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
17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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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詩/ 김현승 시인의 가을 시와 함께 시작하는 구월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9월이 왔다는 것은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말이죠.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지만 마음은 벌써 청량한 가을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백로(白露)가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 공기에서 가을의 냄새가 풍길 텐데요. 구월의 첫 번째 월요일이자 시가 있는 월요일 아침 [책담詩], 가을 시인으로 불리는 김현승 시인의 ≪김현승 시전집≫(민음사, 2005)에 수록된 가을 시 두 편을 보내드립니다. 먼저 <가을의 기도>입니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 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 謙虛한 모국어 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 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울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 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계절의 풍요로움과 쓸쓸함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현실 인식을 그려낸 작품으로, 이 계절이 주는 분위기를 이보다 더 잘 그려낸 작품은 없을 듯합니다. 다음은 추운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찾아오는 계절, 가을이 지닌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 <가을 저녁>입니다. 가을 저녁 김현승 긴 돌담 밑에 땅거미 지는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로 그리는 무거운 가을 저녁 짙은 크레파스의 가을 저녁 기적은 서울...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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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詩/ 10월 October/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멀리서 빈다/ 가을시 좋은시 추천

시가 있는 10월의 첫 번째 수요일입니다. 6일 동안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첫 날입니다. 한동안은 다시 전화기 너머로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책담詩>는 김용택 시인과 나태주 시인의 시 3편과 10월을 노래한 영미시 1편을 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소원을 빌던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로 출발합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주페어책방, joofair [슈퍼문, 보름달] 추석 성묘길에 엄마 묘지 위에서 우리를 비쳐준 해무리가 생각나는, 소중한 가족에게 전하는 나태주 시인의 <꽃 피는 전화>와 <멀리서 빈다>입니다. 꽃 피는 전화 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아믄, 아믄요 그냥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러엄, 그러믄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 번 길 떠나겠습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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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詩/ 삶의 진리가 빛나는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정한모

달에는 계수나무와 토끼가 살고 있다는 아름다운 진리가 영원하기를 달에는 계수나무 한 그루와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시절. 그때 그 시절 아름다운 동심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삶의 이정표가 되기를 꿈꾸는, 정한모 시인의 詩 <가을에>입니다. 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 微笑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오늘이 마침내 전설 傳說 속에 묻혀버리는 해저 海低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 眞理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 墜落과 그 속력 速力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 恐怖의 기억 記憶이 진리 眞理라는 이 무서운 진리 眞理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주십시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정한모 시인은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멸입(滅入)>이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정한모 시인은 인간의 순수성을 추...

2023.08.30
가을날 저녁의 시/ 나태주

© ancprb, 출처 Unsplash 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책에 쓰여 있는 대로 배운 대로는 쉽게 살아지지 않는다고 더구나 말한 대로 들은 대로는 쉽사리 따를 수 없는 일이라고 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동안 무언가 소중한 것들 끊임없이 주었기 때문이리 빼앗기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고 꺼꾸러지기도 했기 때문이리 세상에는 그 무엇도 그냥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법 그렇다면 이만큼 알고 가는 것도 다행한 일 아니겠나! 나이 먹는 것 늙는 것도 좋은 일이고 이만큼 알게 된 것만도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나태주- [문학, 詩, 향기시집] 너의 초록으로, 다시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의 시에 향기작가 '한서형'이 향을 입힌 우리나라 최초의 <... blog.naver.com

202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