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달려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죽기 위해 달려본 적 있는가. 여기,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죽기 위해서 달리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단 한 편의 짧은 소설로 수록한 책이 있다. 바로 <<ㅇㅓㄸㅓㄴㄷㅏㄹㄹㅣㄱㅣ>> (어떤 달리기). 맨 처음 이 소설의 출간 소식을 접한 건 임발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였다. 올해 결심 중 하나가 매주 1시간 걷기라는 날 비웃듯 SNS에 주기적으로 달리고 있는 혹은 그 흔적을 콘텐츠로 올렸던 그였다. 지금 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걷기에는 세상이 너무 좁은 것처럼. 독립출판 소설 <<ㅇㅓㄸㅓㄴㄷㅏㄹㄹㅣㄱㅣ>> (어떤 달리기) 표지. 그리고 어느 날 힘겹게 뛰고 있는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디자인의 책 표지가 올라왔다. 임발 작가의 독립출판 책을 하나하나 수집해오던 나였지만 이 책 <<ㅇㅓㄸㅓㄴㄷㅏㄹㄹㅣㄱㅣ>> (어떤 달리기)는 바로 구매할 수 없었다. 어느 독립서점의 온라인몰을 둘러보며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몇 달을 지켜보다 결국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구매 링크를 통해 배송받았다. 내겐 그럴 사정이 있었다. 걷는 건 잘 하지만 달리기는 단어만 봐도 옆으로 밀어두고 싶은 나였기에. 차분히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달리라니, 하루하루 계획한 일로 살아가기도 힘겨운데 달리라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나와는 가까워질 수 없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책이 택배로 배송 오는...
독립출판 매거진을 지인들과 시작해 몇 년을 지속하다 개인 일로 팀에서 발을 뺀 지 꽤 됐다. 그 속에서 연이 닿은 분들이 있는데 SNS에서 인사 정도만 하거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댓글을 남기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따금 연락을 하고 얼굴을 마주하는 이들도 있다. 혹은 그들의 주업인 도자 작품 플리마켓, 공연, 책방, 강의 등을 찾아 고객으로 찾아 나설 때도 있다. 후자는 그들의 업에 대한 태도에 반해 또 그 능력에 놀라 찾고 또 찾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업무 상 취미도 많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던 나로서는, 한 곳에 온전히 힘을 쏟는 이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분들 중 한 분이 임발 작가다. 그는 독립출판에서 소설을 계속해서 써나가고 글에 기반한 책방이나 다른 작가들 혹은 일반인과 협업을 하고 또 그렇게 바쁜 일상을 꾸준히 써내려가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이다. 이따금 그는 말했다. "제가 하는 거에 비해 바빠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어요."라는 식의 말을. 겸손과 부끄러움을 늘 달고 살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기저기 공식 북페어와 플리마켓과 북콘서트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는 걸. 또 남들이 봤을 때 바빠 보일 정도는 그가 겸손 떤 말처럼이 아니란걸. 그저 보통날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정말 밥 먹고 움직이고 밥 먹고 떠들고 자는 게 삶의 다...
2021년 5월, 배민영 예술평론가의 초청으로 북촌 계동길의 배렴가옥을 찾았다. 그를 만나는 김에 <STAY 1. GOOD AFTERNOON 굳 애프터눈 : 낮에 뜬 달 - 서울시 공공한옥 배렴가옥 기획전시>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의 첫인사는 "작가님 혼자 오셨구나."였다. 한 번이면 될 것을 혼잣말하듯 여러 번 내뱉었다. 이건 무슨 경우인가 조금 당황도 했다. 그가 온종일 전시와 기획회의로 정신없어 나와의 연락도 띄엄띄엄했듯 나 역시 한가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퇴근과 개인 일정 사이 틈을 늘려 찾은 것이기에 누구와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질지가 궁금한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북촌에 꽤 - 나이 든 친구가 여럿 있었기에 한옥과 계동길은 동네마실 가듯 들리는 곳이었다. 친숙한 골목에 꼭 함께 할 이가 필요하겠는가. 정신 없는 그는 대화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회의실과 전시공간을 오가며 대화를 조각조각 이어갔다. 그 바쁨에 앞선 투덜거림은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가을... 독립출판 책 <<CANVAS ON AIR 나오미, 아캔을 만나다>> - SEOUL BAERYEOM'S HOUSE [stay]와 CRITIQUE MAGAZINE [ARTIST CANVAS ON AIR] 표지. 그와 못다 한 대화의 맥이 담긴 독립출판 펀딩 소식을 접했다. 바로, 독립출판 책 <CANVAS ON AIR 나오...
어른이란 말을 찾아봤다. 네이버 포털 사전에서는 어른을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 3. 결혼을 한 사람.'이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이 글을 몇 번 다시 읽으며 생각했다. 난 지금 어른일까. 사전 내용에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1, 2번은 단어 정의에 대한 혼란의 여지가 있었고 3번은 아예 해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성인 다수가 생각하는 평균치를 짐작할 때 2번도 해당하지 않을 듯했다. 2번을 만족하려면 지위로 누가 들어도 공감할 정도로 사회적 위치가 있거나 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럼 남은 건 1번뿐인데 이 항목을 판단하는 게 가장 주관적이다. 단순히 성인의 여부를 따진다면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 있으나 뒤에 '자기 일에 책임'을 진다는 부분이 모호해진다. 어느 분야 어느 범주까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어른인 걸까. 그래서 난 과연 어른인가. 독립출판, 책 <<솔직히 말해서, 우리>> 향수 뿌려진 책 포장지와 포장지 위 동봉된 책갈피 그리고 작가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봉투와 그 속에 담긴 손편지. 난 내가 생각하건대, 그간 살아오면서 내가 한 선택에 대한 후회보다 현재를 보고 내가 원하는 미래를 향해 계속해서 도전하고 바뀌어가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듯하다. 내게 큰 위험을 가져올 문제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깨달은 시점이 이르...
손을 좋아한다. 손으로 만들거나 손으로 남기는 작품. 기운 바짝 세워 '두렵다'와 '하고 싶다'를 '한다'로 바꿔주는 기회의 문을 두드리는 마음. 실패해도 계속해서 내 걸로 만들어보는 시도의 순간. 마음 닿는 곳으로 행동하는, 이 모든 손을 좋아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손까지. 물론, 이건 내게 있어 극히 한정적인 손이지만. :) 독립출판, 책 <<매거진 손 vol.2 PUSH PULL 밀고 당김>> 표지. 매일같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나는, 손을 좋아한다. 그래서 문을 보면 설렌다. 문을 열려는 손에서는 기운이 느껴진다. 나도 어서 저 문을 열고 싶어진다. 그래서 독립출판물 <<매거진 손 vol.2 PUSH PULL 밀고 당김>> 표지를 마주했을 때 마음 쿵 했다. 어서, 저 표지를 넘겨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구매한 결정적 계기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저자의 글에서 느껴지던 말맛 때문이었다. 다시 쿵. 이제 정말, 이 책을 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구매 클릭! 일만 하고 있는 집에서는 읽기 싫어서 공원에서 첫 페이지를 넘기기로 했다. 날 좋은 날, 벌컥, 하고. 독립출판, 책 <<매거진 손 vol.2 PUSH PULL 밀고 당김>> 목차 일부. 아주 꽤 많이 솔직하자면, 글보단 사진과 텍스트를 활용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잡지, 하면 떠오를만한 자유스러움이 맘에 쏙 들어왔다. 마음...
한 번 훑어봤지만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 할 독립잡지 <뭐뭐링 2호>를 기록 남겨본다. 이 책을 동네책방에서 구매한 건 문화 관련 '직업'을 '인터뷰' 기반한 잡지인데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과 종이 스타일까지 반영됐단 거다. 사진으로 그 느낌까지 전하기 힘들지만...표지에 수입지를 활용했는데 손가락으로 스윽 표면을 밀어볼 때 고급지게 착 달라붙으면서도 부드러운 종이 계열이 있다. 이 잡지 또한 그랬다. 표지에서 포인트는 금박을 활용했는데 조금은 무거운 보랏빛이 금박 포인트와 조화롭게 이루어진 분위기다. 컬러도 내용보단 묵직한 문화 시장을 생각했을 때 좀 더 어울리는 컬러같이 느껴졌다. 독립출판, 책 <<뭐뭐링 2호>> 표지와 뒷표지. 텀블벅 펀딩 사이트에서는 몇 번 봤던 독립출판물. 그러나 이 역시 예약구매 하진 않고 뒤늦게 찾아봤다. 요즘 다양한 인터뷰집을 둘러보는 중인데 마침 소재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카드를 긁었다. ◆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몰라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청춘들의 목소리를 담겠다던 뭐뭐링이 벌써 4년차가 되어갑니다. 한 해, 한 해 나아갈 수록 전시, 미술, 건축, 연극 분야에서 분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2030 청년들의 사연 전반과 맞닿을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였습니다. ◆ 홍콩, 프랑스, 일본 그리고 한국 뭐뭐링 2호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 프랑스...
이따금, 독립출판물 제작을 위한 텀블벅 펀딩 웹 사이트를 방문하곤 했다. 생각날 때마다 일부러 찾아가 요즘엔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지 전반적으로 둘러보곤 하는데 가끔은 예약 구매하고 싶은데 좀 더 지켜볼까 하고 킵만 해두고 잊었다가, 뒤늦게 생각나서 찾아보면 프로젝트가 끝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본 독립출판 책 <네가 일하는 세계>도 그런 독립출판물 중 하나였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구매를 펀딩 프로젝트 내 확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던 건 작품 기획에 대한 스토리 때문이었다. 내가 읽었을 땐 퇴사를 포함해 회사 관련 자극적인 내용을 일부 골라 이슈 몰이를 하고 있지만 인터뷰 내용은 사회 초년생 정도가 보면 좋을 정도로 단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굳이 창작물의 구성을 살피기 위해서 내가 이걸 구매해야 할까, 망설여졌던 거다. 독립출판, 책 <<네가 일하는 세계>> 표지와 뒷표지. 리뷰와는 관계성 떨어지는, 이 글을 읽는 분에 대한 부탁 한 가지. 위에서 말해둔 책을 구매할 때 나의 기준이나 다른 문화생활을 한 후 블로그에 리뷰를 할 때면, 내가 취미로 하고 있는 독립출판 활동은 늘 조심스러워진다. 게다가 나의 경우엔 팀으로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기에 내 마음대로 진행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히 기획이나 활동 부분에 있어 내가 그린 그림이 있지만 아직까진 손톱의 때만큼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블로그에서 밝히는 내 인생관이나 ...
지난주 독립출판 마켓 <책보부상 페스티벌 2021>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플랜비 매거진은 이번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었는데요. 주최 측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 힘으로, 다가오는 일요일 4월 18일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계획 변경되었다 하네요. 그래서 재빠르게!! 라이프 스토리 매거진, 플랜비 매거진 프로젝트팀도 마지막 날인 4월 18일 일요일에 창작자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책보부상' 하면 서촌 베어카페 먼저 떠오르는데요. 강남역 11번 출구 방향, 서울과 서울 근교 어느 쪽에서든 접근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위치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에서 진행한다니 색다르게 다가왔었죠. 신사동 사무실과도 가까운 편이라 개인적으로 더 반가웠고요. 독립출판마켓 <책보부상 페스티벌 2021>이 진행 중인,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건물 앞. 요즘 확실히 계절이 줏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3월에 봄꽃이 만발하더니 4월 중순도 되기 전에 여름 날씨네요. 전 추위를 많이 타 히트텍도 최근까지 입고 있었는데... 이제 미련을 버리고 옷장으로 보내줘야 할까 봐요. 하핫. 셔츠와 맨투맨 티셔츠 하나로도 충분한 날입니다. 그래서 일상비일상의틈으로 독립출판마켓 <책보부상 페스티벌 2021>을 찾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요. :) 마켓에 관심 있지만 미처 지난주까지 둘러보지 못한 분들은 이번 주에 강남역으로 책 나들이, 독립출판마...
요즘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쌓이고 있다. 이번에 포스팅하는 독립출판 책 <<지금, 사랑하는 나에게>>는 다행히도 전자였다. 가만가만 텍스트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내 마음 평온해지는 혹은 부끄러워지는 작가의 책. 얼마 전 동네서점에서 구매해둔 신간이었다. 은은한 향이 기분 좋은 책 포장지. 작가님 책은 이전에 텀블벅 펀딩으로 구매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포장지에 향수가 뿌려져 있었다. 어쩜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향을 이리 잘 고를까. 맞다, 펀딩 굿즈 받을 때 그때도 그랬는데. 향기뿐만이 아니었다.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미리 알려준 굿즈 외에도 실제로 구매한 제품을 배송받고 나니 이런저런 쪽지와 작품인지 편지인지 모를 깜짝 선물들이 있었는데... 이건 동네서점에서 사도 같다니! 작가님이 직접 배송하거나 책방에 책을 입점시킬 때도 한결같이 정성스러운 포장을 하나보다. 대단하다 생각했다.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독립출판, 책 <<지금, 사랑하는 나에게>> 향수 뿌려진 책 포장지와 기존에 사두었던 작가의 일러스트 엽서 그리고 작가 소개. 사실 난 이 책 <<지금, 사랑하는 나에게>>를 출간한 다섯지혜 작가의 글보다 인스타그램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날그날 사진이나 일러스트와 캘리 혹은 유쾌한 영상이 생각의 생각을 이어가는 글과 함께 올라오는데, 부끄러운듯하면서 대담하고 숨기는듯하면서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
요즘 넘치는 취미생활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헷갈릴 정도인데 그중 하나가 일러스트 작업이다. 다른 취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적게 쓰는 부분인데 아직은 내가 그리기 보다 보는 눈이 더 커져야 할 듯했다. 그래서 미리 사전등록했던 코엑스 전시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울 2021>를 오후 늦게 다녀왔다. 오늘 4월 8일부터 4월 11일 일요일까지 진행하는데 내일 이후에는 이런저런 개인 일정으로 방문하기 어려울 듯했고 아무래도 평일에 가야 사람들이 적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어, 업무를 보다 행사 마감시간 가까워져서야 아슬아슬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코엑스 외관. 맑은 날씨에 투명하게 빛나는 건물이 마음까지 쨍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들른 코엑스. 맑은 날 햇빛 맞으며 있다는 사실에 기뻐 괜히 휴대폰 카메라로 여기저기 화창한 기운을 담아봤다. 코엑스에도 봄이 와 흩어져 있는 화단엔 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제대로 못한 꽃구경을 여기서 다 하나 싶었다. 분명 지하로 이동했는데... 영상 촬영 문제로 빙 돌고 돌아 다시 촬영 지점을 거쳐 전시홀로 향했다. 그런데 사실 난 외부로 이동했던 게 아니라, 별마당 도서관을 통해 전시홀로 넘어가 건물 내에서 코너만 돌면 전시홀 D로 향할 수 있는데... 드라마인지 뭐인지 방송 촬영 관계로 촬영 장소를 피하려고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결국은 다시 왔던 위치로 돌아와 촬영 장소에서 잠시 ...
책도 일부 분야를 편식한다. 아예 쳐다보지 않는 분야도 있고 정말 고르고 골라 보는 분야도 있다. 후자에서 가장 극심한 게 시 분야다. 어릴 적에 글 좀 쓴다는 친구는 백일장 등 이런저런 글짓기 대회에 타의로든 자의로든 수차례 나가기 일쑤였다. 나 또한 그랬고 초, 중, 고, 대학교때까지 시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국어 선생님, 시인이자 종교인, 시인이자 교수인 분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내 기분을 띄워주면 띄워줄수록 점점 더 멀어지던 게 시였다. 아무리 내가 시를 많이 써봐도 내가 표현한 글에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담아둘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고 시를 쓰는 사람과 시를 강의하는 사람마다 좋은 시가 다르니 어떤 기준에서 보고 쓰고 나눠야 할지 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시 부분을 서성이고서야 내가 좋아하는 시의 기준은 생겼지만 서점에서 시집을 찾아 들춰보고 구매하기까지는 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시집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 하나만 만나도 좋은데 그게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책 <<시, 공간>> 표지와 뒷표지. 그럼에도 이 책 <<시, 공간>>은 생각보다 쉽게 구매를 결정했다. 그 어떤 말보다 '시 쓰는 배우'라니 마음이 훅 갔다. 예전부터 '시 쓰는 OO'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시 쓰는 의사' 마종기 시인이 생각나서 괜히 궁금증이 더 커졌다. 게다가 누군가의 생각을 책으로 만드는 데 힘쓰고 있는 문화예술 플...
내 첫 직업은 아날로그 성향이 강하던 광고 시장에서 카피라이터를 겸하는 광고 대행사 AE였다. 말이 AE였지 90%가량의 업체 미팅과 프로젝트 PM을 동시에 여러 건 진행하느라 새벽에 퇴근해서 샤워하고 바로 출근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내 노동력 착취에 비해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다. 제작물은 있지만 해당 기업의 매출에 도움이 됐는지는 물음표 상태였다. 이에 이후 매출에 도움 되는 홍보 일을 하고 싶어 맡은 게 B2B와 B2C 관련 이커머스와 홍보를 전담하는 일이었다. 내 노력에 따라 적은 예산으로 커뮤니티를 움직이고 이를 브랜딩 파워 확장과 매출 증가에 연결되는 실제 힘을 맛본 뒤엔 매출에 있어 좀 더 피드백이 빠른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공격적인 B2B IT 온라인 세미나와 영상 콘텐츠 그리고 기업교육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지원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플랫폼 서비스와 콘텐츠 기획 PM을 맡았다. 대표와 1:1로 회사의 미래를 그려보고 사업전략을 짜고 예상되는 리스크를 자유롭게 토론한 시간도 많았다. 이어 대기업의 다채널 콘텐츠와 서비스 기획, 홍보전략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PM으로 지내다 이렇게 혼자서 다양한 일을 쳐낼 바엔 프리랜서로 돈 버는 게 낫겠단 생각에 회사원을 거부하고 독립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나와 일하고 싶다던 대표와 일을 하고 있다. 사업 분야가 크게 2가지라 각각 한 분야를 맡아 전체 총괄 운영하고 ...
최근 북페어에서 전권 손에 넣게 된 독립출판 작가 임발의 소설책 <<도망친 곳에서 만난 소설>>과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와 <<당신의 인생 어딘가>>. 한 권은 북마켓에서, 다른 한 권은 동네 책방에서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은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예약 구매 해뒀다가 커넥티드 북페어에서 작가님께 직접 텀블벅 굿즈와 한 장 빼곡히 적힌 편지와 함께 건네받았다. 굿즈인 투명 책갈피 사이즈까지 딱 내 취향. 난 책에 대한 편식은 없는 편이지만 맘에 들어 링크 타고 돌아다니 듯 이 책에서 저 책의 힌트를 받고 이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특정 작가의 책을 전권 소유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 작가의 책 세 권을 모두 구매하게 된 거였다. 독립출판물에서는 반짝했다 사라지는 작가도 많기에 이 작가가 독립출판 작가라는 건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비우기 연습을 위해 있는 책도 고심해서 정리하고 나눠주고 책장을 비우고 있는 시기이기에, 몇 백권의 책을 책장에서 꺼냈다 넣었다 몇 번을 고민하다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 보내기까지엔 꽤 긴 시간 동안 망설여야 했다. 내 눈앞에서 사라진 책의 특정 내용이 필요하거나 갑자기 보고 싶을 때 다시 주문해서 받아보거나 도서관에 다녀오기엔 그 사이에 지나갈 시간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생각났을 때 바로 하지 않아 놓치는 것들을 나는 꽤나 안타까워하는 편이다....
건물 외벽을 청소한 듯 건축물이 제 색을 발하던 날 <2021 커넥티드 북페어(KENEKTID BOOKFAIR)>에 독립출판 프로젝트팀 플랜비 매거진 멤버로 참여하고 왔습니다. 코로나19 이슈 상 팀이 총 6명인 매거진 제작팀에 속한 저는 3일에 걸쳐 2명씩 조를 짜서 부스를 지켰는데요. 토요일에 행사장인 상수역 부근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화창한지 그대로 바다로 가버릴 뻔했어요. 쨍한 날과 따스한 햇빛은 직접 눈과 몸으로 느껴야 고개 끄덕끄덕 하실 텐데... 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핫. 성격 탓에 행사장에 넘 일찍 도착한 관계로 골목길 좀 돌다 들어갔는데요. 여긴 제가 좋아했던 공간을 재구성해 운영 중인 카페 앤트러사이트 본점 바로 옆 건물이라 왠지 시작 전부터 기분이 업 됐었네요. 이 카페는 종종 갔어도 무대륙은 사실 첨 방문한 거였어요. 2층에 올라가 한눈에 보이는 참여 팀 부스로 가 오픈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플랜 B를 가진 분과 그게 플랜 'be:' 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요. 전날 참여했던 멤버 둘에게 운영 가이드를 전달받고 부스 정리를 마친 뒤 현장 분위기를 몇 장 찍어뒀어요. 항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만 이 날은 제가 간 목적에 충실하고자 휴대폰과 메모지와 펜만 들고 갔었죠. 하나 더, 오래전부터 행사장에서 만나면 서로 사인 주고받자던 독립출판 작가분의 책을 추가로 챙겨...
블로그에서 제 소개를 한 적은 없는 듯하네요. 궁금하신 분은 프로필이나 SNS를 뒤적여 보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포스팅에서 소개할 문승배 배우와 김혜연 무용가와의 비하인드스토리 그리고 그들과 나눈 동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선 제 이야기도 간단히 해야 할 듯해요. 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과 좋아서 도전하고 지속하는 일 그리고 마지못해 하는 일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좋아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독립출판에서 지인들과 '플랜비 매거진'을 만드는 겁니다. 매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런데 매거진을 만드는 프로젝트 팀은 처음부터 지인은 아니었어요. 배우는 걸 좋아해 이런저런 교육을 찾아서 받곤 하는데 그중 카피라이터 수업을 받은 후 알게 된 분들입니다. 제가 오십 대 기수인데 매거진 출판 프로젝트 팀에는 십 대 기수인 대 대선배 기수도 있고 조금은 가까운 선배 기수도 있어요. 어쨌든 제가 후배이긴 하네요. 하핫. 그렇게 알게 된 분들과 벌써 오 년 째 독립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플랜비 매거진 5호 '오랜 시간 우린' 편 / 표지 디자인 ※ 위 표지 디자인은 더 나은 라이프 스토리 전달을 위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매거진은 멤버 별 2개 이상의 코너를 맡아 매번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손그림 등 여러 디자인 창작물과 매호에 주어지는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적어내놓는데요. 그걸 에세이...
돌아다니기 힘든 때이니, 그간 모아둔 사진을 정리하며 기분전환 중입니다. 오늘 꺼내보는 사진은 귤 사진. 보기만 해도 달콤하고 시원하고 또 향긋한 금귤 빛이 꽤 좋네요. 그리고 아래 껍질 깐 귤 사진을 활용한, 플랜비매거진 신간 5호 '오랜 시간 우린' 편의 제 코너 '일상수집가의 색'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플랜비매거진 신간 5호 '오랜 시간 우린' 편, 매그 코너 '일상수집가의 색' 제목엔 '금귤 빛'이 들어가 있어요. 이번에 선택한 '금귤 빛'에는 김경주 시인이 쓴 시에 대한 제 취향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요. 사실 전 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먹진 않지만, 이전에 김경주 시인의 시에서 귤을 소재로 한 아침 단상 속에 싱그럽고 또 따스한 햇살이 느껴졌던 순간부터 귤 특히 귤껍질 까는 행동 자체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귤만 보면 굳이 먹지 않더라도 귤껍질 까고 그 냄새를 킁킁 맡게 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 벅찬 마음으로, 친구와 동료와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을 생각하며 이번 신간에 글을 써봤네요. 코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놓기 전에, 지금, 귤껍질 하나 까서 책상에 올려두고 키보드를 더 두드려봅니다. 플랜비매거진에서 '일상수집가의 색' 에서 선정하는 컬러는 이런 기준을 둡니다. 플랜비매거진에 '일상수집가의 색'이 코너로 들어가게 된 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제가 오랜 시간 사진을 수집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
‘내 곁의 사람들을 다시 보다’ 플랜비 매거진 5호 <오랜 시간 우린> #Plan:be 이렇게 된 이상 우린 플랜비로 간다! 카피라이터, 콘텐츠 기획자, 마케터, 그래픽디자이너까지 할 일도 많고, 할 말도 많은 직장인 여섯 명이 모였습니다. 주어진 플랜A를 해내기도 바쁘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무언가로 존재하기 위해 애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라는 질문이 디폴트 값으로 설정된 삶 속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고, 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플랜비 매거진>과 함께 빡빡한 일상의 틈에서 나만의 플랜비를 세워보세요. 프로젝트 바로가기 ▶ https://tumblbug.com/planbemagazine_5 #Plan:be Magazine Vol. 5 2016년부터 해마다 1권씩 매거진을 만들어온 플랜비 매거진은 5호부터 새로운 시즌2를 시작합니다. 플랜B를 실현(be)함으로써 좀 더 ‘나다운 나’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걸어온 플랜비 매거진. 플랜비의 시즌2를 여는 다섯 번째 테마는 ‘오랜 시간 우린’입니다. 플랜비 매거진 5호 <오랜 시간 우린>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멀어진 거리만큼 더더욱 사람을 그리워했던 1년을 보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이 아닌,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했던 1년. 함께라는 힘과 그 의미를 곱씹어보며 ‘우...
미리 공지한 개인 사진전이 이번 주 일요일이면 끝납니다. 이번 전시는 독립출판에서 책방마니아로 유명한 대치동 강사분의 추천으로 갤러리카페 초연 대표에게 초청을 받아 진행하게 된 건데요. 기획은 30분도 안 걸렸어요. 평상시 단렌즈 카메라로 일상감성 사진들을 컬러별로 모아두고 있었고 또 이중 일부는 인스타그램으로 계속 올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상수집가의 색'이라는 주제로 초록, 파랑, 주황, 노랑, 보라, 검정과 전시 전 찍어온 제주도빛을 여행 느낌 물씬 나도록 해먹 컨셉 공간에 준비했어요. 작품은 사진이 약 200여 점인데요. 특별히 컨셉 촬영했던 사진 3점을 재해석한 일러스트 3점도 같이 준비했어요. 길게 느껴졌던 3주가 코로나19와 태풍과 함께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듯하네요. 덕분에 아이가 있는 분들이 방문 문의주신 경우 갤러리가 한적한 골목길에 있어 유동인구는 적은 곳이지만 가급적 오시지 않는 게 마음 편하겠다 말씀드리곤 했네요. 그동안 안전하게 전시가 마무리되기만을 바란 만큼 남은 기간도 무사히 지나갔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뒤늦게라도 멀리서 혹은 주말 근무를 쪼개서 오신다는 분들이 많아, 다가오는 9월 13일(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 마지막 날에는, 제가 갤러리에 나가 있어보려고요. 관심 있는 분은 편하게 들리셔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세요! 그래서 여기에 관련 전시 내용과 갤러리 오픈 시간을 좀 더 자세히 안내드려...
Plan이 Play되는 순간, '시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이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풍경이 있다. 가장 새로운 건 나였다. 시도하는 순간, 나는 이미 더 나은 내가 되어 있다. 지금의 나를 이기는 용기. 그러니 모든 시도는 빛날 수밖에. 내가 켜지는 순간, 나를 내딛는 용기 플랜비매거진 4호에서는, '시도'를 같이 생각하고 나눠요 플랜비매거진은, 백세 시대 안에서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지?' 라는 질문이 디폴트값으로 설정된 우리 삶에 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함께 모색하고자 빡빡한 일상의 틈에서 플랜 B를 세웁니다. 현재 주어진 플랜 A 속에서 살아가기 바쁜 우리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무언가로 존재하기(be) 위해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다양한 모양의 플랜 B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플랜비매거진은 '나다운 세컨 라이프'를 꿈꾸는 당신의 일상에 작은 물음을 던집니다. 그 네 번째 주제는 '시도(try, challenge, start)'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Be yourself, 이렇게 된 이상 우린 플랜비로 간다! 생활공감 독립잡지, 플랜비매거진 <Plan:be>은 '더 나은 나'를 고민하는 여섯 명이 함께 만듭니다 2016년부터 매해 1권의 생활공감 독립잡지를 출간해온 플랜비매거진 <Plan:be>는, 독립잡지 소량생산자로 프로취미러이자 말 많은 ...
7월, 나다운 삶을 위한 생활공감 독립매거진 <플랜비매거진>이 독립출판물 플랫폼인 인디펍에 입점됐습니다. 이제, <플랜비매거진>의 책방, 서접 입고와 제휴는 인디펍으로 쉽게 확인하세요! [플랜비 소식] Facebook/Instagram/Twitter _ @planbemagazine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 Instagram _ https://www.instagram.com/indiepub_official/ 인디펍 :: 독립출판물 플랫폼(@indiepub_official)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2,655명, 팔로잉 310명, 게시물 368개 - 인디펍 :: 독립출판물 플랫폼(@indiepub_official)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