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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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저자 설은아 출판 수오서재 발매 2022.03.25. 가끔은 너무 우울해서 물속에 잠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근데 그게 왜 나쁜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 나는 우울했다가도 괜찮아질 거고 물속에 잠겼다고 햇빛에 마를 텐데. (p.29 / 28,002번째 통화) 아 이 책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울고 웃으며 지난 밤 홀린 듯 읽어놓고도 뭐라고 서평을 써야 하면 좋을까 생각하느라 몇 시간째 그냥 앉아있었다. “날 것의 아름다움, 미사여구 없는 말들의 진심”이라는 말 말고는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난 이 책에 심취했던 거다. 사실 이 책은 “꾸미지 않은 날것의 진심”이라는 한 줄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맞다. 내가 리뷰를 쓰지 않아도 모두 공감할 그런 책이다. 엮은이는 “유리창 너머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가는 것 같다. (...) 타인의 일상 속엔 나에게 있는 슬픔, 고통, 외로움 같은 건 없어 보인다. (p.12, 프롤로그) / 그렇다면 우리가 하지 못한 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흐르지 못하고 어딘가 묻혀 있는 말들은 신호가 왔지만 받지 않는 우리의 '부재중 통화'일 것이다. (p.112) “라며 혼자 끌어안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자유로워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이 말들...

2022.03.24
10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부족한 삶이지만 행복해지고 싶어. (p.27 / 1,580번째 통화) 나는 그간 나를 너무 사랑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나를 좀 더 사랑해주고 다른 사람한테 사랑을 구걸하지 않고 그렇게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살고 싶어. (p.119 / 36,130번째 통화) 아직 늦은 게 아니라고, 충분하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내 인생이 너무 초라하고 실패한 것 같지 않게. (p.156 / 70,141번째 통화) 누가 먼저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괜찮다고 답해도 끈질기게 물어봐 주면 좋겠다. (p.241 / 92,201번째 통화) 미안하다는 말 그만하고 싶고, 거짓된 미안하단 말들도 그만 듣고 싶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내 삶은 언제나. (p.255 / 72,905번째 통화)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날 것 같지.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나 자신을 믿으면 좋겠다. (p.305 / 52,075번째 통화) 이 전화를 빌려 당신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기억할게요. (p.127 / 37,040번째 통화) 오랜만이야. 네가 보고 싶은 어떤 날에는 그냥 밖으로 뛰어나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너에게 가달라고 말하고 싶은 날이 있어. 그대로 너한테 달려가면 넌 어떤 얼굴을 할까. (p.190 / 53,220번째 통화) 나도 날 잘 모르는 것 같아. (p.227 / 43,629번째 통화) 하고 싶은 게 너무...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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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 출판 한빛비즈 발매 2022.02.25. 클로로폼을 사용했던 의사들은 여성이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성경을 들먹이는 성직자와 동료 의사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 그러나 대다수 성직자들과 달리 예민한 남성들은 아내가 출산하는 순간에 고통으로 내지르는 절규를 차마 견디기 힘들어했고 절규의 행동이 신성하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p.104) 출산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고통의 순간'을 지나와야 경이로워질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출산하는 여자'만 대단하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출산의 순간'을 겪고 태어난 귀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요즘은 출산하다 산모가 죽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지만, 과거에는 꽤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분명 태아의 평균 신체는 과거보다 커졌을 텐데 왜일까. '의학의 발전'이라는 당연한 걸 왜 묻냐 하겠지. 맞다. 의학의 발전에 의해서다. 그런데 그게 왜 당연해? 우리는 많은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익숙해져서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그러나 '당연하지 않았던 때'가 주는 교훈은 몹시 크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일 테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당연하게 바꾸어준 이들'에 관한 책이다. '어떤 혁명은 소리 없이 시작되기도 한다. (p.8)'는 말...

2022.03.22
10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저자 이소은 출판 수오서재 발매 2022.03.15. 지금도 나는 깎이고 다듬어지며 쓸모없는 것들은 털어내고 덜어내는 중이다. 상처 난 곳에 새살이 돋을 때면 전보다 질긴 표피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그런 변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and since i made it here, i can make it anywhere! (여기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어디에선들 못 하겠어!)”를 모토로 삼고 나아갈 생각이다. (p.277) 그녀가 가수로 섰던 무대를 기억한다. 그 목소리도, 호흡도 기억난다. 사실 아직도 그녀의 노래 한두 곡은 내 차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친구들이 “토토가”라고 부르는 차답게 내 차의 노래들은 나의 10대를, 20대를, 30대를 함께 함께 해오다 보니 노래들도 각자의 추억을 켜켜이 쌓고 있는 셈이다. (그녀가 김동률과 부른 '기적'은 나의 첫사랑을 추억하게 한다) 아무튼 그녀의 아버지 책(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 이규천/ 수오서재)을 통해 그녀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오히려 이번 책은 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해야겠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고 하는데, 어째서 나라는 꿀벌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이 늘 함께 하는 것일까. (P.39) 이 문장을 읽는데 코가 시큰했다. 나의 지난 시간이 떠올라서였을까. 물론 나는 그녀에 비해 이룬 것이 너무 없지만, 이룬 것이 없다고 ...

2022.03.20
10
불량주부명랑제주유배기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저자 김보리 출판 푸른향기 발매 2022.03.18. 걸음의 결에 따라 많은 생각이 스쳐 간다. 자유로웠고, 쓸쓸했으며 더할 나위 없이 충만했다. 혼자 걸으며 무수히 많은 것들을 채집한다. 물리적인 것들을 사진으로 수집하고, 둥둥 떠다니는 대책 없는 마음을 애써 메모로라도 부여잡는다.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그렇게 지켜간다. (p.62) 봄빛이 가득한 연 오렌지의 표지. 제주도. 여행기. 사실은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펼친 책이었다. 그저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하겠지, 하는 얕은 기대감이랄까. 이 책을 읽으며 눈물 콧물 흘리는 나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모슬포 같은 마음을 털어내고자 혼자 떠난 제주도. 제주를 걸으며 자신의 지나온 길을 다시 걷고, 바다를 보며 50년이라는 삶을 되돌아보는 일기 같은 책이다. “내가 아닌 나는 될 수 없지만(p.27) 찌그러진 마음이 조금 펴지고, 어둡게 밝아 적당한(p.5)”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게 짠한데 때때로는 달콤한 유배기. 그리고 그 여행에서 그녀는 결심한다. “바람이 분다고, 나를 향해 부는 것이 아닌 것을. 겁먹고 살지 말자. (...) 개 떨듯 떨더라도, 뛰쳐나오고, 걷고, 살자. (p.61)”고. 어린 시절의 한 순간순간이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쉬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어른의 순간도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2.03.19
10
세금의 세계사

세금의 세계사 저자 도미닉 프리스비 출판 한빛비즈 발매 2022.03.15. 오늘날 세금은 모르는 사이에 원청징수되고 강제로 징수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강제로 가져가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무장 요원이 억지로 빼앗아 가지는 않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강제라고 한 말은 세금을 안 내면 전과자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교도소에 갈 기회조차 없다. 세금이 원천징수되기 때문이다. (p.35) 다양한 역사서를 읽으면서도 단 한 번도 세금의 역사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과자가 될 기회도 없이 원천징수되기 때문인지, 나는 언제나 각종 세금을 내는 서민이면서도 그냥 당연한 무엇인가로 받아들이고 살았나 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세금이 역사 속에서 엄청난 흐름을 담당하고, 판도를 바꿀 “돈”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한 듯 역사 속에 숨어있던 세금들을 만나며 알았던 과거는 새롭게 보이고, 몰랐던 과거는 다시 알게 된 읽기였던 듯하다. 나폴레옹 전쟁은 영국에 6억 파운드 이상의 추가 부채를 안겼다. (...) 소득세 때문에 채무의존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정부 지출의 반 이상은 채무로 충당했다. (p.126) / 루스벨트는 뉴딜정책 실시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1932년 선거 캠페인에서 맥주에 부과하는 주세만으로도 수억 달러의 정부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루즈벨트가...

202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