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한아뿐
9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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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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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지구에서한아뿐 #정세랑 #난다 초등학교 삼 학년 무렵, 나는 청학동으로 수련회를 갔던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외박을 한다는 점과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고 하룻밤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내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고, 그렇게 도착했던 청학동은 그런 기대를 처참히 박살 내는 곳이었다. 우리가 하는 것에 따라서 천사가 되고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교관의 말과 함께 우리는 처음 보는 기구를 비롯하여 한문을 외우고 시험을 봤고,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반나절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온몸이 녹초가 된 후에 숙소로 들어와서 가져왔던 짐을 풀고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가 싸주었던 편한 옷가지들 사이에서 배고플 때 먹으라며 넣어둔 귤 두 개를 보고 괜히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저녁 시간이 지나고 캠프파이어를 한다는 말에 운동장으로 나가게 되었고, 커다란 장작더미를 기준으로 둥글게 선 후에 우리는 열심히 춤을 췄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나와 친구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춤을 췄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10살짜리 아이들에게 왜 그리 강압적인 수업과 훈계를 들어야만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돈을 내고 참여한 수업인데 말이다. 그렇게 10살 인생 중 최고의 광란의 밤을 보낸 후에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음료를 많이 마셨던 탓일...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