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모두 흑백으로 편집했습니다.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지은이), 문학과지성시인선557 문학과지성사, 21년 8월 필사노트 좋은시추천 겨울시 시집추천 좋은시구절 감성시 다시 또 겨울입니다. 추운건 좀 싫은데 왠지 모르게 겨울의 이미지는 참 좋아해요. 꿉꿉하지 않고 청량한 공기도 반갑잖아요.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괜히 마음이 들뜨기도 해요. 그러고보니 여름에도 비슷한 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그냥 뭐든지 적당해라, 라는 식인 것 같죠. 여러분은 어떤 겨울을 보내고 계신가요? tmi지만 한동안 우울감이 좀 있었어요. 육아라는 게 참 그렇더라고요. 온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모든 게 내 맘처럼 되는 건 어렵다는 거. 아기는 자기만의 속도로 애쓰며 자라고 있는데 조급함, 조바심, 걱정되는 마음들이 자꾸 끼어들어서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기분도 들었고요. 아기의 이앓이 기간도 지나고 있다보니 힘들었어요. 쭉쭉 힘이 빠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진짜진짜 큰 감정들이 벅차오름과 경이의 순간들이 한번씩 마음을 끌어올려주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씩 필사노트에 시를 적는 이 순간도 역시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요. 오늘은 겨울시를 들고 왔습니다. 겨울의 다양한 온도들을 담고 있는 이혜미 시인의 <겨울의 목차>입니다. 겨울의 목차 어제의 빛줄기를 풀어 스웨터를 짠다 습한 공기의 타래를 풀어 헤치면 간신히 꿈에 ...
별을 사랑하여 너에게 전하는 나의 사랑이야기 나태주 (지은이), 소영 (그림) 더블북, 2024년 10월 출간 나태주시집 나태주풀꽃시인 시집추천 시추천 짧고좋은시 사랑시 감성시 힐링이 필요할 때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과하지 않게, 너무 열 오르지 않게 마음을 살짝 데워주는 온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나태주 시인이 그림작가와 함께 협업을 한 만화시집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최근에 두 번째 협업으로 나온 <별을 사랑하여>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사랑시입니다. 인생에서 사랑이란 빼놓을 수 없는 감정이지요. 나태주시인의 사랑시 감성시 나는 사실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시를 썼지요. 그것도 일생 동안 쓰고서도 80살인데도 여전히 시를 쓰고 있지요. 이 끝없는 동의어 반복과 자기 모방과 혼자만의 웅얼거림과 독백을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이 또한 사실이요, 존재이긴 하지만 딱히 밝힐 방법이 없네요. 그만큼 인생의 일이 부질없고 복잡 미묘한 탓이지요. 5p, <시인의 말> 사실 저는 사랑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사랑은 왠지 돌려서 말하거나 조금 다른 감정으로 얘기해야, 오글거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사랑시는 연륜과 세월이 들어가서일까요. 어떤 강한 단어 없이 잔잔한 흐름으로 써 내려가는 시인의 사랑 이야기는 마음이 끌리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2013년 11월 출간 시집추천 노벨문학상 시집베스트셀러 좋은시추천 좋은시구절 시추천 "시의 언어보다 순수하지 못한 소설의 언어로 이미 시적인 것의 본질을 관통해버린 한강은 과연 어떤 시인일까." 해설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 조연정 한강의 첫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대한 호기심. 궁금해하는 그 마음은, 작품 해설 속 이 문장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을 것 같습니다. 글자로 빽빽하게 채워진 텍스트 속에서도, 수많은 침묵과 말줄임표와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그의 소설들. 형식의 경계에서 벗어나 한강 작가가 시,라는 것을 썼을 때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을 담고 있었을까요. 시집추천, 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 한강 작가는 소설가로 작품 활동을 하기 이전에 수많은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그가 틈틈이 발표한 시들을 추려 데뷔 20년 만에 출간을 하게 된 작품인데요. 각 작품이 쓰인 시기는 다르기에 시작과 과정을 뚜렷이 나눌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시집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그의 시는 문학 속에서 계속해서 함께 해왔고, 소설의 근원은 시였을지도 모른다고요. 한강의 문학세계에서 시의 자리가 어디에 놓여 있었을까 하는 질문은 무의미한 것 같기는 합니다.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소설과 시의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했거든...
내가 정말이라면 유이우 시집, 창비시선 434 112쪽 / 2019년 7월 출간 시집추천 좋은시구절 좋은시 좋은시추천 시추천 책장에 있는 시집을 고르는 건 최대한 빠르게 직감으로, 이런 나만의 원칙이 있다. 그날의 기분과 맞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책들을 슈욱- 훑다가 바로 집어 든다. 약간은 흐리멍덩하고 은은하게 바랜듯한 색감. 아무렇게나 주욱 그은 것 같지만서도 나름의 규칙이 있을 것 같은 표지의 선들. 장난스러움 진지함 체념 또는 자조 환희 어떤 감정을 넣어도 읽힐 듯한 이 시집이 오늘의 내 기분을 말해줄 것 같다. 아기를 재워놓고 틈틈이 (가끔은 필사적으로) 읽다가 몰래 나와서 아기 매트에서 사진을 찍고 괜히 '언어 자극'인 척 시 한 편을 읽어줘보고 그렇게 조금씩 읽어나간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 시 한 편 한 편을 띄엄띄엄 즐겨도 좋지만 시집 한 권을 읽을 땐 왔다 갔다 정신없는 와중엔 생각이 늘어지지 않아서 조금 힘들기도 하다. 문고리를 툭 치는 마음으로 살짝 발을 들어 책에서 마음을 풀어주자 8p, <창문> 가장 첫 번째로 이 시를 배치한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사랑하니까 책이 나오는 시는 이상하게 더 좋아진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없이 부담으로 밀려올 때도 있는 게 책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요즘 나는, 책으로. 시를 비평하고 풀이하는 재주는 없지만, 읽는 그때에 내 마음을 알아...
황인찬 시집 오디오북과 함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불필요한 빛을 차단하고 이른 밤에 얼른 소등을 하고 누워요. 까만 새벽을 좋아하던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패턴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런 밤에는 주로 전자책을 읽고요. 불을 켜지 않아도, 두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독서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시간입니다. 조용히 소곤소곤 책 읽는 밤이지요. 문득 들어간 밀리의서재에서 반가운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오디오북으로도 함께 출간된 황인찬 시인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시집 분량 144쪽 / 24년 6월 출간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시인의 낭독과 함께 읽는 시집 저는 사실 그의 대표작인 <희지의 세계>를 먼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흑흑, 근데 맨날 늦어요). 하지만 이번 시집을 먼저 읽게 된 것은 오디오북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였어요. 이전에 황인찬 시인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건 시를 소개하는 오디오클립 채널에서였는데요. 목소리의 무게감이 마음을 꾹꾹 눌러주는 것 같던 기억이 나요. 조용한 리듬과 음성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걸 아시려나요? 앗, 시인에게 목소리 먼저 칭찬하기란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시에는 늘 노랫말처럼 낭독이 따르니까 괜찮습니다... 목소리부터 이야기한 이유는 밀리의서재에서 나온 오디오북을 적극 추천하기 위해서기도 합니다. 이번 시집이 오디...
시집 추천 좋은시구절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시집 들어가며, 오랜만에 시집을 열어보았습니다. 어떤 시집을 선택할까 책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포근한 제목을 찾았어요. 눈에 들어온 시집은 이은규 시인의 <무해한 복숭아>였습니다. 싱그럽고 달콤하죠. 표지와 제목부터요. 물론 시집의 제목은 느껴지는 이미지와 본문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무작정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계절에 어울리는 복숭아를 떠올리며 좋은시구절 중심으로 시집을 소개해 볼게요.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시집 분량 124쪽 / 23년 3월 출간 “무해하고 아름다운 사물들을 만납니다 기억을 함께 나눕니다” 단어로 떠올리는 기억들 최근에 저는, 단어와 관련된 에세이를 많이 읽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예쁜 문장을 즐기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단어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의 방식이기도 해서 어쩌면 나는 좋은시를 읽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이은규 시인의 시집 <무해한 복숭아>에선 몽글몽글한 단어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수박향, 은어', '살구', '목화 씨앗 속삭임', '자몽 망고튤립', '청귤', 그리고 복숭아. 이제 수박 예쁘게 자르는 방법을 지우며 수심을 다스리자, 초록 이끼로 번지는 우울들아 17p, <수박향, 은어> 봄, 또는 초여름쯤의 단어들을 만나면 지금 이 계절과 맞물려 더욱 설레지 않나요? 너무 뜨거워진 ...
좋은시집추천 천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감동적인시 꼭 순서대로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습니다. 출간된 순서대로 책장 속에 꽂아놓은 메리 올리버의 작품들이 제겐 무척 소중한데요. 아름다운 자연의 흐름처럼 이어진 표지의 이미지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동안 메리 올리버의 책 속에서는 산문과 시를 번갈아 살펴볼 수 있었지만, 시를 더 많이 만나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장르의 경계는 불분명해도 좋을 정도로, 그저 글 속에 푹 빠져서 읽곤 했었는데요. <천 개의 아침>은 오직 그의 시만 담겨 있는 시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영어 원문과 번역 시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경이로움과 사랑이 담긴 시 에세이로도 수많은 찬사를 불러일으켰던 메리 올리버. 그의 시집 <천 개의 아침> 또한 출간 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진솔한 사랑의 언어들이 펼쳐지는 이 시집의 제목은 시인이 만난 수많은 눈부신 아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의 시가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조금은 때묻은 세상 속에서 소소하게 눈부신 장면들을 포착합니다. 그만의 일정한 언어와 온도로 담담하고 눈부신 글을 쓰기 때문인 듯합니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25p, <정원사> 어렵지 않고 편안한 말들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
인생시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있지 최진영 시인 시집추천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은 저만의 것이 아니겠죠. 계획했던 대로 풀리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했던 기대와 약속에 부응하지 않는 결과가 일어날 때도 있고요.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본다면 인생의 전환점에서 마치 퀘스트처럼 나를 실험하는 과제들이 계속해서 부여된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요. 갈림길을 통과하는 게임 같은 인생의 순간도 있었죠. 최진영 시인의 첫 시집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최진영 시인과의 인연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시도 쓰시고, 현재는 출판사 일도 맡고 계십니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라는 독특한 제목의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인데요. 제목의 'PK'라는 약어는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왠지 치열한 인생 시가 담겨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의 앞쪽에 위치한 시인의 말에서, 시와 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인이 풀어내는 일상과 인생시 저는 편안한 시는 좋아하지만 너무 단순하게 표현된 시는 선호하지 않아요. 생각이 돌고 돌아 반복되어 시인만의 언어로 만들어진 시여야만 감흥이 가는 것 같아요. 꼭 어렵고 난해하지 않아도 시인만의 느낌을 듬뿍 담아야 마음이 움직이죠. 이러한 지점에서 이번 시집은 꽤 괜찮게 읽었습니다. 시인이 몸을 담고 있는 삶의 둘레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전체적...
"어떤 정당화와 뒤덮음 없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시간은 귀하다" - 안미옥 에세이 <후추> 중에서 안미옥 (지은이) 현대문학 2020-03-30 - 감상 시집을 추천하는 마음 책 추천이란 조금 난감하고 어렵습니다. 다소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으로서 무언가 추천한다는 것은 다소 일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항상 들곤 하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시'라는 장르는 조금 일방적이더라도 열심히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같이 읽고 싶고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서요. 아직 시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시를 즐겨 읽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꼭 읽게 되는 시인의 이름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안미옥 시인인데요. 시인님의 시집은 제가 시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할 때쯤에 처음 읽게 되었어요. 창비 시선 408번인 「온」이라는 시집을 읽었을 때 다른 시집을 읽었을 때와 다르게 저에게 너무나 편안하게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온」에 수록된 시 한 편은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보기도 합니다. 더욱 명징해진 시들 문학이든 다른 예술이든 결론 지어지지 않고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독자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리면서 확장되는 것이 시의 매력인 듯합니다. 「온」을 읽었던 좋은 감정과...
시집 추천 감성시 좋은시구절 처음인 양, 심언주 임신 기간 동안 여러 일거리들을 많이 만들어놓았다. 무료함은 불안감과 무력함을 불러오기 때문에 마냥 멍 때리고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느 때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열심히 쓰고. 매번 하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했던 공부도 시작하고. 사실 이 시작이 정말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 못했었는지. 아무튼 요즘은 마음이 평온해져서, 곱씹다 보면 다른 쪽으로 가던 생각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붙잡아둘 수 있게 되었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시집 심언주 시인은 처음 만나는 시인이다. 나는 처음 만났는데, 이미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라고 했다. <처음인 양>은 따뜻한 색의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놓았던 책이다 (그냥 그때그때 맘에 드는 분위기가 있다). 작가의 말이 제일 먼저 좋았다. 나, 때로는 너와 함께 밀고 간다는 구절이 특히 눈에 띈다. 어쩌면 시라는 게,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다시 한번 무언가의 결을 하나씩 떼보며 관찰하는 것일지도. 그 결과 결속에 나랑 겹치는 장면이 있다면 훅 마음이 가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나의 시간들과, 시인이 꺼내 놓은 말들이 겹쳐졌다. 시인 자신을 향하는 것 같은 화살표도 여러 갈래로 꺾여 나에게로 온다. 처음이라 말하는 순간 처음은 사라집니다. 양이라...
오늘의 필사 좋은글귀 가득한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당장 지금 읽은 책을 필사하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써내보고 있다. 재독의 효과까지는 아니어도 이전에 느꼈던 좋은 감정을 다시 꺼내 보면서 기분이 말랑말랑해지는 듯하다 :) 블로그에서도 뒤로 밀린 리뷰를 다시 꺼내보는 재미도 있고. 당시 작가들의 수많은 찬사로 화제가 되었던 메리 올리버의 에세이 <완벽한 날들>. 우리나라에선 김연수 작가가 한 소설에서 인용을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당시 이 책 이후로 쭉 멋진 신간이 계속 나왔다. 책장 속에 아직 안 읽은 그의 책이 남아 있다. 그런 사실이 너무 좋다. 이 필사를 계기로 메리 올리버의 새로운 책을 열어볼까 싶다. 오늘 뽑은 좋은글귀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 폭풍우 때 우리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기쁨을 느낀다. 역경, 심지어 비극도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스승이 된다. 우리 모두 도전과 용맹을 찬양한다. 바람 없는 날 단풍나무들이 천개를 길게 드리우고 푸른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때, 어느 향기로운 들판에서 불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된 바람이 살그머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우리가 하는 건 무엇인가? 너그러운 땅에 누워 편...
좋은시집추천 좋은글귀 있다 박소란 시인 도서관 책을 빌리게 되면, 반납 연기를 꼭 하는 편인데도 기한은 빨리 돌아온다. 개인 소장한 책을 읽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부정적으로는 조급함이 딸려 오고 긍정적으로는 약간의 의무감이 더해진다.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활용하는 것이 독서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 반납일에 맞춰 도서관 근처로 갔다. 가까이에 잔잔한 카페가 있어서 미처 다 읽지 못했던 책을 읽었다. 요즘은 다양한 장르를 읽고 있어서, 좋은 시집을 많이 미뤄두고 있었다. 좋아하는 박소란 시인의 시집을 열었다. ● 현대문학 핀시리즈 시인선 36번 책이다. 핀시리즈는 소설과 시 장르로 시리즈가 있다. ● 핀시리즈 시인선은 대체로 얇은 편이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시인의 에세이가 꼭 있다. 분량 : 148쪽 / 난이도 : ★★★ 많이 꼬아놓지는 않아 천천히 따라가며 읽으면 시인만의 언어를 느낄 수 있다. 제목 '있다'에서 이어진 무한한 언어 무엇을 찾듯이 어떤 우연을 바라듯이 불분명한, 나조차 나를 알 수 없는 사람이란 으레 그런 것일까 그림자, 47쪽 있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땐 막연하게 하나의 뜻만 생각했던 것 같다. 존재로서의 '있다'는 의미. 제목 때문에 이 단어와 관련된 문장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는데, '있다'에서 이어진 문장들은 뜻밖의 분위기로 열려 갔다. 초반부터 반대되는 이미지가 나왔...
오늘의 필사 좋은시 심장에 가까운 말, 박소란 시집 여러분은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으시나요? 책장을 쫙 펴기도 미안할 정도로 고이고이 조심하며 읽으시나요, 아니면 밑줄 팍팍 접어가며 읽으시나요. 저는 여전히 ‘고이고이’ 파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더욱 책을 아꼈답니다. 책비닐도 열심히 싸고 표지의 손상과 바래짐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기도 했고요. 요즘은 비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책비닐을 싸는 걸 멈췄어요. 안 해도 굳이 살만하고 덜 힘들기도 하고 책의 약간의 손상은 어느 정도 넘어가게 됐죠. 최근에 박소란 시집 <있다>를 도서관에서 빌려오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집을 꺼내들게 되었어요. 비닐 커버가 싸여져 있는 이 책을 읽을 때쯤엔 한참 독서에 푹 빠져서 미쳐있을 정도였네요. 시를 잘 몰랐는데 더듬더듬 읽어나갈 때였어요. 오늘 고른 좋은시 푸른 밤 짙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볼...
오늘의 필사 좋은시 온 안미옥 시집 ⓒ책읽는리니 책을 읽고 독서 생활을 즐기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 있나요? 저는 늘 제 기억력이 원망스럽습니다 ㅎㅎ 너무 좋았던 책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미지나 짧은 문장으로 남게 되죠. 그런 아쉬움 때문에 이렇게 꾸준히 기록을 하고 되새기려 발버둥 치는 것 같아요. 필사 노트를 만들면서 조금 짧은 호흡으로 쓰려다 보니 시집을 많이 열어보게 되는데요. 최근에 읽은 시집보다는 오래전에 읽은 시집 위주로 꺼내봅니다. 책장 속 시집 서가에서 여러 권의 책을 훅 뒤집어서 플래그가 붙여져 있는 책을 기분 따라 꺼내는 재미를 즐길 때도 있어요. 오늘은 정말 애정 담아 읽었던 안미옥 시인의 창비시선408번 시집 「온」입니다. 오늘 고른 좋은시 밤과 낮 북쪽 숲을 지나왔어 태어날 때의 형상은 한쪽이 길어지면 한쪽은 짧아진다 가려움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우린 모두 연결되어왔어 그럴 때마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어 그런 날이 자주 왔어 트랙을 돌고 있다 이곳엔 울타리가 많아 농담들이 사는 곳 어떤 이름도 자주 뒤집히는 곳 새로운 색이 떠돌고 있어 어떤 색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고 허리는 누구에게 가 있는 것일까 거기서 나와 돌고 있은 지 한참이 지났어 떠오른다고 생각하면 다리가 길어지는 기분이 든다 어깨가 물렁해진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어딘가 외로워보여 곁이 너무 환해서 점점 더 어두워지는 오후 토마토가 끓고 있는 ...
오늘의 필사 좋은시 Lo-fi 강성은 시집 ⓒ책읽는리니 오랜만에 필사 노트를 만들었고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았다. 신혼집으로 이사 오면서 세네 차례 책을 서서히 정리했고, 그럼에도 남은 책들은 애정이 깊거나 추억이 있는 책들이다. 오늘은 강성은 시인의 <Lo-fi>를 꺼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알록달록한 플래그를 붙여놨는데. 재밌는 건 이런 문장들을 읽는 마음도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기록해둔 문장들 말고 다른 문장들이 보일 때도 있고, 왜 붙였는지 모를 때도 있다. 좋았던 책을 다시 훑어보는 건 이런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여럿이서 하는 필사 모임을 한 적도 있고, 한동안 필사가 많이 유행한 터라 필사 책도 종종 보았다. 나름 고집이 꽤 강한 성격인 걸 알았던 건, 끌려가며 하다 보니 많이 해이해지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좋은시를 참 많이 알게 되기도 했지만 역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야 한다... 오늘 고른 좋은시 환상의 빛 내가 사랑하는 동유럽 작가들처럼 고통이 빛이 되는 삶은 내 것이 아니길 바랐다 한밤중 택시를 타고 달릴 때 문득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가곡처럼 죽은 시인과 죽은 외할머니가 함께 잠들어 있는 내 환한 다락방처럼 꿈에서도 손가락을 박는 재봉사의 잠과 밤처럼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것 모국어라는 이상한 공기처럼 시라는 이상한 암호처럼 점점 아기가 커져 몸이 무거워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