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
22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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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가을에 읽기 좋은 시 추천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추억과 사랑과 낭만이 가득 담긴 시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잔잔한 별빛 속에서 하나씩 떠오...

2024.11.04
가을 박경리 시 추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별과 생명의 사색

가을 박경리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라간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는 건지 사방에서 숭숭 바람이 스며든다 낙엽을 말아 올리는 스산한 거리 담뱃불 끄고 일어선 사내가 떠나간다 막바지의 몸부림인가 이별의 포한인가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하는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계절이다 이별의 계절이다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생명의 슬픔은 필연적이다. 박경리의 시 <가을>은 칡넝쿨이 나무를 감아 올라가듯, 우리의 삶이 얽히고설켜 가는 그 필연을 깊이 들여다본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고통과 슬픔도 감내해야 한다. 때로는 숨이 막힐 만큼 얽히고, 자유로움을 잃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상처받고 떠나보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 시는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서, 생명이 겪는 필연적인 상실과 이별을 그려낸다. 방 안에 아무도 없는 사거리, 이 표현은 마치 가을날 적막함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비추는 듯하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지고, 소란스럽던 풍경이 고요해지는 순간, 이 시가 내 마음속 깊이 다가왔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

2024.10.05
가을 김현승 가을 시 추천 마음을 울리는 깊은 성찰의 시간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가을이란 무엇인가? 그 차가운 물결이 내 마음에 닿을 때마다 나는 늘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김현승의 시 <가을>은 내가 답을 찾기 위해 헤매는 동안,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내 마음의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내 안에 숨어 있던 감정들이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맞춰 피어나는 것 같다. 내 마음의 가을을 활짝 펼쳐놓은 듯한 시다. 가을이 내게 주는 감정은 늘 복잡하다. 차갑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온기가 숨어 있고, 고독하지만 그 고독 속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김현승의 <가을>은 내가 느끼는 가을의 여러 감정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 감정들을 시의 언어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목소리들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가을은 그저 지나가는 계절이 아니라,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김현승은 이 시에서 가을을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마음의 보석을 만...

2024.09.29
단풍나무 아래서 이해인 시 추천! 이 시가 가을 감성 제대로 자극하는 이유

#밀크티시감상 #시추천 #단풍나무아래서 #이해인 #이해인시 단풍나무 아래서 이해인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 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저절로 기도가 되는 단풍나무 아래서 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 별을 닮은 단풍잎들이 황홀한 웃음에 취해 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 이것은 사랑에 대한 마음을 뛰어넘은 지극한 사랑이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단풍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그리움은 나도 모르게 기도로 변한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들이 단풍잎처럼 흩어져 떨어지지만, 그 잎 하나하나가 결국 사랑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 사람과의 추억이 나를 감싸고, 세상과 연결된 듯한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깊이와 따스함은 이렇게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여 간다. 이것은 또한 신에 대한 경외감이다. 내 마음속 신을 향하여 기도하는 순간, 단풍나무 아래서 느끼는 고요한 평화는 마치 신의 숨결이 내게 닿는 듯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하나가 그분의 목소리처럼 들리고, 나를 감싸는 자연의 품이 신의 따뜻한 손길 같다.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곧 기도가 되어 흩어질 때, 나는 그분과 하나가 된 듯한 경이로움을 느...

2024.09.20
가을 시 추천 가을의 기도 김현승 지극한 사랑과 성찰의 시간

#밀크티시감상 #시추천 #가을시 #김현승 #가을의기도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절절한 사랑과 아름다운 가을이 빚어내는 지극함을 이 시에서 볼 수 있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는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더욱 깊어지는 사랑과 내면의 성찰을 그려낸다. 낙엽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인은 사랑의 절실함을 깨닫고, 그 사랑을 더 깊고 풍성하게 가꾸려는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처럼, 시인의 기도 속에는 사랑의 절정과 성숙함이 담겨 있다. 이 시는 가을의 자연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깊이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우리에게도 그 사랑을 성찰하게 만든다.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를 읽으면, 한 사람의 영혼이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고,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가을은 흔히 변화와 결실의 계절로 여겨지는데, 이 시에서도 그런 느낌이 가득하다. 낙엽이 지는 소리는 시인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기도처럼 느껴진다. 이 시를 읽는 순간, 낙엽이 눈...

2024.09.15
가을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깊은 울림을 건네는 시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아직은 덥지만 가을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 시' 하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나는 휩쓸리는 듯했다. 계절도 인생도 자연의 순환 속에서 무심히 흘러가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은 결코 무심하지 않다. 릴케의 <가을날>은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겪는 고독과 성찰을 마치 거울처럼 비춰준다. 한 계절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때 느끼는 불안과 설렘, 그리고 무엇보다도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하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있다. 가을이 가져오는 공허함 속에서도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 시는 내면의 깊은 곳을 두드리며 가을을 음미하게 한다. 이 시는 가을의 깊이와 그로 인한 감정의 ...

2024.09.04
단풍 드는 날 도종환, 인생을 담은 가을 시 추천 방하착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오늘은 '방하착'이라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내려놓기로 결심한 순간,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홀가분함이 밀려왔다. 그동안 꼭 붙들고 있어야만 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 마음을 더욱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려놓음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자유롭게 하고 진정한 평온을 찾는 길임을 느끼게 된 날이다. '방하착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는 불교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으로, 삶의 지혜와 관련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방하착'은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통해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온한 상태를 추구한다. '착득거'는 붙잡을 수 있을 때는 붙잡고, 떠날 때는 떠난다는 뜻으로,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지혜를 말한다. 이 두 개념은 필요할 때는 받아들이고, 내려놓아야 할 때는 집착 없이 내려놓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준다. 이는 마음의 평온과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가을, 자연의 한 과정이자 필연적인 순환의 시기이며...

2024.09.03
7
가을 시 단풍 낙엽에 관한 시 모음

가을, 하면 역시 단풍, 낙엽에 관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낙엽이 물들고 떨어지는 것을 보며 시인들은 어떻게 노래했을까? 가을이 다 지나기 전에 낙엽에 관한 시를 모아본다. 가을 시 단풍 낙엽에 관한 시 1 단풍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가을 시 단풍 낙엽에 관한 시 2 단풍 나태주 숲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 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시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시라. 가을 시 단풍 낙엽에 관한 시 3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

2023.11.24
9
가을 시 추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모음

#가을시추천 #가을의동화김용호 #울음이타는가을강박재삼 #단풍한잎이은상 #갈대신경림 #가을아폴리네르 #가을날신달자 #억새송현숙 #가을밤나태주 #가을햇살한기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시인들은 이 가을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 감성 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시인의 감성으로 가을을 감상해보기로 한다. 가을 시 추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모음 가을 시 추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1 가을의 동화 김용호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 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젓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로 불어 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앉으면 문득 고향. 고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만 내게 들려 준다. 가을 시 추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2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겠네. 가을 시 추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3 단풍 한 잎 이은상 단풍 한 잎사귀 손에...

2023.11.07
8
가을 시 추천 윤동주 별헤는 밤 안도현 가을엽서 외

가을이다. 이제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나뭇잎이 물들고 귀뚜라미가 울고 열매가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이다. 가을 시를 모아본다. 가을 시 추천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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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편지 김용택

가을편지 김용택 귀뚜라미 웁니다. 귀뚜라미 울면 이불을 끌어다 덮는 찬바람이 불지요. 벼들이 패고, 수수모 가지에 참새들이 앉고, 억새가 핍니다. 하얀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강가에 가고 싶습니다. 강에 언덕에 그대 마음 가장자리에 잔물결이 와 닿겠지요. 강가에 서서 서쪽으로 지는 가을 하늘의 노을도 보고 싶고 노을이 빠진 강물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그 당신을요.

2023.09.30
5
가을엽서 안도현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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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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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현승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2023.09.22
5
가을 노래 이해인

가을 노래 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2023.09.19
6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2023.09.14
5
가을의 동화 김용호 시

가을의 동화 김용호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 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젓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로 불어 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앉으면 문득 고향. 고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만 내게 들려 준다.

2023.09.02
5
꽃 유치환 꽃시 가을시

꽃 유치환 가을이 접어드니 어디선지 아이들은 꽃씨를 받아와 모으기를 하였다. 봉숭아 금선화 맨드라미 나팔꽃 밤에 복습도 다 마치고 제각기 잠잘 채비를 하고 자리에 들어가서도 또들 꽃씨를 두고 이야기 - 우리 집에도 꽃 심을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느 덧 밤도 깊어 엄마가 이불을 고쳐 덮어 줄 때에는 이 가난한 어린 꽃들은 제각기 고운 꽃밭을 안고 곤히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2023.05.04
7
가을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 benwhitephotography, 출처 Unsplash © jeremythomasphoto, 출처 Unsplash © vidarnm, 출처 Unsplash © pieonane, 출처 Pixabay © ThuyHaBich, 출처 Pixabay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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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구르몽 가을 시

낙엽 구르몽 시몬, 나뭇잎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의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나즈막이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pepperminting, 출처 Pixabay © Hans, 출처 Pixabay © rihaij, 출처 Pixabay 해마다 가을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시구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라산에 단풍이 절정이라고 한다. 늦기 전에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