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둘이 라오스여행에서 급성장염이 터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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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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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중 가장 여유롭게 잡은 날이 여행 중 최악의 날이 되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가면 가장 난감한 순간이 누군가 아플 때다. 애만 안아프면 되지, 라는 생각이지만, 막상 부모가 크게 아파버리면 그 또한 답이 없긴 마찬가지.

생후 13개월부터 정말 비니와 숱하게 여행을 가봤고, 단둘이 떠난 여행도 이번이 7번째였지만, 단둘이 떠난 여행 중에 장염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필자의 오랜 구독자들은 잘 아실테지만, 사실 여행 중에 급성장염으로 개고생한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그때가 19년도에 갔던 나고야여행이었다. 새벽부터 입질이 왔고, 이미 아침부터 뒤질 것 같았다. 곰이라도 있었지만, 곰은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레고랜드에 다녀올만큼 여행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었다. 지하철도 혼자 못 타는 여자였음. 가만히 누워 있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그날 레고랜드를 다녀왔는데, 그냥 죽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극강의 고통 속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숙소로 복귀했었다.


그때의 경험을 교훈삼아, 사실 라오스도 전혀 이런 예상을 안한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이미 라오스에 배앓이, 배탈, 급성 장염 같은 이슈가 많이 올라왔었고, 장티푸스 예방접종도 반드시 하고 가라는 지침에 있어서, 2주 정도 전에 보건소에 가서 장티푸스 접종도 하고왔다.

구체적으로 뭘 먹어서 이리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비니는 멀쩡한 걸로 추측컨데 뽈살에 함께 딸려온 쌈채소를 나혼자만 먹은 걸로 봐선 쌈채소가 문제인 것 같긴 한데, 여튼 뭔가 원인이 있었고, 그 날 저녁에 너무 많이 쳐묵어서 위장액에 세균이 제대로 살균이 안된 탓이지 않나 싶다.


전날엔 무사히 잘 잤는데, 새벽에 멀미 느낌이 살짝 왔다. 다시 잤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고 나서야 그분이 강림하셨다는 걸 직감했다. 2차례 화장실에서 물똥을 쌌더니만, 온몸에 욱씬거리고 몸에 힘이 쭉 빠지기 시작했다. 뒤질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혼자만의 여행이거나, 연인 혹은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다면, 그냥 난 오늘 좀 쉴께~ 하고 쉬면 그만이나, 문제는 초딩이랑 함께 왔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 밥은 먹여야 할거 아님? 그래서 곧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식당에 갔다. 난 도저히 먹을 기운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빨리 회복은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요거트만 2개 까서 먹었다.

점점 상황이 안좋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호텔 앞에 할리스 커피에 가서 사장님에게 부탁해서 함께 약국에 가서 제대로 된 약을 타올 수 있었다. 참고로 할리스 덕분에 방비엥 여행 편하게 할 수 있었다.

2알씩 하루 세번 먹으라고 했는데, 어제 한번 더 구입해서 8일차인 지금까지 먹고 있다.

먹으면 짜잔~ 하고 나아지는게 전혀 아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걸 먹나 안먹나 효과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민을 조낸 했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블루라군을 한번 더 가냐, 아니면 그냥 모든 일정을 스탑하고 호텔에서 요양을 하냐.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다면 블루라군이고 나발이고 그냥 숙소에서 쉬고 싶었다. 그 정도로 상황이 많이 안좋았다. 탈수증상으로 똥꼬로 물이 줄줄 쏟아지는 상황이었고,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처럼 욱씬 거렸다.

그런데 문제는 혈기왕성한 초딩이랑 같이 있다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놈을 하루종일 방안에 두기가 미안했다. 그래, 그래도 내가 아픈거지, 아들이 아픈건 아니니까, 아직 못 가본 블루라군2만 다녀오자. 그래서 1시간 넘게 침대에 누워 있다가 짐도 겨우겨우 싸서 다시 할리스 커피로 향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툭툭이를 타고 블루라군으로 향했다.

내가 블루라군1,3을 먼저 갔던 이유는 2가 가는 길이 험하고,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쉬벨 2로 가는 길이 어찌나 덜컹거리는지, 보니까 최근에 다리가 무너져서 우회하느라 길이 더 길고 심했다.

빨리 가지 못하니 바람은 안불지, 거기에 툭툭이라서 엉금엉금 덜컹거리면서 블루라군으로 나아가는데, 몸속에 있는 온갖 수분이 대장으로 빨려서 똥꼬는 폭발할 것 같고,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지옥이 따로 없었다. 똥꼬가 막히니까 자꾸 구토할 것 같은 기분까지. 미쳐버릴 것 같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약 50분 정도? 달려서 블루라군2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평상 같은 곳이 있길래, 거기서 30분동안 숨만 헐떡이면서 누워있었다. 그 와중에 비니가 숙소에서 가져온 꼬깔콘을 먹으면서 날 기다리는데 그게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알아서 노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렇다고 물에 들어가기엔 내 몸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현기증 오지게 밀려오면서도, 결국 비니를 데리고 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얕은 곳에서 몸만 담그고 뻗어 있었고, 비니는 그럭저럭 물 속에서 잘 놀았다. 밖에 누워있는 것 보단 물 속에서 둥둥 떠다니니 그나마 좀 괜찮았다.

2가 별로라더니, 나는 개인적으로 3와 2 둘다 좋았다. 2는 특히나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넓기도 가장 넓었고, 7미터가 넘는 다이빙대가 있었는데, 서양인들이 다이빙대에서 한껏 뛰어내렸다. 나는 안아파도 못할 정도로의 높이였다.

멘탈을 제대로 부여잡기도 힘든 순간이었지만, 그래, 그래도 이렇게나마 이 곳에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언제 또 여길 와보겠는가.

그렇게 약 1시간반 정도 놀고 나서 집에 가려는데, 저 사진 속에 있는 서양인 한 놈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냐, 어느 숙소에 왔냐, 묻는데, 순간 이 놈이 게이인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게이들한테 먹히는 페이스인가? ㅋㅋㅋㅋㅋ

돌아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젖은 몸 때문에 덥지 않았다. 가는 길에 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비니가 좋아했다.

그렇게 짧게 블루라군을 갔다가 돌아오니 오후 3시쯤이었다. 씻자마자 뻗어서 자버렸다. 1시간 정도 자고 나자 젖은 수영복을 빨리 말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다시 아픈 몸을 이끌고 빨래해서 널어놓으니 현기증이 밀려왔다. 다시 침대에 1시간 정도 누워 있었다.

젤 힘든건 저 놈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은 먹여야할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비니가 마사지가 받고싶다는거다. 온몸이 욱씬거리는데 마사지를 좀 받음 나으려나 싶어서 같이 받았는데, 장염 걸리면 마사지 받으면 안된다는 걸 이날 깨달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사지 다 받고 막판에 스트레칭 시켜주는데, 식은땀이 쭉 흐르면서 토하고 싶은걸 겨우 참고 내려와 급하게 결제하고 숙소에 와서 1시간 정도 뻗어 있었다.


문제는 애 밥을 아직 못 먹였다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나가야하는데 몸이 안좋으니까 그 상황이 미칠 것 같았다. 어제 먹었던 그 뽈살이 먹고 싶다고 해서, 함께 뽈살집까지 걸어가서 뽈살사고, 한인마트에서 신라면을 구입해서 비니에게 밥상 차려주고 다시 쓰러졌다. 한인마트에서 산 포카리 2병 홀짝였다. 참고로 나는 그 날 아무것도 못 먹었다.

비니 밥 먹은거까지 치우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밤 9시에 불을 끄고 잤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3시간 주기로 깨어나서 물똥 싸면서 잤다. 무슨 물이 죄다 똥꼬로 나오는데, 관장 하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지금도 그렇다는거임 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