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 모리사와 아키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중 한 명인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새 작품 소식이 무척 반가운데요, 제목은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로 문예춘추사를 통해 읽어보게 됐습니다. 400여 페이지 분량의 작품은 줄거리가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는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성장소설과 소위 말하는 힐링 소설의 느낌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법 놀라게 한 반전까지 있어 짜임새 좋은 작품으로 오랜 시간 제 머릿속에 기억될 듯합니다. 소설가 모리사와 아키오 소설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작품마다 작가 특유의 감성을 담아 독자의 가슴을 자극하고, 소설 속 배경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듯한 탁월한 정경 묘사를 선보입니다.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시리라 생각하는데요, 이번 작품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 역시 그 솜씨에 감탄했습니다. 이는 소설 작법에서 자주 언급되는 '보여주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에세이 겸 작법서인 《프로만 알고 있는 소설 쓰는 법》에서도 이 개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당 책에서 그는 특히 사람의 오감을 잘 활용하라고도 하는데, 그렇게 쓰인 그의 작품 속 표현 표현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다 보면 독자도 등장인물들과 같이 소설 속 배경에 녹아들어 그들의 지근거리를 맴돌며 함께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
트리플 시리즈27 말은 안 되지만 정해연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난 몇 년간 장편소설을 주로 읽어왔습니다만 요즘은 단편소설에도 자주 눈이 갑니다. 짧은 호흡에서 오는 재미가 장편의 그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네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정해연 작가님의 단편 세 작품이 실린 책 《말은 안 되지만》을 읽을 기회가 생겨 읽은 뒤 기록을 남겨봅니다. 소설 《말은 안 되지만》은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된 책입니다. '트리플 시리즈'는 한 작가의 단편 세 편을 한 권으로 엮어 내는 형식으로 출간되고 있는 것인데요, 시리즈 27번째가 된 정해연 작가님의 작품 역시 세 개의 이야기를 통해 미스터리, 공포, 환상이라는 흥미로운 분위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세 개의 이야기 뒤에는 작가님의 짧은 에세이가 담겨있어 팬에게는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해연 작가님은 2012년 《더블》이란 작품으로 데뷔했습니다. 작품은 두 사이코패스가 등장해 두뇌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로, 두 명의 주요 캐릭터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전개가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일전에 저도 읽고 포스팅을 했었네요. 인기 있는 작가님답게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도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강한 반전으로 입소문을 탄 베스트셀러 《홍학...
오! 파더 이사카 고타로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유키오와 함께 유키오의 집에 놀러 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는 분이야?" 나는 옆에 있던 유키오에게 물었다. "응, 우리 아버지." "아, 안녕하세요." "그래, 반갑다. 나는 볼일이 있어서. 집에 잘 들어가라."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니." 도착한 유키오의 집 마당에 있던 어떤 아저씨가 대답했다. "이분은 누구셔?" "우리 아버지." "응??? …그럼 조금 전엔?" "그분도, 이분도 아버지가 맞아. 집에 두 분 더 있어. 나는 아버지가 넷이거든." 오늘 읽은 작품은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 소설 《오! 파더》다. 늘상 어두침침한 추리소설만 읽다가 간만에 만난 유쾌한 이야기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역시 한 장르만 파면 일종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렇게 이따금씩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도록 장르 밸런스(?)를 맞추니 좋다. 아무튼. 고등학생 유키오에게는 무려 네 명의 아버지가 있다. 한 집에 같이 사는 그들은 외모도, 개성도, 능력도 제각각이다. ① 노름을 좋아하는 아버지, ②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있을 것만 같은 똑똑한 아버지, ③ 그저 미소만 지어도 여자가 홀랑 넘어오는 잘생긴 아버지, ④ 다혈질 격투기 선수 같은 중학교 선생님 아버지까지. 십수 년 전, 유키오의 엄마가 양다리도 아니고 무려 넷을 동시에 사귀는 바람에...
용의자들 정해연 베스트셀러 《홍학의 자리》, 드라마화까지 된 《유괴의 날》 등 여러 인상적인 작품으로 K-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시장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시는 정해연 작가님의 지난 5월 출간 신작 《용의자들》을 읽었습니다. 엊그제 서점에 가보니 《2인조》라는 제목의 신작도 출간되었던데요, 열일하시는 덕에 읽을거리가 많아져서 좋습니다. 《2인조》도 조만간 온라인으로 주문해 읽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용의자들》은 '범인 맞히기'라는 추리소설의 기본 재미를 충실히 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핵심은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받은 다섯 명 중 누가 범인일까?'라는 지극히 심플한 질문이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용의자들'의 사연은 질문처럼 간단하지가 않네요. 그래서 서로 얽히고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소설은 각 용의자들의 시점으로 쓰인 장이 번갈아 등장하는 구성입니다. 읽는 동안 예전에 봤던 일본 소설 《백광》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해당 작품을 이미 접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많이 얽혀있는 줄거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푸는 재미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용의자들》은 그보다는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이 또한 좋았습니다. 여고생의 죽음과 다섯 명의 용의자, 범인은 누구인가? 얼마 전 실종되었던 여고생 유경이 부도가 난 주택단지 건설 현장에서 결국 시신으로 ...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소위 '사회파 소설', '사회파 미스터리'라 불리는 작품들은 어떤 면에서 공포소설 못지않게 무섭게 느껴집니다. 분명 픽션이지만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하기가 어려운데요, 주로 다루는 소재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실 문제에 작가의 상상력까지 더해지다보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글로 읽다보면 때때로 탄식이 절로 나오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파 소설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경각심을 재고하는 차원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장편소설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는 불법 대출과 가정 폭력, 사치, 도박, 성매매 알선 등 뉴스 기사로 이따금씩 접하게 되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결말의 반전까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이 작품은 현실 속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만큼 상당한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리즈 1, 2편 소설가 시가 아키라 ⓒtownnews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리즈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 시가 아키라의 작품입니다. 그는 1963년 생으로 80년대 중반부터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그가 소설을 통해 다루는 소재가 40년 가까이 쌓인 업무 경험과 전혀 무관하진 않을 거라는 상...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이번에 읽은 장편 추리소설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는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아주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었습니다. 조금 전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주인공이 저승에서 깨어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죽임을 당했다는 자각만 있을 뿐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린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 가까운 곳에 별장 같은 건물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여섯 번째로 온 당신, 그쪽이 살인범이지?" 남자가 들어간 건물 안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남자를 향해 묻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주인공은 조금 전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만 기억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남자와 똑같이 죽임을 당했다고 밝힙니다. 기억이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신문을 봐." '저승인데 신문이?' 그런 소박한 궁금증은 일단 뒤로 미뤄두고 남자는 건네받은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에는 남자가 죽임을 당한 사건으로 추정되는 사건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다만 아직 속보인 듯 수사가 시작된다는 정도의 내용뿐 사건의 내막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듯합니다. 한데 시신의 수로 미뤄보아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역시 현장에서 사망한 듯합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여섯 구의 시신은 ...
종착역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얼마 전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데뷔 약 40년 만에 누적 판매 2억 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정말 쉽게 넘볼 수 없는 진기록인데요, 하지만 그보다 앞서 먼저 판매 누적 2억 부를 달성했던 소설가가 있습니다.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트래블 미스터리' 하면 누구나 이름을 떠올린다는 니시무라 교타로입니다. 활동 시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히가시노 게이고와 간략히 비교를 해봤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1958년 생인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28년 앞선 1930년 생으로 거의 아버지뻘 되는 연배입니다. 1963년,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섯 살 때 데뷔를 했으니 소설계에서도 한 세대 앞선 이야기꾼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본명은 야지마 기하치로이며 공무원, 탐정, 영업사원, 경비원 등 여러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소설가 니시무라 교타로(1930~2022) ⓒDiscoverJapan 그는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유독 기차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작품 수는 630권인데(!) 그중 500여 권이 철도 미스터리라고 하니 기차에 대한 그의 열정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취재를 할 때 탑승한 열차 내 승무원에게 "이 열차 안에 시체를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까?"라는 질문도 했다는데요, 이런 뜬금없는 질문에 "여기에 숨길 수 있다고...
십계 유키 하루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반전 결말로 큰 즐거움을 안겨줬던 《방주》를 잇는 새 작품이 블루홀식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예약판매 기간에 구입해 읽고 기록을 남겨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유키 하루오 작가의 《십계》로 이번에도 역시 뛰어난 이야기 뒤집기 기술을 보여주었네요. 반전있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하며 스포일러 없음을 위해 오늘은 간단하게만 적으려 합니다. 유키 하루오 《방주》, 《십계》 전작 《방주》로 성서 속 이야기 '노아의 방주'를 떠올렸다면 이번 《십계》는 '모세와 10계명'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성경 속 줄거리와 작품 줄거리는 관련 없습니다). 언제 만나볼 수 있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낙원》이라는 제목의 차기작 소식도 벌써 들립니다. 세 작품을 묶어 '성서 3부작'으로 구성한다고 하는데 《십계》뒤에 이어질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외딴섬이지만 전파 상태는 양호하다. 하지만 경찰을 부를 순 없다. 우리는 결코 범인을 밝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열아홉 살 리에는 아빠와 함께 얼마 전 돌아가신 큰아빠 소유의 무인도에 도착했다.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건축사 일행, 부동산 관계자 일행 등 일곱 명도 함께다. 지름 1km 남짓의 작은 섬은 지난 몇 년간 방치되어 있었던 탓에 곳곳에 무성한 잡초가 자라 있었다. 다행히 삼촌이 지내던 별장...
가가 형사 시리즈 12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여러 시리즈 작품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신작 12편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드디어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발표된 게 지난해라 한글화가 되려면 꽤 기다려야겠구나 싶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읽어볼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전작인 시리즈 11편 《희망의 끈》 한글판이 2022년에 출간되었었으니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셈이네요. 예약판매 소식에 망설일 이유가 없어 곧바로 결제했습니다. 곧!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가가형사 시리즈 순서 날카로운 추리력과 인간미를 겸비한 최고의 형사 캐릭터 1. 《졸업》 1986 2. 《잠자는 숲》 1989 3. 《둘 중 누군가를 죽였다》 1996 ★ 4. 《악의》 1996 ★ 5. 《내가 그를 죽였다》 1998 ★ 6.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2000 7. 《붉은 손가락》 2006 ★ 8. 《신참자》 2009 ★ 9. 《기린의 날개》 2011 10. 《기도의 막이 내릴 때》 2013 ★ 11. 《희망의 끈》 2019 12.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2023 new 간단하게 현재까지 나온 가가 형사 시리즈 순서를 적어봤습니다. 제목 옆에 있는 연도는 일본에서 출간된 해입니다(저작권 페이지 기재 기준). ★ 표시는 제가 재미있게 본 작품이고...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3 마치다 소노코 서점 베스트셀러 외국 소설 부문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시리즈 순서 세 번째 이야기가 국내에도 출간되어 구입해 읽었습니다. 엄청난 매력으로 남녀노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구 홀려대는(?) 점장님부터 비밀로 가득한 '무엇이든 맨', 덕질에 심취한 아르바이트 누님,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아르바이트 남학생까지 이번 후속편에도 사연 하나씩을 가슴에 품은 이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글판《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 1, 2, 3편 전편에서 3편으로 이어지는 내용 있음을 암시하며 마무리됐던 터라 하루빨리 후속편이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바랐었는데요, 이번에 그 궁금증이 꽤 풀어졌네요. 일어판 원제가 《편의점 형제》인 만큼 편의점 점장의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에피소드들 사이에 섞여 하나씩 드러나는데요, 1, 2, 3편에서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다음 4편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날개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4》가 내년에 출간된다고 적혀있으니 내년 여름이면 만나볼 수 있을 듯합니다. 덧붙여 1편에 등장했던 '빨강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네요. 4편에서는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일어판 《편의점 형제》 1, 2, 3편 모지항 풍경 소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
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다양한 인생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은 사랑스럽다. 본문 중 잠자리에 들 때 내일이 설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아닐까. 그러나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고 어제와 다르지 않을 내일이 더 많다. 역시나 눈을 뜨면 똑같은 출근길, 어제와 같은 업무, 어영부영 배를 채우고는 식물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시곗바늘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뉘엿뉘엿 해지는 풍경을 배경으로 집에 돌아온다. 들어와도 해야 할 것들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무엇보다 피곤하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고 쓰러지듯 눕는다. 내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분명 열심히 살았으니 수고했다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한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문득 뒤를 돌아보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동안 분명 남들처럼 열심히 살았는데, 바쁘게 살았는데, 왜 만족스럽지가 않은 걸까. 그건 아마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소설 《수요일의 편지》는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꿈을 찾고자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양하고도 사랑스러운 누군가의 인생을 책 속에서 만나봤다. 누군가의 일상을 전해주는 '수요일 우체국' 나는 꿈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구나.... 이무라 나오미(40대) 평범한 가정주부 나오미는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
라플라스 마녀 시리즈3 마녀와의 7일 히가시노 게이고 기다리고 있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소설 《마녀와의 7일》이 드디어 국내에도 출간되었습니다. 양윤옥 번역가님이 한글화를 맡으셨고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했네요. 어제부터 인터넷에서 예약판매 중이라 곧바로 결제했습니다. 460페이지의 넉넉한 분량이라니 내일 집에 도착하면 이번 주말까지는 아마 이 책과 함께 보내게 될 듯합니다.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이후 40여 년간 104편이라는 엄청난 작품 수를 선보이며 독자들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출간된 신작 《마녀와의 7일》은 많은 팬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은데요, 다름 아니라 이 작품이 작가의 100번째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지하실 어딘가에 글 쓰는 도비라도 있는 건지 작가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목록 중 100번째에 있는 《마녀와의 7일》 ▼ 히가시노 게이고 전체 작품 목록(104편) https://blog.naver.com/mininotersbook/222406136485 2024년 6월 기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전체 목록 104편 2024년 6월 기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체 작품 목록입니다. 출간된 작품수는 지금까지 단행본 기준 104편 ... blog.naver.com 라플라스 마녀, 우하라 마도카 그 세 번...
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걸 깨닫고도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할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작가에게 소위 한 방 먹었을 때가 그중 하나다. 예상치 못한 결말과 트릭을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희열은 중독성마저 있어서 계속 서점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만든다. 이번에 읽게 된 소설 《꽃다발은 독》은 그렇게 나를 제대로 속였다. 홍보 문구에서 '함정......, 또 다시 함정! 100퍼센트 속게 되는 걸작 미스터리!'라더니만 사실이었다. 나 역시 작가가 파 놓은 함정을 피해 갈 재간이 없었다. 책 표지를 감싸고 있는 띠지 문구들은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개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는 보통 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할 때 그걸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건 예전에 읽었던 유키 하루오 작가의 《방주》 이후 오랜만에 신뢰가 가는 문구였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방주》의 카피는 '극한의 뇌 정지 미친 반전!'이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문구다. 소설가 오리가미 교야 이 소설을 쓴 작가, 오리가미 교야의 이름은 《단지 무음에 한하여》, 《기억술사》 시리즈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작품을 실제로 읽어보게 된 것은 이번 《꽃다발은 독》이 처음이었다. 작가는 1980년 생으로 영국에서 태어났고, 법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일한 이력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력을 알고 읽어서 그런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관...
녹나무 시리즈2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출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목은 《녹나무의 여신》으로 2020년에 발표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장편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의 후속작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된다고 한다는 예약 판매 소식에 자석에 이끌리듯 곧바로 결제를 했네요.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복습 차원에서 전작을 다시 읽어둘까 합니다. 전작 《녹나무의 파수꾼》은 원래 다른 블로그를 운영하다 책을 주제로 이 블로그를 새로 개설하던 초반에 읽었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익히 알려진 가가 형사 시리즈나 갈릴레오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호텔 시리즈, 블랙 쇼맨 시리즈의 후속작이 아닌 '녹나무'가 시리즈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더 반갑습니다. 녹나무 시리즈 《녹나무의 파수꾼》은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갈 뻔한 주인공 레이토가 먼 친척의 도움을 받아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녹나무를 지키는 '파수꾼' 일을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대형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해줬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신작 《녹나무의 여신》의 홍보 이미지를 살펴보니 전작의 이 주인공 레이토가 다시 등장하네요. 여기에 새로 나온다는 등장인물을 보니 전작보다 더 미스터리...
선미슈퍼 김주희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페이스로 책을 읽고 있었지만 4, 5월에는 신경 쓸 일이 많아 읽기만 하고 블로그에 기록은 자주 남기지 못하고 지냈다. 다 읽은 책들이 독서노트에 쌓여가고 있어서 마지막 장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짧게라도 흔적을 남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김주희 작가님의 국내 장편 소설 《선미슈퍼》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상점가 스타일' 일러스트에서 조용한 골목 어귀에서 느껴봤음직한 편안함이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읽기 전에 표지를 보며 '슈퍼'라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의 여러 사연들이 전개되고, 그것들을 듣는 사이사이에 조금씩 밝혀지는 '상점 주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해봤다. 죽으려던 여자, 선미. 그리고 외할머니의 작은 슈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사로고 남편을 잃은 선미는 아까까지만 해도 깊은 물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대대로 과부 집안이라는 기구한 삶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울컥 차오른 두려움이 가까스로 목숨줄을 부여잡게 했다.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집이자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선미슈퍼'로 막 돌아온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출입문부터 굳게 잠근다. 간판만 있고 사실상 영업은 하지 않는 선미슈퍼는 어둡고 침울한 선미의 마음과 닮아있다. 의욕도, 희망도 없는 선미가 숨을 수 있는 유일한 토굴 같다....
더블 정해연 오늘은 K스릴러 장르 소설의 대표주자 정해연 작가님의 작품 《더블》을 읽고 기록을 남겨본다. 작가님은 베스트셀러 《홍학의 자리》, 드라마 원작소설 《유괴의 날》을 포함한 '날 3부작' 등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는 물론 전자책 플랫폼 검색창에서도 작가님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장편소설 《더블》은 '두 구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라는 부제부터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치밀하게 얽혀있는 미스터리와 '쎈 캐' 두 명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상상해 보며 첫 장을 넘겼다. 도진은 간밤에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의 목숨을 앗았음에도 그는 일말의 동요 없이 태연히 잠자리에 들을 수 있는, 이른바 사이코패스다. 강박에 가까운 도진의 성격을 보여주듯 집안은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출근 준비를 마친 뒤 단지에서 마주친 경비원에게 '친절한 주민'으로서 산뜻하고도 여유로운 미소까지 건넨다. 차의 시동을 건 도진의 목적지는 경찰서, 그는 형사다. 출근하자마자 마주친 앙숙 장 반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도진의 속을 긁어댄다. 당장이라도 '작업'을 해버리고 싶은 인간이다. 그런 상상을 하자 도진의 속에서 어떤 본능이 꿈틀대지만 경찰서 안에서까지 그런 짓을 해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아 참을 뿐이다. 안 그래도 잠시 머리를 식히러 휴가를 갈 예정이다. 충북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