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현실의 목도조차 내 것이 아니었던 영화 속, 영화의 열네 살 소녀여.>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는 스파이보단 '아내'에 서스펜스보단 '멜로'의 감성이 크게 와닿던 작품입니다. 그래서일지는 모르지만 보는 중간중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얼라이드(2017)'가 소환되곤 했는데... 이는 두 영화가 가장 믿고 신뢰하는 배우자를 의심하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와 이와 대치된 사랑의 깊은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접근 방식과 만듦새에서 두 영화는 온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스릴러의 매무새로 접근한 얼라이드와 달리 스파이의 아내는 말머리에서 언급했듯, 멜로의 감성이 커 제목만을 보고 기대할 법한 긴장과는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멜로에 기반해 보다 충실히 인물들의 감정 특히, '사토코(아오이 유우)'에게 집중해 때때로 장면과 대사에 감정의 파고를 오롯이 채워내 '스파이'의 아내에 부합하는 서스펜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예상 밖, 긴장 속에 영화는 일본의 광기가 고스란히 담긴 만행을 대두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부각시키진 않습니다. 짙게 드리운 암운의 그림자에도 그녀가 보고 듣는 대부분의 것이 간접적인 형태의 결과물로 그로 인해 자칫, 무지하게 느껴질 법도 한 사토코의 막연한 행복의 추구는 옳다고 믿는 것을 따르는 '유사쿠(타카하시...