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쯤 되었을까.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책을 꽤 좋아했는데 그때 읽으면서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공상과학소설이 훙미로웠다. 앞으로 물과 공기를 사 먹고, 음식을 먹는 대신에 모든 영양소를 알약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현관문 앞에서 출입할 때는 모두 에어샤워처럼 소독을 하며 화면을 통해 화상으로 회의나 학교 수업을 대신할 뿐 아니라 영상통화도 할 수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은 거의 로봇이 하는 시대의 허황된 이야기들이었다. 문득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지금의 생활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황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맞춰 자고 일어나면 변화하는 세상에 놀라게 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뒤처지는 시대가 되어가는데 그 속도에 맞추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다. 여전히 나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나는 SF소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황당한 일들과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약간 편협적인 독서를 하고 있었나 싶다.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을 이야기하기에 서두가 길었다. 오랜만에 공상과학이 가미된 SF 장르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AI 인공지능과 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소설에 휴머니즘이 가득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궁금해서 책장을 끝까지 넘길때까지 꼬박 앉아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