 엎어지고 눕고 구르고 미끄러진다. 발목으로 잔뜩 눈이 들어가고 신발이 푹 젖어도 개의치 않는다. 선생님들도 안다. 늬집 아들은 학교 앞에서부터 굴러 내려가더라 할 정도니까. 하교하는 차안을 샅샅이 뒤졌고 학교에 남아있던 돌봄 선생님께 부탁드려 선생님과 아이들이 놀이삼아 한참 찾아봤지만 못찾았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학교로 돌아가 파볼 수도 없다. 제 불찰로 잃어버렸기에 조용했다. 아니었으면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니다. 구글에 접속해 단말기 위치 확인해보랬더니 그새 그런 기능이 없어졌다. 혹시나 이통사에서 유심 위치 확인이 가능할까 싶어 문의했는데 확인해줄 수 없단다. 둘째는 아직 패밀리링크로 묶여 있는데, 그때 왜 구글 '기기 찾기' 앱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아내가 어떡하냐 묻기에 거실 책장 위에 잠자고 있던 갤럭시 폴더2를 건네줬다. 작년 10월까지 몇 년간 썼던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