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 저자 미즈노 남보쿠 출판 스노우폭스북스 발매 2025.01.29. 성공하고 싶으면 배불리 먹지 말아야 한다? 사기꾼 느낌의 제목이다. 배불리 먹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면 먹을 것을 좋아하는 뚱뚱한 사람들은 실패하고, 먹을 것을 싫어하는 날씬한 사람들만 성공한다는 것인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제목이지만 「천년의 지혜 시리즈」를 기획한 스노 폭스 출판사에서 그런 책을 출간할 일이 없을 것이란 확신에 선택했다. 저자 미즈노 남보쿠는 얼굴의 생김새만으로 인간의 운의 좋고 나쁨을 판명했던 관상가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음식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땐 판단의 결과가 부정확했는데, 3천 명의 제자들에게 음식의 절제를 적용하며 인간의 운명을 관상과 먹을 것에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언제나 자신이 가진 것보다 적게 사용하고 아껴 사용하며 적게 먹는 절제에서만 성공과 발전과 지복이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P37)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는 음식을 배불리 먹지 않아야 성공한다는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운명이란 먹을 것과 관련되어 있고, 적게 먹는 것이 운명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핵심은 '절제'다. 단순하게 먹는 것만 적게 먹는다고 모두 성공하는 게 아니지만, 음식을 절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성공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음식을 절제해야 할까? 좋은 운명과 마...
자살하는 대한민국 저자 김현성 출판 사이드웨이 발매 2024.04.30. 제목보고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니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은 사회경제학 도서로 대한민국은 인구 소멸로 스스로 자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현실적 문제를 경제학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가난하고 앞으로 더욱 가난해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지출할 자원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P29) '한국인들은 돈이 없다'는 전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계 GDP 10위권의 국가이자 짧은 시간 내에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를 가난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의아하다. 저자는 GDP가 높다 할지라도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여유는 없기에 가난하다고 한다.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지출한 자원은 없는 현실을 비유한 것이다. 거리의 쓰레기통 설치 문제를 예로 들어 주장의 근거를 뒷받침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깨끗한 거리를 위한 쓰레기통 설치에 찬성하나 설치 비용을 전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는 찬성하나 그에 따른 비용 추가에는 반대한다. 쓰레기통 설치는 쓰레기통만 설치한다고 끝이 아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을 고용하고, 차량 및 청소 도구 등을 구매해야 한다. 기존의 재화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을 크지 않을 것이라 생...
어릴 때부터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을 즐겨들었다. 음악에서 인생을 찾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기에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음미하며 들었고, 삶이 반영된 음악이라면 가수가 유명하던 유명하지 않던 가리지 않고 들었다. 처음부터 인생과 관련된 모든 음악들을 좋아한 건 아니다. 시기별로 좋아하는 이야기가 달랐는데, 성인이 되었던 20대에는 인순이 「거위의 꿈」, 카니발 「그땐 그랬지」, 마야 「나를 외치다」 등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고 포기 없이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았다. 음악의 도움으로 좋은 직장과 함께 시작한 사회생활이었지만, 취준생 때 꿈꾸었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잘나가는 회사원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과도한 업무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로 점점 피폐해져갔다. 회식은 어찌나 많은지 퇴근 후 삶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주 들었던 노래가 미생 OST였던 이승열 「날아」와 데이브레이크 「머리가 자란다」다. 특히 데이브레이크는 몇 달을 퇴근하는 길에 항상 들었던 노래다. 맥주 한 잔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에서 나를 보았고 음악의 힘으로 그 시기를 견뎌냈다. 힘든 시기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 이직을 했고 결혼하고 부모가 되면서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MC 스나이퍼 「...
페스트 저자 알베르 카뮈 출판 민음사 발매 2011.04.03. 잘 읽히는 글은 독자 개인의 경험이 반영된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페스트』는 전 세계 인류에게 잘 읽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2020년 세계적으로 죽음의 공포가 된 COVID-19. 그 당시 세계 모든 인류는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을 경험했고, 죽음과 함께 일상을 살았다. 『페스트』는 전 세계를 잠식시킨 역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역병이 창궐한 시기를 살아야 했던 인간들의 이야기도, 역병으로부터 이겨내기 위해 싸운 인류애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최근에 읽었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한 문장이 자꾸 떠오른다. 수용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심리 반응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수용소에 들어온 직후이며, 두 번째는 틀에 박힌 수용소 일과에 적응했을 무렵, 세 번째 단계는 석방돼 자유를 얻은 후이다(P30) -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에 가까운 인간의 심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지만 현실에 적응하며 무감각해지며, 자유가 되었을 때 그 자유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인증'에 빠진다는 했는데, 『페스트』에서도 그런 심리가 잘 반영되어 있다. 이 소설은 해안 도시 오랑에 갑작스러운 역병이 창궐하였고, 정부 당국은 오랑을 『페스트』로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하면서 대혼란에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 빅터 프랭클 출판 청아출판사 발매 2020.05.30. 내 인생의 영화 한 편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인생은 아름다워』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닌 1997년 제작된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유대인을 알게 되었고, 유대인 수용소를 알았으며, 인류의 비극적 역사를 알았다. 이후 유대인 영화만 찾아봤는데, 『피아니스트』 『쉰들러 리스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글루미 선데이』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유린한 나치의 잔인함을 그때 알았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인류의 비극을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떠올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영화가 아니라 수용소를 경험한 작가님의 실화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최악의 상황에서 3년을 버티며 깨달은 삶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수용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심리 반응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수용소에 들어온 직후이며, 두 번째는 틀에 박힌 수용소 일과에 적응했을 무렵, 세 번째 단계는 석방돼 자유를 얻은 후이다(P30) 나치 수용소에 수감되는 수감자들의 심리는 세 단계로 작용하는데, 그 첫 단계는 수용소에 입소하면서 맞이하는 충격이다. 죽음이 언제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수용소에 도착하면 나치 장교에 의해 두 그룹으로 분리된다. 수용소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90%가 가스실로 보내져 죽임을 당...
지난 연말, 전주 한옥마을로 가족 여행을 했다.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 여행이라 숙박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1시간 거리의 여행지라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20분 거리의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었음에도 숙박했는데 아쉬운 선택이다. 계획에 없던 여행이고 늦은 시간에 출발했는지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5시다. 여행이란 말에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설렘이 가득한 아이들과 함께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한옥마을로 향한다. 한옥 마을은 몇 년 만의 방문인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주말에는 차량이 통제되어 거리는 안전하고 길거리 음식점은 풍성해졌다. 여행객도 굉장히 많다. 사람 냄새 음식 냄새가 풍성한 곳이 되었다. 여기저기 구경하니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무계획의 여행에는 먹거리도 포함이었다. 맛집이나 먹거리를 검색하지 않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사주었는데 길거리 음식으론 양이 차지 않은가 보다. 십 원 빵, 닭꼬치, 회오리 감자, 교동 샌드 등 다양한 먹거리를 먹었지만 아이들은 계속 배고프다고 한다. 길거리 음식의 한계를 느끼고 떡갈비와 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길거리 음식을 많이 먹은 아이들이라 식사량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길거리 음식은 간식일 뿐이다. 떡갈비 2인분, 비빔밥 2인분, 해물파전을 시켰는데, 그릇 바...
책 고르는 책 저자 손민규 출판 포르체 발매 2025.01.15. 공감되는 문구가 많은 책이다. 특히 3부 '책 읽으면 뭐가 좋아요?'는 작가님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던 거야 싶을 정도로 공감된다. 독서습관이 학습에 영향을 미치고, 독서가 인생을 바꾸며, 독서는 사람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독서 후기는 남겨야 하며, 독서로 SNS 콘텐츠를 생산하고, 독서모임도 참여하라는, 나의 독서 일상 그대로를 반영하고 있다. 왜 책에서 오는 즐거움을 누릴 기회가 없어졌을까요?(P6) 『책 고르는 책』의 송민규 작가님은 현대인들이 책을 읽지 않은 이유로, 바쁘거나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책의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아직 느껴보지 못했고, 독서를 마음먹었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을 위해 책을 집필하였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목적에 부합하다는 것이 느낄 수 있다. 부록에는 '작가님이 추천하는 책 300권'이 있는데, 본문에 언급된 책들만 백 권이 넘는다. 작가 추천 300권을 모두 읽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본문에서 이야기되는 책들 중에서 관심 가는 책들만 읽어도 된다. 특히 2부는 책 선정이 어려운 독자를 위해서 장르별로 책을 선정 방법과 출판사를 추천해 준다. 책 추천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기에, 모든 책이 재미있다고 말할...
가면산장 살인사건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재인 발매 2014.09.26. 진실을 밝혀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면 산장 살인사건』은 그중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 소설은 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죽은 도모미가, 단순 사고가 아닌 계획범죄라고 생각한 이들이 산장에 모인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강도들이 산장에 난입했고, 그 상황에서 유키코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범인을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이 살해당한 상황. 누가 도모미와 유키코를 살해했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 『가면 산장 살인사건』은 그 범인을 찾는 소설이다. 추리 소설은 범인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상황을 고려하여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추리가 사건에 긴장감을 더하고, 결백을 주장하며 알리바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일 때 독자들은 작품에 설득당한다. 한 번 작가에게 설득당하면, 어느 순간 독자들은 작품의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이 된다. 누가 무슨 의도로 살해를 했을까. 그러나 추리 소설이 항상 재미있는 건 아니다. 독자가 작품에 설득되었어도 억지스러움에 마음이 떠나기도 한다.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는 장면에서 정말 우연하게 범인이 밝혀지는데, 이 부분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우연이라 해야 할까.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증거물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거나, 살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저자 박완서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21.01.22.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며 소설의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 2편을 빨리 읽고 싶었는데 삼 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삼 개월은 후속편을 읽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은 1951년부터 1953년 이야기다. 북한군이 서울 점거했을 당시 서울 생존자들의 이야기인데, 재미도 재미지만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역사를 배운다. 분단된 나라의 국민들만 느낄 수 있는 서러움과 이념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통받던 이야기라 역사를 받아들이는 후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분단된 나라에서 가난한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충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니 말이다. 끝나기 전에 미리 외면하고 싶은 유치한 무용이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은유나 상징이 전혀 없이 의도만이 하도 뻔뻔스럽게 노출돼 있어 마치 공산주의가 벌거벗고 서 있는 걸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벌거벗은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는 구경꾼이라도 시선을 돌려야지 어쩌겠는가(P65)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은 시대적 상황만 묘사하는 게 아닌 분단된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민들의 고민들을 보여준다. 그중에서 서울 점령 후 북한군의 특별 위로공연 장면이 인상 깊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이념을 선택해야 ...
2년 만에 맞이한 한국에서의 명절이다. 명절이 되어 가장 좋은 건 긴 연휴다. 요즘 한국은 대체휴무일이 많아 직장 생활하기 좋아졌다. 퐁당퐁당 휴일이면 국회나 정부에서 알아서 대체휴무일을 만들어준다. 이런 휴일이 누군가에게는 싫을 스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정책이다. 25년 설은 둘째 생일과 겹쳐서 조금 특별해졌다. 크리스마스에 장모님과 형님의 생일파티 후, 한 달 후 둘째 생일을 위해 플래카드를 때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걸어두었던 생일 축하 플래카드를 사용한다. 정확히 생일 전날 생일 축하를 했다. 시내 외출 후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샀는데, 아이스크림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은 둘째는 하루 전날 생일 축하를 하자고 제안한다. 생일 당사자가 원하니 생일 당일이 아닌 전날에 생일 축하를 한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설 연휴 큰 숙제 하나 끝냈다. 아내는 명절에는 집에서 기름 냄새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명절이면 우리 집에서 약간의 음식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잡채, 갈비, 미역국, 봄동, 부침개다. 이른 아침부터 음식 준비로 분주하다. 잡채 당면을 물에 불리고, 갈비용 고기는 핏불을 제거하며, 미역을 불리고, 봄동을 씻고, 부침개 재료를 손질한다. 부침개 준비에는 아이들도 함께한다. 평소 좋아하는 단무지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본인이 직접 준비한 부...
마흔에 깨달은 인생의 후반전 저자 더블와이파파 출판 모모북스 발매 2025.01.15. 어느덧 마흔이다. 열 살이 되었을 때는 기억나지 않고, 스무 살에는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렜고, 서른 살에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마흔이 되니 스무 살, 서른 살에는 느끼지 못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느껴진다. 어릴 때는 불안보다 미래에 대해 희망이 컸었다. 그런데 마흔이 되어보니 경제적으로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책임감과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흔에 깨달은 인생의 후반전』을 알게 되자마자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진 지금의 불안을 이미 경험한 인생 선배들은 마흔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마흔에 깨달은 인생의 후반전』을 통해 마흔이 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었는데, 이는 작가님과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흔의 작가님이 육십 대 선배들에게 블로그를 가르치면서 배우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블로그 운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제2의 삶을 그리는 이야기다. 사십 대의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니깐. 독서하고 글 쓰는 할아버지가 노년의 목표인 나에게 '글쓰기'는 멈추지 말아야...
누군가는 착한 척한다. 아니 진심으로 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비치는 그 선함이 누군가에게는 악함이 된다. 아이러니하다. 최근 경험담이다. 누군가가 선한 의도로 나에게 묻는다. 너는 왜 힘든 사람 안 도와주냐고. 그에 나는 답했다. 여건이 안 되는데 어떻게 도와주냐고. 상대 의도는 분명한 선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어릴 때부터 배웠던 것이라 당연한 도덕적인 것인데,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따지듯 묻는다. 그는 따지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마음속에 선함이 있는 사람이니깐. 그는 상대와 대화할 때 목소리는 나긋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아니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기에 나에게 건넨 한 마디의 의미도 충분히 애해 된다. 그런데 왜 힘들고 불쌍한 사람들 중에 나는 보이지 않은 걸까. 힘듦이란 육체적일 수 있고 정신적일 수 있다. 나에게 도움을 강요한 이는 육체적 힘듦으로만 이야기한다. 그가 보기에 나는 육체적으로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사실이다. 나는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나는 또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건 나에게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시간적으로 도저히 안되는데 어떻게 도와준단 말인가. 나에게는 가족이 있고 가족을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데 그런 책임을 뒤로하게 힘들고 어려운...
세이노의 가르침(올블랙 유광 에디션) 저자 세이노 출판 데이원 발매 2023.03.02. 『세이노의 가르침』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 느낌이 다르다. 좋은 말이나 바른말로 독자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직설적이고 비판적이며 심지어 욕설을 섞으며 독자들을 기분 나쁘게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자기 계발서로 분류하기도 애매하고 투자서로 분류하기 애매하다. 책으로 분류하기는 더욱 애매하다. 카페 게시글을 모아 PDF로 편집하였고 그 편집본을 출간한 책이다. 735페이지의 벽돌 책이지만 가격은 얇디얇은 시집보다도 저렴한 7,200원이다. 저자는 이 책을 돈벌이 수단으로 출간한 것이 아니다. 인세는 전혀 없고, 고인이 되면 저작권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귀속시키고 싶다고 했으며, 출판사의 수익 또한 거의 없는 책이다. 한 마디로 인쇄비와 배송료가 전부인 책값이다. 이런 책을 제작한 이유는 신문사에 글을 기고했을 때, 그의 글을 좋아하던 좋아한 독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주는 독자들을 위해 '세노의 가르침'이라는 카페를 개설했고, 그 카페에 게시한 글을 모아 책을 엮었을 뿐이다. 돈독이 올라야 부자가 되는 줄 아는가? 투자기법을 몰라서 부자가 되는 줄 아는가? 일...
몇몇 지자체에서는 민생안정 지원금을 시민들에게 지급 중이다. 민생안정 지원금을 받은 시민들을 생각하면 부럽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시장들에게 묻고 싶다. 매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시장들의 다음 임기를 위해 국가 예산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지원금 마련을 위해 지자체에서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지자체별로 지원금 마련의 방법이 다를 수 있으나, 지인을 통해 김제시에서는 어떤 예산을 활용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지원금 지급 결정 후 기자들을 소집하여 추진 이유와 목적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예산이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물으니 "보도블록을 재설치 비용을 전환해서 지원금으로 책정했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다. 멀쩡한 보도블록의 재시공은 국가 예산의 부적절한 사용의 예시로 우리 사회에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이 말이 맞는 걸까 의심해 봤다. 김제시는 8만 900명에게 50만 원이 지원되니, 대략 400억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데, 1년에 보도블록 재시공 비용으로 400억을 배정했다는 이야기다. 이게 도대체 김제시는 무슨 생각으로 보도블록 재시공 예산을 400억으로 책정했단 말인가. 전해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내용이 아닐 것이다. 지자체에서 이런 식으로 예산을 운용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보도블록 재시공 비용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사업을 ...
레클리스 : 다시없을 영웅의 기록 저자 김신영 출판 동양북스 발매 2025.01.24.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위대한 말(馬)이 있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이름의 레클리스(Reckless)는 한국에서 태어난 말(馬)로 한국전쟁에서의 활약으로 하사 계급을 얻은 한국전쟁의 영웅이다. 레클리스 엄마는 경주마였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에서 경마는 인기 있는 놀이였다. 책에서는 김구 선생님을 포함하여 이범석 장군, 조소앙, 김병로, 신익희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임시정부 주요 인사가 경마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 시절 경마장 최고의 에이스는 『레클리스』의 엄마 불꽃이었다.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레클리스는 처음에는 경주마로 살아가다가, 다량의 폭탄을 날라야 하는 전쟁터로 가게 된 이유는 누군가는 전쟁을 끝내야 하는 책임 때문이고, 여기에는 인간이고 동물이고 구분 없었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 이후로 미군이 북으로 진격하다가 중공군에 밀려 다시 남하하고 다시 북진하는 그런 양상이었다. 그때의 전 투지 중 한 곳이던 연천군의 산악지대에서 레클리스는 하나에 10kg의 포탄 386발을 운반하면서 대한민국의 광복을 위해 싸워주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하사 계급을 받았고, 미국의 군인들이 이 말을 기리기 위해 동상까지 세워주었다. 영웅이라 불릴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웅이란 인간만이 가지는 명예가 아니다. 영웅은 보통 사람들이...
허변의 놓치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저자 허윤 출판 원앤원북스 발매 2025.01.15. 법을 모르면 손해 보는 일들이 있다. 층간 소음, 교통사고, 퇴직금, 성추행, 저작권, 명예훼손, 사기, 의료사고, 그리고 집 계약까지. 살면서 위에 언급한 일들을 우연이든 필연이든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우리 삶에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일들을 경험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어떻게든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나에게는 피해가 안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있어 최소한의 법률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률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법전 자체가 주는 무게는 어려울뿐더러, 법제처에서 제공하는 법들을 볼 일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법률이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데, 어려운 단어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법률을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깐.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법률이라도 공부를 하는 시점은 있는데, 바로 앞서 언급한 사건들에 연루되었을 때이다. 층간 소음이 발생하면 관련 법률을 찾고 자기에게 유익한 정보를 얻으며, 교통사고도 마찬가지고, 돈 빌려 간 사람들이 나 몰라라 할 때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 법률을 찾아본다. 그러나 이미 문제는 발생했기에 수습해야 하는데, 수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고 하기에는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교모하게 빠져나가니 말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1 저자 김중미 출판 창비 발매 2000.07.15. 괭이부리말 아이들 2 저자 김중미 출판 창작과비평사 발매 2000.07.27. 경제 성장이 고도화에 이르렀을 때, 판자촌으로 쫓겨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역사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의 역사를, 세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 가난함이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있지만, 그때와 현재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가난은 아이와 부모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깐. 부모에게 있어서 가난한 생활을 극복하는 과정을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 가난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도 알아야 하고 가난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 부모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목격하게 해야 한다. 가난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를 생각하며 가난한 시절을 잊는 건,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잘 사는 나라, 부유한 나라, 선진국이었다는 착각 속에 살게 한다. 가난보다 풍족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일반적일 수 있지만, 풍족하다고 모두 좋다 말할 순 없다.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던가. 각종 정신병과 이기주의 사회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이 『괭이부리말 아이들』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 가난한 ...
생활의 발견 저자 임어당 출판 육문사 발매 2020.12.04. 일백 년 전, 세계적인 석학이라 불리는 사람이 생각한 삶이란 무엇일까? 『생활의 발견』은 1937년에 씐 책으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는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일백 년 전의 누군가의 생각이 궁금해서도 아니고, 유명한 책이라서 읽어보고 싶은 허영심도 아니다. 다음 주에 독서모임에서 다루게 되는 책이었던지라, 참석 전 완독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런데 『생활의 발견』을 읽으면서, 독서모임에 참석해야 하는지 고민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문자로 정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1주일 동안 기상과 동시에 조금씩 읽었는데, 솔직히 세계적인 석학이 말하는 '값진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용이 광범위해서 한 번에 습득하기 어려웠다. 한 번 읽으면 알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앞에 무엇을 읽었는지 머리에 남지 않는다. 새로운 내용이 끊임없이 들어오다 보니 앞의 내용을 까먹게 되는 것이다. 나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자괴감이 느껴진다. 책 읽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생활의 발견』은 인생을 보다 깊고 넓게 보게 해주는 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덮고 생각했다. 왜 이 책이 어려울까? 내가 책을 읽을 ...
선량한 차별주의자(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저자 김지혜 출판 창비 발매 2024.12.06. 평등과 차별에 대하여 생각을 시작한 계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부터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분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반대 입장이다. 무엇보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밤잠 설치며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회사가 원하는 인재에 부합되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큰 노력 없이 정치적 이슈로 정규직이 되며 나와 같은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다. 그러다 박권일 작가님의 『한국의 능력주의』를 읽으며, 노력해서 쟁취한 정규직이라는 감투도 어쩌면 사회적 불평등 조건에서 얻은 건 아닐까 싶었다. 정규직 채용 절차와 과연 모든 지원자에게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생각이 완전하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평등과 차별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김지혜 교수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사회에서 정의한 평등과 차별을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교수님의 주장에 모두 공감하는 건 아니다.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주장 중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들도 보이고,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들이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는 건 아닌가 싶다. 수원시 인...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 저자 강형욱 출판 혜다 발매 2025.01.15. 반려견의 시대다. 길을 걷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다. 그러나 반려문화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많은 않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이야기들은 누가 인간이고 누가 반려견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사건사고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반려문화는 아직 미성숙하다고 종종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님을 통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는 강형욱 훈련사님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반려 문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 보면 반려견을 키우면 안 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자식을 키우는 것과 똑같다. 말만 못 할 뿐이지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이기에 열심히 잘 키워야 한다. 아이들이나 반려견이나 차이 없다.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라고 했듯이, ‘반려견을 보면 반려 주인을 알 수 있다. 동물들은 환경이나 양육자를 닮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이 하는 행동을 통해 양육자들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말이다. 우리 동네에는 개를 키우는 집이 한 곳 있는데, 그 집 개가 짖는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면 그 집 앞을 지나야 하는데, 저녁 시간에 지날 때마다 개가 짖으니 깜짝깜짝 놀란다. 개가 짖는 걸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