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널 최신 피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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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 대중적인 연출로 노래한 다양성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 (2025/02/08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컴플리트 언노운>은 '제임스 맨골드'의 안정적인 스토리텔링 기술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그는 '밥 딜런'에 대한 추억을 안은 채 극장을 찾은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그저 인지도 정도만 알고 있던 한 유명 가수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에 대한 기대로 객석을 메운 이들마저도 두루 만족시킬만한 안정적인 연출을 러닝타임 내내 뽐내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덕분에 관객 대다수는 극을 보는 동안 딱히 지루함에 덜컹거리는 순간 없이 한 인물의 빛나던 인생을 지근거리에서 관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고야 말 겁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런 여정이 끝나는 지점에서 '밥 딜런'이나 '티모시 샬라메' 중 일방에만 관심을 갖고 있던 관객조차도 자신이 모르고 있던 다른 쪽의 인물에도 깊은 호기심을 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 잠시 잠기기도 했네요. (물론 굳이 따지자면 이 영화를 선택한 이들은 양쪽 모두에게 관심이 있는 입장에 해당할 확률이 더욱 높다고 봐야 할 테지만요.) 사실 '밥 딜런'은 그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Complete Unknown)로 취급되기 일쑤였습니다. 그건 이 가수를 신선한 시도로 해석하려 했던 '토드 헤인즈'의 <아임 낫 데어> 같은 작품만 떠올려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러니까 이 예술가는 가사를 문학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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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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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소회

    1. 휴일 오전을 오롯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는 데에 허비한 게 조금도 아깝지 않을 만큼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은 행사가 아니었나 합니다.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가 대형 화제로 몸살을 알았던 걸 감안하면 방정맞지 않은 톤으로 웃음기와 안정성을 적절히 양립해 가던 '코난 오브라이언'의 진행이 특히나 주효했다고 평할 수 있을 듯싶네요. 도입부 <서브스턴스>를 패러디하며 '데미 무어'의 몸을 찢고 등장할 때만 해도 "이거 또 정신없는 행사가 펼쳐지려는 건가?" 싶었는데 말이지요. 사실 이런 식의 톤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 패널들이 시시때때로 끼어들며 추임새를 넣는 'OCN' 등의 실황은 그렇지 않아도 많은 대사들이 몰아치는 시상식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만든다는 입장이었거든요. 2.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이 '션 베이커'와 그의 작품인 <아노라>였다는 데에는 아마도 이견이 없을 겁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던 '감독상'과 '작품상' 그리고 '각본상'에 이어 약간은 의외였던 '여우주연상'과 '편집상'까지 쓸어 담았으니, 이쯤 되면 상복이 제대로 터졌다고 봐도 좋을 정도겠네요. 굳이 따지자면 <브루탈리스트>나 <콘클라베>의 만듦새가 미세하게 더 나았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꾸준히 성산업에 부속된 인물들을 조명해 온 '션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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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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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 쉽게 대체되던 이들을 위한 헌사를 담아

    <미키 17(Mickey 17)> (2025/02/28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빚에 쫓겨 지구로부터 도망쳐 나온 주인공이 여러 차례 죽음을 맞이하며 재생산되는 '익스펜더블'을 맡은 상황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사회에 부속된 노동자의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물론 이번 작품에도 <설국열차>나 <기생충> 그리고 <옥자> 등과 마찬가지로 계급으로 나뉜 층위가 서사 내부에 꽤나 깊게 새겨져 있지요. (현실과 격리된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기생충>보다는 <설국열차>를 더욱 자주 겹쳐 보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라는 이름 뒤에 넘버링이 붙게 된 원인을 요약해 보자면 결국엔 그에게 빚을 상쇄할 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에는 일테면 그 빚을 받아야 하는 거부가 돈 따위와는 무관하게 상대에게 잔혹한 고통을 쥐어짜내려고 하고 있다는 점 따위의 '자본'을 이용한 블랙코미디가 도처에 매설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비틀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는 점이 '봉준호'가 이 원작에 매료된 이유이기도 할 테고요. 도입부 곤경에 처한 열일곱 번째 '미키'의 회상과 독백을 빌어 영화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그가 어쩌다 그런 지독한 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상세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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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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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마록> - 세계관 학습용으로 제격인 액션 애니메이션

    <퇴마록(Exorcism Chronicles : The Beginning)> (2025/02/21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퇴마록>은 방대한 분량의 원작 소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구성된 일종의 세계관 입문용 애니메이션입니다. 실제로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적잖이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기도 하거니와 심지어는 사건이나 위기 역시 급작스럽게 몰아쳐 대기 일쑤지만 의외로 활인(活人)을 주제로 펼쳐지는 서사는 보편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아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영화는 세상을 잠식하려는 악의(惡意)를 물리치고 인간을 구하려는 이들의 의기(意氣)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무협 액션과 심령 드라마가 적절하게 뒤엉킨 '이우혁' 작가의 이야기를 설득하는 데에 주력하려 있다는 겁니다. 극이 저물 무렵 관객이 소개를 받은 다양한 군상들이 어떤 감정을 안은 채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지를 학습한 듯한 효과를 보게 되는 건 바로 이런 특유의 구성 덕분이겠지요. 작품의 핵심 뼈대는 '액션' 시퀀스들의 나열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아예 어떤 면에서는 인물의 소개를 그네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무공이나 요술을 발휘하는 바로 그 액션 퍼포먼스로 해내고 있다는 인상마저 들 정도지요. 사실 이런 전개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인물의 다양한 전사나 고민을 녹여내는 데에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테면 초반부 퇴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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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13.67> - 인물로 은유하는 시대

    <13.67 - 찬호께이> (2024/07/13) 한국 추리소설 시장은 현재 영미권과 일어권 작품이 겯고틀며 양분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기 때문에 '찬호께이'의 이 소설 <13.67>은 도통 의미를 추론해낼 수 없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좀처럼 입에 달라붙지 않은 낯선 작가의 이름 때문에라도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을 듯싶네요. 하지만 그런 사소한 장벽을 넘어 어떻게든 첫 페이지를 펼쳐내고 나면 흡인력 있는 '연출'과 '묘사' 그리고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사건의 '나열' 거기에 다시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이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강타하는 '반전' 등이 절묘하게 뒤엉킨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게 될 거라 봅니다. 특히 살인자가 밝혀졌다고 믿고 안도하던 바로 그 순간 전혀 다른 진실로 이끌며 독자를 어리벙벙하게 만드는 특유의 구성은 앞서 언급한 영미권과 일어권 추리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묘한 감흥을 독자에게 선사해 주기도 할 테니까요. 기본적으로 <13.67>은 연속성 있는 여섯 개의 단편을 묶어낸 독특한 형식을 취하는 소설입니다. 제목에 나열된 숫자는 각각 최초의 사건이 일어난 1967년과 최후의 사건이 일어난 2013년을 의미하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현재와 가까운 2013년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1967년에 당도하는 시간 역행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글을 읽다 보면 도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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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 - 조각난 시간 속 박제된 인물

    <히어(Here)> (2025/02/25 : 메가박스 송파 파크하비오) 기술적인 효과나 실험적인 형식에 경도된 작품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사실 <웰컴 투 마웬>과 <마녀를 잡아라> 그리고 <피노키오>로 이어지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그야말로 실패 투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대다수는 한 장소 한 지점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후 공룡이 활개치던 시대부터 팬데믹이 휘몰아친 최근까지 다채롭게 변해가는 시간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번 <히어>의 방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지요. 심지어 이 영화는 그런 연출적인 집착에 그치지 않고 아예 한 술 더 떠 인공지능을 활용해 두 주연 배우인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에게 거하게 디에이징 효과를 퍼부어 놓기까지 했으니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청년의 외모와 노인의 행동이 뒤섞인 기괴한 두 배우의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을 불쾌한 골짜기로 몰아넣었던 <베오울프>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스크린으로 옮겨낸 계획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합니다. 뭐랄까 거의 분 단위로 화면을 조각 내 한 장소에서 발생한 여러 시간대의 사건을 뒤섞거나 덧대놓는 이 만화적 방식은 애초에 영화적 표현에는 적합한 것이 아닌 듯싶다고나 할까요. 사실상 이런 콜라주는 평면적인 만화 속 페이지에서나 의미를 찾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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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캐니언> - 독창적인 맛의 잡탕찌개

    <더 캐니언(The Gorge)> (2025/02/22 : 애플 티비 플러스) '스콧 데릭슨' 감독의 <더 캐니언>은 여러 장르의 핵심 아이디어를 끌어와 매우 적극적으로 뒤섞어 놓은 일종의 잡탕찌개 같은 음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자면 <패신저스>나 <식스 데이 세븐 나잇>과 같은 고립된 공간에 갇힌 남녀의 사랑을 담은 멜로드라마를 비롯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들의 공포를 다룬 <서던 리치 : 소멸의 땅>과 같은 사이파이(SF) 액션이나 정부나 기업이 은폐하고 있는 음험한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는 과정을 그린 정치 스릴러 등이 다양하게 떠오르게 될 테지요. 물론 <살인 소설>이나 <인보카머스> 그리고 <블랙폰> 등을 통해 다듬어 온 '스콧 데릭슨' 감독 특유의 '호러' 포인트도 아주 살짝 묻어 있기도 하고요. 이건 뭐랄까 막상 한 술 떠 보고 난 후에는 모두가 '비록 장르 하나하나의 깊은 맛까진 아니긴 해도 꽤나 독창적인 맛이 나는걸?'이라는 감흥을 내뱉게 될 확률이 높은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더 캐니언>은 섞이기 쉽지 않아 보였던 그 다채로운 재료들을 적어도 식욕이 돌 정도로 그럴싸하게 차려내고 있긴 하거든요. 그건 어쩌면 '이건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장면인데?'라는 기시감이 들지 않게끔 영화가 빠른 각본과 바쁜 편집으로 관객을 몰아붙이고 있는 데에서 오는 어떠한 위장 효과 덕분인 건지도 모릅니다.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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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딩턴 : 페루에 가다> - 공백을 메우는 동심

    <패딩턴 : 페루에 가다(Paddington in Peru)> (2025/02/19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폴 킹' 감독과 '매리' 역을 맡았던 '샐리 호킨스'의 빈자리는 제법 커 보입니다. 실제로 꼬마 곰이 일으키는 소동을 매끄럽게 연결해 내며 아기자기한 서사를 단단히 쌓아갔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신작은 종종 덜컹거리는 연출로 지루한 구간을 만들고 있기도 하거든요. 특히 모험에 나서도록 '패딩턴(벤 위쇼 분)'의 등을 슬쩍 떠미는 각본의 몇 지점이 이 이야기가 아동들을 위한 것임을 감안해도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지곤 할 테지요. 한편으로는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이들에게는 '매리' 역이 '샐리 호킨스'에서 '에밀리 모티머'로 바뀐 데에서 오는 이물감이 내내 뇌리에 감돌기도 할 겁니다. 사실 이 인물이 만들어 온 포근한 정서야말로 그게 설사 곰이라고 하더라도 '아이'에게는 반드시 따뜻한 배려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대변해 왔다고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공백이 '패딩턴'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킬 정도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건 또 아닙니다. 천진한 표정과 순수한 감정으로 모험을 종주하는 녀석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묘한 치유의 기운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지요. 그건 물론 삐뚤어진 욕망으로 가득한 악당이 대단한 폭력이나 자극 없이도 퇴치되고 또 갱생되는 모습을 '브라운' 가족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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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탈리스트> - 통각의 전시, 자아의 재건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 (2025/02/14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극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한 건축가의 삼십여 년의 인생이 무려 세 시간을 넘는 분량에 걸쳐 펼쳐지게 된다는 점에 일단 압도당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간에 잠시 쉴 '인터미션'까지 안배된 작품을 만나는 건 모든 콘텐츠가 더욱더 짧아지는 걸 목표로 열을 올리는 요즘 같은 시대엔 적잖이 진귀한 경험이긴 하거든요. 하지만 막상 관람 후 상영관을 나서면서는 길어 보였던 러닝타임이 마치 물 흐르듯 흘러가버렸다는 사실에 좀 더 나아가서는 이 내러티브가 실존 인물의 생애에 기대지 않은 채 온전히 새롭게 창작된 각본이라는 정보에 경탄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이런 몰입감은 완공된 건물에 대한 명확한 작가적 계획이 있고 또 준공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조정해 낸 연출적 단속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이끌어낼 수 있는 마법인 걸 테니까요. 그러니 상영 중 나도 모르게 '마틴 스콜세지'나 '폴 토마스 앤더슨' 같은 현시대의 거장을 슬며시 겹쳐 보게 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지요. (이 이후의 단락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부디 취사해 읽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Spoiler Alert] 영화는 도입부 서막을 통해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 도착한 '라즐로(애드리언 브로디 분)'의 환희를 관객의 시야에 밀어 넣는 동시에 청각에는 그의 아내의 편지를 읽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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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 - 익히 보고 듣던 정치극에 케케묵은 후일담 한 스푼 추가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Captain America : Brave New World)> (2025/02/12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내러티브의 측면에서도 또 캐스팅의 측면에서도 전체적으로 몸집을 줄이려 한 티가 역력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작품 속 사건은 거의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간소한 캐스팅으로 치러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시나리오 쪽 역시도 이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한차례 선보인 바 있는 정치극에 케케묵은 <인크레더블 헐크>의 후일담을 조립한 결과물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하거든요. 어쩌면 '디즈니'는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의 대단원 이후 호기롭게 열어젖힌 여러 작품들이 대중에게 점차 외면받고 있는 추세에 놀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다이어트를 감행해야 할 시점에 당도했다고 판단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가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것임을 알리는 예의 그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도 무척이나 간략하게 리뉴얼 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처럼 덩치를 줄였다고 해서 선행해야 할 학습 범위까지 좁아졌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이 신작을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적어도 앞서 언급한 <인크레더블 헐크> 이외에도 <이터널스>나 <팔콘과 윈터 솔져> 정도는 감내할 의지가 있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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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5일 : 위험한 특종> - 이제는 고민의 흔적조차 보이질 않는 작금의 언론을 향한 일침

    <9월 5일 : 위험한 특종(September 5)> (2025/02/06 : 롯데시네마 도곡) <9월 5일 : 위험한 특종>은 1972년 있었던 '뮌헨 올림픽 참사 사건'의 실황을 중계한 ABC 스포츠 보도 취재진의 경험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팀 펠바움' 감독은 관제실에서 방송을 만드는 인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와 오디오에만 의지해 긴박한 테러 인질극의 과정을 마치 관객에게 중계하듯 펼쳐 보이고 있지요. 다만 표현에 스스로 이런 족쇄를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연출과 능란한 편집이 사건을 꼼꼼히 전달해 주고 있어서 극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은 무척이나 대단합니다. 그래서 사건 이후의 복수와 증오의 연쇄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을 기억하고 있는 이라면 그 서막 격에 해당하는 이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한 시야로 체험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네요. 실제로 지독한 앙갚음에 시선을 던지고 있던 거장의 작업과는 달리 이 신작은 중계진의 선택이 시청자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보도 윤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니까요. 사실 영화에 서스펜스를 부여하는 건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화 그 자체의 힘이기도 합니다. 이 올림픽에 "한때는 전범 국가였던 '독일'이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체육인들을 모아 경기를 치러도 될 만큼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해 냈다."라는 선전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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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아 페레즈> - 소재의 편의적인 활용과 주제의 도식적인 전시 그리고 그 모든 걸 억지스럽게 묶는 가무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érez)> (2025/02/08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일단 외피를 뮤지컬로 걸친 데에서 오는 효과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가무를 곁들인 몇 뮤지컬 파트는 화면을 풍성하게 치장하거나 혹은 서사를 간략하게 요약해 내지 못한 채 그저 부적합한 장식처럼 내내 겉돌고만 있는 듯 체감될 확률이 높으니 말이지요. 사실 극에 조금 몰입할만하면 어김없이 끼어들며 맥을 끊어 대는 단절감도 단절감이지만, 그에 앞서 딱히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시퀀스나 멜로디를 선사하지 못하는 평이함이 외려 더욱 큰 문제로 느껴질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누군가는 "갑자기 저 대사를 음악으로 또 저 상황을 율동으로 전달하고 있는 저의는 대체 뭘까?"를 끊임없이 궁금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물론 그런 의문에 '연출자는 일종의 접착제로 이 장르를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덧대어 볼 수도 있겠지요. 뭐랄까 일단 양식을 하나로 통일해 놓으면 인종이나 성별 그리고 빈부 등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담론을 죄다 끄집어 내 도전적으로 뒤섞어 놓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든 하나로 보이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자크 오디아르'에겐 있었던 듯싶다고나 할까요. 그 덕분에 사연의 나열로 빚어지는 영화적 재미만큼은 제법이라는 인상이 있긴 합니다. 사실 경쟁 세력을 제압해 마약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카르텔의 거두(巨頭)가 그간 숨겨 왔던 성적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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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할 수 없는 비밀> - 처음 겪는 이에게는 차분한, 다시 겪는 이에게는 심심한

    <말할 수 없는 비밀(Secret : Untold Melody)> (2025/02/03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동명의 유명 원작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에게는 제법 괜찮은 작품으로 다가갈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걸륜'과 '계륜미'가 출연한 대만산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꼽으라면 대다수가 극 종반부에 안배된 반전으로 자연스레 두 주인공을 몰아 넣는 각본을 빼어들게 될 거라고 보거든요. 그러니 그런 서사의 전개를 별다른 각색 없이 차분히 뒤따르고 있는 '서유민 '감독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역시도 사연 그 자체를 즐기는 재미는 그럴싸하게 체감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걸 테지요. 사실상 이건 배경의 설정과 인물의 관계에 약간의 변주만 준 일종의 복사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요. 물론 그게 한편으로는 반대 쪽에 선 이 이야기에 대한 면역이 있는 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동일선상에 다양한 요소들을 올려 놓은 채 끊임 없이 두 판본을 저울질하게 되는 이유인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래도 연출자는 구조적으로 거의 흡사한 이 국산 리메이크의 차별점을 '차분함'과 '섬세함'으로 채우려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테면 그 유명한 피아노 배틀 시퀀스처럼 충분히 힘을 줘서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몇 지점에서도 영화가 외려 더욱 차분한 태도로 객석을 진정시키려 드는 건 아마도 극 기저에 깔린 멜로의 톤을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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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멀 킹덤> -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같음'의 가치

    <애니멀 킹덤(Le Règne Animal)> (2025/01/25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간이 수인(獸人)이 되어가는 세계를 기반으로 한 극중 우화(寓話) 자체가 대단히 새로운 감흥이나 시야를 건네진 못할 거라고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액션에 경도된 블록버스터긴 해도 이미 대표격인 <엑스맨> 시리즈가 돌연변이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서사를 개척해 둔 바 있기에 사실상 그 뒤를 침착히 뒤따르고 있는 '토머스 카일리' 감독의 이 작업 역시도 '남들과는 다른 나' 혹은 '나와 다른 너'의 여러 사례들을 전시해 둔 후 "그런 서로 간의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인 거야"라는 다소 뻔한 주제를 새삼 반복하고 있는 것에 가까워 보이거든요. 무엇보다 최근 자국에 유입된 난민들로 인해 다양한 문제와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유럽의 몇 국가들은 애초에 이런 우화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서도 이미 엇비슷한 사연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기도 해서 아무래도 영화에 새겨진 은유는 한층 더 적나라한 방법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구석도 있고요. 물론 그런 고안을 사춘기나 가족애에 이식하는 방식이 만들어내는 신선함은 분명 없지 않습니다. 특히 신예인 '폴 키르셰'가 내는 독특한 야성성과 소년미(少年美) 덕분에 <애니멀 킹덤>은 피붙이와 자신은 다를 거라며 발버둥 치지만 그렇게 꾸역꾸역 도망쳐 다다른 곳도 결국엔 가족이라는 자장(磁場) 안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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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수녀들> - 구마보다는 활인에 경도된 복사본

    <검은 수녀들(Dark Nuns)> (2025/01/28 : CGV 송파) '권혁재' 감독의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호러 간판을 보고 들어간 이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일단 <검은 사제들>과 동일한 세계관의 서사라는 걸 홍보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그 전작을 만들었던 '장재현' 감독이 <파묘>로 작년 이 맘 즈음 으리으리한 흥행몰이를 한 바 있기도 해서 아마도 이 장르를 선택한 관객에게는 자신이 만나게 될 거라 기대하는 어떠한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 잡힌 상태라고 보아야 할 테지요. 그러니까 그들에겐 몸에 깃든 악령을 쫓아내는 구마 의식이 강렬한 '긴장'을 선사함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그런 직업의 세계를 너무나 당연한 것인 양 일상적으로 대하는 인물들의 어투와 표정이 슬쩍 이완을 할 시간을 안배해 줄 거라는 기대를 품고 극장에 들어섰을 거라는 겁니다. 실제로 '장재현'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 속 작품들의 매력은 바로 냉탕과 온탕을 자연스레 오가는 이런 온도차에 있어 왔으니까요. 전작에서 신부가 주가 됐던 역할을 수녀로 치환하고 거기에 무속 신앙까지 결합해서 만든 각본의 얼개는 적이 신선합니다. 그간 이 장르를 지배해 온 역할이 원체 남성에 경도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능동적으로 사람을 살리려 하는 한 수녀의 의지가 계속해서 낡은 관습과 독한 편견과 부딪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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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학개론(趣味學槪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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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페라투> - 고딕 호러와 고어 에로로 얼렁뚱땅 리뉴얼

    <노스페라투(Nosferatu)> (2025/01/17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양극단으로 갈리는 대중의 선호와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평단으로부터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서사를 표현하는 특유의 어두운 질감이 뿜어내는 묘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데뷔작이었던 <더 위치>에서 출발해 <라이트 하우스>와 첫 국내 개봉작인 <노스맨>을 거쳐 이번 신작에까지 당도한 이들이라면 그가 추구하는 시청각적 미학에 깊게 매료된 쪽이라 보는 편이 옳을 테지요. 실제로 그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중세와 근대의 생활감을 독창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로버트 에거스'는 굳이 분류하자면 스토리텔러 쪽보다는 스타일리스트에 가까운 연출자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영화는 이미지이기에 앞서 내러티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를 다소 낮잡곤 하는 건 바로 이런 경도된 개성으로부터 비롯된 걸 테지요. 물론 한편으로는 그게 이번 신작에 거는 관객의 기대가 실제 근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동명의 원작을 어떤 식으로 재해석해뒀을까에 쏠려있는 이유이기도 할 테고요. 사실 이번 신작도 '스페인 독감'의 전파와 그로 인한 대규모 사망이 공포의 중추를 이루고 있던 1922년산 <노스페라투>와 마찬가지로 작동 원리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한 여인을 향한 지독한 집착이 마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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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 기억의 각인과 소실로 빚어낸 사랑이라는 감정

    <메모리(Memory)> (2025/01/25 : CGV 강변) '미셸 프랑코' 감독의 <메모리>는 기억을 떨쳐내지 못해서 맘이 멍든 여자와 기억을 쌓아가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남자의 수평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물론 <애프터 루시아>나 <크로닉> 그리고 <에이프릴의 딸> 등 그간 수모를 겪는 여성을 도약대 삼아 서사를 쏘아 올려 온 연출자 특유의 작법이 이번에도 여전해서 이 신작 역시도 극의 중심에서 사연을 이끌어가는 건 왠지 모르게 '제시카 차스테인'이 분한 '실비아'인 것만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될 테지만요. 그러니까 기억의 '각인'과 '소실'을 각각 문제로 떠안은 이들의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서사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그래도 좀 더 극심한 고통은 지옥 같은 회상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쪽이 아닐까?'라며 여성 쪽을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라는 거지요. 실제로 종반부에 당도할 즈음 치매에 걸린 남성을 돌봐주겠다고 나선 '실비아'가 외려 '사울(피터 사스가드 분)'로부터 훨씬 더 강렬한 치유를 경험하는 듯 비치는 건 아무래도 '미셸 프랑코'가 설정해 둔 이런 무게중심의 작용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이런 시선의 쏠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 '제시카 차스테인'은 단단한 퍼포먼스로 시종 무언가에 쫓기는 한 여인의 불안과 강박을 입체적으로 설득해 냅니다. 그래서 극 말미 꽁꽁 감춰뒀던 비밀이 밝혀지는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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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빙 : 어떤 인생> - 삶은 삶에게 건네어진다

    <리빙 : 어떤 인생(Living)> (2024/12/27 : 메가박스 코엑스) '올리버 허머너스' 감독의 <리빙 : 어떤 인생>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살다>를 우아하게 펼쳐낸 리메이크입니다. 실제로 죽음의 공포와 생명의 활력을 오가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묘사해 내고 있는 그리고 그 와중에도 원작의 풍미를 결코 훼손하지 않는 작품의 필체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세계를 이미 엿본 이들에게도 적잖이 감동을 줄만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건 아마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가 이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폭넓게 읽히도록 각색해 둔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결국 삶이라는 건 다른 삶들에게 끊임없이 건네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극의 주제만큼은 외려 원작보다도 훨씬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써둔 듯 보일 정도니 말이지요. 그건 물론 '빌 나이'가 인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특유의 연기로 쉽게 풀어 설명해 주고 있는 덕분이기도 할 테고요. 서사의 구조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상 이건 조금의 틀어짐도 없이 규격에 맞춰 살아가던 주인공이 시한부 통보를 받은 후 자신의 여명(餘命)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고 또 실행하는 이야기를 침착하게 따라 그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하지만 영화는 종반부 휘몰아치는 허무한 회한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끔 연출해 두었다는 점을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외려 극은 '윌리엄스(빌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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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트맨2> - 적당히 유치하고 적잖이 엉성하다

    <히트맨2(Hitman2)> (2025/01/23 : CGV 송파) 아무래도 '권상우'는 '짠해서 외려 더 웃기는' 이 어수룩한 캐릭터 쪽으로 노선을 확정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성동일'과 합을 맞춘 <탐정> 연작에서부터 <스위치> 그리고 이 두 편의 <히트맨>까지 그가 출연한 근작들이 왠지 모르게 한 인물이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맡은 유사품처럼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극중 그가 활용되는 방식이 사실상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겠지요. 일련의 영화들이 진중한 외모를 가진 배우가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테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청춘의 중심에서 열띤 열애를 선사하던 그가 중년으로 넘어온 후 제법 괜찮은 배역을 찾아낸 것 같다는 인상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과거 유명한 출연작들을 상기시켜 놓고는 이내 순식간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웃음을 이끌어내는 이런 변주는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관객에게는 제법 먹힐만한 레시피인 것도 분명 맞긴 하니까요. 그건 물론 그가 펼치는 이런 스타일의 연기가 적당히 유치한 일종의 경계를 잘 지켜내고 있는 덕분이기도 합니다. 뭐랄까 허무맹랑한 구석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고개는 끄덕여지는 선을 지켜내고 있는 '권상우'로 인해 낄낄거리며 극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나 할까요. 사실 굳이 흠을 잡자면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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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잉 업> - 예술가의 예민한 감각과 분망한 시간을 느긋하게 어루만진다

    <쇼잉 업(Showing up)> (2025/01/11 : CGV 강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 <퍼스트 카우>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일단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두 동성 주인공의 대비나 교차가 극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부터가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내기 위한 소재로 일상에 우연히 찾아든 동물 한 마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나 두 영화는 겹쳐 보이는 구석이 적지 않지요. 그래서 관객은 주인공인 '리지(미셸 윌리엄스 분)'가 자기와 다른 성향의 집주인인 '조(홍 차우 분)'를 러닝타임 내내 흘겨대며 짜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어쩌면 이 둘은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를 반복해 자문하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 '리지'를 압박해 오던 문제들이 얼기설기 봉합이 된 극 마지막 장면에 당도해 함께 나란히 걷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내 예감이 옳았었구나.'라고 조용히 자답하게 되기도 하는 걸 테고요. 그러니까 서로 다른 성향 때문에 그리고 예술적 성취를 쌓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을 뿐, 사실상 <쇼잉 업>은 두 주인공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품은 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둘의 전사(前事)를 직접적으로 구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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