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집밥과 반찬들 열세 번째, 그림 같은 가을의 풍경(울진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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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9.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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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무더운 여름의 터널을 벗어난 요즘 형형색색 가을의 먹거리들이 쉬고 싶은 마음을 혼꾸녕 내듯 속속 눈앞에 나타납니다.

무더위에 치솟았던 채솟값이 꾸역꾸역 가을 제철 식재료의 출연으로 좀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에요.

혼자 들기 버거운 큰 박스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제 블로그 시작과 동시에 알게 된 비비아나님 얼굴도 모르고 전화 통화로만 소통하지만 소중한 17년 인연이네요.

그 당시 손주들 태어날 때는 옷이며, 철마다 과일, 홍삼, 제가 요리 스승이라고 하시면서 스승의 날이나 생일을 지금까지 챙겨주시고...

자급자족하는 정도의 작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지난주 이렇게 종류대로 보내주셨어요.

요리 블로거로서 뭐 하나 안 필요한 게 없고 다 소중한 식재료에요.

맷돌 호박 두덩이 중 하나는 부침개와 호박범벅 만들어서 잘 먹고 포스팅까지 했습죠.^^

비비아나님 땀 흘려 농사지은 먹거리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밥이 많이 남으면 무조건 김밥입니다.

재료는 별거 없지만 김에 밥만 싸도 맛있잖아요.^^

배추는 아직 넘볼 가격대가 아니라 패스하고 무 야도 아직 만만치 않지만 깍두기 담가서 먹으니까 정말 꿀맛이네요. ᄒᄒ

이번에는 사이다 넣고 만들었는데 맵고 쓴 무가 가을무처럼 맛있어요.

김치가 귀하니까 가을 고들빼기 본 김에 한가득 사서 왕창 김치 담갔죠.

귀한 김치니까 이집 저집 나눠먹어야 도리지요.^^

오랜만에 집에 온 친구가 황금배를 들고 왔는데 처음 맛봤어요.

껍질도 얇고 과즙이 정말 풍부하네요.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째 먹어도 맛있어요.

과일 중에 배만 싫어하는 엄마도 황금배만 드셨다는...

친구야 고맙대이~~^^

밥 생각도 없고 한 끼 대충 때우고 싶어서 만든 라볶이...

컵라면 사리 넣고 어묵도 큼지막하게 던져 놓고 매콤 달달하게 만들면 무조건 맛있지요.

오이 얇게 채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 무쳐도 아삭하고 정말 맛있답니다.

늙은 호박으로 범벅 하려고 시장 가서 1년은 먹고도 남을 양대를 사기도 했고요.

엄마 집 온 날 가을무 심고 솎아낸 아기 열무를 한 봉지 얻어다 놓으셨어요.

그냥 주셔도 되는데 깨끗하게 손질까지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시들기 전에 얼른 씻어서 절이지 않고 물김치 담그고요.

간장, 마늘, 설탕, 식초, 고춧가루만 넣은 양념을 너무 연해서 샐러드처럼 대충 섞어서 먹는데...

와~~미친 식감에 맵싸름한 맛이 정말 맛있어요.

엄마랑 한 접시 순삭 하고 두 번째는 돈가스와 곁들여서 더 맛있게 즐겼지요.

가을배추나 무 본격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연명하듯이 조금씩 김치 담가서 밥상에 올리기 작전인데 간혹 제철인 줄 착각한 오이가 껌값에 팔리기도 해요.

비싼 부추는 엄마 지인께서 주셨다고...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오이소박이 담그고, 무생채 많이 만들어 두면 수시로 밥에 비벼드시는 엄마와 동생 위해서 만들어 두고요.

가지도 얻어다 놓으셨는데 껍질이 너무 질겨서 모두 벗겨 된장국에 넣고 끓였더니 가지인 줄도 모르고 맛나게 드시네요.^^

된장 들어가는 국은 무조건 환영하시는 엄마의 된장찌개, 저렴할 때 왕창 삶아서 냉동해둔 얼갈이 내려서 멸치 넣고 된장국 끓이고요.

국물보다 쫄깃한 어묵 많이 먹을 요량으로 어묵 왕창 넣고 끓인 어묵탕.. 어묵을 밥처럼 먹은 한 끼였습니다.

남이 해준 음식들로 달리면서 일상탈출 한 날들...

단골 횟집에서 모듬회와 산낙지 시켜서 먹고 달다구리로 입가심도 했고요.

선지와 양을 넣어서 끓인 해장국 좋아해요.

국밥도 꼭 특수부위가 들어간 내장국밥 이런 거...

갈매기살, 닭발, 족발, 곱창등등...ㅎㅎ

한 달에 한두 번은 먹어주는 양푼이 동태탕...

이 집 동태는 급랭한 걸로 사용하기 때문에 살이 탱글탱글 하면서 부드러워요.

맛집 따라 하기 좋아하는데 이집 동태탕은 아직 넘사벽...

이날도 달다구리로 마무리하면서 즐겁게 보냈고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전전 직장 동료들...

이날도 회 먹은 날인데 위에 있는 단골 횟집 메뉴랑 붙여넣기 한 것처럼 똑같아서 패스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뽀샵을... 눈동자만 빼고 가면 쓴 거 같잖아요.ㅋㅋ

배부름에 술부름에 눈동자가 풀린거임?

울진 바다 보러 가는 중간 휴게소에서 간식거리로 출출함 달래주고요.

도착하자마자 일단 점심 간단하게 해결하고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바다 구경입니다...

하늘도 바다도 구름도 적당히 들이치는 파도도, 햇볕도, 바람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가을날 입니다.

이런 완벽하고 아름다운 작품 또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보기만 할 것을... 너무 예쁜 바다 모습에 정신 줄 놓고 꼽사리도 껴봤습니다.

남은 인생 중에서 가장 젊을 때의 모습을 남긴다고 욕심내 봅니다.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갈매기 소리 들으면서 자맥질하는 모습 한참 동안 지켜보기도 하고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과 몽글몽글 예쁜 구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하늘과 구름, 바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훌륭한 파도 소리까지 이보다 완벽한 예술작품이 또 있을까...

그냥 와~~우와~~

인간의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울진 바다는 미친 존재감을 선사했습니다.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에 날씨까지 예술이어서 바다가 훤히 보이는 모든 곳이 힐링 장소였습니다.

눈 호강 실컷 했으니 입도 호강해야죠.^^

바다 구경하느라 고픈 배는 울진대게와 도다리로 꽉꽉 채웠습니다.

마지막 코스까지 나오는 메뉴 먹느라 배가 터질 지경이었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지요.

바다에 왔으니 일출을 놓칠 수 없죠 잉~~

알람까지 맞춰놓고 순간포착...

구름 없는 깔끔한 일출도 좋지만 황금빛 태양과 구름이 만들어 내는 일출도 장관입니다.

전날의 음주를 해물탕으로 속풀이했습죠.

모든 게 생물이라 안 맛있으면 반칙이죠.

천고마비의 계절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은 귀하고 선물 같은 가을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시고 힐링해 보세요.

벼가 익은 도로 양쪽의 황금빛 들녘도 정말 예술이던데 놓치지 마시고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