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눈과 코와 입, 삼위일체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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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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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스토리입니다" 가격이나 품질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와인은 어떤 곳에서 누구와 함께 무슨 계기로 마셨는지, 그리고 그 향에 대한 소회를 기억하는 것으로 스토리 하나씩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The days of wine and roses laugh and run away like a child at play

와인과 장미의 날들은 노는 아이처럼 미소를 띤 채 훌쩍 사라지고 말지요.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황헌


최초로 포도나무를 심어 경작한 사람은 노아로 기록돼있지요. 노아 이후 10대가 지나면서 자손들이 건설한 세상은 타락한 것으로 성경은 묘사합니다. 물질이 발달한다는 것은 음주의 문화도 크게 융성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아 시대 포도주가 흔했다는 것을 성경이 술회하듯 실제 대략 노아의 시대 혹은 그에 앞선 시대에 인류는 이미 포도주를 마셨을 거라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특급 포도밭 '클로 드 부조'의 역사는 12세기에 시작됩니다. 시토파 대수도원에서 포도밭을 개간한 것입니다. 수녀원도 마찬가지로 와인 양조에 기여헀습니다. 대표적으로 론의 명품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지공다스 마을은 프로방스 생탕드레의 베네딕트 수녀원에서 만든 것입니다.

붉은 포도의 껍질을 제거한 뒤 그 과육만으로 포도주를 만들면 안토시아닌이 가져다주는 붉은 색조가 사라지게 됩니다.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는 침용 과정이 없습니다.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양조업자들은 먼저 포도를 으깬 뒤 곧바로 1차 발효인 침용 과정을 밟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포도를 으깬 뒤 곧바로 압착해서 거친 포도즙을 만드는 게 다릅니다. 화이트 와인 제조의 첫 순서는 포도 껍질을 주의 깊게 벗긴 후 포도즙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 맑은 즙이 나올까요? 껍질을 벗겼기 때문입니다. 레드 와인을 만들 떄는 발효 과정에 색소가 잔뜩 포함된 껍질을 그대로 즙 속에 남겨서 발효 후 제거하죠. 그러나 화이트 와인은 발효가 시작되기 전 껍질을 분리하는 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런 차이 때문에 레드 와인을 만들 때 거쳤던 유산발효(사과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작업)과정이 화이트 와인 에는 없는 것입니다.

화이트 와인은 풍부한 산도가 생명입니다. 유산 발효를 안 하는 대신 껍질을 제거해 압착한 맑은 포도즙의 발효를 위해 와인 농가에서 효모를 투입합니다. 효모가 가해진 포도즙은 빠르게 알코올로 변합니다. 2주 동안의 저온 발효가 계속 되는 동안 발생하는 탄산가스는 외부로 뽑아냅니다. 발효가 시작되면 발생하는 열은 냉각수로 식혀줍니다. 발효 도중 온도가 상승하거나 크게 떨어지면 발효가 중단되므로 화이트 와인 제조에선 온도 관리가 생명입니다.

보르도의 시장을 지낸 몽테뉴는 와인의 향미에 빠진 인물이었죠. 몽테뉴 가문은 대대로 부를 이어왔습니다. 소테른 지방의 최고 귀부 와인인 샤토 디켐 역시 몽테뉴 가문의 영지엥서 생산됐습니다. 샤토 디켐의 소유주가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19세기에 뤼 살리스 가문으로 넘어갔던 소유권은 1998년 12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그룹인 루이뷔통에 팔렸습니다. 루이뷔통 그릅은 샴페인 모엣 샹동과 코냑 헤네시, 명품 레드 와인인 생테밀리옹의 슈퍼 1등급 슈발 블랑등을 인수했습니다.

'태양을 절여서 만든 와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로제와인은 장기 보관에는 부적합합니다. 로제를 시원한 상태로 보관한 뒤 이듬해 기온이 올라가는 늦봄부터 마시면 충분히 그 가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로제 와인의 알코올 비중은 화이트 와인보다 약간 낮은 11% 안팎입니다. 로제는 화이트 와인처럼 시원하게 보관해서 마시면 됩니다. 무더운 여름날 식사 시작 전에 시원한 로제 와인을 한 잔 먼저 마시면 본식의 구미를 크게 당겨줍니다. 분홍은 예의를 상징합니다. 뜨거운 붉음과 차가운 흰색이 만나서 나오는 분홍은 타협의 미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제 와인은 대개 모든 음식과 조화를 이룹니다.

보르도에서 주로 재배되던 카베르네 프랑이라는 이름의 붉은 포도는 향은 좋지만 오래 보관하기에 취약했습니다. 그러던 중 프랑스 보르도와인 연구가들이 18세기 중반에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을 교배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탄생 한 것이 바로 카베르네 소비뇽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아버지는 카베르네 프랑, 어머니는 소비뇽 블랑인 셈입니다. 카베르네 프랑은 소비뇽보다 껍질이 얇고 산도도 낮습니다. 타닌이 적고 당도가 좋은 편이죠. 보르도의 메독 지방에서 나오는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와이너리의 전통에 따라 섞어서 만드는데, 두 품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포도가 카베르네 프랑입니다.

최고의 명품 페트뤼스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황헌

페트뤼스는 다른 어떤 표현으로도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기품 높은 최고급 와인입니다. 원래 로마가 골 지방을 지배하던 시절 총독의 이름이 페트뤼스였는데, 거기서 이 와인을 생산하는 동네 이름이 기원했다고 합니다. 페트뤼스는 본래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첫 제자인 베드로를 뜻하는 라틴어입니다.

피노 누아는 오크통 보관에도 섬세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병입 후 관리 역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서늘한 와인 냉장고가 아닌 곳에 뒀다가는 오래지 않아 맛이 변질될 수 있습니다. 마실 때도 그 깊은 세계를 음미할 줄 아는 예술적인 혀, '심미설'을 요구합니다. 피노 누아는 년 정도 숙성한 부르고뉴의 코트도르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는 재배지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납니다. 오리지널 지역은 버건디, 즉 부르고뉴입니다. 5~8년 정도 숙성한 부르고뉴의 코트도르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 레드를 열어서 30분쯤 공기와 접촉한 다음 잔에 따르고 향을 코로 맡아보면 '아! 이 맛에 와인에 빠지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타닌은 와인의 색과 숙성도, 보디감, 알코올 도수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 덩어리입니다. 타닌은 레드 와인을 마시는 순간 사람들의 입안엥서 떫거나 쓴 느낌이 들게 합니다. 타닌은 침 속에 든 단백질을 만나면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이 많은 붉은 육류를 와인과 함께 섭취하면 타닌과 단백질이 만나면서 와인 자체가 갖고 있던 떫은맛이 확 줄어듭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포도주를 사는 경우 진열대 위에 붙은, 세워둔 병을 그린 표시와 눕혀진 병을 그린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세워둔 병 표시는 오래 보관하지 말고 곧바로 마셔야 하는 포도주입니다. 눕혀진 병 표시가 있는 진열대의 와인은 장기 보관, 숙성 후 마시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피노 누아나 그르나슈 등 타닌이 상대적으로 적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대개 생산된 지 3년 안에 마셔도 되는 제품이 많습니다. 네비올로,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시라, 피노타지 등으로 만든 와인은 적어도 몇 년은 지나야 제맛을 내기 시작합니다.

"해마다 날씨가 다르고, 그 차이가 포도주 품질의 차이로 이어진다. 따라서 처음 고가의 와인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빈티지별작황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예컨대 1982년산 프랑스 1등급 라피트 12병짜리 한 박스는 4만 파운드에 거래되지만, 1983년산은 단지 7,500파운드에 살 수 있을 정도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예 지갑에 빈티지별 평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든 빈티지 평가표를 갖고 다니기도 합니다. <와인스펙테이터> 홈페이지는 최근 유료 회원제로 바꿨습니다. 무료로 빈티지 평가표를 편하게 보려면 구글에서 'Wine Enthusiast vintage chart'를 검색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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