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1949년작 '1984'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의 느낌은 그저 따분한 디스토피아 소설 한 권 어렵게 읽겠구나 였지만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 쌓임과 동시에 충격도 쌓이고 결말 부분에서는 머리를 한대 크게 맞은 것 같은 얼떨떨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만큼 전체주의가 인간 개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하여 낱낱이 파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작가 조지 오웰이 살다간 시대가 그에게 그런 엄청난 사색을 할 기회(?)를 주었으며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전체주의가 우리 인류를 어떻게 옭아맬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먼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 조지 오웰이 어떤 시대에 어떤 삶을 살다 갔느냐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조지 오웰은 1903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벵갈의 영국인 하급 공무원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1년 후 바로 영국으로 귀국한 그는 명문 이튼 칼리지를 졸업하고 미얀마(당시 버마)에 하급 경찰로 1921년부터 1927년까지 근무하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그런 자신을 의아하게 보는 시선조차도 매우 껄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제국의 식민지 경찰로 근무하며 제국주의의 모순과 폐해를 직접 목격하고 경찰직을 내려놓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 후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 생활을 직접 체험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 경험으로 첫 작품 '파리와 런...
프랑수아즈 사강이 소르본 대학 1학년 시절 그러니깐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 소위 말하는 만 나이로 열여덟 살에 발표한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슬픔이여 안녕'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십하고도 절반을 살아온 내가 자식뻘인 열여덟 소녀가 쓴 소설에 대하여 과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생각해 보면 아득히 멀다고 느끼고는 그들의 나이가 이천 살은 된 것처럼 여겨지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나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들의 글도 따지고 보면 내 나이 정도 되는 사람들의 생각인데 그 텍스트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나이가 한참 어린 소녀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대략 소설의 줄거리 정도는 파악되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며 나이가 무슨 대수냐는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잘 읽어내긴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이 나이 먹도록 난 대체 무엇을 했는지 하는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명작이긴 하다. 짧은 머리에 이지적인 외모 그리고 유독 불붙인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사진이 많은 프랑수아즈 사강은 1935년 프랑수아즈 쿠아레라는 본명으로 태어났다. 사강이라는 성(姓)은 그녀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인물인 '사강'에서 따온 것으로 그녀의 아버지가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할 때 '쿠아레'라는 가족의 성을 가지고는 활동하지 말라...
고대그리스 디오니소스 축제 때 경연되었던 비극. 그 비극 작가 중 3대 작가라고 일컫는 전설의 작가들이 있다. 바로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그리고 오늘 소개한 에우리피데스 해서 세명이 꼽히고 있다. 모두가 디오니소스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전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에도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읽히고 있다. 하지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타면서 많은 고대 작품들이 당시 유실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는 공히 일곱 작품만이 온전히 전해지고 있고, 그 유명한 호메로스도 이 화마를 피하지 못해 트로이 8부작 중 온전히 전해지는 두 작품이 바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고 하고 나머지 6작품은 제목과 일부만 전해진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에우리피데스'는 앞의 두 비극 작가보다는 가장 늦은 시기에 태어나 디오니소스 비극 경연 대회에서도 단 한 작품만 우승한(바카이- 디오니소스의 여신도들) 이력으로 살아생전 이룬 업적은 그들보단 적지만 다행히 전해지는 작품이 많아 그의 전집은(천병희 교수 역) 두 권이나 될 정도로 어떻게 보면 가장 운이 좋다고 표현할 만큼(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죽은 에우리피데스에게도) 그의 작품들은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늘은 이런 에우리피데스의 '헤라클레스'를 감상하고자 하는데 이 작품은 감상하는 데 있어 전승되어오는 헤라클레스 이야기에 에우리피데스의 상...
그리스 비극은 본디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 3부작 비극 중에서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이스킬로스 작품으로 '아가멤논', '코이포로이-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메니데스-자비로운 여신들'의 이른바 오레스테스 3부작 또는 오레스테스의 이야기라는 뜻의 '오레스테이아'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오늘은 이중 첫 번째 작품인 '아가멤논에 대하여 알아볼 텐데 우선 작가인 아이스킬로스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자.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524년에서 525년경에 아테나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엘레우시스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기원전 499년 24세의 나이로 비극 경연에 참여하여 비교적 늦은 나이인 40세가 되던 해 비로소 우승을 차지했고 그 후 13회나 우승을 차지하였다. 당시 40세가 적은 나이가 아니었던 것을 고려해 보면 대기만성형 인재로 특히, 공연되는 비극 배우의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비극의 3부작 제도도 완성했다고 하니 가히 그 영향력이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라고 불리는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의 비교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후대 많은 위대한 작가들에게 그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이력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적 배경이 되는 페르시아전쟁을 경험하게 되는데 우리가 아는 영화 '300'의 1편에 해당되는 '마라톤 전투', 그리고 ...
1950년 생으로 이제 칠순의 나이도 훌쩍 넘긴 시인 정호승. 그는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최고의 서정 시인으로 꼽히고 있다. 쉬운 언어로 삶의 위안과 용기를 주는 시를 주로 쓰시는 정호승 시인. 오늘은 이런 정호승 시인의 2022년에 발표한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에 수록되어 있는 '새해의 기도'라는 시를 천천히 음미해 보며 진정으로 평화로운 마음이 깃든 삶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사진 출처: pixabay.com 새해의 기도 - 정호승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 주세요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 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 주소서 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게 하소서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하게 해주세요 용서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는 않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 벋지 않게 해주소서 무엇보다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있...
시인 나태주 님. 마음씨 좋은 푸근한 동네 할아버지와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 주시는 고마운 시인이다. 인간에게 예술이라는 것이 삶의 행복과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의 시들이 이에 딱 들어맞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쉬운 언어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 그것이 바로 시인 나태주의 시(詩)이다. 특히, 나태주 시인은 우리 주위에서 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물과 관계, 계절의 변화 등을 소재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에 많은 위안과 위로를 주는 고마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사진 출처: pixabay.com 오늘은 이런 나태주 시인의 '새해 인사'를 감상해 보며 때를 느껴보도록 하자. 새해 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나태주 시집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中 2021년 북로그컴퍼니 물리학자들은 이야기한다. 현재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루 형용할 수...
이해인 수녀는 우리가 해방되었던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원래의 이름은 이명숙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해인은 필명 그리고 수녀로서의 이름인 수도명은 클아우디아이다. 아버지가 6.25가 일어났던 1950년 납북되어 어머니와 함께 인천과 서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중학교 시절 부산으로 내려가 김천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가톨릭 수녀가 되고자 했던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수녀원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시(詩) 쓰기를 즐겼던 이해인 수녀는 1975년 필리핀의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는데 졸업논문이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김소월의 시를 비교 연구한 "에밀리 디킨슨과 김소월의 자연 시 비교 연구"였다고 하니 문학 특히, 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을 몸소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고 작업 자체가 수녀원의 구도자이기에 국내 문인(文人) 과의 특별한 교류는 없는 듯 하나 2007년 작고한 피천득 작가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여 그의 장례식 때 조시(弔詩)를 낭독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늘은 이런 이해인 수녀의 '1월의 시'를 감상하고자 한다. 사진 출처: pixabay.com 1월의 시 - 이해인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
피천득 선생은 우리가 경술국치가 말하는 대한제국의 국권이 일본으로 넘어간 해인 1910년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잃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나라일 것이다. 그리고 7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뒤이어 10살엔 어머니마저 떠나버려 어린 피천득은 친척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집안은 당시 경성에서 알아주는 부잣집으로 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일본 대신들이 참가할 만큼 엄청난 부자라고 한다. 경제적으로야 큰 어려움은 없었겠지만 세상 혼자뿐이라는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외로운 때문인지 어린 피천득은 책을 누구보다 좋아했으며 특히, 영어에 재능이 있어 17살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번역했는데 그 수준이 가히 상상이상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던 피천득은 1926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1937년 상하이 후장 대학교 영문학 학위를 받을 때까지 11년간을 체류했는데 사실 상하이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그가 활동하던 상하이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은 물론이오 김규식, 서병호 같은 독립운동가들과도 많은 교류를 하였으나 어린 시절 가족을 여윈 충격과 출신 집안 내력(자본가 출신) 때문인지 독립운동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 출중한 문학적 재능으로 우리에게 많은 명문장과 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
수전 손택은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뛰어난 소설가이며 예술평론가라고 한다. 사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으므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대했던 것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며 또 어떤 방식으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지에 대한 철학 에세이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책의 내용은 그와는 전혀 다르게 날로 디테일해져는 언론들의 세계 각 지역의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보도에 대하여 우리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일종의 저널리즘 비판 에세이였다.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에서 원하는 내용을 읽을 수가 있겠냐? 또 이렇게 무지(無知) 했던 부분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고 세상에 양서(良書)에 대한 독서가 나쁠 수가 있겠는가? 나름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각성도 하게 되는 등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게 또 진지하게 읽게 되었다. 우선 책을 읽는 내내 수전 손택이라는 인물이 개인적으로 유럽의 68혁명의 사상적 영향 아래 있는 전형적인 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같은 인간으로 살고 있는 우리가 기아. 전쟁. 질병. 천재지변 등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완전히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그 무엇으로 치부해버리며 그들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사고를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백혈병으로...
브라질 출신의 인기 작가 파올로 코엘료가 1988년 출판한 장편소설 '연금술사'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삶의 기로에 서있는 젊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아의 신화'에 대해 생각해보고 타인이 원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기 바라는 마음이 내 가슴속에 잔잔히 떠다니게 만드는데 나 역시 책에 나오는 그저 그런 등장인물들처럼 마음이 불안하여 가슴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한 후회가 크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인생의 출발점에서 알았더라면 하는 미련이 왠지 모르게 밀물처럼 마음속에 밀려든다. 그 말은 우리 모두가 너무도 잘 아는 말인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후회스러운 것이 그처럼 쉬운 말을 행동하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 中 작가 파울로 코엘료 소설은 스페인 시골의 양치기 산티아고를 통해 '자아의 신화'라 일컫는 완전한 자아실현의 여정을 담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산티아고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이 성직자가 되길 바라며 신학교에 보내지만 정작 산티아고는 여행자가 되길 원한다. 돈을 들고 다녀야 하는 여행자는 두 가지...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하면 난 이 책이 떠오른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목부터 무언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있는 책이다. 책을 좋아했지만 즐기는 독서를 하지 못했다. 우리 나이로 스물 그러니깐 만으로 열여덟부터 난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무엇이든 여유가 없었다. 책을 좋아했지만 필요한 지식을 위한 공부 아니 돈이 되는 책만 읽은 20대였다. 투쟁적으로 이십 대를 살고 삼십대로 접어들 무렵 회사 연수원 휴게실에서 이 책을 만났다. 첫 장부터 충격이었다. 철학, 신학, 역사, 정치, 이념에 대한 담론들이 책 속에 있는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로 엮은 그야말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었다. 소설 읽으면서 인간존재의 모든 문제를 펼쳐내고는 이거 봐 별거 아니지 하는 밀란 쿤데라의 천재성에 놀라고 그 여파로 한 오년 동안은 실존주의 문학과 고전문학에 미친 듯이 탐독했던 시절을 선물한 책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홀로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내 인생의 책이 바로 이 소설이다. 지금은 표지 이미지가 바뀌었다. 15여 년 전쯤 구입해 보관 중인 민음사의 책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상당히 많다. 작가 밀란 쿤데라는 말 그대로 천재다. 다시 말하면 세상 풍파에 던져진 천재 그렇기에 참으로 할 이야기 많은 사람인데 그것을 책 한 권에 교묘히 다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한 소...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中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이자 명문장으로 소문난 텍스트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눈의 고장이고 어두웠던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으며 신호소에 기차가 멈추었다. 이 문장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 그것이 오늘 이 설국을 다시금 펼친 이유이다. 먼저 저 명문(名文)에 결론을 이야기하자면(물론 무지렁이인 내 생각일 뿐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것은 주인공 시마무라가 일상에서 멀어져 일탈을 꿈꾸는 현재 상태를 말한다. 그런 욕망의 마음을 시커먼 밤의 바닥에 깔린 순백으로 비유하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벌거벗은 무의식 속의 욕망 그 욕망대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며칠간의 일탈을 즐기자 이렇게 소설 '설국'은 시작된다. 소설의 실제 배경인 니가타현 치고 유자와 온천 전경 유부남으로 도쿄에 거주하며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무용에 대한 쓰잘데기 없는 글을 쓰며 살아가는 30대 남자인 주인공 시마무라. 그는 일 년 전 우연히 들러 여관에서 일하는 전직 게이샤 고마코와 관계를 맺고 다시금 그녀를 만나러 니가타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우연히 옆 좌석에 동승한 젊은 여자와 병약한 남자 커플이 그의 주위를 끄는 가운데 차창밖에 비친 여자의 모습에 은근히 이끌리던 중 기차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
유안진 시인은 1941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는 대전에서 다녔고 대학은 서울대학교를 나왔다.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지에 '달'이 추천되어 등단을 하였고 1970년 첫 시집 '달하'를 출판하였다. 1976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1981년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가 되었다. 문학을 전공한 전업작가는 아니지만 많은 시집과 두 권의 에세이집 그리고 두 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였으며 그 외 아동가정과 교수답게 전공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집필하였다. 오늘은 시기에 어울리는 '송년에 즈음하면'이라는 시(詩)를 감상해 보도록 하겠다. 사진 출처: pixabay.com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 같아지고 울고 웃도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 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 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의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안진...
이해인 수녀는 우리가 해방되었던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원래의 이름은 이명숙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해인은 필명 그리고 수녀로서의 이름인 수도명은 클아우디아이다. 아버지가 6.25가 일어났던 1950년 납북되어 어머니와 함께 인천과 서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중학교 시절 부산으로 내려가 김천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가톨릭 수녀가 되고자 했던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수녀원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시(詩) 쓰기를 즐겼던 이해인 수녀는 1975년 필리핀의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는데 졸업논문이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김소월의 시를 비교 연구한 "에밀리 디킨슨과 김소월의 자연 시 비교 연구"였다고 하니 문학 특히, 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을 몸소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고 작업 자체가 수녀원의 구도자이기에 국내 문인(文人) 과의 특별한 교류는 없는 듯 하나 2007년 작고한 피천득 작가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여 그의 장례식 때 조시(弔詩)를 낭독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늘은 이런 이해인 수녀의 '송년 엽서'를 감상하고자 한다. 사진 출처: pixabay.com 송년 엽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가...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히고 있는 소포클레스. 그는 기원전 496년 또는 497년에 지금의 아테네 인근인 콜로로스에서 태어나 기원전 406년 또는 405년 나이는 90~92세 정도에 아테네에서 숨을 거둔 이로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 인물이다. 살아생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극. 송가. 비가. 잠언 등 123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은 단 7편뿐이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해서 전해지는 이른바 오이디푸스 3부작과 오늘 소개할 아이아스와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트라키스여인들의 4대 비극이 우리들에게 익히 알려질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고대 항아리 유물에 그려진 아이아스와 아킬레우스 우선 아이아스 하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좀 낯설 수 있는 인물이다. 줄거리를 소개하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만 일리아스의 영웅 중 '아킬레우스'를 제외하면 최고의 용장이었지만,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 사후(死後) 그의 무구(武具) 소유권을 두고 펼친 설전과 투표에서 져 앙심을 품고 아가멤논과 메델라오스등 죽이려 드나 전쟁의 여신 아테네가 그를 미치게 하여 밤새 양 떼를 죽인 끝에 한때 양진영의 최고 수장으로 겨루었던 헥토르가 준 칼로 자결하는 비운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그토록 용감무쌍했던 장군이 무구라는 전리...
1952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난 최승자 시인은 수도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1979년 '문학과 지성'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는데,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성복. 황지우 시인과 함께 이른바 '해체주의 삼 인방'이라 불리며 기존 문단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의 시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었다. 그러던 중 1994년 아이오와 대학 초청으로 미국에 체류하게 되는데 시인의 인터뷰를 보면 당시 시(詩) 창작과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영어원서 번역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구어체 영어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점성술을 접하고는 정작 신비주의에 빠져 1998년 이후 조현병을 앓게 되고 그 후 정신병원에서 2016년 여덟 번째 시집이자 현재까지 발간된 시집 중 마지막인 '빈 배처럼 텅 비어'를 내고 병세가 완화되어 중학교 시절부터 시인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보았던 외삼촌의 보살핌을 받으며 경주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1981년 발표한 시집 '이 시대의 사랑' 중에서 크리스마스이브의 달이라는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하자. 사진 출처: pixabay.com 크리스마스이브의 달 - 최승자 미아리 날맹이 위로 뜨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달 망우리 산 너머 망자들의 등 뒤로 뜨는 달 습기를 품은 밤공기는 외로와 외로와 산을 껴안고 눈으로 내릴까 바다에...
1954년 전라도 광주 출신의 시인 곽재구. 그가 성인인 되어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을 하고 그렇게 1970년대 중후반을 보내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당선이 되었다고 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1980년 5월에 있었던 일이 이 시에 투영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 시를 읽어봐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군부(軍部) 독재 시절 산업화라는 명분 아래 참혹히 짓밟힌 우리의 평범한 사람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엇 하나 제대로 얻은 것 하나 없이 유린당했던 우리네 모습이 깊어가는 겨울날 어디론가 고달픈 길을 떠나기 위해 지친 몸으로 기다리는 모습에 애절함이 묻어나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앙가주망적인 시를 써왔던 곽재구 시인이기에 이번 시(詩)도 '성탄 전야'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철학적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유물론적 관점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 시를 감상해 보자. 성탄 전야 - 곽재구 소년이 눈보라 속을 걷는다 숲속의 작은 통나무집 눈 쌓인 밤은 푸르다 소년이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선다 성냥을 그어 램프에 불을 붙인다 창틀 앞에 아주 작은 눈사람이 엎드려 있다 소년이 눈사람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준다 사흘 내내 기다렸니? 이런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소년이 눈사람에게 한 스푼 물을 먹인다 눈사람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 소년이 눈사람을 안아 식탁 위로 옮긴다 성냥을 그어 벽난로...
이해인 수녀는 우리가 해방되었던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원래의 이름은 이명숙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해인은 필명 그리고 수녀로서의 이름인 수도명은 클아우디아이다. 아버지가 6.25가 일어났던 1950년 납북되어 어머니와 함께 인천과 서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중학교 시절 부산으로 내려가 김천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가톨릭 수녀가 되고자 했던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수녀원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시(詩) 쓰기를 즐겼던 이해인 수녀는 1975년 필리핀의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는데 졸업논문이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김소월의 시를 비교 연구한 "에밀리 디킨슨과 김소월의 자연 시 비교 연구"였다고 하니 문학 특히, 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을 몸소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고 작업 자체가 수녀원의 구도자이기에 국내 문인(文人) 과의 특별한 교류는 없는 듯 하나 2007년 작고한 피천득 작가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여 그의 장례식 때 조시(弔詩)를 낭독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늘은 이런 이해인 수녀의 '성탄 편지'를 감상하고자 한다. 사진 출처: pixabay.com 성탄 편지 -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
시인 나태주 님. 마음씨 좋은 푸근한 동네 할아버지와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 주시는 고마운 시인이다. 인간에게 예술이라는 것이 삶의 행복과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의 시들이 이에 딱 들어맞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쉬운 언어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 그것이 바로 시인 나태주의 시(詩)이다. 특히, 나태주 시인은 우리 주위에서 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물과 관계, 계절의 변화 등을 소재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에 많은 위안과 위로를 주는 고마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오늘은 이런 나태주 시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감상해 보며 때를 느껴보도록 하자. 사진 출처: pixabay.com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태주 크리스마스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계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
1950년 생으로 이제 칠순의 나이도 훌쩍 넘긴 시인 정호승. 그는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최고의 서정 시인으로 꼽히고 있다. 쉬운 언어로 삶의 위안과 용기를 주는 시를 주로 쓰시는 정호승 시인. 오늘은 이런 정호승 시인의 2010년에 발표한 시집 '밥값'에 수록되어 있는 성탄절이라는 시를 감상해오며 다가오는 성탄절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자. 사진 출처: pixabay.com 성탄절 - 정호승 고층 아파트 입구 크리스마스트리가 차에 치여 넘어졌다 사람들이 달려와 크리스마스트리에 차가 치였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어떤 이는 쓰러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발로 차기도 한다 떨어진 종이 별들은 땅바닥에 나뒹굴다가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눈은 내리지 않는다 12월은 지났으나 성탄절은 오지 않는다 정호승 시집 '밥값' 中 2010년 창비 삭막한 도시의 풍경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음에 작금의 현실에서 성탄(聖誕)의 의미가 퇴색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예수가 이 땅에 '사람의 아들'로 오셔서 그 엄청난 고난 속에서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가치는 사랑과 용서가 아니었는가? 서울의 고층 아파트(대한민국에서 산다고 사는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새기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차에 치여 넘어졌음에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차를 치었다는 기발한 발상을 하고 욕을 한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발로 차기까지 한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