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 누구나 겪는 연예(사랑) 이야기를 철학적 통찰력으로 분석한 이야기이다.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철학적 문구로 몇 번씩 되풀이해서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꼼꼼히 읽은 후 이해되고 나면 공감이 되면서 나름의 의미로 기억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스물세 살 때 쓴 처녀작이라고 한다. 그가 경험한 사랑의 아픔이 스며 있는 듯하다. 사랑이란. 남녀가 만나 운명이라 여기며 사랑이 빠지는 순간부터 신의 계획이 있었기에 만날 수밖에 없다고 신격화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평범함이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이상화(理想化) 되어 무엇을 해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파리발 런던행 비행기에서 만난 클로이. 클로이와 내가 12월의 어느 아침 영국 해협을 날아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 767기에서 만날 확률은 989.727분의 1이다. 이는 우리 두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신의 미묘한 조정에 의해 만난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클로이는 내가 평생 찾아다녔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녀의 웃음과 눈매, 유머감각과 책을 고르는 취향, 불안과 지성이 나의 이상과 기적적으로 들어맞았다. 내가 클로이에게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정작 그녀 자신은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드러낸다. 클로이와 나는 나눠진 자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