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2013년 11월 출간 시집추천 노벨문학상 시집베스트셀러 좋은시추천 좋은시구절 시추천 "시의 언어보다 순수하지 못한 소설의 언어로 이미 시적인 것의 본질을 관통해버린 한강은 과연 어떤 시인일까." 해설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 조연정 한강의 첫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대한 호기심. 궁금해하는 그 마음은, 작품 해설 속 이 문장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을 것 같습니다. 글자로 빽빽하게 채워진 텍스트 속에서도, 수많은 침묵과 말줄임표와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그의 소설들. 형식의 경계에서 벗어나 한강 작가가 시,라는 것을 썼을 때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을 담고 있었을까요. 시집추천, 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 한강 작가는 소설가로 작품 활동을 하기 이전에 수많은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그가 틈틈이 발표한 시들을 추려 데뷔 20년 만에 출간을 하게 된 작품인데요. 각 작품이 쓰인 시기는 다르기에 시작과 과정을 뚜렷이 나눌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시집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그의 시는 문학 속에서 계속해서 함께 해왔고, 소설의 근원은 시였을지도 모른다고요. 한강의 문학세계에서 시의 자리가 어디에 놓여 있었을까 하는 질문은 무의미한 것 같기는 합니다.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소설과 시의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했거든...
내가 정말이라면 유이우 시집, 창비시선 434 112쪽 / 2019년 7월 출간 시집추천 좋은시구절 좋은시 좋은시추천 시추천 책장에 있는 시집을 고르는 건 최대한 빠르게 직감으로, 이런 나만의 원칙이 있다. 그날의 기분과 맞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책들을 슈욱- 훑다가 바로 집어 든다. 약간은 흐리멍덩하고 은은하게 바랜듯한 색감. 아무렇게나 주욱 그은 것 같지만서도 나름의 규칙이 있을 것 같은 표지의 선들. 장난스러움 진지함 체념 또는 자조 환희 어떤 감정을 넣어도 읽힐 듯한 이 시집이 오늘의 내 기분을 말해줄 것 같다. 아기를 재워놓고 틈틈이 (가끔은 필사적으로) 읽다가 몰래 나와서 아기 매트에서 사진을 찍고 괜히 '언어 자극'인 척 시 한 편을 읽어줘보고 그렇게 조금씩 읽어나간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 시 한 편 한 편을 띄엄띄엄 즐겨도 좋지만 시집 한 권을 읽을 땐 왔다 갔다 정신없는 와중엔 생각이 늘어지지 않아서 조금 힘들기도 하다. 문고리를 툭 치는 마음으로 살짝 발을 들어 책에서 마음을 풀어주자 8p, <창문> 가장 첫 번째로 이 시를 배치한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사랑하니까 책이 나오는 시는 이상하게 더 좋아진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없이 부담으로 밀려올 때도 있는 게 책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요즘 나는, 책으로. 시를 비평하고 풀이하는 재주는 없지만, 읽는 그때에 내 마음을 알아...
황인찬 시집 오디오북과 함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불필요한 빛을 차단하고 이른 밤에 얼른 소등을 하고 누워요. 까만 새벽을 좋아하던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패턴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런 밤에는 주로 전자책을 읽고요. 불을 켜지 않아도, 두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독서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시간입니다. 조용히 소곤소곤 책 읽는 밤이지요. 문득 들어간 밀리의서재에서 반가운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오디오북으로도 함께 출간된 황인찬 시인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시집 분량 144쪽 / 24년 6월 출간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시인의 낭독과 함께 읽는 시집 저는 사실 그의 대표작인 <희지의 세계>를 먼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흑흑, 근데 맨날 늦어요). 하지만 이번 시집을 먼저 읽게 된 것은 오디오북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였어요. 이전에 황인찬 시인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건 시를 소개하는 오디오클립 채널에서였는데요. 목소리의 무게감이 마음을 꾹꾹 눌러주는 것 같던 기억이 나요. 조용한 리듬과 음성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걸 아시려나요? 앗, 시인에게 목소리 먼저 칭찬하기란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시에는 늘 노랫말처럼 낭독이 따르니까 괜찮습니다... 목소리부터 이야기한 이유는 밀리의서재에서 나온 오디오북을 적극 추천하기 위해서기도 합니다. 이번 시집이 오디...
시집 추천 좋은시구절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시집 들어가며, 오랜만에 시집을 열어보았습니다. 어떤 시집을 선택할까 책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포근한 제목을 찾았어요. 눈에 들어온 시집은 이은규 시인의 <무해한 복숭아>였습니다. 싱그럽고 달콤하죠. 표지와 제목부터요. 물론 시집의 제목은 느껴지는 이미지와 본문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무작정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계절에 어울리는 복숭아를 떠올리며 좋은시구절 중심으로 시집을 소개해 볼게요.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시집 분량 124쪽 / 23년 3월 출간 “무해하고 아름다운 사물들을 만납니다 기억을 함께 나눕니다” 단어로 떠올리는 기억들 최근에 저는, 단어와 관련된 에세이를 많이 읽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예쁜 문장을 즐기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단어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의 방식이기도 해서 어쩌면 나는 좋은시를 읽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이은규 시인의 시집 <무해한 복숭아>에선 몽글몽글한 단어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수박향, 은어', '살구', '목화 씨앗 속삭임', '자몽 망고튤립', '청귤', 그리고 복숭아. 이제 수박 예쁘게 자르는 방법을 지우며 수심을 다스리자, 초록 이끼로 번지는 우울들아 17p, <수박향, 은어> 봄, 또는 초여름쯤의 단어들을 만나면 지금 이 계절과 맞물려 더욱 설레지 않나요? 너무 뜨거워진 ...
4월 독서목록과 책리뷰 베스트책 추천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책읽는리니입니다 :) 이제 따스한 5월의 날씨로 접어들었네요. 아직 바깥을 제대로 걸어보지 않아서 어느 정돈지 가늠을 해보진 못했지만요. 저는 현재 조리원에서 당분간 없을 온전한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러나 의외로, 조리원 생활도 굉장히 바쁘긴 하네요. 먹기 바쁘고 애기 보고 수유하기 바쁘고 하루가 훌렁훌렁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쁜데... 답답해요.. 지금보다 더 힘들걸 알면서도 얼른 집으로 가고 싶기도 해요 ㅜㅜ 출산 전에 미리 많은 책을 읽어놨어요. 책리뷰도 작성해서 임시저장해놓고 - 블로그가 조용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놓기 ㅋ 여느 때보다 부지런하게 준비한 4월에는 열여섯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도 역대급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두꺼운 분량의 책이 없기도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재밌어 보이는 걸 찾았어요. 4월의 독서 목록 1. 보편의 단어 / 이기주, 말글터 2. 다른길 / 박노해, 느린걸음 3.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웅진지식하우스 4. 주름 : 지워진 기억 / 파코 로카, 아름드리미디어 5. 마음대로 말하기 / 유내경, 활자공업소 6. 두 번째 지구는 없다 / 타일러 라쉬, RHK 7.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 최진영, 투명 8. 미움 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인플루엔셜 9. 오로라 / 최진영, 위즈덤하우스 10...
좋은시집추천 천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감동적인시 꼭 순서대로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습니다. 출간된 순서대로 책장 속에 꽂아놓은 메리 올리버의 작품들이 제겐 무척 소중한데요. 아름다운 자연의 흐름처럼 이어진 표지의 이미지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동안 메리 올리버의 책 속에서는 산문과 시를 번갈아 살펴볼 수 있었지만, 시를 더 많이 만나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장르의 경계는 불분명해도 좋을 정도로, 그저 글 속에 푹 빠져서 읽곤 했었는데요. <천 개의 아침>은 오직 그의 시만 담겨 있는 시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영어 원문과 번역 시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경이로움과 사랑이 담긴 시 에세이로도 수많은 찬사를 불러일으켰던 메리 올리버. 그의 시집 <천 개의 아침> 또한 출간 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진솔한 사랑의 언어들이 펼쳐지는 이 시집의 제목은 시인이 만난 수많은 눈부신 아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의 시가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조금은 때묻은 세상 속에서 소소하게 눈부신 장면들을 포착합니다. 그만의 일정한 언어와 온도로 담담하고 눈부신 글을 쓰기 때문인 듯합니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25p, <정원사> 어렵지 않고 편안한 말들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
인생시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있지 최진영 시인 시집추천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은 저만의 것이 아니겠죠. 계획했던 대로 풀리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했던 기대와 약속에 부응하지 않는 결과가 일어날 때도 있고요.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본다면 인생의 전환점에서 마치 퀘스트처럼 나를 실험하는 과제들이 계속해서 부여된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요. 갈림길을 통과하는 게임 같은 인생의 순간도 있었죠. 최진영 시인의 첫 시집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최진영 시인과의 인연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시도 쓰시고, 현재는 출판사 일도 맡고 계십니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라는 독특한 제목의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인데요. 제목의 'PK'라는 약어는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왠지 치열한 인생 시가 담겨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의 앞쪽에 위치한 시인의 말에서, 시와 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인이 풀어내는 일상과 인생시 저는 편안한 시는 좋아하지만 너무 단순하게 표현된 시는 선호하지 않아요. 생각이 돌고 돌아 반복되어 시인만의 언어로 만들어진 시여야만 감흥이 가는 것 같아요. 꼭 어렵고 난해하지 않아도 시인만의 느낌을 듬뿍 담아야 마음이 움직이죠. 이러한 지점에서 이번 시집은 꽤 괜찮게 읽었습니다. 시인이 몸을 담고 있는 삶의 둘레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전체적...
한국 최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 출처 : 한스경제 얼마전 아주 반가운 뉴스를 접했습니다. (바로 글을 쓰지 못해서 약간 뒷북입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김혜순 시인이 미국의 문학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어요!! NBBC 어워즈라 불리는 이 문학상은 1976년에 설립된 미국의 문학상이고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에 해당된답니다. 국내 최초 시부문을 수상하셨고요. 그야말로 한국 문학의 쾌거라고 볼 수 있어요. 축하드립니다 시인님!!! 너무 멋져요 ㅠㅠㅠ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 날개 환상통 저자 김혜순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9.03.31. 시를 사랑하고, 자주 읽으려 노력하는 - 저도 수상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서요. 따로 이렇게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시 부문이라 생각보다 글이 많지 않더라구요 ㅠ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에서 수상한 김혜순 시집은 <날개 환상통>, 시인의 열세번째 시집이고요.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시인선입니다. 이 책이 나올 당시에 시인이 등단 40년을 맞이하는 해였습니다. 김혜순 시인의 책들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저자 김혜순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22.04.18. 국외의 문학상을 받아 인정을 받는 건 특히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상의 권위나 역사를 떠나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완전한 모국어로 읽...
시집 추천 감성시 좋은시구절 처음인 양, 심언주 임신 기간 동안 여러 일거리들을 많이 만들어놓았다. 무료함은 불안감과 무력함을 불러오기 때문에 마냥 멍 때리고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느 때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열심히 쓰고. 매번 하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했던 공부도 시작하고. 사실 이 시작이 정말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 못했었는지. 아무튼 요즘은 마음이 평온해져서, 곱씹다 보면 다른 쪽으로 가던 생각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붙잡아둘 수 있게 되었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시집 심언주 시인은 처음 만나는 시인이다. 나는 처음 만났는데, 이미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라고 했다. <처음인 양>은 따뜻한 색의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놓았던 책이다 (그냥 그때그때 맘에 드는 분위기가 있다). 작가의 말이 제일 먼저 좋았다. 나, 때로는 너와 함께 밀고 간다는 구절이 특히 눈에 띈다. 어쩌면 시라는 게,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다시 한번 무언가의 결을 하나씩 떼보며 관찰하는 것일지도. 그 결과 결속에 나랑 겹치는 장면이 있다면 훅 마음이 가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나의 시간들과, 시인이 꺼내 놓은 말들이 겹쳐졌다. 시인 자신을 향하는 것 같은 화살표도 여러 갈래로 꺾여 나에게로 온다. 처음이라 말하는 순간 처음은 사라집니다. 양이라...
유쾌한 시집베스트셀러 짧고좋은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강렬한 빨간 표지, 그리고 어떤 내용인지 전혀 유추가 되지 않던 제목. 이 책이 노인들이 모여 쓴 책이라는 걸 알고 나선 왕창 흥미가 생겼습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제목에선 연륜과 유쾌함, 센스가 모두 느껴졌어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 단숨에 시집 베스트셀러로 오르게 된 이 책, 즐겁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 실버 센류, 일본의 정형시를 담은 책 ● 글밥이 많지 않고 큰글자 도서에 버금갑니다. ● 부모님께 선물해도 좋을 것 같아요. 분량 128쪽 / 재미와 위트 ★★★ 선물로는 추천! 구매해 읽기엔 글이 좀 적어요.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드러내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돼가는 느낌을 생각해 봅니다. 빠릿빠릿하게 날아다녔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느려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하겠지요 (우리 엄마가 잘 그러더랍니다 ㅎㅎ). 지나가는 시간을 애써 슬프게 바라보지만은 않으려고 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요즘은 환갑도 새로운 시작인걸요! 시집 베스트셀러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노인들의 일상을 신선하고 색다르게 바라보는 책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욱 빠른 시기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이 되었다고 하죠. 실버 센류는 새로운 신조어와도 같습니다. 노인을 떠올리게 하는 실버, 일본의 정형시 ...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소장가치 있는 시집추천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프란츠 카프카라는 이름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의미가 깊은 이름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소설 <변신>으로 그를 떠올릴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 소설 말이지요. <변신>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그 외에 남긴 작품들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도 먼 거리에 있지만 너무나도 알고 싶은 그 이름, 카프카입니다. ●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8번 ● 사후 100주년 기념 시전집이자 카프카의 드로잉 60점이 수록되어 있는 소장 가치 있는 시집입니다. 분량 248쪽 / 난이도 ★★★★ 아포리즘 형식으로 끊어져 있어 읽기는 나쁘지 않지만 난해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카프카 시전집 세계시인선 시리즈는 이렇게 원문과 함께 페이지가 구성되어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독일어 원문과 함께 만나보는 프란츠 카프카의 시전집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은 국내 최초로 출간된 시집인데요. 한독문학번역상 수상과 한국카프카협회 회장을 역임하신 편영수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무한 신뢰를 갖게 하는 신간도서입니다. 문학 쪽에선 카프카의 이름은 여기저기서 인용되며 불리는, 범접할 수 없는 고유명사와도 같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카프카의 소설을 몇 권 읽어보긴 했으나 잘 알지 못하는 축에 속하는데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좋은시집추천 좋은글귀 있다 박소란 시인 도서관 책을 빌리게 되면, 반납 연기를 꼭 하는 편인데도 기한은 빨리 돌아온다. 개인 소장한 책을 읽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부정적으로는 조급함이 딸려 오고 긍정적으로는 약간의 의무감이 더해진다.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활용하는 것이 독서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 반납일에 맞춰 도서관 근처로 갔다. 가까이에 잔잔한 카페가 있어서 미처 다 읽지 못했던 책을 읽었다. 요즘은 다양한 장르를 읽고 있어서, 좋은 시집을 많이 미뤄두고 있었다. 좋아하는 박소란 시인의 시집을 열었다. ● 현대문학 핀시리즈 시인선 36번 책이다. 핀시리즈는 소설과 시 장르로 시리즈가 있다. ● 핀시리즈 시인선은 대체로 얇은 편이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시인의 에세이가 꼭 있다. 분량 : 148쪽 / 난이도 : ★★★ 많이 꼬아놓지는 않아 천천히 따라가며 읽으면 시인만의 언어를 느낄 수 있다. 제목 '있다'에서 이어진 무한한 언어 무엇을 찾듯이 어떤 우연을 바라듯이 불분명한, 나조차 나를 알 수 없는 사람이란 으레 그런 것일까 그림자, 47쪽 있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땐 막연하게 하나의 뜻만 생각했던 것 같다. 존재로서의 '있다'는 의미. 제목 때문에 이 단어와 관련된 문장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는데, '있다'에서 이어진 문장들은 뜻밖의 분위기로 열려 갔다. 초반부터 반대되는 이미지가 나왔...
나태주 시인과 웹툰작가 다홍 만화시집 오래 보고 싶었다 독자들이 사랑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 현재 출간된 많은 시집들이 있지만 이 책의 시도는 정말 새롭습니다. 바로 나태주 시와 웹툰 작가 다홍의 그림이 만나 만화 시집이 탄생했다는 점인데요. 저는 이 책의 표지를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 소녀의 그림이 너무나 따스하고 빛나서 읽고 싶었습니다. 나태주 시인과 다홍 작가의 만남 시인은 시 쓰는 사람이 되고 나서 어린 독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시를 만화로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왜 시는 안될까'하는 의문을 가진 것이죠. 네이버 웹툰 <숲속의 담>을 그린 다홍 작가는 "시 한 편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느끼는 시상과 따뜻한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다" 라고 초반 이 책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린이의 말을 보면 따로 시인이 '이렇게 그려달라'라는 요구 없이 그림 작가가 느끼는 상상의 지점으로 장면을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나태주 시의 따뜻함과 편안함 현대의 다양한 시집을 접하고 있는 저는 젊은 시인들의 시도 많이 만나보지만, 시가 어떤 것이냐 하는 질문에는 뚜렷한 정답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시는 무한하게 열려 있고 어떤 시는 약간의 틈을 조금씩 보이고 어떤 시는 정말 빛 한 줄기 만큼의 힌트로 우리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기도 해요. 열린 결말, 닫힌 결말 이런 의미와는 반대로, 개방적이고 편안한 의미로서의 무한하게 열려 ...
오늘의 필사 좋은시 심장에 가까운 말, 박소란 시집 여러분은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으시나요? 책장을 쫙 펴기도 미안할 정도로 고이고이 조심하며 읽으시나요, 아니면 밑줄 팍팍 접어가며 읽으시나요. 저는 여전히 ‘고이고이’ 파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더욱 책을 아꼈답니다. 책비닐도 열심히 싸고 표지의 손상과 바래짐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기도 했고요. 요즘은 비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책비닐을 싸는 걸 멈췄어요. 안 해도 굳이 살만하고 덜 힘들기도 하고 책의 약간의 손상은 어느 정도 넘어가게 됐죠. 최근에 박소란 시집 <있다>를 도서관에서 빌려오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집을 꺼내들게 되었어요. 비닐 커버가 싸여져 있는 이 책을 읽을 때쯤엔 한참 독서에 푹 빠져서 미쳐있을 정도였네요. 시를 잘 몰랐는데 더듬더듬 읽어나갈 때였어요. 오늘 고른 좋은시 푸른 밤 짙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볼...
2월 도서관 책대여 목록 가볍게 빌려온 요즘읽을만한책 시간이 참 빠르게 갑니다. 연장까지 해서 늘려놓은 대여책들의 반납기한이 다 되어서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미리 검색해둔 책들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도서관에 도착하면 대출가능한 책을 찾는데 오늘은 거의 다 불가 상태여서 아쉬웠어요. 어린이책도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시간을 애매하게 가서 벌써 닫혔더라고요. 그래도 빌릴 책이야 늘 있으니까 열심히 서치 :) 조금 몸이 무거워져서 많이 담지 않으려다가 세 권은 아쉽고 이 정도로 괜찮다하며 - 비교적 얇은 책들 위주로 데려왔어요. 독서 취향이 참 있기는 한건지 늘 비슷한 번호대의 책을 빌려오게 되는 듯 ㅎㅎ 01 있다 / 박소란 시집 있다 저자 박소란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21.09.25. 좋아하는 시인 중 박소란 시인님도 있는데요. 이 시집은 아직 못읽어봐서 눈에 딱 들어왔어요. 제목이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힘이 있는데요. 도서관 서가 앞에서 살짝 훑어봤는데 느낌이 좋은 시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은. 핀 시리즈 시집은 보통 두께가 얇은 편인데 구성이 너무 좋아서 늘 살펴 보게 돼요. 02 독서의 기록 / 안예진 독서의 기록 저자 안예진 출판 퍼블리온 발매 2023.06.15. 요즘 블로그를 다시 일으켜보자, 하고 다짐하면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요. 독서 블로거분들 사이에서 이 책 리뷰가 종종 보이더라고요. 제 기준대로 밀고 나가는 것...
문학동네 포에지 시집추천 최승자, 연인들 들어가기 전에, ● 오랜 시간만에 재출간된 시집 ● 문학동네 포에지 41번 ● 최승자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한 작가의 시집을 읽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최승자 시인의 <연인들>을 꺼냈다. 오랜만에 읽는 최승자의 시다.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 읽었던 대표시집은 경이로웠으나 감정이 버겁기도 했고 사실은 지금도 그 묵직한 문장들을 우와, 하고 감탄하면서 겨우겨우 따라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매력적인 시들을 읽고 나면 깊은 여운에 마냥 탐미하곤 한다.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란,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는 옛날에 출간된 시집을 복간하는 프로젝트로 이미 꽤 많은 시집들이 나와 있다. 사진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첫 장에 반짝거리는 종이로 기획의 말이 적혀 있는데 어쩜 이렇게 서문 또한 아름다운지. 개정판을 여는 시인의 말 최승자 시인의 에세이 독서를 앞두고 우연히 먼저 읽은 이 시집 속에는 시인이 절판되었던 시집 출간을 기념해 남긴 짧은 글도 담겨 있다. <연인들> 속에 수록된 시를 쓴 5년간은 시인이 말하기를 꽤 긴 기간처럼 느껴졌다고. '시를 포기한다고 생각하면서' 쓰여진 시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찻잔을 홀짝이다가, 나는 결정한다. 이제껏 내가 먹여 키워왔던 슬픔들을 이제 결정적으로 밟아버리겠다고 27쪽,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시인의 5년이 어떤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는지 당연히...
시집 추천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작 아직은 투명한, 스타북스 ⓒ책읽는리니 들어가기 전에, ✔️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시집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 ✔️ 여덟 명의 시인이 함께 썼습니다. 무심코 지내다보면 문학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증이 일 때도 있어요. 분명 주변에는 많이 보이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떤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보면 누구보다 깊게 문학을 즐기고 사랑하고 나만의 것을 써내려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면서, 진심으로 꾸준히 글을 쓰시는 분들도 참 많은듯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시집은 「아직은 투명한」이라는 책입니다. 서울시인협회에서 청년시인들을 위한 공모전을 열어 젊은 시인을 발굴하였고요. 수상작을 비롯하여 청년시인분들의 여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선작과 수록작을 골고루 읽어보아요 권덕행, 김은유, 김준호, 손진원, 이용환, 이호성, 최신애, 최진영 여덟 분의 시인분들이 쓰신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 당선작이 가장 먼저 나오고 심사평이 함께합니다. 심사평을 읽는 재미도 있고요. 각 시인마다 당선작을 포함하여 여덟 편 정도의 시를 읽어볼 수 있어요. 저는 제멋대로의 성격이 있어서 ㅎㅎ 제가 맘에 드는 시가 좋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굳이 당선작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읽어보았습니다. 각기 다른 색채의 시를 느끼는 ...
오늘의 필사 좋은시 온 안미옥 시집 ⓒ책읽는리니 책을 읽고 독서 생활을 즐기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 있나요? 저는 늘 제 기억력이 원망스럽습니다 ㅎㅎ 너무 좋았던 책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미지나 짧은 문장으로 남게 되죠. 그런 아쉬움 때문에 이렇게 꾸준히 기록을 하고 되새기려 발버둥 치는 것 같아요. 필사 노트를 만들면서 조금 짧은 호흡으로 쓰려다 보니 시집을 많이 열어보게 되는데요. 최근에 읽은 시집보다는 오래전에 읽은 시집 위주로 꺼내봅니다. 책장 속 시집 서가에서 여러 권의 책을 훅 뒤집어서 플래그가 붙여져 있는 책을 기분 따라 꺼내는 재미를 즐길 때도 있어요. 오늘은 정말 애정 담아 읽었던 안미옥 시인의 창비시선408번 시집 「온」입니다. 오늘 고른 좋은시 밤과 낮 북쪽 숲을 지나왔어 태어날 때의 형상은 한쪽이 길어지면 한쪽은 짧아진다 가려움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우린 모두 연결되어왔어 그럴 때마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어 그런 날이 자주 왔어 트랙을 돌고 있다 이곳엔 울타리가 많아 농담들이 사는 곳 어떤 이름도 자주 뒤집히는 곳 새로운 색이 떠돌고 있어 어떤 색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고 허리는 누구에게 가 있는 것일까 거기서 나와 돌고 있은 지 한참이 지났어 떠오른다고 생각하면 다리가 길어지는 기분이 든다 어깨가 물렁해진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어딘가 외로워보여 곁이 너무 환해서 점점 더 어두워지는 오후 토마토가 끓고 있는 ...
오늘의 필사 좋은시 Lo-fi 강성은 시집 ⓒ책읽는리니 오랜만에 필사 노트를 만들었고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았다. 신혼집으로 이사 오면서 세네 차례 책을 서서히 정리했고, 그럼에도 남은 책들은 애정이 깊거나 추억이 있는 책들이다. 오늘은 강성은 시인의 <Lo-fi>를 꺼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알록달록한 플래그를 붙여놨는데. 재밌는 건 이런 문장들을 읽는 마음도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기록해둔 문장들 말고 다른 문장들이 보일 때도 있고, 왜 붙였는지 모를 때도 있다. 좋았던 책을 다시 훑어보는 건 이런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여럿이서 하는 필사 모임을 한 적도 있고, 한동안 필사가 많이 유행한 터라 필사 책도 종종 보았다. 나름 고집이 꽤 강한 성격인 걸 알았던 건, 끌려가며 하다 보니 많이 해이해지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좋은시를 참 많이 알게 되기도 했지만 역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야 한다... 오늘 고른 좋은시 환상의 빛 내가 사랑하는 동유럽 작가들처럼 고통이 빛이 되는 삶은 내 것이 아니길 바랐다 한밤중 택시를 타고 달릴 때 문득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가곡처럼 죽은 시인과 죽은 외할머니가 함께 잠들어 있는 내 환한 다락방처럼 꿈에서도 손가락을 박는 재봉사의 잠과 밤처럼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것 모국어라는 이상한 공기처럼 시라는 이상한 암호처럼 점점 아기가 커져 몸이 무거워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