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키워드 91
2023.04.2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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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가진 존재를 만든 후 생명을 앗아가는 것보다 아예 생명을 태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윤리적인가?」|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마이클 셀런버거

#지구를위한다는착각 #마이클셀런버거 #부키 2018년. 스타벅스는 전국 100개의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것을 도입했다. 2017년도에 대한민국의 스타벅스에서 사용할 일회용 빨대의 갯수는 총 1억 8천만개이며, 이를 일렬로 놓아둘 시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만 이정도의 사용량이니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에서 사용할 일회용 빨대의 갯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렇기에 스타벅스는 2018년 일회용품 줄이기 대책으로 일회용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전국의 100개의 매장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전국의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부터 플라스틱은 환경 파괴의 주요인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 게시물에서는 플라스틱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먼저 책에서 등장한 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마이클 셀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의 3부.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에서는 보트를 타며 바다거북을 보고 있던 크리스티네 피게너는 바다거북의 코에 이상한 것이 껴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디오카메라를 켜고 녹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거북이가 재채기 하는 모습을 보고 코에서 뭔가를 빼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물체 일부를 뽑아낸 뒤, 보트 바닥에 피가 떨...

2022.03.21
2023.11.08참여 콘텐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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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이곳에서는 단 한 번의 살인만 일어날 거다.」|해리 포터 - 아즈카반의 죄수 미나리마 에디션

#아즈카반의죄수 #해리포터 #미나리마에디션 #JK롤링 ※ 이 글에서는 <아즈카반의 죄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리포터 미나리마 에디션 <아즈카반의 죄수>가 출간되었다. 비밀의 방 이후로 소식이 없었던지라 언제쯤 출간하는지 진짜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올해가 끝나기 전에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리마 에디션은 매번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책 속의 일러스트와 종이 공예를 보는 맛이 일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기대 이상으로 이쁘게 나와서 읽는 맛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출·퇴근을 하며 버스 안에서 읽곤 했는데, 뭔가 커다란 책을 읽으면서 또 그 안의 종이공예.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리 포터를 보고 있다는 그 순간 전체가 너무 낭만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책 내용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아즈카반의 죄수는 전작인 비밀의 방과 동일하게 해리가 더즐리가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해리는 방학 숙제를 하고 있었고, 그 순간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론 위즐리! 해리 포터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버넌 이모부는 해리 포터라는 애는 여기에 없다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번에도 여전히 사이가 나쁜 더즐리가와 해리 포터. 작품을 읽을 때마다...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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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이 열렸다. 후계자의 적들이여, 경계하라.」|해리포터 - 비밀의 방 미나리마 에디션

#해리포터비밀의방미나리마에디션 #JK롤링 #문학수첩 ※ 이 글에서는 <해리포터>의 내용의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해리포터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나는 해리포터를 영화로 먼저 접하였는데, 최근에 책으로 읽으며 영화에서는 꽤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지니 위즐리가 해리 포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보다는 책에서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책에서는 영화보다 세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영화에서 생략된 상황들을 자주 보여주었기 떄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리포터 - 비밀의 방>은 더즐리네 집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는 해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리는 자신의 마법도구와 책들을 모두 이모부에게 빼앗기고 무료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편지를 하겠다던 론과 헤르미온느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해리는 괜스레 섭섭한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더군다나 더즐리네 가족들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넌 이모부의 중요한 거래상대인 메이슨씨의 부부가 집에 찾아오게 되었고, 이모부는 해리에게 윗층에서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있을 것을 권한다. 그렇게 자신의 방에 가게 된 해리는 침대에 앉아 있는 처음보는 생물을 보게 된다. 도비 ㅠㅠㅠㅠㅠㅠㅠㅠ 침대 위에 앉아 있던 건 "도비" 라는 집 요정으로 ...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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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지팡이를 고르는 게 아니라 지팡이가 마법사를 고른다는 거, 기억하지?」|해리포터 - 마법사의 돌 미나리마 에디션

#해리포터마법사의돌미나리마에디션 #JK롤링 #문학수첩 이 글에서는 <해리포터>의 내용의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해리포터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나는 부끄럽게도 해리포터를 작년에서야 보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쩌면 해리포터를 이제야 본 게 왜 부끄러운 일이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해리포터를 보기 전에 주변에서부터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 있었다. 왜 아직도 해리포터 안 봐? 아니 인생 절반 손해보고 살았네 너.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냈다.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해리포터 안 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렇게 퇴직을 하고 텅 비어버린 시간을 즐기다가 작년에서야 해리포터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왓챠에서 <마법사의 돌>을 시청하기 시작하면서부터 4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죽음의 성물까지 다 볼 수 있었다. 죽음의 성물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깊은 여운과 함께 "아 나는 인생의 절반이 아니라 그냥 인생 자체를 손해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해리포터를 처음부터 즐겼더라면, 주인공들과 같이 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영화관에서 그 시절의 느낌 그대로 해리포터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물론 해리포터는 책이든 영화든 상관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고, N회차를 할 만큼 정말 잘 쓰여진 소설이지만, 그...

2022.01.09
2024.10.23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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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막으면 막아지고 닫으면 닫히는 것이 마음이라면, 그러면 인간은 얼마나 가벼워질까.」|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내게무해한사람 #최은영 #문학동네 내가 초등학교 이 학년일 때.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Y의 집에 놀러 가곤 했었는데, 하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와중에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꼬마야!" 하는 소리에 옆을 쳐다보니 붉은 목도리를 하고 있는 여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한참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가 어쩌면 빨간 마스크가 아닐까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빨간 목도리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유치한 상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꼬마야, 갑작스럽긴 한데, 나 앞머리 내린 게 나아, 아니면 없애는 게 나아?" 그녀는 앞머리를 만든 모습을 보여줬다가, 다 봤냐고 묻고는 다시 앞머리를 넘겨서 보여주었다. 어때? 어때?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다소 이상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실제로 앞머리가 있는 게 더 이뻤기 때문에, 앞머리가 있는 게 더 이쁘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리고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그녀의 말이 빨간 마스크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빨간 마스크에 이은 빨간 목도리 귀신이면 어쩌지 하는 고민들이 생겨났다. 그러니까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빨간 목도리 안에는 목이 없고, 목도리를 풀면 그녀의 머리가 땅에 툭 - 하고 떨어질 것만 같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녀는 이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고맙다고 말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

2024.10.23
2023.04.19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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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일의기쁨과슬픔 #장류진 #창비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다녔을 때, 친한 서점 사장님께서 이 책을 빌려 주셨던 기억이 있다. 책을 빌려주시면서 "아직까지는 이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겠지만, 조금만 더 일을 하다보면 공감가는 내용이 많을 거야." 라고 말해주셨었다. 그 말 그대로 그때 읽었을 땐 그저 평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의 일들을 엮어서 출간한 그런 소설집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퇴사를 하고, 다른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장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회사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로 이루어진 단편 소설집이다. 회사내의 사소한 갈등부터, 싫어하는 사람에 관해서, 출근 길에 있었던 일 등의 이야기들을 가독성 좋은 문체와 가벼운 분위기로 풀어내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읽어보는 <잘 살겠습니다>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 예상했던 어려움은 이런거였다. '이걸 왜 나한테 줘?' 하는 눈빛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만 청첩장을 주기로 했고, 줄까 말까 싶으면 안 주는 쪽으로 하객 명단을 만들었다. '왜 나는 안 줘?' 때문에 곤란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물며 그렇게 묻는 사람이 빛나 언니일 줄이야. 빛...

2022.06.30
2024.01.21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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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대도시의사랑법 #박상영 #창비 자주 가던 쌀국수 집에서 A와 함께 저녁을 먹은 날. 그녀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혔다. 사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큰 감흥은 없었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밥을 먹을 뿐이었으니까. 사실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것보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나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는 것이 더 놀라웠다. 동성을 좋아하든, 남자와 여자를 다 좋아하든 나에게는 크게 상관있는 문제가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얼마 보지 않은 나에게 얘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잠시 스쳐간 후에 나는 다시 쌀국수 국물을 떠먹으며 "그래?"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히려 그녀 쪽에서 나에게 다시 되물었다. "반응이 그게 끝이야?" "응. 뭐 더 놀래야 했던 거야?"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녀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 후에도 나는 그녀를 종종 만났고, 밥을 먹거나 카페에 가서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가 말해주는 러브 스토리들을 듣기도 하고, 싸웠던 얘기나, 어디 놀러 갔던 얘기, 그쪽 사람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등의 얘기를 듣곤 했다. 사실 들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은 그냥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이, 그렇게 모나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하루는 밥을 먹던 중에 "그때 근데 나한테 그...

2024.01.21
2024.09.28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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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밀란쿤데라 #민음사 나는 가벼운 만남을 좋아한다. 자주 가는 카페나 음식점, 일정한 패턴 속에서 만나는 그런 관계들 말이다. 오늘 날씨가 되게 흐리네요. 우산 가져왔어요? 밥은 먹었어요? 소위 말하는 수박 겉 핥기 식 대화 역시 좋아한다. 아무런 악의 없이 던지는 평범한 질문들 속에서 가끔씩 느껴지는 인간적인 온기가 좋았다. 자주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 보여서 걱정되더라는 그런 말들. 너무 개인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그런 질문과 답변들. 나는 가끔씩 이런 사람들과는 영원히 이런 스몰토크만 나눠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친한 친구인 S는 이런 대화를 힘들어했다.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관심 분야에서만큼은 말이 진짜 많은 친구인데, 유독 이런 스몰토크에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은 걸 왜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겠어. 밥 먹으러 가냐, 우산 들고 왔냐에서 돌아올 수 있는 대답은 "예"와 "아니요" 뿐이잖아. 아니라고 해도 뭐 우산 빌려주는 게 끝이니까 뭐를 도대체 더 얘기해야 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듣고 보면 맞는 말이다. 매일 비슷한 질문과 대답 속에서 내가 느끼고 있던 재미는 무엇인지. 그러던 중에 나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S와 내가 타인에게 가지는 호기심의 범주가 다르다는 것...

2024.09.28
2023.07.23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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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파과 - 구병모

#파과 #구병모 #위즈덤하우스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깨달은 것 한 가지는 세상에는 나와 잘 맞는 사람보다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친구나 직장동료, 가까운 범위에도 존재하는 한 편, 모르는 사람이나, 고객, 잠깐 이야기를 하게 된 상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문제인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억지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친구의 친구일수도,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일수도 있고, 거래처의 사람들이나, 비즈니스 적인 관계일 때가 많다. 저 사람은 말을 왜 저리 생각 없이 하는지, 저 사람은 왜 저런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지, 왜 본인이 옳다고만 생각을 하는지, 싫어할 이유가 하나씩 쌓이다 보니, 결국은 그 사람을 싫어할 이유만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의 극단적인 말로는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한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께서도 이러한 생각들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아닐 수 있다. 나만의 성급한 일반화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가 사라졌으면, 그래,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정말로 죽어버렸다면. 불의의 사고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해코지를 당해서 정말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 싫어하는 마음 그대로 통쾌했을까? 응당 받아야...

2023.07.23
2024.05.02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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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알고 보면 하나밖에 모르는 멍텅구리 같을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원미동 사람들 - 양귀자

#원미동사람들 #양귀자 #쓰다 내 고향은 부산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작은 동네인 모라가 나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동네에서만 25년을 넘게 살고 있다. 모라에 대해서 조금 말해보자면 재개발이 된 구역인 신모라와 재개발이 되지 않은 구모라로 나누어져 있는 동네다. 물론 행정 구역 상으로는 같은 모라이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부른다. "어어, 그래 신모라 우성에서 보제이." "아니 아니, 지하철역은 구모라에 있다이가." 이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동네에 같은 아파트.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이사도 잘 가지 않았던 터라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먼저 우리 옆집 아줌마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1남 1녀를 혼자 키워내신 분이고, 자식 둘 다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고 현재는 분가 중. 가끔씩 찾아오는 딸과 손주들을 보는 낙으로 살아가시는 중이다. 나와의 추억이라면, 예전에 문이 잠겨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나를,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본인 집에서 있게 해주었던 분이었다. 요구르트랑 과자도 내주면서, 엄마가 금방 올 거라고 토닥거려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옆 옆집은 등산을 좋아하는 부부가 살고 있다. 와이프 분은 주부, 남편분은 택시 운전사를 하고 있는 이 부부는 주말 아침이 되면 꼭 뒷산에 오른다. 자식들이 분가를 하기 전에는 같이 다니는 것 같았는데...

2024.05.02
2024.01.24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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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지구에서한아뿐 #정세랑 #난다 초등학교 삼 학년 무렵, 나는 청학동으로 수련회를 갔던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외박을 한다는 점과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고 하룻밤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내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고, 그렇게 도착했던 청학동은 그런 기대를 처참히 박살 내는 곳이었다. 우리가 하는 것에 따라서 천사가 되고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교관의 말과 함께 우리는 처음 보는 기구를 비롯하여 한문을 외우고 시험을 봤고,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반나절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온몸이 녹초가 된 후에 숙소로 들어와서 가져왔던 짐을 풀고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가 싸주었던 편한 옷가지들 사이에서 배고플 때 먹으라며 넣어둔 귤 두 개를 보고 괜히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저녁 시간이 지나고 캠프파이어를 한다는 말에 운동장으로 나가게 되었고, 커다란 장작더미를 기준으로 둥글게 선 후에 우리는 열심히 춤을 췄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나와 친구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춤을 췄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10살짜리 아이들에게 왜 그리 강압적인 수업과 훈계를 들어야만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돈을 내고 참여한 수업인데 말이다. 그렇게 10살 인생 중 최고의 광란의 밤을 보낸 후에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음료를 많이 마셨던 탓일...

2024.01.24
2023.04.2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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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바깥은 여름 - 김애란

#바깥은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어릴 적 나는 우리 집이 매우 큰 줄 알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에는 더 체구가 작은 편이었는데, 엄마 아빠가 자는 방도, 내 방도, 거실도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매번 킹 사이즈의 엄마 아빠 침대에서 뛰어놀다가 심심해 지면 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놀다가 그렇게 잠이 드는 하루하루가 반복 되었다. 그러나 가끔 엄마는 내가 그렇게 노는 모습을 보고는 내 곁에 다가와서 더 넓은 집에서 살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가끔 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우리집이 충분히 넓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지금 집도 충분히 크다고 말해주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내 등을 토닥거리며 고맙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렇게 조금씩 커가면서 다른 친구들의 집에 놀러가거나 사진을 보게 되면서 우리집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작은 평수의 크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우리집의 크기에 만족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엄마와 아빠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워줬다고 생각하기에 그깟 평수 쯤이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는 아무래도 집의 크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성인이 되기 전에 반 년 마다 한 번씩은 대청소를 하면서 쓰레기와 필요없는 것들을 버렸고, 식탁이나 의자에 페인트 칠을 하거나, 도배를 새로 해보는 등 집의...

2022.07.26
2024.03.23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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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렌즈를 들이대고 분명히 찍어두어야 할 여성의 깊은 상흔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나는소망한다내게금지된것을 #양귀자 #쓰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치안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가로등도 많은 편이 아니고, 골목길이나 샛길 같은 것도 많다. 그것뿐인가, 카페든 음식점이든 열 시나 아홉시면 닫아버렸기 때문에 11시만 넘어도 온 동네가 깜깜한 수준이었다. 낮이라고 안전할 순 없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고르게 가지고 있는 동네지만, 동네 특유의 어둑하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괜스레 으스스 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가 집에서 십 분 거리에 있었음에도 엄마와 할머니는 초등학교 이 학년이 끝날 때까지 나를 데리러 왔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 달에 딱 몇 번. 할머니나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약속이 있거나, 급하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엄마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서 선생님에게 그 사실을 말했고, 그럼 선생님은 다시 나에게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묘한 해방감에 사로잡혔다. 괜히 친구들 집에 놀러 가서 놀거나, 불량식품을 사 먹고,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닌다든지. 아무튼 초등학교 일, 이 학년이 할 수 있는 일탈이란 죄다 그런 것들뿐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이 학년 어느 여름 날. 그날은 볼일이 있어서 나를 데리러 오지 못하는 날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그들도 개인적인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 학교 운동장에서 ...

2024.03.23
2024.07.3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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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무리 부족했다고 생각해도, 그래서 후회가 되어도, 그 아이는 그 부족함조차 사랑했기에 네 곁에 머물렀던 거라고.」 |너라는 계절 - 김지훈

#너라는계절 #김지훈 #진심의꽃한송이 귀가 찢어질 듯 매미가 울던 여름밤. 우리는 호프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는 맥주를 바라보고 있던 너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아."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시려고 했던 맥주를 탁자에 올려두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너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고, 그 잠깐의 침묵 속에서 나는 수만 가지의 상황과 말들을 조합하며 너의 말을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어떠한 결론도 내리기 전에 너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오빠가 나를 사랑해 주는 만큼, 나도 오빠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목에 뭐라도 걸린 듯이, 내 입에서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또다시 잠깐의 침묵이 지나갔다. "오빠가 나 사랑하는 건 잘 알지. 가끔은 이렇게 분에 넘치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야. 근데 뭔가 그런 뜨거움 말이야. 불타듯이 활활 타오르는 그런 사랑의 욕구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달까. 보기만 해도 설레고, 당장이라도 옆에 없으면 큰일 날 거 같은 그런 기분 말이야. 그런 기분이 최근에는 잘 느껴지지가 않아. 뭐랄까 요즘 우리는 너무 미적지근해." 또다시 침묵이 찾아오고 나는 너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짐작할 수 있었다. 헤어지자는 말이 너의 입에서 튀어나올까 봐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

2024.07.29
2024.10.3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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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듯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밝은 밤 - 최은영

#밝은밤 #최은영 #문학동네 외할머니는 내 오랜 친구였다.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에, 부모님은 모두 맞벌이 때문에 저녁이 다 되어서야만 집으로 돌아왔고, 학교에서 나를 기다려 준 건 할머니뿐이었다. 할머니는 고관절 수술을 했던지라 지팡이가 없으면 잘 걷지 못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내 하교 시간에 맞춰서 나를 데리러 오셨었다. 붉은색 경량 점퍼를 입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할머니가 보이면 나는 큰 소리로 할머니! 를 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내게 두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아이고, 뛰지 마라. 넘어질라. 다친다. 그렇게 할머니 품에 안겨서는 투박한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렇게 한 손으론 그녀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말해주면 할머니는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건지 꺄르르 웃으며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할머니는 항상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밥을 먹고 할머니와 한참을 얘기하다 보면 엄마가 집에 돌아왔고, 할머니는 그런 엄마에게 매번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아들 오늘 있었던 일 좀 들어봐라. 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그럼 엄마는 방글방글 웃으며 가방도 벗지 않은 채로 나에게 다가와서 오늘 또 무슨 재밌는 일이 있었노.라며 묻곤 했었다. 그렇다면 다시 아까 할머니한테 얘기했던...

2024.10.30
2023.04.2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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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 되지 않는다.」 |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 김상균 · 신병호

#메타버스새로운기회 #김상균 #신병호 #베가북스 언젠가부터 소설 공모전에 자주 얼굴을 들이미는 주제가 있었다. '메타버스' 증강현실이라고도 불리고, VR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단어가 계속해서 등장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가상현실 같은 건 아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예를 들어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세계관이 점차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너무 오랜 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머리 한 켠에서는 다른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근데 정말 그런 세상이 멀지 않았다면? 코로나 19 사태 이후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직장과 학교에 대한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바뀌어버렸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출석을 부르고 수업을 한다. 대학교에서는 인터넷 강의처럼 먼저 녹화해둔 영상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과제 같은 경우는 이메일이나 홈페이지에 올리는 식으로 처리된다. 시험은 때에 따라서는 온라인으로 필요시에는 학교에 와서 치는 형식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필요시' 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굉장히 큰데, 이전에는 무조건적으로 시험은 대면으로 해야한다는 관념이 있었다. 컨닝의 문제와 함께 한 곳에 모여서 시험을 치는 것이 공정하다는 생각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의 코로나 19 사태의 초반에만 해도 시험만큼은 어떻게든 대면으로 치르겠다는 교수님들과 학생들...

2022.01.05
2023.08.11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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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헤어질 결심 각본 - 정서경 · 박찬욱

#헤어질결심 #정서경 #박찬욱 #을유문화사 대학교 시절 내 담당교수님은 진로지도 시간만 되면 우리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하셨는데, 요즘은 어떠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결국에는 졸업하면 뭐할거냐는 이야기로 이어지곤 했었다. 잔소리가 많은 교수님이었던 탓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꺼려했다. 교수님께서는 매번 진지하게 진로에 관해서 얘기하셨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을 얼버무리거나, 대충 말하곤 했었다. 나 역시 구체적인 계획은 짜두지 않은 채 방송국에서 일할거라느니, 소설을 쓰고 싶다느니 하는 대책없는 소리나 했으니 말이다. 삼 학년 여름 방학을 앞두고, 1학기 마지막 진로지도 시간에 교수님은 직접 구운 쿠키와 작은 손편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며 또 한 번 물었다. "이번 여름 방학 때에는 어떤 걸 해볼 생각인가요?" 아마 그때 나는 수영을 배우겠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교수님께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며 지금 수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제 곧 사 학년이 되고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갈 건데, 정말 뭔가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하지 않고 수영이라니! 라는 장난 섞인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교수님은 웃음기를 빼고는 우리에게 다시 꿈을 물어보았다. 그때 진로지도를 듣던 학생들의 수는 나를 포함해서 대략 스무 명 남짓. 대부분 삼 학년과 사 학년들이 많았다. 삼 학년들의 대다수는(나를 포...

2023.08.11
2024.07.02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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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최선의 삶 - 임솔아

#최선의삶 #임솔아 #문학동네 최근에 친한 형인 H와 사주를 보러 갔다. 2평 남짓 되어 보이는 가게에 들어서니 이미 두 명의 여자들이 타로를 보고 있었다. "지금 그 남자는 아니야. 클럽에서 만났다며? 아주 완전 자기 멋대로겠네." 사주를 보고 있던 여자들은 용하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보며 무언가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H와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작은 소리로 큭큭 대며 웃었다. 어쩌면 용하다는 말을 들을 거 같기도 했지만, 어쩌면 당연한 말처럼 들리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두 명의 여자가 가게를 나가고 우리의 순서가 되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말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프린트기에서는 우리의 사주가 적힌 용지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컴퓨터 화면과 책, 그리고 종이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러고는 속사포처럼 나에 관한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4월 생. 전반적으로 꽃이 피기 좋은 기운을 타고났고, 나무와 흙이 많은 사주라고 했다. 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지만, 내 사주에는 물이 많은 터라 이걸 현생에 대입하게 되면 좋게 말하면 신중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시작해도 끝까지 한 적이 드물 거고,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는 것도 다 이런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H와 나는 좀 전에 나간 여자들처럼 서로를 바라본 후에 입모양으로 말했다. "용하다. 여기." 그녀는 ...

2024.07.01
2024.06.08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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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난쟁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 #이성과힘 육 월이 지나고 칠 월이 되면 내가 교보문고에서 근무한지도 삼 년이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십팔 년을 살아왔던 내 삶에서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은 삼 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안정적이고 평온한 삶을 즐기고 있지만, 교보문고를 입사할 때만 해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자인직으로 이직해야 된다는 열망과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 직장에 적응해야겠다는 의지 속에서 나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뿐인가 코로나 때문에 손님은 적어지고, 매출은 떨어지고. 본사에서는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보라며 난리 블루스를 추질 않나, 그러면서 재고는 안 보내줬던 탓에 매장에서는 매장대로 눈치를 봐야 하고, 본사와 연락할 때는 또 다른 눈치를 봐야 했던 나날들이 지속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딱 일 년 만 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던 찰나. 우리 회사가 사라지게 된다. 정확히는 파산신청 우리나라에서 종적을 감추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차장님이 전화로 나에게 말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우리 회사가 이제 사라질 거야. 진짜 미안하고 그동안 고마웠고……." 밥 먹으러 가던 찰나에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코로나도 끝나지 않았고, 나는 이직할 곳도 찾지 못했는데 회사가 망한다고? 퇴직금도 못 받고 이대로 사회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거라고? 대부분의...

2024.06.08
2023.04.19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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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환자 곁으로 쉬지 않고 달려갔다.|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아내를모자로착각한남자 #올리버색스 #알마 가끔은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깊은 커다란 나무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한들, 가족이라한들, 말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혼자 슬퍼하는 드라마 주인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털어놓기만 해도 저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왜 저럴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씩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내 슬픔을 들어주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나는 미래에 대한 커다란 압박감과 불안에 떨고 있었다. 내가 그러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불안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었는데, 한 번은 친했던 친구에게 그 말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해서 요새 너무 우울하고 불안해." 라는 말을 마치자 마자 친구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나는 밝은 얘기만 듣고 싶어." 라고 말했다. 사실 지나고 생각해도 그 부분은 꽤나 큰 상처였다. 내 힘듦에 대해서 해줄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냐는 생각뿐이었다. 그 후로 그 친구와는 조금씩 더 거리를 두게 되었고, 결국에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삼 년 전쯤인가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해왔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대학생활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친구 사귀기가 너무 ...

2022.08.24
2023.04.2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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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탁월한 친화력과 극악무도한 잔인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브라이언헤어 #버네사우즈 #디플롯 협력은 우리 종의 생존에 핵심이다. 우리의 진화적 적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적자' 라는 개념이 '신체적 적자'와 동의어가 되었다. 이 논리를 야생에 대입하면, 덩치가 클수록 더 싸우려 들며 그럴수록 덤비려는 자가 적고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최상의 먹이를 독차지 할 수 있고 가장 매력 있는 짝을 얻을 것이며 가장 많은 후손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150년 동안 이 잘못된 '적자'의 해석이 사회운동,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의 바탕이 되어 왔으며, 정부 무용론의 근거로, 타 인구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또 그런 평가가 야기하는 결과의 참혹함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다윈과 근대의 생물학자들에게 '적자생존'이란 아주 구체적인 어떤 것, 즉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개념이 아니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브라이언 헤어 · 버네사 우즈 "적자생존" 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집단이나 생물이 살아남는 다는 뜻을 가진 이 문구는 현재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물론 위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는 다윈이 말했던 것처럼 살아남아 후손을 남긴다는 의미보다는 포식자의 개념이 매우 강해졌...

2022.02.23
2023.04.20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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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비트코인이라고, 알아?」|달까지 가자 - 장류진

#달까지가자 #장류진 #창비 대학교 시절에 복권을 사는 것에 맛이 들렸던 적이 있다. 매주 금요일, 과동기들과 술을 마시기 전에 편의점에 들어가서 복권 오천원 치를 사곤 했다. 술자리에선 매번 복권에 관한 얘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복권을 사는 게 아니라 꿈을 사는거라며, 1등은 바라지도 않고 2등이나 3등만 해도 원이 없을 거 같다며 떠들어대곤 했었다. 물론 반년 가까이를 구매했지만, 2등이나 3등은 커녕 매번 5등(오천원)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지금도 가끔 복권을 구매하는 이유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권 1등만 되면. 이 주식만 대박나면. 이라는 전제로 시작해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건물을 사고, 땅을 사고, 해외로 이민을 가겠다는 말이 순식간에 따라붙는다.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 속에는 세 명의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다해, 은상, 지송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빨리 집에나 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그런 직장인 말이다. 그러나 이 세명의 인생은 "은상"이 이더리움에 주식투자를 하며 180도 변하게 된다. 언니가 우리 둘만 있는 채팅방의 이름을 'To the Moon' 으로 바꿨다. 자신이 매수한 가상 화폐의 가격 폭등을 바라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은어였다. 우리는 달까지 가기로, 그때까지 버티기로 약속했다. 달까지 가자 - 장류진 은상이 이더리움으로 엄...

202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