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메밀꽃 들녘을 올라 산사의 무릎에서 허리에 이르는 중턱 봄부터 보고픈 새싹 하나를 이렇게 키웠습니다 담홍색 꽃빛 타는 목마름은 가늘고 긴 그리움 이루고 이루어 이곳에 피었습니다 나도 저처럼 기다릴 수 있을지 피할 수 없는 가을 발자국이 기다림의 목까지 그리워 그리워하다 모였습니다 불갑산 어깨에 이토록 이루기 어렵고, 이룰 수 없는 꽃무릎처럼 붉게 목이 긴 그리움 하나를 남기고 왔습니다. 풍경 한 접시 바람이 끓인 파도 한 그릇에 생선 서너 마리를 갓 구워 먹는 어느 여름, 게들은 한낮의 옆구리에 햇살을 섞어 파란 밥을 짓고 있다.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에도 온몸의 돌기와 털을 흔들어 대며 바람을 비벼 풍경 한 접시를 남기는 게들, 갯벌마저 칠게 네 집을 가는 길은 그만큼 들썩거리고 게들이 남긴 접시를 넘보는 모시조개의 애매한 입노릇에 노랑부리 백로가 발차기를 한다 뾰족하게 도드라진 내 발자국에 가득한 파도 한 접시 풍경은 흔적에 모여 바람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철썩! 철썩! 한다 꽃밥 한 술 오동도 동백 숲길 꽃술 마시러 온 새 떼 꽃잎에 붓을 대며 붉디붉은 입술로 꽃놀이하고 갯바람 발갛게 삶느라 잠도 못잔 동백 울음빛 선혈을 낭자한 채 배부른 꽃잎 밀어내느라 끙끙 힘을 쓰는 소리 저것 봐! 콧구멍의 꽃술 꽃밥 한 술 일생의 한 끼 꽃보라 잔치를 벌렸네 달빛 한 잔 돛단배 떠난 시골 빈집에 하얀 달 등성이를 타고 앉아 이별의 슬픔...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태양 속에 시원한 바다가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여름 키워드로 시집을 찾아보았습니다. 그중에 몇 편을 소개해 봅니다. 햇빛 주사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듯이 내 몸이 힘들고 우울할 땐 햇빛 주사를 자주 맞는다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맘이 이내 밝아지는 햇빛 한줄기의 주사 고맙다고 고맙다고 목례를 하면 먼 곳에 있는 해님이 다정히 웃는다 복도를 걸어갈 때도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를 생명의 빛으로 초대하는 나의 햇빛 한줄기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햇빛이 준 나는 나에게 이웃에게 둥근 사랑을 시작한다 이해인의 햇빛 일기 '위로 시인' 치유 시인' 이해인 시인의 햇빛 일기 속에 수록되어 있는 시입니다. 햇빛은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며 따뜻함으로 위로를 주는 존재입니다. 시인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햇빛 같은 존재가 되어주자고 말합니다. 6월의 태양은 그 빛이 때로는 넘치기도 하네요. 뜨거운 기운으로 지치기보다 나를 위로하고 내 주변의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햇빛 한줄기의 따스함을 전해주는 위로자가 되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 가슴에 조각구름 몽실몽실 떠다닐 때다 기억 저만치 빠져나갔다가 되돌아오는 통통배 한 척 있을 때다 이슬 아래 밤새도록 푸른 모래탑 부서질 때다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 그때는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 -이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