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을 보고 왔다. 아무래도 나는 양반이 못 되는게, 즐거운 마음으로 보지 않고 시종일관 다리 꼬고 헛기침을 흠흠 하며 비판하는 자세로 보았다. 또 그랬다. 어찌됐건 봉준호 감독은 다시 한번 대단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봉준호의 영화란 봉준호 감독은 항상 그러했다. 자신의 사상을 가르치려는 요즘 영화들과 달리 그의 영화는 은연 중에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영화를 끝까지 본 후에 그 주장을 받아들일지 말지 관객에게 선택을 권하곤 한다. <괴물>도 그러했고, 같은 궤의 <옥자>도 그러했다. 두 영화 모두 '괴 생명체'가 주는 위압감으로 시작하여 끝으로 갈수록 그들의 아픔과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엄성을 강조한다. 영화의 결말에서 관객들은 생각하게 된다. "아, 불쌍하다." "가여워." 다른 소재인 <마더>나 <살인의 추억>은 제 하자. #2 외면 vs 내면 나는 소설 《미키7》을 읽지 않았기에 추측하건데 영화의 초반부 미키가 고통(?)을 겪는 장면들은 소설에도 있을 듯 해 보였다. 계속해서 죽임을 당하지만, 연구원들은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의 몸이 프린팅 되어 나와도, 과자 봉지 안에 있는 100여 조각의 과자들 중 하나로 여긴다. 인간 존엄성, 생명 존중이 무너진 모습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그렇게 인트로가 지나면 우리는 미키17의 일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미키17은 미키1, 그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