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 정기구독 1년+정기구독 선물 저자 미등록 출판 미등록 발매 미등록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올해 좋은생각을 구독했습니다. 1월호를 읽었는데, 소박하고도 솔직한 글들이 매력 있었어요. 쉽게 읽히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즐겁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생각' 같은 맑고 밝고 긍정적이기만 한 단어들이 싫었는데, 조금은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 맑고 밝은 게 좋네요. 아이가 나를 피해 방으로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내 다리에 엉덩이를 탁 붙이더니 양손으로 내 손을 붙잡아 제 가슴팍에 가져다 대었다. 감싸 안은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화내지 마. 사랑해 줘.' 무서운 표정을 한 아빠에게서 도망친 곳이 아빠의 품이라니. 나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좋은생각> 2025년 1월호 p.32-3 (「새 신을 신은 거북이」 김영석 님) 친구가 많지 안은 사람의 특징은 타인을 무척 복잡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단세포에 저차원인 나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번잡한 세상사의 원리를 모두 헤아려 가며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슷한 또래들끼리 있어도 어른들 사이에 낀 초등학생 같은 기분이 되고는 한다. 인간관계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 나보다는 훨씬 눈치가 있고 자연스러운 사람들에게나 허락되는 무언가 같다. <좋은생각> 2025...
적어도 두 번 저자 김멜라 출판 자음과모음 발매 2020.07.24.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은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 가장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인 동시에 문제작입니다. 레즈비언인 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소설입니다.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인 화자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범죄의 피해자는 '이테'라는 시각장애인 소녀입니다. 화자가 이테에게 자위행위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다가, 자신이 직접 이테를 범하게 되고, 이 장면을 이테의 부모님이 보게 되면서 화자는 범죄자가 됩니다. 화자는 이테에게 호의를 가지고 가르치다가 선을 넘은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대상이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이것은 반박 불가한 범죄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시각장애인 소녀는 '보고' 배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자위행위를 알려주기 위해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화자의 변명은 그야말로 변명일 뿐이고요. 시각장애인은 대다수가 안마사를 진로를 삼을 만큼 인간의 신체에 대해서 해박합니다. 시각장애인 소녀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보고' 배울 기회가 없어서 자위행위조차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혼자 있는 시간을 심심해하는 이테가 안타까워서 자위행위를 가르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범죄자적인 발상입니다. 원래 어릴 때는 늘 심심합니다. 젊을 때는 늘 심심...
히트맨2 감독 최원섭 출연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김성오, 이지원 개봉 2025.01.22. 어제 일요일 오후에 <히트맨2>를 보고 왔습니다. 해당 회차 전석이 매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설 연휴이다 보니 가볍게 보기 좋은 <히트맨2>가 다른 영화보다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히트맨2>는 5년 만의 후속작으로 전작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히트맨> 1편을 보고 나서 보면 좀 더 이해가 쉽겠지만, 전작을 보지 않아도 이해에 무리는 없습니다. <히트맨2>는 1편보다는 못하지만 준수한 재미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선 넘는 코미디 없고, 액션도 괜찮고, 기승전결 뚜렷한 스토리가 해피엔딩으로 완결됩니다. 일단 이 영화 보셔도 좋을 분들 먼저 알려 드릴게요. - <히트맨> 1편을 재밌게 보신 분. - 가족들과 보기 좋은 무난한 코미디 영화를 찾는 분. - 액션 코미디 장르에 특화된 권상우 배우님의 주연작이 궁금한 분. <히트맨> 1편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히트맨2>도 추천합니다. 두 영화가 결이 비슷하기 때문에 1편이 취향에 맞으셨다면 2편도 재밌게 볼만합니다. 1편에 비해 코미디가 다소 약한 느낌이긴 합니다만, 최근 개봉했던 다른 한국 코미디 영화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선방하는 수준입니다. 암살요원 준이 웹툰작가가 되어 생기는 사건이라는 점은 1편과 동일합니다. 1편보다 아쉬운 부분은 1편에서 상당히 재밌는 캐릭터였던 준의...
검은 수녀들 감독 권혁재 출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개봉 2025.01.24. 2025년 설연휴를 앞두고 <검은 수녀들>이 개봉했습니다. 저는 개봉 다음 날인 오늘 보고 왔습니다. 그동안의 영화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한 송혜교 배우님의 주연작이라는 점, 성공한 전편의 속편이라는 점 때문에 큰 기대가 되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사제들>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기대를 버린 것도 아니었어요. 어쨌든 영화를 본 감상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그리 큰 기대를 가지고 보러 가셔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전혀 무섭지도 않습니다. 일단 이 영화 보셔도 좋을 분들 먼저 알려 드릴게요. - <더 글로리>의 문동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 - 수녀님이 주연인데 무당이 더 매력적인 영화가 궁금한 분. - 수녀님이 무당을 찾아가고, 무당이 타로카드를 부적으로 쥐여주는 혼돈의 세계관이 궁금한 분. 왜 송혜교 배우님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마자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검은 수녀들>의 주인공 유니아(송혜교) 수녀는 문동은 캐릭터와 결이 흡사합니다. 문동은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괴롭힌다면, 유니아 수녀는 희준(문우진) 몸에 깃든 악령을 괴롭힙니다. 건조한 말투와 표정, 감정의 과잉이 없는 태도, 할 일을 하고야 만다는 집념 같은 것이 문동은과 유...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저자 데이먼 나이트 출판 다른 발매 2017.01.13.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를 읽고 어렵다고 생각하다가 좀 더 간단해 보이는 데이먼 나이트 작가의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었습니다.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의 원제는 "Creating Short Fiction"이고, 이 책은 1981년에 초판이 발행된 반고전입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을 설명하기보다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초보작가에게 진심을 담은 격려와 조언을 건네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보다는 더 와닿았고 이해도 쉬웠습니다.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으면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를 읽으며 왜 어려웠던 건지 깨달았습니다. 제가 '플롯'과 '구조'를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고 헷갈려 하고 있었어요.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에서는 '플롯'과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확실히 구분하도록 해줍니다.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플롯은 이야기 그 자체이고, 구조는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틀입니다. 플롯은 소설 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그 이야기라면, 구조는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죠. 같은 플롯이라도 구조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플롯이 다르다면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에서 시점을 구분해 설명하는 부분도 유익했습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저자 박완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6.04.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3권으로, 1979년 3월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된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을 싣고 있습니다. 앞서 읽었던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1권과 2권에 비해서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의 두 권에 비해 주인공이 정말 다양해졌는데, 전의 책들에서도 물론 남성이나 다른 화자들이 많았지만, 3권부터는 정말 다양한 화자가 나왔습니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에는 총 17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놓친 화합(和合)」에서는 취직에 성공한 서울대 졸업생이 재학 시절 자주 찾던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화합하는 두 사람을 보고 겪는 일을 그립니다. 「황혼」에서는 명치에 무언가 있는듯한 고통을 느끼는 노년의 여자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며 겪는 일을 그립니다. 「추적자」에서는 아버지의 원수인 '그'를 평생 추적하는 큰 형과 밑의 두 아우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1」,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2」,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세 편은 삼 대를 이어온 세 여자의 삶을 각각 짧게 그려냅니다. 「육복(六服)」은 칠 년간 해외 근무를 한 남자가 국내 발령이 나면서 아내와 겪는 일을 그립니다. 「침묵과 실어(失語)」에서는 잡지사 주간이자 작가인 주인공이 신인작가시절 ...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 저자 제임스 스콧 벨 출판 다른 발매 2018.11.26. 작년 말부터 조금씩 소설을 쓰고 있는데, 소설은 읽는 건 쉽지만 쓰는 건 쉽지 않더군요. 나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쓰는데 쓰고 나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별로 이야기답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등등. 여하튼 너무 맨땅에 헤딩인 느낌이라 소설작법서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소설작법서 중에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를 차근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를 읽었는데, 초반에는 뭔가 잡힐 듯한 느낌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어렵고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속속들이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이 책의 큰 장점은, 플롯의 아이디어를 내는 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는 점, 플롯을 짜는데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요소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지, 자료조사를 어떻게 하지 등등 초보 작가에게는 너무나 막연한 문제들인데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플롯을 짜고 쓰는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플롯에서 중요한 요소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이 점이 설득력 있었어요. 이 책은 장르 소설을 쓰는 분께는 확실히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
변산 감독 이준익 출연 박정민, 김고은, 장항선, 정규수, 신현빈, 고준, 김준한, 정선철, 배제기, 최정헌 개봉 2018.07.04. 최근 넷플릭스에 이준익 감독님의 <변산>이 공개되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박정민, 김고은, 신현빈 배우님 등 캐스팅도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이준익 감독님 연출작이라는 점, 래퍼가 주인공인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박정민 배우님이 학생 혹은 젊은이로 나오는 작품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보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변산>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이지만 취향에만 맞는다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 취향에는 잘 맞아서 재밌게 봤고, 비슷한 결의 작품으로 박정민 배우님 주연의 <시동>이 있는데 <시동>이 <변산>보다 조금 더 재밌습니다. 일단 이 영화 보셔도 좋을 분들 먼저 알려 드릴게요. - 창작하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성장 영화를 보고 싶은 분. - 이준익 감독님이 생각하는 청춘의 모습이 궁금한 분. - 박정민 배우님의 짜증 연기를 많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 <변산>은 창작하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성장 영화입니다. 주인공 학수(박정민)는 고등학교 때는 시를 쓰다가 성인이 되어서는 상경하여 래퍼로 활동하는 인물입니다. 학수를 짝사랑하는 선미(김고은)는 고등학교 때 학수가 쓴 시를 읽고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시즌 1은 2020년 12월 10일, 시즌 2는 2022년 12월 22일에 공개되었습니다. 시즌 2를 끝까지 보고 나면 화면에 시즌 3 확정이라는 자막이 뜹니다. 시즌 3은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언제 공개될지는 미정입니다. 시즌 2 마지막 화에 보면 모든 카드가 바람에 날려가고 조커 카드만이 남는데, 시즌 1과 시즌 2를 통틀어 조커 카드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남은 이야기가 남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1과 시즌 2를 보고 나니, 계속해서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추천으로 뜨더군요. 한번 시작하면 오랜 시간을 들여서 봐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보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만에 시즌 1과 시즌 2를 모두 보았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좀 더 현실적인 작품이라면,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판타지가 좀 더 추가된 설정입니다. 게임에서 진 사람이 죽는 것은 동일하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다른 사람인데 반해, <아리스 인 보더랜드>에서는 미지의 레이저 광선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사람을 죽입니다. 즉 게임 주최자가 인간인지 아닌지조차 짐작이 안됩니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게임을 할 때와 게임을 하지 않고 인물들의 서사를 보여줄 때 두 부분 다 흥미로운 반면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게임을 진행할 때는 무척 흥미롭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감독 이종석 출연 박지현, 시원, 성동일 개봉 2025.01.08.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손예진, 현빈 배우님 주연의 <협상>을 연출한 이종석 감독님의 신작입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하면 평이 어떻든 챙겨보는 편인데,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관람평도 좋아 기대를 가지고 보러 갔습니다. 영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영화는 '청불'입니다. 성인용 코미디가 잔뜩 나옵니다. 노출 장면 자체는 많지 않지만 수위 높은 코미디와 확실하게 성인용인 에피소드가 잔뜩입니다. 주인공인 단비(박지현)는 동화작가 지망생이지만 여차저차한 사연으로 성인 로맨스 소설 작가로 먼저 데뷔하게 됩니다. 단비가 쓰는 소설의 내용 또한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일단 이 영화 보셔도 좋을 분들 먼저 알려 드릴게요. - 성인. - SNL 스타일의 성적인 농담을 좋아하는 분. - 성과 속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궁금한 분. - 유쾌하게 볼 수 있는 한국 코미디 영화를 찾는 분.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성인이 보셔야 합니다. 부모님이랑 같이 보러 가면 절대 안 됩니다. 별로 안 친한 이성 사람 친구랑 보러 가서도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혼자 보러 가세요. 친한 동성 친구랑 보는 게 제일 좋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청불을 표방하는 만큼 꽤 높은 수위임을 예상하고 가셔야 합니다. 출연 배우들의 직접적인 노출은...
배반의 여름 저자 박완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6.04. 『배반의 여름』은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2권으로, 1975년 9월부터 1978년 9월까지 발표된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을 싣고 있습니다. 흡인력 있는 문체 덕에 한 이틀 만에 다 읽었습니다. 소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내내 성마르게 다음 장으로 넘기며 읽었습니다. 몇몇 소설들은 제가 십 대 때 읽었던 기억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가 주는 인상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거니와, 오히려 더 뚜렷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가는 결국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은 훌륭한 문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예리하고도 섬세한 시선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제대로 된 이야기꾼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썰풀이'에 정말 능하달까요. 같은 이야기라도 문학적으로, 너무 재밌게 하는 재주가 있는 작가님입니다. 『배반의 여름』에는 총 16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겨울 나들이」, 「저렇게 많이!」, 「어떤 야만」, 「포말(泡沫)의 집」, 「배반(背反)의 여름」,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돌아온 땅」, 「상(賞)」, 「꼭두각시의 꿈」, 「여인들」,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낙토(樂土)의 아이들」, 「집 보기는 그렇게 끝났다」, 「꿈과 같이」, 「공항에서 만난 사람」이 소설의 제목들입니다. 「겨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