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2023년 시드니 워케이션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1년에 한 번씩 해외 워케이션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에 꽤 멀리, 꽤 오래갔기 때문에 2024년에는 조금 가깝게, 조금 짧게 가기 위해 일본 삿포로를 택했다.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을 보진 못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날씨가 따듯해서 돌아다니기엔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삿포로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평지에 세워진 훗카이도 유일의 정령지정도시 정령지정도시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도시 위계 중에서 최상위 위계를 의미하는 단어다. 국내로 치면 '특별시'같은 지위인데 일본의 최북단 섬인 훗카이도에서는 삿포로가 유일한 정령지정도시다. 삿포로의 도시 면적은 서울의 두 배에 달하는데 인구는 200만 명으로 도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도시임에도 여유가 느껴진다. 특히 삿포로는 일본 국내에서도 관광도시로 유명할 만큼 관광자원이 풍부한 도시인데 관광 시즌은 여름이나 한겨울이 선호되지만 나는 다소 비수기인 11월 중순에 방문했다 보니 어딜 가나 웨이팅 없이 널널하게 먹고 거리도 빡빡한 느낌이 덜했다. 물론 삿포로 특유의 겨울 풍경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워케이션이라는 목적에는 알맞은 날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삿포로는 평지에 세워진 계획도시여서 길을 찾기가 매우 수월하고 긴 거리를 걸어도 크게 피로하지 않았다. _ 삿포로 자유여행 Tip 방...
★★★★☆ Intro 판타지 영화들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미술팀 모든 영화에서 미술팀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판타지 영화에 있어서 미술팀이 짊어지는 무게는 남다르다. 관객들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에 빠져들어서 이것이 가짜라는 것을 2시간 넘게 인지하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드의 미술팀은 양쪽 엄지를 치켜들어도 부족할 만큼 본인들의 역할을 넘치도록 멋지게 수행했다. 무려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등장하는 수많은 배경과 소품, 의상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아름답고 적절하며 디테일이 넘실댄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훌륭한 나머지 지나가는 화면을 잠시 멈추고 뜯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위키드의 미술팀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멋진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영화가 필요로 하는 세계를 창조했다. 미술팀의 작업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배우들 아리아나 그란데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았지만 배역 소화력까지 이렇게 뛰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위키드>의 두 주연,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는 모두 놀라운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며 높은 수준으로 배역을 소화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갈린다 역의 아리아나 그란데는 본인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압도하며 영화의 톤 앤 매...
★★★ 나이 차이가 10년만 나도 큰 터울이다. 그런데 이 형제들은 무려 24년 터울이니 늦둥이도 이런 늦둥이가 없다. 그런데 웬걸, 태어나 보니 형은 아카데미 시상식 5관왕에 빛나는 말 그대로 꽉 찬 육각형 영화 그 자체다. 그렇다면 동생이 살 길은 형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어야 한다. 그리고 <글래디에이터2>는 작심한듯 한 우물만 판다. 영화는 시작부터 중반까지 액션의 향연이다. 특히 초반 대규모 해상전투와 콜로세움에서의 액션신들은 리들리 스콧이 어떤 감독이었는지를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속도감과 현실감이 적절히 갖춰졌고 과하게 잔인하지도, 과하게 무난하지도 않게 장면들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적이나 전투가 벌어지는 환경에서 전편과는 조금 다른, 그리고 조금 더 진보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의지 문제는 의지는 엿보이는 데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분명히 리들리 스콧의 인장이 찍혀있지만 <글래디에이터2>는 액션에 있어서조차 형을 뛰어넘지 못한다. 투박하지만 긴장감만은 매 순간 최고치였던 액션, 날뛰지 않아도 미친놈 같았던 호아킨 피닉스, 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던 러셀 크로우는 물론이고 진짜 로마와 시민들을 만들어버린 듯한 미술팀의 작업과 완결성이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장조림 뚜껑처럼 쫙 달라붙었던 서사까지 <글래디에이터>의 모든 것들이 동생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는 느낌이다. <...
★★★☆ 자극적인 소재와 화면이 당연해져버린 영화관에서 진심이나 순수함 같은 단어는 설자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기 조금은 촌스럽다고까지 여겨질 만큼 투명한 화면과 이야기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있다. 동명의 대만 영화와 마찬가지로 <청설>의 첫 번째 장점은 서사에 찰떡으로 어울리는 배우들의 캐스팅이다. 주연인 홍경과 노윤서는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하고 풋풋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또한 영화의 특성상 대사는 적고 표정과 수어같이 비언어적 표현이 영화의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컸는데 두 배우의 준수한 연기 덕분에 영화의 톤 앤 매너가 잘 유지됐던 것 같다. 극 중 비중이 지 않은 서여름의 동생, 서가을 역의 김민주나 이용준의 부모님을 연기하는 현봉식, 정혜영도 본인들의 몫을 다하며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캐스팅 무엇보다 <청설>의 특징은 지금 시대에는 보기 어려울 만큼 순박한 로맨스 서사에 있다. 두 남녀가 가까워지는 속도, 방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까지 '클래식' 그 자체다. 과거 충무로가 로맨스 영화 전성기를 누렸을 때 개봉한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감성이 <청설>에도 한 스푼 들어가 있다. 모든 것이 삼삼할 때는 자극적인 맛이 끌리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자극적일 때는 오히려 삼삼한 것이 끌릴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남녀 간의 사랑 얘기만큼 고전적이지만 그 자체로 자...
★☆ 이미 전작이 별로였지만 속편이 혹시나 조금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영화를 볼 때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개선은 없었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 이쯤 되면 이런 영화를 계속 돈 주고 보는 내가 가장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어서 결국 눈이 감겨버리고 마는 액션에 있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1,500억이라는 제작비를 도대체 어디에 가져다가 썼는지 특검이 필요한 수준의 처참한 액션을 보여준다.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 살아나는 액션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액션 시퀀스 하나하나가 유치하고 재미도 없고 신선함도 없다. 1,500억을 5만 원짜리로 바꿔서 강남역 사거리에 뿌리는 영상을 108분 동안 촬영했다면 이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특검하라 다음으로 엉망인 점은 제대로 된 액션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이 길뿐 아니라 말도 안 될 정도로 지루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대로 된 액션이 시작되어도 액션이 엉망이니 기다림의 보람도 없다. 그렇다고 그 긴 시간이 서사에 대단히 큰 영향을 주거나 꼭 봐야만 하는 내용인 것도 아니다. 한 줌의 CG 덩어리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이 길고 지난한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건 오히려 돈을 받고 봐...
성수 에스팩토리에서 3일간 진행되었던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색인출판'의 이름을 걸고 참가했던 이번 북페어에 대한 후기를 짧게나마 남겨봅니다. 색인출판이 만난 독자들 색인출판이 2019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음연습』과 index <우리들>, <플란다스의 개>, <동주>를 포함해 총 4권의 책을 선보였고 큰 숫자는 아니지만 1,000권이 넘는 책이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색인출판은 매년 정기적으로 책을 내고 있지도 않고 평소에 이렇다 할 활동도 하지 못하기에 독자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요. 이번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에는 색인출판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인사도 해주셔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새로운 독자들이 색인출판의 책을 흥미롭게 봐주시고 다양한 질문을 해주셔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색인출판 부스 3일간 함께한 230팀 북페어에 방문해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판매자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전히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인쇄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느껴지면 함께 힘이 나는 법이죠. 이번 퍼블리셔스...
색인출판이 국내 최대 독립출판 북페어 중 하나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주최하는 북페어로 이번 2024년 이벤트에는 국내외 출판사와 서점 등 230팀이 참여합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 정보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는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에서 10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총 3일간 개최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건물에서 주차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드립니다.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Seoul Publishers Table Indie Book Fair publisherstable.kr _ 북페어 날짜와 시간 10월 18일 금요일 14:00 ~ 20:00 10월 19일 토요일 12:00 ~ 20:00 10월 20일 일요일 12:00 ~ 20:00 북페어 위치 성수 S-팩토리,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15길 11, D동 3층 (성수동2가) 에스팩토리D동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15길 11 태광산업 Previous image Next image 에스팩토리 전경 색인출판 참여 정보 색인출판은 E-19번 위치에 부스를 배정받았습니다. 천천히 둘러보시고 시간이 되시면 색인출판 부스에도 놀러와 주세요. 색인출판은 이번 행사에 index <우리들>, <플라다스의 개>, <동주>까지 총 세 권의 책과 함께 참여합니다. 특히 index <동주>의 경우 10...
★★★ <전,란>의 액션 장면만 떼서 숏폼 영상으로 만든다면 훌륭한 바이럴 영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바이럴 된 영상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장편영화는 멋있는 한 두 장면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먼저 잘 한 건 잘했다고 하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액션이나 연출이었다고 할 순 없지만 <전,란>의 액션 장면 중에는 분명히 준수한 장면들이 있다. 물론 준수함의 8할은 도포를 휘날리는 강동원의 분위기지만 그것 말고도 청소년 관람불가 수준에 걸맞은 날카롭고 시원한 액션 장면은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검을 이용해서 1:1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그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준수한 20분 문제는 이런 준수한 액션 장면을 다 합쳐도 길이가 얼마 안 된다는 점이다. 분명히 영화의 배경이나 스토리 자체가 엉망인 건 아닌데 영화는 보여주고 싶은 장면에 몰두한 나머지 나머지 장면들을 거의 불태우는 수준으로 내달린다. 몇몇 장면에서는 캐릭터들의 결정이 납득되지 않고 아무리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개연성이 너무 박살 나서 몰입이 확 떨어지는 장면도 한두 장면이 아니다. 편집점마저 엉성해서 지금 장면이 어디에서 이어지는 것인지, 왜 이렇게 이어붙인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운 장면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스킵 하는 시간대와 이야기가 너무 많고, 이 덕분에 주연...
Intro 여행 사진으로 제작된 인쇄물과 문구류를 판매하는 비스켓스튜디오가 부산에서 연남동으로 상경한지 1년 만에 연희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크기도 더 크고 빛도 더 잘 드는 공간에 새롭게 자리 잡은 비스켓스튜디오 매장에 다시 방문했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깊게 담아낸 공간 비스켓스튜디오의 부산 매장부터 연남동 매장, 연희동 매장을 모두 방문해 본 사람으로서 이번 연희동 매장은 지금까지 쌓아온 비스켓스튜디오의 방향성이 가장 많이 반영된 매장이라고 느낀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여행 사진으로 제작된 굿즈들을 충분히 걸 수 있는 벽면부터 연남동 매장에서 처음 시도된 여행집의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빠질 수 없는 비스켓스튜디오 매장의 시그니처가 된 글쓰기 공간까지 잘 갖춰져있다. 더불어 이번 매장에서는 사장님들과 눈을 맞추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바 테이블도 존재하니 사장님들의 여행 얘기를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바 테이블을 적극 이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들과 책 비스켓스튜디오 매장에 방문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퀄리티의 사진 제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비스켓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출간되는 책을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될 것 같다. 비스켓스튜디오의 첫 번째 책인 『다시 한번 해피엔딩』은 사장님인 자민님과 강산님...
★★★ 성공적인 1편에 힘입어 개봉한 2편을 보는 것은 항상 기대와 걱정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2019년 개봉해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던 <조커>의 후속작, <조커: 폴리 아 되>역시 마찬가지였고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연기는 훌륭하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여전히 영화 전체를 압도하고, 새롭게 합류한 레이디 가가는 1편에는 없었던 색깔을 영화에 덧칠한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1편과 비교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다. 이미 1편을 봤기에 2편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펼치는 연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편이라는 점을 잠시 잊고 이번 영화에서 펼친 그의 연기를 절대평가한다면 다시 한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더불어 1편에서도 훌륭했던 미술팀의 작업은 2편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등장인물들이 머무는 공간과 배경, 소품은 매우 높은 퀄리티를 뽐내며 관객을 조커의 세계관으로 깊숙이 초대한다.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아쉬운 이유는 '굳이?'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때 가장 주목을 받았던 뮤지컬적 요소가 이 영화에 '굳이' 들어가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분명히 레이디 가가는 매력적인 배우이고 이번 영화에서 한 명 몫을 해 냈지만 할리라는 캐릭터가 '굳이' 등장해야 했던...
★★★☆ 화려한 형형색색의 변신 로봇. 친구와의 우정. 여기에 방점을 찍는 전체 관람가까지. 이렇게 들었을 때 이 영화가 어른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근데 어른용과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굳이 나눠야 하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재미있게 봤다면 그 영화는 분명히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트랜스포머 ONE>은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트랜스포머 실사화 영화 시리즈와는 상당히 궤를 다르게 가져간다. 무게감이나 어두운 감성은 상당 부분 제거되고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이야기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오라이온 팩스와 D-16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기에 상당히 많은 로봇들이 등장하지만 혼란스럽거나 버겁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대사, 그리고 행동이 다소 가벼운데 이야기까지 직진성이 강하다 보니 영화가 유치해지는 경향이 짙다. 덕분에 기존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어른을 위한 영화였다면 <트랜스포머 ONE>은 어린이용과 어른용의 경계선에 서 있는 느낌이다. 다소 유치 그런데 유치하다는 건 조금 다르게 말하면 단순하고 담백하다는 말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트랜스포머 ONE>은 이야기는 단순하게 깔아두고 영화가 중반쯤을 지날 때부터는 트랜스포머 특유의 화려한 액션을 폭탄처럼 투하한다. 속도감 있는 연출과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 멋진 클라이막스까지 <트랜스포...
Intro 1편을 이기는 2편이 없다고는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한 편의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쉽기 마련이다. 오늘은 진짜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개인적으로 속편을 보고 싶은 영화를 다섯 편 소개해 보려고 한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 아직 젊습니다. 2016년 5월에 개봉한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제목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 속편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된 액션영화였다. 이제훈의 신선한 액션 연기와 조성희 감독이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관이 매력적이었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140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았지만 손익분기점인 300만 관객에는 반도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속편 제작이 무산되었다. 제작사와 투자사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영화 자체의 퀄리티도 준수하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일의 영화였기에 지금이라도 속편이 제작된다면 충분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사도, 주인공도 정해져 있잖아요? 2015년 9월 사극 장인인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사도>는 꽤나 무거운 정통 사극영화였다. 송강호와 유아인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과 훌륭한 연출이 합쳐진 영화는 620만이 넘는 관객을 만나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도>의 마지막 부분에는 소지섭이 정조...
★★★ 독의 크기를 떠나서 독 어딘가에 구멍이 있다면 그 독은 다 채울 수 없는 법이다. 2015년 개봉했던 <베테랑>은 그렇게 큰 독은 아니었지만 달콤한 액션이 가득 찬 독이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독 안의 내용물이 부족한 기분이다. 류승완 감독 영화의 전매특허인 몸과 몸이 부대끼는 액션은 확실히 보는 맛이 있다. 육탄전 장면에 있어서만큼은 충무로에서 류승완 감독만큼 찰지고 다채롭게 연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그리고 <베테랑2>에도 액션씬은 곳곳에 배치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2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의 날렵하고 힘 있는 액션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더욱이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전편에서 무려 9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주연인 황정민이 예전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로 액션을 소화하기에 다소 부쳐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베테랑2>의 액션씬들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액션 영화에 부어 넣는 액션의 양과 질이 부족하진 않지만 문제는 영화 전체에 허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빌런의 존재감과 이야기가 너무 허술하다. 개인적으로 전편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빌런,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의 역할이 7할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베테랑2>에 등장하는 빌런의 행동과 선택은 딱히 공감되지도 않거니와 캐릭터 자체의 정체성이 흐려서 영화가 클라이...
★★★★☆ Intro 예매를 하면서도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겨우 58분짜리 영화인데 3시간짜리 영화와 같은 티켓값을 받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5분 8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돌아보게 되는 연출 애니메이션이든 아니든 영화 연출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관객을 영화의 세계관 속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화면, 리듬감 있는 흐름, 적절한 화면 전환과 편집점을 얼마나 신선하고 유려하게 엮어낼 수 있는가? 여기에 있어 <룩백>이 보여주는 연출은 올해 들어 본 영화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화는 매력 넘치고 영화의 이야기에 찰떡으로 붙는다. 화면전환은 매우 과감하면서도 보여줘야 할 장면을 정확히 필요한 만큼 보여준다. 몇몇 장면에서는 그저 화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서사가 흐르고, 기분이 넘실대고, 다양한 감정들이 샘솟는다. 돌아보고 곱씹어도 그 맛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연출이다. 연출 돌아보게 되는 서사 세상을 구하고 우주를 구하는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이 땅에 발 디딘 사람들의 작고 소중한 이야기로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겨우 58분이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룩백>에 있어서는 모자라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상당히 넓은 시간대를 다루는 이 영화가 압축적으로 전하는 두 소녀의 이야...
★★★☆ 관객들이 재난 영화에 기대하는 첫 번째 요소는 명확하다. 화면 가득 느껴지는 '재난'그 자체다. 그렇게 본다면 <트위스터스>는 일단 첫 번째 단추는 잘 끼웠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토네이도가 흔한 재난은 아니다 보니 토네이도를 본 적은 없지만 <트위스터스>의 화면 속 토네이도는 확실히 실감 난다. 122분을 꽉꽉 채워서 등장하는 수많은 토네이도들은 나름의 스타일과 크기가 조금씩 달라서 보는 맛이 있다. 토네이도 그 자체로도 꽤나 볼거리지만 토네이도가 지나갈 때의 주변부 표현이나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잔해 표현 등 미술팀의 퀄리티는 모든 면에서 매우 출중해서 눈이 호강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가장 의문점이었던 점은 바로 직전 작품을 22억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연출했던 감독이 과연 2,740억 짜리 재난 영화를 제대로 연출할 수 있을까?였는데 화면만 놓고 봤을 때는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트위스터스>의 화면은 편집점이나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재난 영화가 갖춰야 할 고민들이 잘 녹아있다. 훌륭한 화면 좋은 점들을 두드러지게 살려둔 채 감점 요소만 잘 잡았다면 <트위스터스>는 상당한 수작이었을 것 같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중 꽤 많은 시간을 캐릭터 빌드업에 사용하는 영화는 재난 영화의 1차원적인 인물구조를 따라가지도, 드라마 영화의 다면적인 인물구조를 따라가지도 않은 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보려고 하지만 어떤 ...
Intro 요즘은 워낙 다양한 부위의 마사지기가 있다 보니 다들 집에 마사지기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러닝도 자주 하고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종아리 마사지기가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내 돈 주고 사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생일선물로 지인이 풀리오 V2를 선물해 준 덕분에 한 달 넘게 사용해 본 후기를 남겨본다. _ 제품 정보 브랜드: 풀리오 제품명: 무선 종아리 마사지기 버전: V2 가격: 129,000원 확실한 고통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사용 때 마사지 기능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지금은 사용한 지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러 강도를 3단 중 2단으로 맞춰두고 사용하지만 처음에는 1단 만으로도 너무 아파서 중간에 끈 적도 있다. 물론 고통이 있다는 게 무조건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니겠지만 사용하고 나면 확실히 종아리가 풀렸다는 느낌이 있었다. 앞으로 강도 2단이 익숙해지면 3단까지 올려서 사용해 볼 예정이다. 그러면 좀 더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는 중. 모드는 3가지가 있는데 마사지하는 부위와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제품 박스 빠른 배터리 소모 무선이라는 점은 매우 편하지만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점은 아쉽다. 체감상 풀 충전된 상태에서 3번 정도 사용하면 방전되는데 그렇다고 충전이 빠르게 되는 것도 아니어서 사용하는 시간보다 충전하는 시간이 더 길다. 물론...
★☆ 어떤 상태를 유지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진일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최소한 퇴보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리볼버>는 많은 부분에서 끝끝내 충무로를 퇴보시킨다. 전도연이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과 보여준 클래스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그런 전도연의 연륜마저도 <리볼버>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나마 임지연의 호들갑이 가끔 웃음을 일으킬 뿐 다른 배우들은 한 명 몫을 겨우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배우들을 탓하기엔 <리볼버>가 차려놓은 것이 너무 없었다. 아니 없었다는 건 오히려 칭찬에 가깝다.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연발하며 상을 뒤엎는다. 그나마 임지연 첫 번째로 서사의 빌드업이 엉망진창이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인물은 쏟아지는데 배경 설명은 태부족이고 인물 간의 연결점도 흐리다. 무게는 또 왜 이렇게 잡는지 무게를 잡다가 잡다가 그만 영화관이 무너져 내릴 지경이다. 그렇다고 잔뜩 쌓아 올린 무게감이 이렇다 할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로는 대사와 연출이 듣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화면전환에 설득력도 없고 신선함도 없고 노련함도 없다. 대사는 한마디 한마디 그 대사를 뱉어야 하는 배우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씹는 맛이 없고 영화를 보는 내내 냉동실에서 방금 전에 꺼낸 가래떡을 망치로 부숴서 씹는 기분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도대체 ...
★★★☆ 야구 경기에서 안타를 많이 친 팀은 분명히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가 안타만 쳐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수비도 잘해야 하고 가끔은 홈런도 나와줘야 한다. 포스터부터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웃길지 예고하는 듯한 <파일럿>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주제가 뻔하더라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법. <파일럿>은 그것을 증명하듯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안타라고 할 수 있는 웃음들을 계속해서 터뜨린다. 예상되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웃긴 부분, 오글거리지만 배우들이 밀어붙이듯 웃겨버리는 부분 등 방법이 어찌 되었든 영화가 만들어내는 웃음이 유효타라는 점은 확실하다. 더불어 애매하게 신파를 자극하거나 중심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담백하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서사도 긍정적이었다. 안타의 존재 웃음 포인트가 개인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파일럿>은 큰 한방이 없는 코미디였다. 잔잔하게 킥킥거리는 웃음은 이어졌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진짜 크게 웃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안타는 많은데 홈런은 없는 기분이랄까? 서사의 직진성이 높은 편이라 흡인력은 좋지만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공격력은 나쁘지 않지만 수비력이 딸리는 기분. 시대를 반영한 몇몇 연출은 신선했지만 그런 장면들 외에는 연출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기억에 남는 포인트나 새로움이 없다는 점도 <파일...
★★★☆ 어떤 것이 중심부로 가지 못하고 주변부만 맴도는 경우 '변죽만 울린다'라는 말을 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변죽으로 만든 오케스트라를 보는 기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을 구하지 못한다. 아니, 처음부터 구할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 영화는 철저히 마블의 중심 이야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실컷 함으로써 시궁창으로 빠지고 있는 마블과 거리를 두는 영화에 가깝다. 화려한 카메오와 피 튀기는 액션신은 관객들이 원하는 걸 채워준다. 데드풀의 입담에서 나오는 재미는 1, 2편에 비하면 많이 깎여 나갔지만 이제 이 시리즈가 '디즈니'산하에 놓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본연의 임무를 다 해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덕분에 크게 터지는 웃음은 줄었지만 여전히 웃기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정이 대단히 멋지진 않지만 만들어낸 결과물로서의 메시지가 나름 히어로 영화의 본질을 담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긍정적 다만 이 영화를 한 편의 영화로써 높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첫 번째로 너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나는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부터 드라마 <로키>, 영화 <로건>을 다 봤음에도 <데드풀과 울버린>을 100% 이해하기 버거웠다. 그런데 이 중 한 편이라도 보지 않는다면 <데프풀과 울버린>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점은 크나큰 허들이다. 서사에 앞뒤도 양옆도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
★★★ 말도 안 되게 강한 영웅이 나오는 영웅물에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이 죽는다. 하물며 꽤 진지한 얘기를 하는 액션 드라마 영화에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구교환은 탁월하다. 아주 탁월해서 몇몇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훈이 딱히 부족한 것도 아니다. 구교환의 연기는 디테일이 소름 끼쳤고 이제훈의 연기는 투박하지만 묵직했다. 더불어 영화의 주제에 걸맞게 끊임없이 도망치고 뒤쫓는 이야기의 리듬감이 꽤나 생동감 넘친다. 너무 과감하게 편집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편집점들이 자비 없이 이야기의 꼬리를 잘라내니 지루함이 끼어들 틈은 없다. 더불어 볼거리가 아주 풍성하다고 할 순 없지만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미술팀의 작업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장점 앞에서 나열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몰입을 깨는 지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 매우 아쉽다. '저렇게 한다고?', '저게 된다고?'라는 질문이 한 번이라도 나오는 영화는 이미 엔진 꺼짐이 한 번 일어난 자동차나 마찬가지다. 영화적 개연성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전부 덮어주는 마법의 담요가 아니다. 심지어 이종필 감독은 본인이 연출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장면의 개연성을 박살 내는 놀라운 결정마저 보여준다. 여기에 이제훈과 구교환을 제외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들러리로 만들어 버려 캐릭터들이 채워줘야 할 부분조차 빈약하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