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와 다른 곳에서, 내일은 오늘과 다른 곳에서 지는 해를 보는 것. 되도록 빨리 지금을 벗어나는 것. 떠나야 하는 이유는 단단한 대지를 뚫고 태양처럼 솟아올라 매일 우리를 환하게 비추었다. (pp.12-13) 해가 지는 곳으로 매일 떠나야 하는 사람들- 이들이 닿는 여정의 끝엔 해가 뜨는 곳을 매일 같은 장소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최진영 장편소설 SF소설 한국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그땐 그게 전쟁인지도 몰랐다. 뭔지도 모르고 사람을 죽였다. 아무도 죽이지 않고 살아남는 것. 그게 가능할까. 그런 사람이 있을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세계는 뒤집어졌고 인류의 질서는 제로가 되었다. 생명은 여전히 고귀한가. 살인은 아직도 죄악인가. (p.181) 전 세계를 뒤덮은 정체 모를 바이러스- 감염된 사람들은 삽시간에 죽어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목숨을 위협받는 두려움 속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끝없는 여정을 떠난다. 해가 지는 곳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시작하는 사랑의 이야기. 우리의 기적. 그런 것이 아직 남아 있을까. 평생에 단 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A, B, C가 아니라 완벽한 고유명사로 기억될 사람이. 어떤 이는 지름길로 나타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가장 먼 길을 지난하게 지나고 모든 것이 무감각해진 때에야 비로소 거기 있는 풍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