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널 최신 피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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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펙트 데이즈> - 바로 지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나의 일상에 대하여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4/07/05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퍼펙트 데이즈>는 일견 주인공인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의 일상을 차분히 쫓는 게 전부인 이야기처럼 들려올 공산이 높습니다. 이 중년 남성의 본격적인 사연은 적어도 그의 일상이 어떤 식으로 하루를 구성해 가는지 한 사이클을 관객에게 완벽히 소개하고 난 후에나 들을 수 있는 것일 테니 사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영화는 모두에게 '히라야마'가 누군가가 마당을 쓰는 소리에 잠을 깨고 면도와 양치를 마친 후 다시 자신이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는 관성적인 작업을 느긋한 호흡으로 관전시킵니다. 단순히 출근 전 준비만이 아니라 집을 나서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로 목을 축인 그가 차를 몰고 일터에 나와 꼼꼼하게 화장실 청소를 하는 장면까지도 '짐 벤더스'는 마치 인수인계를 위해 사수에게 건넬 교보재를 만들기라도 하려는 듯 살뜰하게 비추어 보여주지요. 그래서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는 도쿄 내에 개성 넘치는 화장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끔 시청자를 몰고 가기도 합니다. 사실상 극이 내비치고자 하는 한 중년의 일상은 별다른 개성이나 특징 없는 반복되는 지루한 운동성을 가진 것에 불과해 보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짐 벤더스'는 촬영과 편집의 미세한 변주로 반복되는 주인공의 이 매크로 퍼포먼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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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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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내일로> - 다소 우악스럽긴 해도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찬란한 내일로(Il Sol dell'avvenire)> (2023/10/09 :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영화의 제작 현장이 서사의 토대를 이루고 있기도 하고 그 과정 위에 감독 본인의 인생이 굴러가는 광경을 더하고 있기도 해서 사실 '난니 모레티'의 <찬란한 내일로>는 적이 복잡스러운 사연으로 읽힐 공산이 큽니다. 실제로 극의 장르만 해도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코미디 소동극 위에 드라마와 멜로 그리고 뮤지컬과 정치 풍자극 등이 다양하게 쌓아 올려져 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심지어 작품은 이런 장르의 다양성에 그치지 않고 다시 '자크 드미'의 <롤라>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첨삭해 내는 한편 '존 카사베츠'나 '말론 블란도' 그리고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등과 같은 유명 인사의 이름을 소환해 가며 극의 접근성을 한층 돋워 놓고 있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찬란한 내일로>는 완벽히 즐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섭렵해야만 하는 일종의 영화에 관한 영화 즉 '메타 영화'이겠거니 오해할 수밖에 없을 테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작년 부산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보면서 당시 극장에 걸려 있던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과 유사한 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촬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동이 극의 주요 질료라는 점이나 그 제작을 전담하고 있는 감독이 완성도에 대해 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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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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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섬가이즈> - 이것이 바로 호타준족의 코미디

    <핸섬가이즈(Handsome Guys)> (2024/07/02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웃음의 타율로만 봤을 땐 <핸섬가이즈>는 분명 호타준족의 타자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매 타석마다 끊임없이 관객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낼 안타를 때려내고 있는 데다가 심지어 그런 코미디가 실린 극의 호흡 역시 상당히 빨라서 가끔은 단숨에 여러 개의 루를 훔쳐낸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캐나다산 원작인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우리 식으로 매끄럽게 현지화 시켜낸 덕분에 다른 국가가 아닌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 우리네 경기를 보고 있다는 실감이 있기도 하지요. 그러니 고운 심성을 타고났지만 흉악스러운 외모 탓에 그들을 본 모두가 절로 뒷걸음질을 치는 극중 상황에만 몰입을 할 수 있다면 이후 벌어지는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익살스러운 소동극에 내내 배꼽을 잡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작고한 '신정원' 감독의 <시실리 2km>나 <차우> 스타일의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라면 특히나 더 쉽고 깊게 빠져들 수 있을 테고요. 극의 호불호는 의외로 익살스러움의 농도보다는 잔혹함의 수위 때문에 빚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웃음은 그저 미소를 슬쩍 흘리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겁박할 수 있는 두 주인공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의 행색이 의도치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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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하루> - 변명을 위해 마련된 질문과 답변들

    <우리의 하루(In our Days)> (2023/10/24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홍상수'가 내놓고 있는 최근 신작들을 보고 있자면 그의 작품 세계를 지탱해 온 서사가 본인의 인생 그 자체였다는 흐릿한 그간의 예상에 본인이 직접 정답 표시를 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곤 합니다. 그러니까 질감은 다소 거칠어졌지만 그 덕분에 제작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간결해진 근작들만이 아니라 <오! 수정>이나 <생활의 발견> 그리고 <극장전> 같은 다소 노골적인 낯빛의 초기작 역시 실은 죄다 그의 인생으로부터 길어진 사연이었다는 걸 이제는 비로소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어쩌면 이 거장의 영화에 부쩍 불만을 표하는 이들 중 일부는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요즈음의 사생활이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전작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거리낌을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상 각본을 써 내려가는 그의 제작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 취기로 얼룩진 예전 영화 속 대사들 또한 어쩌면 실제로 있었던 경험의 산물일 확률이 높다고 봐야할 테지요. 그러니 창작의 일부겠거니 짐작하며 들었던 영화 속 몇 불콰한 대사에 낄낄거렸던 관객의 옛 경험 역시도 이제는 새삼 불쾌한 기운을 머금을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겠고요. (고로 개인적으로 '홍상수'의 작품 세계를 대하는 소비자의 딜레마는 우디 앨런'이나 '로만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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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 - 더 과감하게 드라마로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A Quiet Place : Day One)> (2024/06/26 : 롯데시네마 도곡) 소리를 쫓는 괴물들이 지구를 덮친 시작 지점에 조명을 맞춘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은 전작들과는 달리 의외로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 장르를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어 놓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침공의 현상 그 자체를 심층적으로 파고 들려 하지 않고 그저 그런 현장에 놓인 인간의 감정을 한 꺼풀씩 벗겨내는 데에 초점을 맞춘 '마이클 사노스키'의 이 작업은 아무래도 관객의 호불호를 꽤나 극단적으로 갈라놓게 될 듯싶네요. 그도 그럴 것이 두 번째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도입부에서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분)' 가족이 이 첫째 날을 맞는 장면이 이미 한차례 회상된 바 있기도 하니 사실 관객의 뇌리엔 이 신작과 유사한 시계(視界)를 들여다본 것만 같은 기시감이 꽤나 짙게 자리 잡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그저 인물만 바꿔 엇비슷한 광경을 다시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이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심드렁한 반복으로 읽힐 수밖에 없을 테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르를 살짝 비튼 이런 선택은 명민한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애초에 전작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다음 세대의 제대로 된 반격을 예고하며 끝을 맺기도 했거니와 그 반격을 시각화할 시퀄이 한참 제작 중이기도 한 만큼 괴물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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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키맨> - 액션은 가끔 흐느적흐느적, 내러티브는 시종 허우적허우적

    <몽키맨(Monkey Man)> (2024/06/19 : 메가박스 송파 파크하비오) '데브 파텔'이 연출과 주연 모두를 소화한 <몽키맨>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볍게 소비하기엔 조금 난해하고 둔중한 인상의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영화는 단순히 '인도'를 극의 배경으로 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그네들이 떠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나 종교적인 배경을 서사 깊숙이 끌고 들어오려 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요. 뭐랄까 밑동이 드러날 때까지 사연을 깊게 파고들어가다 보면 분명 '빈부'라는 보편적인 문제와 마주칠 순 있게 될 테지만 그렇게 만난 주제가 이상하리만치 내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과는 영 다른 것인 양 체감되는 기묘한 이물감 같은 게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전락과 부활 그리고 각성을 순행하는 주인공의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극 후반부 녀석이 선사하는 단죄의 쾌감 역시 다소 뭉툭해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고요. 또 다른 문제는 액션과 내러티브 파트의 배분 쪽에 있지요. 모름지기 <존 윅> 스타일의 액션을 표방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지독한 피의 복수를 하게 되는 계기 정도는 분량을 응축해 간소화해 두는 센스를 보여야 하는 법인데 '데브 파텔'은 아쉽게도 그 과정을 세밀하게 심지어 반복까지 해 가며 되도록 많이 노출하려 애씁니다. 러닝타임이 절반 이상 지나가는 지점에서도 모두가 여전히 진창에서 뒹구는 인물의 수난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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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마이너스 원> - 패전의 역사를 승전의 경험으로 치환하는 교활한 근성

    <고질라 마이너스 원(ゴジラ マイナスワン)> (2024/06/22 : 넷플릭스) 보통 '고질라'로 대변되곤 하는 일본의 괴수물(怪獸物)은 표면적으로는 이 섬나라에 시도 때도 없이 몰아닥치는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을 질료 삼아 만들어진 세계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내막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기저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고질라 마이너스 원>에서도 극 중반부 비키니 섬에서 자행된 핵실험으로 '고질라'가 방사능을 뿜는 괴수로 진화하는 과정을 슬쩍 끼워 보여주고 있는 건 일본 영토에 상륙하려 드는 이 괴물이 어떤 성능의 것인지를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테지요. 무엇보다 이번 신작은 극의 배경 자체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패전한 직후인 데다가 심지어 주인공을 그 전투를 위해 희생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그러지 못했던 가미카제 조종사로 상정해 놓기도 해서 특히나 더 핵무기에 대한 적대적인 감각이 도드라진 측면이 있거든요. 영화는 영리하게도 그런 패전(敗戰)의 분노를 자신의 나약한 정신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를 낸 것으로 믿는 주인공의 죄책감으로 치환해 놓았습니다. 다시 말해 '시키시마(카미키 류노스케 분)'가 전쟁에 나서지 못했던 건 그에게 딱히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죄의식이 있어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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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재킹> - 하이재킹 스릴러에서 스톡홀름 신드롬 드라마로 선회

    <하이재킹(Hijack 1971)> (2024/06/21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유사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에 <모가디슈>와 <교섭>의 잔영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던 <비공식작전>과 마찬가지로 '김성한' 감독의 이 <하이재킹> 역시 아무래도 <비상선언>과 태생적으로 비교 당할 운명에 처한 작품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서사가 악의를 가진 납치범에 의해 비행기가 제압당한 상황이 주가 되어 빚어져 있기도 하거니와 그 과정을 극복하는 과정이 신파로 버무려진 인류애에 기대고 있기도 해서 사실상 두 영화는 같은 배에서 나온 쌍생아 같다는 인상이 있긴 하거든요. 하지만 <비상선언>과는 달리 이 <하이재킹>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사건 그 자체에 비행기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을 교차편집하고 있진 않아 무척이나 직관적인 어조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뭐랄까 이건 이미 세상에 나온 쌍둥이 형과는 달리 변화구로 승부하지 않고 오로지 직구만 던져대는 강견(強肩)의 동생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스릴과 서스펜스의 농도로만 봤을 때는 나중에 세상에 나온 이 동생의 판정승 쪽으로 한 표 던지고 싶습니다. 사실 비행기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이 납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나 기관의 모습을 교차시키는 건 사건의 외연을 넓히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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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 납치한 사람을 저렇게 신줏단지 모시듯 해서야 원

    <드라이브(Drive)> (2024/06/14 : CGV 송파) 최근 개봉한 <드라이브>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 부스>나 관에 갇히고 땅에 묻혔던 '라이언 레이놀즈'의 수난을 그린 <베리드> 같은 폐쇄 스릴러 장르의 구성 위에 요즘 유행하는 개인 라이브 방송이라는 소재를 안착시킨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성패 역시 소재가 주는 참신함 그 자체보다는 잘 짜인 구성을 통해 그런 제한된 공간에 결박된 인물의 공포나 강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편이 옳겠지요. 아무리 그게 새로운 스타일로 버무려 완성된 보기 좋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저 상황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주인공에겐 충분히 있었던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해버리는 순간 관객의 식욕은 순식간에 달아날 수밖에 없게 되는 걸 테니까요. 때문에 영화는 개인 방송 특유의 질감을 잃지 않도록 돕는 투박한 '편집'이나 납치의 상황을 생생히 중계해 내는 긴박한 '촬영' 그리고 반전으로 서서히 몰아붙이는 암팡진 '각본' 등을 순차적으로 서빙해 내며 객석에 앉은 이들이 허튼 생각을 할 틈을 갖지 못하게 하려 합니다. 극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다소 조급하다는 인상이 있는 건 이처럼 이 소동을 어떻게든 그럴싸하게 보여야만 하는 연출자의 위장술이 러닝타임 곳곳에서 고개를 치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테지요. 그건 한편으로는 그렇게 애쓰지 않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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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아웃 2> - 매끄러운 확장, 엇비슷한 전개

    <인사이드 아웃 2(Inside out 2)> (2024/06/12 : CGV 송파) 전작의 주인공인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고 그 틈을 타 새로운 감정들이 번잡한 소녀의 심사에 함께 기거하게 된다는 서사의 확장은 꽤나 매끄럽습니다. 그래서 <토이 스토리 4> 때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끝맺은 이야기에 굳이 억지스럽게 후속편을 덧댈 필요가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던 관객이라고 할지라도 막상 다채로운 감정으로 치장된 주인공의 사연을 듣고 있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 어린 납득을 끄덕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무엇보다 이건 극의 확장을 위해 이런저런 감정을 끌어다 붙인 상황극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소녀의 심경 변화를 '불안'이나 '당황' 그리고 '질투'나 '권태' 등으로 적절하게 은유해 둔 일종의 성장담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그땐 대체 왜 그랬던 건지 도통 알 길이 없는 '사춘기'를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해 둔 이 신작이 비교적 가늠이 됐던 '유년기'를 다룬 앞선 영화보다 새롭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를 테지요. 그런 사춘기의 혼란을 다룬 이야기다 보니 내내 전개를 쥐고 흔드는 건 새롭게 감정 관제탑을 장악한 '불안'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좌지우지하는 척도가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불안한 마음에 있다고 말하는 듯싶으니까요.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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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녀석들 : 라이드 오어 다이> - 조금 흔한 맛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적인 스타일 교체

    <나쁜 녀석들 : 라이드 오어 다이(Bad Boys : Ride or Die)> (2024/06/07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재밌게도 가장 최근에 나온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달렸던 국내 개봉명 부제 '라이드 오어 다이'를 고스란히 매달고 나온 신작입니다. 글의 서두부터 이게 공교로운 일이라며 주절거리는 이유는 사실 <나쁜 녀석들>이 단순한 형사 버디 액션이었던 전작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참고한 게 바로 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되기 때문이지요. 특히 피를 나누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며 공동체 의식을 자극하고 그렇게 묶어 낸 하나의 마음을 이용해 협업을 완성하는 극의 후반부는 '도미닉 토레토'가 시동을 걸어 완성한 액션 퍼포먼스라고 속인다 해도 전혀 이물감이 생기지 않을 정도니까요. 어쩌면 이 이야기는 정말로 '마이크(윌 스미스 분)'의 아들이나 '마커스(마틴 로렌스 분)'의 사위까지 이 팀에 포함시켜 좀 더 거대한 판을 계획하고 있는 중인 건지도 모를 일이고요. 이런 가족계획은 주연 배우들의 노쇠화를 극복하는 하나의 수단에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르만도'나 '레지'가 주도하는 액션 시퀀스는 둘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던 속도감이나 박진감을 채워주는 효과를 극에 가미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이제는 비대해져 액션이 썩 어울리지 않는 '마커스'를 주로 농담을 쏟아내는 용도로 소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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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욕> - 다양성이 보편성이 될 통로를 낼 수 있도록

    <정욕(正欲)> (2024/06/01 : CGV 강변) <정욕>이라는 극의 타이틀만으로는 농밀한 남녀상열지사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사실 '키시 요시유키' 감독의 이 신작은 쾌락과 연동된 '정욕(情欲)'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한자 '바를 정(正)'자를 활용한 조금 다른 의미의 '정욕(正欲)'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는 작품입니다. 직역하자면 '바른 욕망'이 될 이 제목은 이 이야기가 '자신이 품은 무언가를 바라는 그 감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천착하는 이들을 내세우려 한다는 걸 알리는 일종의 선전 문구라고도 볼 수 있지요. 실제로 영화는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오거나 그것이 잔뜩 적셔져 있는 광경을 보며 쾌감이나 해방을 느끼는 이들을 통해 그런 고민을 차분하게 구체화시키고 또 보편화시키기까지 하니까요. 이런 고민이 극의 주요 소재인 탓에 이 작품엔 인물이 직설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려 드는 순간들이 무척이나 절제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연출 자체가 화면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하나씩 띄우며 그들의 인생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해서 극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적으로 다가올 테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주제까지 느긋하고 흐릿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자신들을 외계인인 양 취급하는 '요시미치(이소무라 하야토 분)'나 '나쓰키(아라가키 유이 분)'의 표정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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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랜드> - 가짜 티 너무 나는 가짜

    <원더랜드(Wonderland)> (2024/06/07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원더랜드>는 <만추>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라는 타이틀이나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흥행의 봉화를 피워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이는 호사스러운 출연진의 라인업이 아니었다면 아무래도 극장에 걸리는 게 썩 쉽지 않아 보였을 만듦새의 작품입니다. 물론 그에 앞서 이런 야단스러운 수사들 덕분에 이 안일한 각본이 무난하게 영상으로 제작될 수 있었던 거라고 봐야 할 듯싶기도 하지만요.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극의 핵심 소재인 '원더랜드'라는 서비스의 여러 요소를 관객이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해 두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흥미로운 착안의 단계 이후 거기에 현실감이나 생동감이 들러붙을 수 있도록 거쳐야 하는 다양한 고민이 죄다 거세된 이야기처럼 읽힌다는 거지요. (굳이 따지자면 그런 아이디어가 대단히 새로운 것도 결코 아닙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조금은 진짜처럼 다가와야 할 이 '원더랜드'라는 환경 자체가 관객에게 죄다 가짜처럼 보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서비스의 존재 가치는 떠나는 이에게도 또 남겨진 이에게도 망자(亡者)가 계속해서 살아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실감을 주는 데에 있는 듯 보이는데 그 방식이 너무도 안일한 탓에 영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극 후반부 이 서비스로 인해 제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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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참극을 자양분 삼아 가꿔지는 낙원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4/06/05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조나단 글래이저'의 신작은 함께 걸려 있는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와는 전혀 다른 논조(論調)로 극장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득해 내는 작품입니다. 이건 굳이 요약하자면 높다랗게 쳐진 벽 안에서 자신들의 생활감을 마음껏 뽐내는 주인공 가족 주변으로 고함과 비명 그리고 총성 따위를 마치 백색소음처럼 흘려보내 외려 역설적으로 '아우슈비츠' 지독한 참상을 경험하게 만들도록 고안된 작품이라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 시청자를 사연과 함께 완벽하게 격리시켜주는 극장이라는 시설이야말로 이 비극을 즐기기에(?) 가장 완벽한 수용소라는 사실은 모두가 쉽게 공감할 만한 주장이라고 봐야 할 테지요. (이와 같은 독특한 연출적 구성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되도록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영화와 만나는 충격을 체험하길 권하고 싶네요.) 연출자의 목적이 이렇다 보니 막상 화면을 주도하는 한 가족의 일상 그 자체는 거의 서사의 높낮이가 없다시피 합니다. 실제로 영화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은 한없이 평온하기만 해 심지어 심심하단 인상마저 줄 정도니까요. 하지만 '조나단 글래이저'는 앞서 언급한 소위 '들려주기'의 방식으로 이 풍경이 평온하면 평온할수록 더욱 흉물스러운 공포가 배어 나오게끔 극을 지휘해 나갑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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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렛> - 각자의 거짓으로 포개어 낸 우정

    <스타렛(Starlet)> (2024/06/02 : 네이버 시리즈온) '칸'에서 '황금종려상'이 명망 높은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비교적 신예인 '션 베이커'의 <아노라>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예전부터 보려고 벼르고 있던 그의 초기작 <스타렛>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사실 '션 베이커'는 경력이 그리 길지 않고 지향하는 세계관이 거의 한 톤인 연출자에 가까워서 시놉시스만으로도 왠지 이미 맛을 거의 다 본 듯한 이 영화가 그간 이상하리만치 손이 가질 않았거든요. (가끔 이렇게 '언젠가 봐야지'만을 주야장천 되뇌게 하는 작품들도 있는 법입니다.) 실제로 주인공인 '제인(드리 헤밍웨이 분)'의 직업이 포르노 배우라는 설정 탓에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 본 <레드 로켓>와 유사한 상으로 겹쳐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은연중에 '밑바닥에서 희망 없이 뒹굴면서도 좀 더 나아질 무언가를 시도하진 않는 무기력한 인생의 전라를 그저 성별만 바꿔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편견을 품었던 게 분명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건 <레드 로켓>과는 전혀 다른 인상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이 <스타렛> 또한 딸을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해야만 했던 모성을 동심 뒤편에 걸쳐 두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나 LA 뒷골목에서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들의 퍽퍽한 삶을 그렸던 <탠저린> 그리고 왕년에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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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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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 시나리오> - 꺼지지 않는 조명 아래 선 자의 비극

    <드림 시나리오(Dream Scenario)> (2024/05/31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전작인 <해시태그 시그네> 때도 느꼈지만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서사의 기저에 호러의 감성을 깔아두는 걸 선호하는 연출자인 듯싶습니다. 그건 아마도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인과 대중의 관계 교환에는 관심을 바라는 쪽에도 또 관심이 몰리는 쪽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견해를 갖고 있어서 그런 걸 테지요. 사실 그런 해악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호러'만큼 확실한 도구도 드물긴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드림 시나리오>에서도 모두의 꿈에 나타나 방관만 하던 주인공 '폴(니콜라스 케이지 분)'이 능동적인 가해자로 돌변하는 국면에서부터 특히나 더 그런 호러의 색채가 두드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극이 끝난 후 '아리 애스터'의 이름이 제작자로 화면에 떠오를 땐 '내가 이럴 줄 알았지.'라며 남 모르게 무릎을 치기도 했으니까요. 일종의 사회 실험 같았던 전작의 전개 방식 역시도 그대로 답습됩니다. 그러니까 이건 대중의 관심을 바라지만 그러기엔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리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지만 그런 대상이 되기 위해 딱히 노력을 기울이진 않는 실험체를 하나 골라 그에게 갑작스러운 주목이 쏠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적인 예시에 가깝다는 거지요. 그래서 어쩌면 누군가는 이 자기중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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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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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자> - 연출자의 설계 실패로 인한 연기자의 시공 불량

    <설계자(The Plot)> (2024/05/29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이요섭' 감독의 <설계자>는 홍콩산 원작을 가져와 우리 식으로 매만진 리메이크의 단계부터 이미 설계의 실수가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연출자나 각본가에게 어떤 명확한 의도나 방향이 있긴 했을까 싶을 정도로 러닝타임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휘청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극의 조타를 쥔 이들이 확실한 정답을 드러내진 않되 최대한 다양하게 해석되게끔 여러 문을 열어두며 관객의 사고를 자극하는 방식의 '작가주의'를 표방하고 싶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인기 배우들을 앞세운 무난한 전개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도모하는 방식의 '상업주의'를 욕심내고 있기도 하는 일종의 '좌고우면'의 결과물처럼 보인다는 거지요. 사실상 극이 저물 즈음 모두가 드러나는 주제에 '느낌표'를 되새기게 되기는커녕 되레 종잡을 수 없는 서사가 이해되지 않아 '물음표'만을 잔뜩 떠안게만 되는 건 이처럼 한 방향으로 설계를 결정하지 못한 무능함 때문이라고 봐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한자리에 모아 놓는 데 돈이 많이 드는 배우들이 화면에 다수 나선다고 해서 그나마 연기의 측면에서 그럴싸한 재미를 보장하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도 아닙니다. 마치 보여줄 수 있는 게 불안과 강박에 짓눌린 표정 단 하나뿐인 게 아닌가 싶은 '강동원'은 물론이거니와 혼자서도 충분히 극을 이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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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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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 나의 꿈은 너에게 다가서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青春18×2 君へと続く道)> (2024/05/25 : CGV 송파) 대만의 청춘 멜로 드라마가 품은 후끈한 열기를 일본의 여행 힐링 드라마가 지닌 차분한 감성에 이식한 듯한 인상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영화엔 화면이 전환되는 순간마다 확연히 체감되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드리워져 있지요. 이처럼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두 국가의 전혀 다른 계절감을 비교해 두거나 두 주연 역시 각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각각 섭외해 놓거나 하며 이건 두 나라의 합작 상품 입네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굳이 국적을 따지자면 '일본'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영화라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그건 일테면 <슬램덩크>나 <러브레터> 그리고 '미스터 칠드런' 등과 같은 두 인물을 엮어 내는 여러 소재들이 전적으로 '일본'의 문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러니까 이건 뭐랄까 '대만'의 청춘 멜로의 특유의 청량감을 극에 이식하기 위해 '허광한'을 필두로 한 여러 필요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한 작품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다행히도 두 국가가 만나는 국경 지대에서는 그 어떠한 이물감도 피어나지 않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만'과 '일본'의 배경이 서로 다른 시간대로 펼쳐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런 연결점들이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나 <러브레터>의 도입부 장면 등으로 매끄럽게 연계되고 있기도 해서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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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 폐허의 증언, 재건의 기대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Furiosa : A Mad Max Saga)> (2024/05/22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는 시간상으로 맞닿은 작품인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와는 구조적으로도 또 서사적으로도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는 프리퀄입니다. 일단 이번 신작은 길고 긴 자동차 추격전으로 향후 어떤 광경이 펼쳐지게 될지 한 치도 예상이 되지 않던 모험을 꿰어 냈던 전작과는 달리 한 인물의 전사(前事)를 빌어 이미 펼쳐진 바 있는 그 모험의 광경에 어떤 사건이 매달려 있었던 건지를 덧대 놓는 일종의 부연에 가깝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지요. 그러니 이미 앞선 영화를 경험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앞으로 극중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일은 언제쯤 설명해 주려는 걸까?'라며 이 신작이 아닌 과거 개봉한 구작 쪽으로 몸을 돌린 채 관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실제로 누군가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퓨리오사'의 왼팔이 언제쯤 '샤를리즈 테론'처럼 기계로 바뀌게 될지를 조바심을 내며 지켜보았을 게 분명하니까요. 서사의 목적이나 구조 자체가 이렇다 보니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는 당연히 설명 위주의 전개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게 액션인 건 맞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하나의 휘몰아치는 카 체이싱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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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프 : 상상의 친구> - 아이의 동심보다는 어른의 추억을 자극하려 든다

    <이프 : 상상의 친구(IF)> (2024/05/18 : CGV 송파) 곤혹스러운 표정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형형색색의 괴생명체들과 뒤엉켜 있는 몇 장면만으로 미루어 봤을 땐 '아이'를 위한 만화에 가까워 보인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이프 : 상상의 친구>는 녀석들보다는 다 자란 '어른'을 위한 동화 쪽에 걸맞은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이야기는 동심을 잃어 자신들을 볼 수 없게 된 짝과 이별하게 된 '상상의 친구(Imaginary Friend)'들이 새로운 친구를 찾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극의 주 연료로 삼고 있거든요. 그러니 지금 동심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아이들보다는 그런 추억의 시간을 잊은 채 현실에 쫓기며 살고 있는 어른들이 사연의 중심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까 이건 뭐랄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성인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놨던 핑크색 코끼리 '빙봉'을 아예 주연으로 낙점해 풀어낸 영화처럼 보인다고나 할까요. 우선 가장 먼저 앞서는 감정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존 크래신스키'의 각본 능력에 대한 감탄이 될 거라 봅니다. 사실 이 작품은 개발과 보존의 대립을 다룬 사회 드라마 <프라미스드 랜드>나 그에게 지금의 인지도를 안겨 준 외계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 등 그간 '존 크래신스키'가 꾸며내 왔던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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