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대부분 헛된 망상이었다. 현실적이기보다는 남을 부러워한 나머지 그럴듯해 보이는 누군가의 계획을 배끼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도전해 볼 만한 것인지 생각하기보다는 계획을 부랴부랴 세워놓고 일단 시작하면 마지막에 나온 결과물이 그래도 중간은 가겠지 하고 기대했던 것인지, 그조차도 지금은 모르겠다. 당시에 했던 계획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계획을 세우던 순간만은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실제로 그때 세웠던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된 것도 있었다. 일 년이 끝날 무렵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망한 인생을 리셋하는 것 같아서 안심도 되었고 아마도 당시의 오락가락한 정신에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내 계획이 인생을 리셋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 일을 20년 이상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허세가 가득한 인간이라서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자신을 고찰하지 않고 세운 계획은 허공에 그린 그림 같다. 그리는 동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망한 손짓에 불과한. 4년 전부터인가. 다독을 그만두고 한 권을 읽어도 깊이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생각만 했지 어떤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자는 생각이라서 그랬는지 다독과 휘발이 반복되었다. 책이 눈앞 있으면 많이 읽고 싶...
시절이 혼란한데 사진을 올리는 게 맞나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럴수록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여기고 포스팅을 씁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대구에서, 인천에서, 각지에서 모여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난생처음독서모임_김설 채그로 스페이스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4다길 31 아리수빌딩 B1 601호 #계엄령 우리가 산에 다녀온 건 계엄이 선포되던 날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왕산행은 행복했고 충만했다. 헤어지면서 또 오자고 약속도 했다.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달래며 쉬다가 뉴스에서 계엄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이날의 사진이 며칠 사이에 오래된 기억처럼 멀어져 버렸다. 사진첩 속 네 명의 뒷모습이 애틋하다.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 내란이 성공했다면 당분간 만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이런 일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하다. 요즘 내가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은 적어도 나는 불행한 나라의 국민은 되기 싫다는 것이다. 윤동주문학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서울한양도성길4코스(인왕구간)인증사진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동 #역사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포천_난생처음독서모임_김설 #북토크 내일이네요. 반갑게 만나요!
설과 이틀간의 토크 김설작가 & 이틀이 책 수다를 떠는 곳입니다. youtube.com 설과 이틀간의 토크 (by 이틀) 에세이 쓰는 김설 작가와 소설 쓰는 이틀 작가간의 책을 빙자한 수다. naver.me (시작하며) 우리가 팟캐스트를 시작하는 이유 김설과 이틀이 팟캐스트를 시작합니다. 읽기와 쓰기라면 할 말 많은 우리, 좋은 책, 재미있는 책, 읽어볼만한 책, 주목하고 싶은 책, 권하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www.podbbang.com #설과이틀간의토크 #유튜브 #팟빵 #뽀샵함 2024년을 돌아보면 크게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없다. 좋은 일도 있었고, 없었으면 했던 일도 생겼지만 나쁜 일은 그때 잠시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좋은 일 역시 운이 따랐다고 여긴다. 56년쯤 살면 한 해 한 해가 특별한 일 없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걸 알면서부터는 널뛰는 감정이 잦아들었다. 나이는 사람을 그렇게 담대하고 무덤덤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 년, 딱 하나 후회되는 것이 있다. (말할 기회가 많아지고 만나는 사람이 늘어서인지) 잡담을 참 많이 했다. 잡담이 많으면 꼭 말실수를 한다. 집에 와서 꼭 후회하는 말. 내가 한 말을 주워 담고 싶어 이불킥한 게 두어 번 된다. 같은 실수를 덜 하기 위해, 잡담할 시간을 줄이고 대신 책 수다 할 시간을 더 만들었다. 고맙게도 동참해 준 ...
책이라는 피난처가 필요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마다한 적은 없는데 오늘 새벽 만큼은 망설였다. 출발 직전에 봤던 뉴스에서 대설 직격을 맞은 곳이 화성이라고 말했다. 내가 가야할 곳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험난함의 연속이었지만 막상 책이야기를 시작하니까 역시 신이 났다 갑자기 내린 휴교령 때문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천재지변을 어쩌겠나. 그들의 몫까지 많이 웃고 떠들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앉으니 젖은 신발이 보였다 발이 꽁꽁 얼었다는 걸 지금 알았다. 그때서야 추위와 졸음이 몰려왔다. 고생은 조금 했지만 결과적으로 귀한 독자 여섯을 만났다. #첫눈은 아름답게 시작했지만 과했다. #위매거진에 <추구하는 존재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열네 살 소녀들처럼 물장구를 치면서 까르르까르르 웃어젖히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수영장에 가득 차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아…이 할머니들처럼 나이 들고 싶다. 본받고 싶은 사람이 전부 이곳에 있었기에 찾을 수 없었던 거구나.’“ 글 김설 @seolcynical 에디터 김수정 * 인터뷰 전문은 wee 38호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 wee 홈페이지에서도 회원가입 하면 해당 기사를 읽어볼 수 있어요. 𝗠𝗮𝗴𝗮𝘇𝗶𝗻𝗲 wee. 38 되고 싶은 나 위매거진 , 나다운 삶을 기획하는 가족 wee 매거진은 ‘we are enough’의 약어로...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 일대에서 목련 나무가 많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당시의 교정을 떠올리면 다른 나무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오로지 하얗고 탐스럽게 핀 목련과 하룻밤 사이에 전염병이라도 앓은 듯 죽음처럼 엎드린 목련 꽃잎만 기억난다. 그렇게 흐드러지게 핀 꽃이 진한 향기를 내뿜는데도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꽃 따위엔 일절 관심이 없는 소녀였다. 보통의 실내화가 아닌, 얇은 덧신을 신던 학교라 벌레를 밟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바닥만 봤지 목련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유일하게 위 쪽을 올려다 볼 때는 송충이가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을까 겁을 집어 먹었을 때 뿐이고 작은 날벌레라도 보이면 꺄악 깍 요란스레 비명을 지르는 꼴사나운 계집애였다. 당시 단짝 친구는 양갈래 머리를 땋고 웃으면 반달눈이 되는 애였다. 그 애는 조심스레 까치발을 하고는 꽃의 목부분을 가만히 쥐고 향기를 맡거나 나무 주변을 공주처럼 핑그르 한 바퀴 돈 다음 나뭇잎을 따서 코팅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는 천상 소녀였다. 걔는 내 어깨에 떨어진 벌레를 손가락으로 튕겨주고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나를 놀리며 지렁이도 지그시 밟아주고 소풍날 김밥 위에 떨어진 송충이도 덥석 집어 멀리 던져 주었다. 자연친화적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걔는 자연 앞에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작가는 자기 것도 아니고 남의 정원을! 공짜로 가꿔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지지대를 세워주고 정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