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뛰어노는 육아 문문이에요 😈
아이의 첫 숙제가 있던 날
아이가 하원 후 집에 와서는 알림장부터 부랴부랴 보여줍니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주말 동안 그림 그리기 숙제를 해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아들이 벌써 숙제를 하는 나이라니, 그저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지는 엄마와 달리 7살 베베는 하기 싫은 얼굴을 하고 있네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요. 집에 온 베베는 본인의 숙제에 대한 책임감도, 의무감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와 숙제를 하면서 숙제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를 인지시켜 주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엄마, 숙제는 왜 해야 되나요?
아이들은 당연히 숙제를 하기 싫어합니다. 베베도 벌써부터 뚱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숙제가 뭐야?'라고 물어보니 '공부'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집이란 하루 스케줄을 마치고 쉬는 공간인데 집에 와서까지 공부가 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어른들은 흔히 숙제를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기르기 위한 단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떤 어린이가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숙제를 하려고 할까요?
여기서 우리는 숙제를 대하는 아이와 부모의 입장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부모에게 있어 숙제를 하는 행위란, 아이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한 연습 과정입니다.
아이에게 있어 숙제란? 어른들이 하라고 하니 일단 하는 공부입니다. 학습기관 외의 장소에서까지 강제로 해야 하는 공부, 그렇기에 아이들은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것입니다.
숙제란?
학습적 의미를 떠나서
나의 실력을 자랑할 수 있는 시간
저는 예전부터 숙제를 나를 뽐낼 수 있게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숙제 검사 시간은 배운 것을 토대로 누구보다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나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는 숙제를 스스로 하던 어린이였습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도 따라왔습니다.
그렇기에 베베에게 숙제란, '내가 가진 멋진 실력들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랑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려면 누구보다 더 연습을 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며 그 노력의 끝에서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았을 때의 짜릿한 맛까지 설명해 주었죠.
숙제를 스스로 하는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의무성을 강제 습관화하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선의의 경쟁심을 느끼고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맛보는 과정을 강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숙제하기
그림 숙제 편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해 준 후, 함께 그림 숙제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습니다. 아이의 첫 숙제인 만큼 자리에 함께해 주기로 합니다.
아직은 혼자서 끝까지 해내기에는 어린 나이이기도 하고, 이맘때의 아이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해 줄 수 있는 부모가 옆에 자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내기 때문이에요.
아무튼 확인해 보니 아이의 그림 숙제는 진행 순서의 2번째 과정이네요. 열린 결말을 하고 있는 해당 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서 그려오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 3번째 과정을 보니, 자신의 그림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까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림 숙제를 마치고 7살은 경험해 보지 못한 '발표'하는 연습까지 함께 해 보도록 할 거예요.
이래나 저래나 결국은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에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처음보다 한결 좋아진 모습이에요.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와중 도와달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옵니다. 눈빛을 읽은 저는 '엄마는 도와주지 않을 거야. 이건 베베의 미션이거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 맞춤 설명).'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베베는 '친구들이 못 그렸다고 놀리면 어떡하지?'라는 의외의 대답을 합니다. 자신의 그림에 자신이 없어서 엄마의 손을 빌리고 싶었나 봅니다. 자신감을 독려해 주고 싶었던 저는 베베에게,
'베베야, 유명한 사람들 중에서는 코끼리 똥 같은 거 그리고 박수받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도 엄청 못 그리는데 왜 사람들은 그걸 보고 박수를 칠까?'
'똥이 웃기게 생겨서 박수치는 게 아닐까?'
'아냐. 못 그렸지만 그 아저씨는 당당하거든. 거기에 박수를 치는거야. 그 사람의 자신감에! 딱 압도된다 이거지!'
라는 말을 해 주며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과 오버스러운 제스처를 보여 주었습니다. 엄마의 재롱에 기분이 좀 풀렸는지 웃으며 다시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아이와 함께 숙제하기
발표 연습 편
베베는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있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7살이 되어서는 남들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신경을 쓰기 시작했죠. 타인의 앞에서 '창피함'을 느끼는 상황에 크게 슬퍼했던 모습들을 알기에 발표 연습을 한 번 해 보고 등원시키기로 합니다.
'발표가 뭔데?'라고 묻는 베베를 위해서 또 시범을 보여주는 엄마 문문입니다. 큰 소리로 씩씩하게 ‘어때, 내 숙제 멋지지!’식의 자신감 있는 액션을 중점적으로 오버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엄마의 재롱이 늘 웃긴 베베는 엄마처럼 똑같이 해 보겠다며 그림 숙제를 씩씩하게 준비합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아이는 원에서 발표를 하고 있을 테지요. 친구들이 발표할 때도 놀리지 말고 있는 힘껏 박수를 쳐 주고 오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여러모로 잘 하고 올지 궁금해지네요.
모쪼록 원에서 즐거운 숙제 검사 시간을 가지며 첫 숙제의 기억이 행복하게 남길 바랄 뿐입니다.
👶 문문의 3줄 요약
✔ 베베의 첫 숙제를 함께 해 보았어요.
✔ 숙제란 무엇일까요? 숙제를 왜 해야 할까요?
✔ 아이에게 숙제를 강제 습관화 시키지 마세요.
이번 포스팅을 참고하시고 응용하시어
아이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