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펀치 #이유리 #문학과지성사 "니 복싱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스파링을 하고 있던 나에게 관장은 물었다. 나와 함께 스파링을 하고 있던 B 역시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관장을 바라보았다. "복싱할 때 말이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냐고."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머리카락. 고르지 못한 숨, 그리고 뿌옇게 보이던 눈앞에서 내가 억지로 꺼낸 말은 "빠른 주먹이요."이었다. 관장은 인상을 쓰며 손사래를 쳤고,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거는 선수들이나 중요한 거고, 너희같이 일반인들한테는 가장 중요한 게 뭐냐면…… 사람을 때릴 수 있는 마음이다."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에서 나와 B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숨을 고른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삼 분이 끝났다는 종이 울리고 관장은 링 안으로 들어와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봐라. 내 함 때려 봐봐라." 나는 주춤거리며 가만히 있는 그의 이마를 주먹으로 살짝 쳤다. "이 봐봐. 이러면 안 된다고. 스피드가 없잖아." 그러고 나서 관장은 조금 전에 자신이 했던 말에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관장은 우리에게 어릴 적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외동으로 자라고 큰 싸움 없이 자란 나는 당연히 없다고 했고, B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장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많이 없다고 한다. 왜냐면 칼이나 총 이런 것과 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