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들은 말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남는다. 어쩌면 평생. 누군가의 평에 의하면 나는 뭐 하나를 꾸준히 못하는 애, 뭘 해도 어느새 흐지부지 되고 결국 끝맺음을 제대로 못하는 애였다. 그래, 맞는 말이니까 받아들여야겠지,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그 어린 마음에 남는 상처와 무력감이란. 어른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 아니 어쩌면 이날 이때까지도 이 말은 저주처럼, 때로는 편리한 변명처럼 ("난 어차피 이런 애니까") 나를 따라다녔다. 최근에 프랑스어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나는 또다시 공포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번에도 나는,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리라는 생각. 내 인생은 늘 용두사미였으니까. 그러고는 정말로, 호기롭게 등록했던 베를린 시민대학의 프랑스어 수업을 딱 한 번 나가고 취소했다 와우 나란 인간 진짜;; 그러던 와중에 한국에 있는 성인 다개국어 학원 LMG어학원에서 마침 딱, 정말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물론 영상으로 동네방네 떠벌리긴 했지 프랑스어 배운다고 낄낄) 독일에 있는 나에게 장문의 메일로 연락을 주셔서는, 프랑스어 공부를 도와주시겠다는 거다! 그것도 무려 네 달 동안. 학원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독일어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느낀 점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고, 그래서 이곳에서라면 나도 프랑스어를 독일어처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이곳 원장님께서도 나랑...
늘 누군가에게 쫓기듯 혹은 금방이라도 혼날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내 천성이 예민한 탓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늘 아침엔 조급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시간을 들여 아침을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다. 차린 것 없는 인생이지만 많이 먹으라는 인사치레와 함께. 사진: 호두 바게트, 후무스, 캐모마일 차, 소금 크림 치즈, Seelachsschnitzel (절인 대구살 소보로? 같은 느낌), 칼라마타 올리브, 부라타 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